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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실할머니가 받은 생일선물
2013년 12월 27일 16시 23분  조회:2457  추천:1  작성자: 옛날옛적
단편소설

복실할머니가 받은 생일선물
                                             

박    병    대
 
음력 류월 열이레는  복실할머니의 생신날이다. 해마다 이날이면 아들 며느리는 어머니에게 생일선물로 새옷 한견지를 사드리고 점심에는 간단한 생일파티를 벌인다. 올해는 그녀가 칠순이 되는 해이므로 아들며느리는 어머니의 칠순수연을 좀 버젓이 차리려고 작심했는데 어머니가 한사코 반대하였다.
 
"동네사람들 괴롭히고 돈주고 고생 사는짓 뭐할락고 해? 지난번 환갑때 록화한것 나는 한번도 안봤다. 남 보라고 하는짓 싹싹 걷어치워라."
 
정색하고 단연 거절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진심이라 느낀 아들내외는 생일연은 크게 차리지 않더라도 생신선물만은 톡톡이 올려야겠다 생각하고 무엇을 살가 토의했으나 마땅한 선물감이 머리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엄마, 우리할매한테 컴퓨터를 사드리면 어때?" 소학교 6학년에 다니는 아들 소중이의 제의였다.
"뭐? 컴퓨터라고?"
 어머니가 의아한 눈치를 보이자 소중이가 자기의 생각을 밝혔다.
"엄마는 요새 할매가 마작치고 올 때 낯에 그늘 낀걸 못봤나? 이길 때는 적고 질 때가 많으니깨 그렇지"
 남편이 아들이 하는 말뜻을 대뜸 알아차리고 선뜻 동의하였다.
 
"그래, 네가 참 좋은 생각했구나. 할머니 칠순선물로 컴퓨터를 사드리자."
복실할머니의 생신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할머니가 안방에 들어가 앉았는데 아들며느리와 손자 소중이가 무엇인가 커다란 종이박스를 안고 들어왔다.
"어매, 칠순선물 받아요."
 
"무슨 선물을 그리 요란하게 들고오나? 해마다 사오던 옷견지는 아이고 옆집할매가 받은 자동마작기는 더욱  아이고?"
"어매, 컴퓨터를 사왔어요. 만년에 고적할건데 컴퓨터하고 동무해 즐겁게 보내라구요."
"낼모레면 저승사자가 찾아올긴데 이 할망구가 그런걸 워찌 배우락고 목돈을 마구 날렸느냐?'
 
"어무이,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셔요. 철서에 사는 김할머니는 올해 팔순인데도 컴퓨터를 배우느라 한창인데요. 조금도 늦지 않았어요. 어무이는 지력이 좋으시고 눈총기 있고 손재주도 좋아 인차 배워낼거예요."
 
"내가 그걸 배울수 있다고? 참 소가 웃다 꾸레미터질 소릴하는구나. 내사 몰따 늬들 맘대로 해라." 복실할머니는 공연히 며느리의 호의를 저버리는것 같아 입을 다물고 마을돌이를 할 채비를 하였다. 어머니의 큰 반대의견이 없자 아들은 부랴부랴 박스안의  컴퓨터를 꺼내 안장하고나갔다. 방안에 모셔논 컴퓨터는 빚독촉하러온 사람같이 방 한자리를 차지하고 비웃기나하듯 복실할머니를 훔쳐보는듯하였다.
 
(집장식도 아이고 남사스럽게 이게 뭐꼬?) 복실할머니는 친구들이 찾아와 컴퓨터를 보는것이 범같이 두려워서  아침상만 물리면 서둘러 마을돌이를 나갔다.
며칠뒤 손자녀석이 여름방학을 했다면서 학교에 가지 않고 할머니의 방에 들어왔다.
"할매, 오늘부터 컴퓨터를 배워요. 컴퓨터선생님이 왔어요."
"선상님이 오셨다고? 얼른 모셔온나."
 
"예."하고 방을 나간지 얼마 안돼 방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아이구, 이 할망구가 노망해서 선상님한테 페 많이 끼치게 되였니더."  부끄러워 익은 토마토같이 상기된 얼굴을  바로 들지도 못하고 문쪽으로 허리를 굽힌 할머니는 앞에서 캐득거리는 손자녀석의 웃음소리에 안절부절못하다가 손자 혼자만 있는걸 보고
" 선상님은 안모시고 와 늬 혼자왔노?"하고 물었다.
 
"선생님이 여기 있잖아요. 할매, 오늘부터 내가 할매 컴퓨터선생님을 맡았어요. 할매도 이젠 학생됐으니께 선생님 갈채는것 잘들어야 해요." 하고 한눈을 찡긋 웃어보인다.
 
손주녀석한테 단단히 속힌걸 생각하면 괘씸하지만 엊그제까지만해도 응석둥이던 우리 소중이 하마 이렇게 컸나 하고 생각을 고치니 손자녀석이 무척 대견스러웠다. 
 
"할매, 여기 컴퓨터앞에 앉아요. 오늘은 컴퓨터를 켜고 창을 여는 방법부터 배워줄게요. 이걸 잘봐요."  소중이는 스위치를 닫고 마우스를 움직여 인터넷창을 여는 방법을 시범하며 자세히 설명하였다.
 
소중이의 손에서 마우스를 받아 쥔 복실할머니는 손자가 시키는대로 인터넷을 련결하고 오락,드라마창을 열었다. 드라마 한가지를 골라  마우스로 클릭하니 드라마의 한장면이 신통히도 나타났다.
"참 희한하다. 똑 텔레비를 보는것 같네."
 
"할매, 이뿐만이 아니예요.인터넷세상은 얼마나 넓은지 몰라요. 오늘은 할매 오락프로나 구경해요."
 드라마를 보면 둘이 앉았다가 하나가 가버려도 모르는  복실할머니는 드라마에 그만 푹 빠져버렸다. 할머니는 그날 하루에 드라마를 다섯집이나 보다가 눈이 아파 더는 보지 못하였다. 
이튿날 아침, 복실할머니가 또 드라마를 시청하려고 방금 컴퓨터를 열었을 때 손자 소중이가 들어왔다.
 
"할매, 컴퓨터를 제대로 배울라면 타자하는것부터 알아야 해요. 오늘부터 타자를 배워요. 할매, 이거 봐요. 글쓰기를 하는 창을 이렇게  열고 이 창에다 쓰고싶은 글을 쓰면 되거든요. 글은 건판을 쳐서 창에 글을 올리면 되죠. 건판의 왼쪽에는 자음이 있고 오른쪽에는 모음이 있잖아요. 왼쪽에 있는 자음은 왼손가락으로 치고 오른쪽에 있는 모음은 오른손가락으로 치면 되요. 이봐요. 내가 쓰는 글을, " 손자가 "우-리 할-머-니"라 하면서 건판을 천천히 누르고나니 창에 신통하게 다섯글자가  나타는것이였다.
 
"할매도 내가 하던 방법대로 글을 써봐요."
"내가?"
복실할머니는 소중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용기를 얻어 계가 가르치는대로 건판우를 빗질하여 지렁이  기어가듯 한자모 한자모를 눌렀는데 창우에 "우리소중이"라는 다섯글자가 분명히  떠올랐다.
 
      "우리할매 참 용하다. 이제 얼마 지나면 할매도 선생님되겠네요."하고 마른 비행기를 태우니 복실할머니는 손자가 춰주는 말인줄 번연히 알면서도 이마에 주름살이 펴지고 온 낯에 해살이 펼치였다. 난생 처음 컴퓨터에 손수 글자를 올렸다는 긍지감이 가슴을 뿌듯하게 만들었다.
 
소중이는 띄여쓰기, 쌍받침, 겹모음을 쓰는 방법과 틀린글자를 고쳐쓰기, 새줄을 고쳐쓰는 방법 등을 자세히 알려주고나서 알만한가고 물었다.
"들을때는 알것 같다만 정작 쓰면 될라는지 몰따."
 
"그럼 이 과문을 베껴써봐요. 내 좀있다 검사할래요." 손자녀석은 소학교조선어문교과서의 한과문을 베껴쓰라는 숙제를 내주고 참새가 지저귀는 마당으로 뽀르르 달려나갔다.
 
"이 많은 글자를 어떻게 다 타자하나?" 복실할머니의 눈에는 200여자나 되는 과문이 만리장성처럼 길어보였다. 손자녀석이 옆에 있을때는 마음이 든든하였으나 혼자서 타자를 하려니 눈앞이 캄캄하고 두손이 떨리였다. 건판우의 자모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한시간이 훨씬 넘도록 건판과 씨름하여 간신히 타자를 마치였다 온몸이 땀벌창이 되고 얼굴이 화로같이 달아올랐다. 글자를 타자하는 동안 고개 한번 들지 못했는데 타자를 마치고 창을 들여다보니 이게 뭐람, 틀린 글자가 건달 논의 피같이 무성하고 쌍받침, 띄여쓰기나 새줄을 옮겨쓰는것은 잊은지 옛날이고 어떤 곳엔 한개 자모가 오리 물똥갈기듯 뿌려져있었다. 틀린부분을 고치려했으나  고치는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제 손자녀석이 오면 잔소리를 들것은 불보듯 뻔하였다. 점심때가 다가오자 얼굴이 땀벌창이된 소중이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그애는 컴퓨터에 쓰인 글을 보고 대뜸 성을 내면서 
"할매, 내가 물을때는 다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여놓고 이게 뭐예요? 할매가 쓴 글 한번 읽어봐요.'
 
복실할머니는 자기가 한 타자때문에 잔뜩 속이 상했는데 이제 머리에 소똥도 벗지 않은 손자녀석한테 면박까지 당하니 이름할수 없는 화가 불끈 치밀어올랐다.
"나는 틀리고싶어 틀렸는줄 아나? 이렇게 골치아플줄 알았으면 애당초 시작하지도 않았지. 그넘우 컴땜에 이 할매 제명에 살지 못하겠다. 이젠 그 컴퓨터 보기만해도 등에 소름 끼친다."
복실할머니가 화가 치밀어 벌떡 일어서자 손자녀석이 두눈을 찡긋하더니 너스레를 떨었다.
 
"애-우리할매 삐졌네. 할매는 내보고 선생님 말씀 잘들으라 하더니 선생님한테 비평 한마디 들었다고  공부 안하겠다고 뒤걸음치는  착한 학생 아니네요."
"내가 원제 안배우겠다 했나? 늬가 기관총 갈기듯 말하니 워디 내가 따라가겠나?  좀 천천히 설명해라 .내가  한번 들은걸 워찌 머리속에 다 넣어내나? 필길 좀 해야겠다. 으이."
복실할머니는 종이와 필을 가져와서 손자가 배워주는 요령을 대충 적었다.
 
"그럼 낼 아침까지 과문을 다시 베껴놔요. 이번에는 한글자도 틀리면 안되요.." 손자녀석은 무슨 일이 그리 바쁜지 말을 마치기바쁘게 밖으로 나갔다.
복실할머니는 문장을 다시 베끼기가 너무 아름차서 원문을 보고 틀린 글자만 지우고 한자두자 고치기 시작했다. 어쩌다 잘못지워서 옳게 쓴 글자가 함께 지워졌을때는 속상해서 발을 동동굴렸다.
 
한시간 남짓하자 틀린부분의 수정이 끝났다. 복실할머니는 손자녀석이 어서 와서 숙제검사를 하고나서 잘썼다고 칭찬해주기를 은근히 기다렸다. 그런데 반시간이 흐르고 한시간이 흘렀건만 소중이는 무슨 장난이 그리 재미있는지 그림자도 얼씬하지 않았다.  컴퓨터앞에 가만히 앉아 기다리자니 시간이 굼벵이걸음을 하고 엉덩이가 배기고 지루해 견딜수가 없었다. 
 
"드라마나 한집 보면서 기다릴란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찾지?" 그녀는 글쓰는 창을 닫고 인터넷창을 연 뒤 지난번에 보던 드라마의 제 6집을 체크하였다.
 
드라마의 화면이 나오자 할머니는 조롱에서 벗어난 새처럼 마음이 가볍고 제세상을 찾은것만 같았다.그녀가 한창 드라마에 빠져있을 때 손자녀석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할매, 그새 숙제      완성했어요?"
"그래 맞게 베꼈나 네가 한번 검사해다고."
문건을 열던 손자가 화뜰  놀라더니 정색하고 물었다.
"우리할매 숙제도 안하고 거짓말하네. 이봐요. 문건에 할매 쓴 글이 어디있어요?"
 
"무어? 내가 틀린 글자를 낱낱이 다 고치고나서 널 기다리다 못해 방금 창을 바꿔 드라마를 봤는데..."
"그럼 채널을 바꿀때 글을 저장하는걸 잊었구만요?"
"무어? 그런 수도 있나? 늬가 글 저장하는 방법을 원제 배워줬나? 글자가 다 도망쳤으니 십년공부나무아비타불이구나. 애고 속상해라."
 
"참말로  다 맞게 베꼈으면 그까짓거 저장할 필요 없어요. 내 할매 말 믿을게요. 이담에 중요한 글을 적어놓고 보존할라면 컴퓨터를 끄기전에 여기 웃쪽에 네모꼴나는 "저장"을 체크하면 글이 도망가잖아요. 알겠아요.? 이것도 적어놔요."
복실할머니는 손자녀석이 한 말을 명심하고 글을 한토막 올린 뒤 저장하고나서 채널을 바꿨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원래 쓴 글이  그자릴 지키며 반겨주었다.
 
 타자에 재미를 붙인 복실할머니는 친구들이 마작치러 오라고 불러도 집에 손님이 왔다느니 딸네집에 간다느니 핑게대고 나가지 않고 날마다 오전오후 2시간씩 타자 련습을 하였다. 한달이 지나자  일분에 서너자밖에 타자 못하던 그녀는 이젠 일분에 60여자씩 타자할수 있었다. 날마다 과문에 있는 글만 타자하니 단조롭기 짝이없었다.  기왕 타자할 바엔 소장하고픈걸 타자하자. 그래 옛날  처녀시절에 나도  시를 배운답시고 쓴 습작시가 40여수나 되잖나? 그걸 지금 보면  시라 자랑할순 없겠지만 그것도 젊은 시절의 좋은 추억이 아닌가? 그녀는 농바닥을 뒤져 4~50년전에 깊이 소장한 보풀이 인 수첩을 꺼내였다. 철필로 쓴 글은 잉크물이 좀 날아서 희미했지만 얼마든지 알아볼수 있었다. 자신이 쓴 습작시를 읽노라니 마치 꿈 많던 처녀시절로 돌아간것만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습작시를 컴퓨터에 올리기 시작했다.
 
"할매, 지금 뭘 적어요?"
"암것도 아이다."  그녀는 손자녀석에게 비밀이 들킬까봐 수업시간에 장난치다 들킨 소학생마냥 낯을 붉히면서 수첩을 급히 등뒤로 감추었다.
며칠뒤 아침식사를 마치자 복실할머니의 아들내외가 어머니에게 중요한 제의를 하였다.
"어매, 어매는 70성상을 살아오면서 겪은 파란곡절이 얼마예요.그리고 어머니께서 걸어온 험난한 려정, 눈물겨운 이야기 가장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후손들에게 꼭 남겨야할 보귀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으세요."
 
"그게사 석달열흘을 말해도 다 할수 없지.그런데 갑자기 왜 그걸 묻지?"
"어무이,어무이도 이젠 컴퓨터타자까지 할줄 아시니까 우리가정사에서 가장 인상이 깊은 일들을 골라서 영원히 보존할 재료로 남겨주세요. 몇달이든 몇해든 시간은 상관하지 말고 천천히 회고록 한책을 만들어주세요. 우리 집안의 가보로 삼을게요."
"글쟁이도 아닌 내가 그런걸 어이 쓰노? 내가 얘기하면 늬들이 정리해라."
"아니예요. 어무이께서 꼭 쓰셔야해요. 우리는 어무이가 꼭 좋은 글을 써내리라 믿습니다."
 
"늬들이 하도 조르니 마다카진 못하겠다만 너무 기대하진 말아라. 늬들이 사준 생일선물이 날 또 못살게 구는구나."
그날부터 복실할머니는 고통스러운 마작과 멀리하고 집안의 가정사를 쓰기위해 날마다 깊은 사색에 잠기거나 타자에 매달렸다 .고생보다 즐거움이 많은 참으로  장한 일이였다.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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