고정된 것 바꾸기
나이가 들수록 가치관을 바뀌기가 어렵습니다.
김용옥 교수가 TV 나와서 강의하는데 보니까
자기는 나이든 사람은 싫다고, 젊은 사람만 제자로 받겠다고 그러더군요.
정말 이해가 되는 것이 나이가 들면 생각이 고정이 돼서 점점 더 커집니다.
명상을 하면서도 자꾸 비워내야 되는데 할수록 점점 가득 찹니다.
자기 생각이 옳다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 너무 확고해서 비우지를 못합니다.
우리나라 드라마들 보면 아직도 정형적입니다.
시집과의 관계, 아주 답답하죠.
그걸 그렇게 못 바꾸더군요.
대만만 해도 훨씬 개화가 돼서,
무슨 영화에 보니까 아들이 미국 남자랑 동성연애를 하는데도
그냥 넘기더군요.
우리나라 부모 같으면 너 죽고 나 죽자 했을 텐데.
드라마 작가들이 대부분 여자인데 왜 그러냐 하면 피디들이 남자거든요.
피디뿐만 아니라 그 위에 국장, 사장까지 다 남자예요.
드라마가 워낙 광고주 노릇을 하다 보니까 사활을 걸잖아요.
방송국의 수입원이죠.
그러니까 사장부터 캐스팅에 관여할 정도로 관심이 많습니다.
이야기가 좀 다르게 전개되면 위에서 제동을 겁니다.
이렇게 해 달라, 저렇게 해 달라 자꾸 주문을 합니다.
작가 마음대로만 쓸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부부간의 대화도
여자는 의례히 ‘그러셨어요, 저러셨어요?’ 합니다.
남편이 같이 존댓말 하면 ‘쪼-다 남편’이라고 합니다.
대사부터 그렇게 됩니다.
그리고 여자가 남자한테 반말하는 경우는
학교 동창생이거나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그렇습니다.
대사 때문에 저도 많이 싸웠습니다.
처음에 존댓말 하는 남편을 썼더니
바보도 아닌데 왜 존댓말을 쓰느냐고 하더군요.
피디가 일단 걸리니까 얘기를 하는데,
피디는 자기 마음이 아니라 시청자가 항의를 하기 때문에 그러죠.
‘선생님, 대세대로 하시죠’ 그러더군요.
여성개발원에 계셨다는 건 다 알겠는데,
튀지 말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고 그래요.
드라마에서 며느리가 시부모한테 바른 말 좀 하고 그러면
시어머니들이 그렇게 전화를 하고 항의를 한다고 그러더군요.
가장 기본적인 것을 공부시키는 데가 없습니다.
인간관계, 부부관계에 대한 것도 참 잘못됐거든요.
자꾸 깨이게 해줘야 됩니다.
부인들이 남편들에게 요구하는 것들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너무너무 부당합니다.
독립된 개체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죠.
의존해 있습니다.
매달려있으니까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자꾸 깨이게 해줘야 됩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남편이나 아내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인식들도 안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내버려 두고 끌려가는데, 그런 교육들을 시켜야 됩니다.
의식을 독립시켜야 되고, 우선 경제적으로 독립시켜야 됩니다.
미국에만 가도 안 그래요.
밥값은 누가 내고 집값은 누가 내고, 이건 누가 하고 서로 분담해서 합니다.
비행기 타고 12시간만 가면 그런 사회가 있는데
왜 여기서는 아직도 원시적으로,
누가 누군가에게 의존해 있고, 또 그걸 정당하게 요구하는가?
고쳐줘야 합니다.
남편이 뼈 빠지게 벌어서 월급봉투째 집에 갖다 주고
그 다음에 손 비비면서 용돈 타 쓰고,
이런 부당한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제가 여성개발원에 있을 때 조사를 해봤거든요.
아내들은 무슨 권리로 그렇게 당당하게 요구하느냐고요?
물론 가사노동이 가치가 있지요.
그 범위 내에서는 경제적인 면을 인정을 해주고,
아닌 것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해주고,
그렇게 해야지 부당하게 살면 안 됩니다.
독립을 시켜줘야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