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글쟁이 시절
다음은 제 희곡을 추천해 주신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연극계에서는 존경 받는 작가이신데,
한 때 이분이 너무나 가난해서 이가 아픈데도 치과를 못 가고 계셨답니다.
글쟁이라는 분들이 참 고달프거든요.
글로써 먹고 산다는 게 참 피눈물 나는 일입니다.
차일피일 하다가 너무 아파서 치과를 찾아갔더니
이를 다 빼고 새 이를 해 넣어야 된다고 그러더랍니다.
그리고 치료비를 당시에 4000만원을 내라고 하더래요.
돈이 없으니까 소개를 받아 제일 싼 동네를 찾아갔더니
딱 반값에 해주겠다고 그러더래요.
이가 없으면 안 되니까 할 수 없이 집을 팔아서 이를 했는데,
또 치료하신 분이 의사가 아니었는지 무지막지하게 이의 반을 하루에 다 빼고,
며칠 있다가 나머지 반을 하루에 다 뺐답니다.
이는 절대 하루에 한 개 이상 빼는 게 아니거든요.
큰일 납니다.
되도록이면 빼지 마시고요.
그렇게 해서 이를 다 빼고 맞추기 위해서 또 굉장히 고생을 했답니다.
너무너무 아파서,
세상에 이렇게 고생하면서 살아왔는데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참을 수가 없었답니다.
이 아픈 고통이 굉장히 심하죠.
그래서 몇 번 죽으려고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랍니다.
가난한 데다가 이까지 그러니 살맛이 안 나는 거죠.
또 집사람이 바가지 긁고 하니까, 약을 사가지고 어디서 죽느냐 연구를 했대요.
그랬더니 절에 가서 죽으면 죽은 사람 그냥 땅바닥에다가 내치지는 않지 않겠는가,
화장이라도 해주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대요.
그래서 마음을 다 비우고 절에 갔는데 웬걸, 하나도 안 아프더랍니다.
그렇게 아프고 진통제를 먹고 별 짓을 다해도 안 되더니
마음을 비워서 그런지,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안 아프더래요.
그래서 절 밥만 축내고 내려왔다고 하시더군요.
안 아픈데 약을 왜 먹어요?
그렇게 회생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전부 해 넣고 다니시는데 식사를 하러 가면 같이 밥 먹기가 괴로워요.
밥을 드시려면 종업원을 불러서 가위를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무지막지한 가위 가져오죠.
그걸 가지고 음식을 갈기갈기 다 썰어요.
나물도 못 씹으시는 거예요.
종업원이 또 친절하기나 하나요.
가위 좀 가져오라고 그러면 말들이 많아요.
왜 그러시는데요,
잘라 드릴께요,
어쩌고저쩌고 수모를 당하는 거죠.
그런데 제가 어느 날 수술용 가위를 사가지고 갔어요.
아주 날씬하고 작은 거 있죠.
식사할 때 드리면서 잘라 드시게 하니까 보기에도 나쁘지 않고 잘 들죠.
그랬더니 왜 이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다고 그러시면서
아주 소중하게 보물처럼 지니고 다니세요.
그것 때문에 저를 좋아하십니다.
제가 마음 안 다치게 그런 거를 살펴드렸다는 것 때문에.
나중에는 예술원 교수 되시고 하셔서 참 좋아지셨는데
그때 얘기를 하시면서 그러세요.
내가 그 때 죽었으면 얼마나 원통했겠느냐고,
살아있는 것이 너무나 고맙다고.
그 때는 하도 전망이 안 보이니까 그랬던 거죠.
그렇게 추운 계절을 다 보내고 요즘은 참 행복하게 지내십니다.
이 이야기를 왜 했느냐 하면 오늘 이렇게 쭉 둘러보니까
마음들이 추우신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그랬습니다.
사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축복이거든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거죠.
그걸 느끼는 게 너무 오래 걸리더군요.
목숨 부지하고 살아있다는 건 기본이고,
그런 고마움을 전혀 안 느끼시는데,
이런 일을 경험하다 보면 그렇게 됩니다.
숨 쉬는 것만도 너무 고맙다, 이렇게 돼요.
남에게도 너무 많이 요구하다가도 저 사람이 같은 하늘에 있다, 같은 공기 마신다,
이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 생각이 듭니다.
그런 경지가 오면 그냥 숨 쉬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저 사람이 죽지 않고 또 병들어 누워 있지 않고
건강하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것만도 너무 고맙다 이렇게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인생이 참 고마운데,
그게 아니면 계속 속상하고 불만스럽습니다.
호주머니에 쓸 돈 있는 것만도 너무 행복한데,
더, 더, 자꾸 그렇게 되고 불만스러워합니다.
그러니까 생각을 긍정적으로 하십시오.
생명이란 너무너무 고마운 것,
그리고 내가 남한테 빌어먹지 않고 내 힘으로 벌어먹을 수 있다는 것도 너무너무 행복,
또 가족이 있다는 것도 너무너무 행복, 그 다음엔 바랄 것이 뭐가 있나요.
여기 와서 명상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너무 행복한 것 아닙니까?
생각해보면 참 갈 데가 없는데, 이렇게 갈 데가 있고,
가면 대화가 통하는 선하기 그지없는 친구들이 있다는 행복,
그렇게 생각하시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기대하지 않는 겁니다.
또 미래가 있죠.
그것도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