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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하러 다니는 재미
2016년 03월 10일 20시 56분  조회:2735  추천:0  작성자: 옛날옛적
             나물하러 다니는 재미
                     박병대
   산에 들에 신록이 곱게 물들 때면 이곳의 아낙네들은 앞치마를 두르고 바구니를 들고 삼삼오오 집을 나와 교외로 향한 뻐스에 오른다. 집안에서 홀로 책장을 뒤지던 나는 흐리터분한 머리를 가시려고 아내를 따라 들로 나간다. 
.  나이가 지긋한 늙은이로 되였으면 점잖게 저수지나 강에 가서 낙시질이나 하며 무료한 세월을 보내는 것이 보다 품위가 있고 한결 즐겁지 않겠는가고 권하는 친구도 더러 있지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취미가 달라서 그런지 나는 아직 낙시질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였다. 눈이 그리 밝지 못한데다 손까지 둔한 사람이 불소한 입장료를 내고  물가에 앉아서 하루종일 신경을 곤두세우고 낙시찌를 눈이 빠지게 바라본들 내 손에 잡힐 머저리 물고기가 몇마리나 되겠는가? 사람들과 생명유희를 하며 닳을대로 닳아빠진 고놈의 약삭빠른 물고기들한테 미끼나 빼앗기는 놀림을 당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기는 커녕 핏줄만 굳어질것 같아 낙시질에는  맘이 내키지 않는다. 십년동안을 위수가에 앉아서 곧은 낙시질로 세월을 낚으며 은나라를 멸할  무왕을 기다려 주나라를 세운 강태공은  경천위지의 웅심과 지혜를 가졌으니 그까짓 고기야 잡히든 말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지만  평생 교정에서 애들한테 XYz나 배워주고 다른곳에는 눈길 한번 돌려지 않던 나에게는 신선놀음같은 낙시질이 그리 알맞는 것이 아니였다.  그리하여 다른 취미도  재주도 없는 내가 머리를 써서  기껏 골랐다는 심심소일이 나물캐는 일이다. 
     처음 아낙네들을 따라 들로 나가자니 누가 뒤에서 <<저 못난 령감봐라.치마두른 아낙네들 엉덩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나물을 하는 꼴이 뭐야.?>>하고 손가락질하는것만 같아 낯이 붉어져 고개도 바로 들지 못했지만 앞뒤가 환히 트인 넓은 들에 나가서 종달새의 경쾌한 노래를 듣고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키면서 온갖 풀들이 돋아나 싱그러운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는 벌판에 파아랗게 돋은 민들래, 미나리싹을 찾아 풀숲을 헤치며 이리저리 뛰여다니느라면 이마에 송골송골 돋아나는 땀방울에 세상살이 시름이 어느새 말끔히 씻어지고 한줌두줌씩 캔 나물이  자루에 불룩이 차오르는 것을 보면 신명이 절로나서 부를 줄 모르는 노래도  코구멍으로 흥얼흥얼 흘러나온다. 이것은  신체단련을 하느라 날마다 일부러 집근처의 야산을 오르내리기보다 훨씬 실속있고 재미가 난다.
    이렇게 한번두번 다니기 시작한 것이 이젠 나물캐기에 인이 박혀서 훈풍에 언땅이 녹고 새싹이 뾰족뾰족 돋아나는 5월이나 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을이 오면 나는 손이 근지러워서 집안에 박혀있지 못하고 들로 나가게 되는데 이젠  나물의 이름도 많이 알게 되였고 나물캐는 솜씨도 어지간히 늘어서 도회지에 사는 젊은 아낙네들은 저쪽으로 내다앉으라 할만 하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거의 날마다 들에 가서 나물을 캐오니 남들은 단출한 식구에 그 많은 들나물을 해서 다 먹을 수 있는가고 묻는다. 내가  들나물을  많이 캐와서 처리하지 못할 걱정은 조금도 없다. 화학비료나 농약과 멀리하고 자연의 순수한 사랑속에 자라 티끌만한 오염도 되지 않은 이 들나물은 말 그대로 록색식품이라 시장에서 팔고사는 채소보다 영양가나 신선도가 월등하여 보기만해도 입안에서 군침이 돈다.
     나는 봄에 산이나 들에 나가 나물을 캐는 재미도 좋지만 나의 땀으로 바꿔온 나물을 이웃들과 나눠먹는 재미가 더욱 좋다. 수족이 불편해서 들에 다닐수 없는 로인들이나 직장에 몸을 담고 개미 채바퀴돌듯하는 젊은이들에게 내가 손수 캐서 다듬은 들나물을 맛보라고 한웅큼씩 나눠주면 얼굴마다에 함박꽃을 피우며 기뻐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 역시 인기드라마이상이다.
    세상만물이 천태만상이듯 사람들도 취미, 애호가 다 같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독서를 즐기고 어떤 사람은 마작을 즐기고 어떤 사람은 등산을 즐긴다. 사람들은 자기가 생활하는 환경, 소질, 건강상황, 문화정도, 사회적 지위 등등이 다름에 따라 애호가 같지 않다. 우리는 부동한 사람들의 부동한 애호를 존중해야 한다, 남이 하는 일이 설사 내눈에 쏙 들지 않더라도 그것이 사회에 해로운 일이 아니라면 비웃을것이 아니라 충분히 리해해줘야 한다. 모든 것을 자기하나의 척도로 재거나 자기의 일가견으로 남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우리에게는 남을 리해하는 아량이 있어야 하고 남의 장점을 찾아볼줄 아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남이 하는 일이 내눈에 거슬리면 뒤에서 손가락질을 하고 비양거리는 것은 소인의 행위이다. 그리고 남이 무엇을 한다고 무턱대고 따라하는 것도 바람직한 처사가 아니다. 중국성구에 <<한단학보(邯鄲學步)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무척대고 남의 흉내를 내다가 자기의 장점마저 잃어버리는 것은 비참한 일이다. 우리는 남들의 눈치를 볼 필요없이 자신의 취미, 자신의 실제에 알맞는 유익한 활동을 찾아해야 한다. 그것이 비록 보잘것없이 사소한 일일지라도 점차 습관으로 되면 생활은 보람이 있게 된다.
     나는 한주일에 두번씩 은주구 로년협회의 활동에 참가한다. 로년협회의 활동실은 우리집에서 5리쯤 떨어져 있다. 나는 로년협회의 활동에 참가하는 날이면 이것을 신체단련을 하는 또 하나의 기회로 삼고 집에서 걸어다닌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째째하게 뻐스비 1원을 아끼려고 걸어다니는가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돈도 절약하고 신체단련도 하는 일거량득을 왜 행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걸어다니니 별도로 시간을 짜내서 신체단련을 할 필요가 없다.틀거지를 버리니 아무런 속박도 없어 자유롭기만 하다.
    내가 나물하러 다니며 얻은 재미를 구구히 늘여놓은 것은 나물하러 다니는 것이 가장 좋은 활동이란 뜻은 아니다. 누구나 자기의 실정에 맞춰 알맞는 과외생활을 하여 그속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면 우리의 삶은 한결 윤택해지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2008-0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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