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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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강천 여행 떠난 바람 이야기>>

전체 [ 54 ]

14    덜기의 철학 댓글:  조회:1171  추천:0  2020-01-09
덜기의 철학 등짝의 지게에 텅 빈 동굴 하나 비끌어 매고 괴춤에는 헌 메투리 헌 보선 헌 바지 잡동사니 허덕간 하나 둘둘 말아 차고 겨드랑이에는 부러진 날개와 무슨 젝트라고 하는 개인의 미래비전을 고전명작인 양 끼고 먼 길을 떠난다. 가물가물한 빨간 꿈속에서 새파란 병아리가 한창 샛노란 고래를 낳고 있다. 개화장을 짚고 일어서다가 눈 뜨니 등짝은 무지 버겁고 거시기는 여섯 시 반이다. 처분권장 신호가 가끔 뜨지만 당신이 전당포로 직행을 할지언정 문물급 보선은 버릴 수 없어. 봉황 깃털의 화석같은 침묵이 약 삼 년 간 흘렀다. 별안간 조막손이 앙가슴을 호쾌하게 탕탕 쳤다. 훌러덩 벗었다 동굴도 허덕간도! 온몸이 구름 되어 둥둥 뜬다.
13    國 畵 댓글:  조회:1265  추천:0  2020-01-09
國 畵 개나리 화사한 선경대 벼랑 가에서 붓대 타고 계곡 내리다가 머루넝쿨에 걸렸다. 머루 한 알 따먹고 잎 한 잎 머리에 쓰고 넝쿨에 퍼더버리고 앉아 주르륵 미끄럼질했다. 빠알간 노을을 등에 업고 코스모스와 들국화 길섶에서 놀고 있었다.   붓자루 마디에 빨간 잎이 생긋 피어난다. 
12    핸드폰 댓글:  조회:1372  추천:0  2020-01-09
핸드폰 우리 동네에 호수가 숱해 생겼다. 호수에는 잉어 붕어 초어와 정의의 비수, 간교한 사기술 그리고 우주의 게임과 재밌는 현대 신화들이 홀딱 벗고 자맥질한다. 미니 드론 타고 바다 자궁도 구경하고 은하수에 가서 별 낚시도 한다.   그만 호수에 풍덩 빠졌다. 돌고래와 함께 헤엄쳤다. 은하수에서 별도 줍고 삼족오하고 숨바꼭질도 했다.   상냥한 상어 데리고 놀았다. 코와 귀와 고추를 먹혔다. 도망을 치다가 발가락을 뜯겼다.   엉덩이 반쪽도 상납했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해 구명대 하나 사 가지고 야반도주했다. 쑤욱 시원히 빠져나왔다.  
11    조 화 댓글:  조회:1055  추천:0  2020-01-09
조 화 철새 칠만 마리 휘루루루 휘루휘루루 멀고 시린 하늘 길 발로 깎는다. 멀리 알낳이 보금자리 그려 보면서 한결같이 날개로 노를 젓는다.   먼 바다 컴컴한 품속 만만한 속살 백만 샛서방고기 휘익 휙 번개식 출동이다. 아래턱 밑에 짧은 수염 빽빽이 나 있는 멋쟁이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번뜩이는 예리한 비수.   하늘 아래 인간세상 한마당이다. 손발 맞추느라 전자수판에 땀투성이 계산은 맞는데 손이 안 맞아 서로 밟아서 뭉개 놓는다. 밟아서 가죽만 남게 한다.   귀한 무리 바다 천공에 보내 낮 체조 시킨다. 호각을 분다. 
10    거룩한 식객 댓글:  조회:1092  추천:0  2020-01-09
거룩한 식객 어제 이빨 좋으신 손님 한 분 찾아와 에덴동네를 잡수셨다. 은빛 번뜩이는 귀중한 이빨로 앞동산 큰 키 나무밭과 뒷동산 작은 키 나무밭을 차례로 다 잡수시고 고소한 흑토 짭짤한 백사장은 복판으로 흐르는 강물에 말아 맛나게 잡수셨다. 이마의 땀 훔치시며 소발굽산을 잡수실 때 곰바위가 이빨에 끼었다. 미인송 뿌리째 훌렁 뽑아 쑤시니 뻥! 이빨에 구멍 뚫렸다.   에덴동네 돌고래 호랑나비와 고추잠자리네 가족이 마른 개암나무에 목을 맸다. 개암나무가지가 황사바람에 곡을 하자 파랑새 부부가 멀리 알섬으로 날아갔다. 다람쥐 형제도 시월산으로 이사를 했다.  
9    봉황새 댓글:  조회:1139  추천:0  2020-01-04
봉황새   약탕관에 오가잡탕 정히 달인다. 해와 달의 폭포수에 약주 달인다.   공룡의 비늘 기린의 뿔 삼족오의 발톱에 가스통 바슐라르1) 아리스토텔레스2) 그리고 문덕수3)의 시론에 유협4)의 ≪문심조룡≫도 털어 넣고 달인다. 조리로 거르고 사포로 쥐어 짠다.   한가위 눈부신 은쟁반 위에서 봉황새 한 마리 포르르 춤춘다. ------------------------------------------ 1)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1884년 6월 27일 ~1962년 10월 16일)는 아카데미 프랑세즈에서 가장 저명한 위치에 오른 프랑스의 철학자이다. 2)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년~기원전 322년)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로서 플라톤의 제자이며 알렉산더대왕의 스승이다. 3) 문덕수(文德守, 1928년 12월 8일~ )는 한국의 시인, 평론가이다. 4) 유협(劉勰, 465년~521년)은 중국 남조 시기의 이론가로서 자는 언화(彦和)이다. 저서에 ≪문심조룡≫이 있다. ≪문심조룡≫은 10권 50편(篇)으로 된 중국 최초의 시문학 평론 저서이다. 
8    팽 이 댓글:  조회:1056  추천:0  2020-01-04
팽 이 곰과 배암 겨울잠 털고 굼벵이 개구리 돌아눕는 소리. 박달나무 꿈 단불에 굽는 이맘때 빙산 저쪽에 징소리 다급하다.   닥나무팽이채 높이 들어라. 그리고 나의 엉덩이 매우 쳐라.   오롯한 뫼 뿌리에 하아얀 비단 발밑에 만경창파 거울로 반짝인다. 갈고 닦은 귀뚜라미 청아한 울음소리 짙붉은 낙조 되어 밤의 쪽문 연다.   닥나무팽이채 높이 들어라. 그리고 나의 엉덩이 매우 쳐라.    은하수 흐르는 새벽의 앞뜨락에 광속으로 굴러가는 수레바퀴 영각소리 백세의 비운 씻고 열려라 참깨 영겁의 세월 깨고 열려라 참깨   닥나무팽이채 높이 들어라. 그리고 나의 엉덩이 매우 쳐라.  
7    삼족오의 이야기 댓글:  조회:1246  추천:0  2020-01-04
삼족오의 이야기 보름달을 뚝 따다 상 위에 걸어 놓고 녹슬지 않는 개구리 합창 들으며 손주 놈 도화지에 그림 그린다. 세발 가진 예쁜 새 그린다.   꼬맹이 고추 쳐들고 따발총 갈길 때 삼족의 새 어디론가 숨어 버렸다. 온 동리가 횃불 되어 찾아 나섰다. 우물 속에 빠졌나? 잔솔밭에 숨었나?   불현듯 저어기 밤하늘 쳐다보니 촐랑촐랑 흐르는 은하수 날으며 반짝이는 별들을 쪼아 먹고 있었다. 바구니에 큰 별을 주워 담고 있었다. 
6    서사시적 대화 댓글:  조회:1180  추천:0  2020-01-02
서사시적 대화 바람이 늦잠 자고 땡볕이 신났다. 귀뚜라미 찬 노래 더위 식힌다.   사시나무 자작나무 오천 년의 이웃 반만년 침묵 깨고 대화를 한다. ——삼복염천에 추워서 파르르 떠는가? ——옳다구나 복더위에 삼천 누더기는 왜? 호랑이 따―웅 계곡 백 리에 비명 날린다. 해가 그만 기겁해서 흙빛이 된다. 
5    회오리바람 댓글:  조회:1331  추천:0  2019-12-31
회오리바람 우리 동네에 회오리가 한 줄금 휘젓고 지나갔다.   김 첨지가 창립한 독채의 이층 양옥 박 도감이 기록한 불멸의 ‘10대 기적’ 남산더기에 깔아 놓은 ‘세기의 낙원’   개발포 오 포장 님 간밤에 바람 맞고 반신불수로 편치 않지만 그래도 정신은 살아 개잡은 포수   휘젓고 간 돌개바람 꽁지에서 새털 한 대 낙하산 타며 매체에 전한다. “오 포장 씨 회오리 타고 미지의 낙원으로 출장 중……”   깃털이 전한 기별에 그만 눈 까집고 혼절했는데 무의식만 살아남아 이렇게 놀고 있다. 
4    등 산 댓글:  조회:1348  추천:0  2019-12-31
등 산 전설 닮은 탑 허리에 칠색비단 휘휘 두르고 짚신감발의 출발 꿈꾼다. 고즈넉한 수풀 만고의 벼랑 가 거기서 경건히 마른 낚시를 한다. 팔딱거리는 잉어 한 마리 낚아 올린다.   별안간 위챗이 영각을 한다. 침묵이 강변(強辯)을 경청한다. 안개 자욱한 허공의 발치에 옛말처럼 생겨난 작은 폭포 새우가 재롱 떠는 물줄기 숨결 퐁퐁 솟는 박동 눈부시다.   
3    생 명 댓글:  조회:1118  추천:0  2019-12-31
생 명 남산 너머 꽃동네 고추 달린 초립동 하나 달개비 한 포기 뽑아 반석 위에 알몸 채로 눕혀 놓는다. 머리 위에선 땡볕이 지진다.   별안간 북녘 하늘에 한가롭던 하얀 구름떼 먹장구름으로 돌변하여 우르르릉 합창하며 달려온다. 불 태양 한입에 꿀꺽 삼킨다.   대로한 불덩이 시커먼 우물 속에 천둥으로 터지자 반석 위에서 재 되어 가던 뿌연 달개비 새파랗게 살아나며 해쭉 웃는다. 
2    아득한 편지 댓글:  조회:1324  추천:0  2019-12-31
제1부 풍구의 바퀴가 서면 수펄은 죽는다  아득한 편지 허공을 정처 없이 맴도는 왕잠자리 까맣게 탄 기다림에 날갯짓 짙붉다.   팔매질에 수면을 뛰어가는 조약돌 한 마리 새가 되어 날아간다.   이제 바람의 등에 실려 온 낙엽 창턱에 살포시 쪽잠이 든다.   발밑으로 맨발 밑으로 보랏빛 그리움이 한길 반 높이로 쌓였는데 왜가리 유리병 깡마른 꽃가지 초리 끝에 가녀린 상념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린다. 
1    자서(自序) 댓글:  조회:1034  추천:1  2019-12-31
자서(自序)        정년 후 서예라든가 다른 뭔가는 할 생각이 있었으나 시를 쓴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한데 작년 이맘때 우연이랄까 우리 문단의 하이퍼시 주창자 최룡관 시인과 나 사이엔 시와 관련 두 차례의 진지한 토론 기회가 있었는데 처음 토론은 자연적으로 흘러나온 것이었고 두번째 토론은 나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전혀 예기치 못했던 바이지만 토론 끝에 나의 시흥은 유발되었고 종당에는 시 창작을 시작하여 첫 시집을 내기에 이른 것이다. 돌이켜 보면 시초 시에 대한 나의 이른바의 견해(시를 배운 적도 없는 나지만 여러 면으로 받은 기성관념의 영향은 퍽이나 심각했던 모양이다.)는 최 시인과 상당히 어긋났던 고로 근 네 시간 지속되었던 첫번째 토론은 가끔 치열한 논쟁 양상을 띠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나는 상대방 견해에 대한 깊은 이해도 없이 기존의 이론을 무기 삼아 대방의 이론을 쉽게 혹은 무작정 부정해 버리는 그런 우는 범하지 않았다는 점, 그 결과로 시의 본질 나아가 시 창작의 본연에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음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한다. 잘못된 것이 가득 들어찬 속을 다소나마 비워냄이 없이 현자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버리고 딴에는 뭔가 안다고 착각하면서 자신의 어설픈 생각을 고집했더라면 나는 오늘까지 시 창작은커녕 시의 진실이 뭔지도 몰랐을 게 뻔하다. 그 이상 남을 웃기는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아무튼 지난 일 년 간 시 공부를 하면서 시어의 자유결합, 작품 속 사물의 자유전이, 나아가 시 형식의 중요성 등 주요 관심 사항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가질 수 있었음에 안도한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 시를 시작한다니 내 머리에 열이 심한 것 같다며 이마를 짚어 보는 친구가 있었다. 그랬거나 어쨌거나 나는 늦깎이임에 틀림없는 바에야 더 이상 부끄러워할 것도 없다. 현재를 시점으로 시 인생을 한번 살아보는 것도 살맛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시심을 깨워 준 최룡관 시인에게 감사한다.   2017년 초봄 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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