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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기인 정치가 리항복 26)홍통사의 의리
2015년 12월 24일 09시 09분  조회:1462  추천:0  작성자: 옛날옛적
26. 홍통사의 의리
석성이 찾는 홍통사란 사람은 십여년전에 조선에서 명나라에 사신을 파견할 때 역관으로 따라간 홍순언이란 사람이였다. 어릴적에 의주의 압록강변에 살면서 중국애들과 압록강에 뛰여들어 함께 미역도 감고 물싸움도 하면서 중국말에 익숙해진 그는 나라에서 중국어통역을 모집하는 시험에 참가하여 장원급제를 하고 사신을 따라 명나라로 갔었다.그와 함께 간 통역으로 김통사라는 중늙은이가 있었는데 해마다 북경을 다녀오면서 몰래 장사를 하여 큰 돈을 벌었었다. 
김통사는 명나라의 수도에 오면 마치 제집같이 떠돌아다니였다. 그는 통역할 일이 없는 날은에는 장사를 하거나 청루를 드나들었다. 북경에 도착한 첫날 사신들은 별 행사가 없어서 자유시간을 가졌다.김통사는 홍통사를 보고 북경에 왔으니 청루구경을 하자며 꼬드겼다. 청루라는 데는 티끌만한 흥미도 없어서 김통사를 보내놓고 숙소에 홀로 남은 홍순언은 숙소에서 저녁을 지내려니 너무 지루하였다.명나라의 수도에 왔는데 집안에 박혀 있어서야 될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 홍통사는   거리구경을 나왔다. 번화한 거리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그는 그만 숙소로 돌아오는 길을 잊어버렸다.여기저기를 헤매던 그는 한 청루앞에 이르렀는데 청루앞에는 <일숙천금>이란 글을 쓴 광고가 붙어있고 그 옆에는 절세가인의 화상이 걸려있었다.
도대체 어떤 녀인이기에 몸값이 이다지도 비쌀가? 호기심이 부쩍 동한 그는 청루안을 찾아갔다. 한 젊은 몸종이 그를 반겨맞아주었다. 그는 이 몸종을 보고 어떤 녀자가 몸을 팔기에 몸값이 이렇게도 비싼가고 물었다. 그 몸종은 지금 몸을 팔려는 녀인은 나라의 재상 아무개의 무남독녀라고 하면서 재상이 실수를 하여 국고의 돈을 옮겨썼다가 제때에 갚지 못하고 발각되여 관직을 박탈당하고 지금 옥에 갇혀있다는것이였다.나라에서는 정승댁에서 그 돈을 제 기한내에 갚으면 옥에서 무사히 풀려나올수 있다고하여 재상의 천금소저가 가산을 모조리 처분했지만 그래도  돈 천량이 모자란다는것이였다. 천냥빚을 갚지 못하면 년로다병한 아버지가 옥살이를 하다가 옥사할 위험이 열에 아홉인데 깊디깊은 규중에서 살면서 외계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소저녀 천냥빚을 갚을 기한이 사흘밖에 남지 않자 부득불 자신의 천금같은 옥체를 팔더라도 아버지만은 구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일숙천금>이란 방을 걸어놓고 옹근 이틀밤낮을 기다렸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그렇다고 몸값을 조금이라도 낮출수는 없는 처지였다. 몸종은 오늘저녁이 소저가 아버지를 구할 마지막 고비이라고 말하였다.
그 말을 홍순언은 무심코 들을수가 없었다.그녀를 불구덩이에서 구해주고싶은 동정심이 가슴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는 소저의 몸종을 보고 자기가 천금을 내여 소저의 부친을 구해내겠다고 장담하면서 당장 인력거꾼을 불러달라고 분부하였다.
 인력거를 타고 사신들이 머무는 숙소에 돌아온 홍통사가 자기의 려비로 가져온 돈에다가 김통사가 장사밑천으로 쓰려고 가져온 돈까지 몽땅 터니 가까스로 천냥 돈이 되였다. 그는 다시 인력거를 타고 청루를 찾아가서 천량돈을  재상의 따님에게 주고 돌아서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청루를 나왔다.
 통역을 하는데 쓰라는 경비와 김통사의 장사밑천을 젊은 혈기에 누구의 허락도 없이 다써버린 그는 당장 부닥칠  일이 두려웠다. 
그는 김통사가 돌아오기전에 급히 숙소를 나와버렸다. 부랴부랴 북경을 떠난 그는 손에 돈 한푼 지닌게 없어서 풍찬로숙을 하며 수천리길을 걷고걸어서 20여일만에 조선땅에 돌아왔다. 그러나 통역의 임무는 수행하지 않고 나라에 죄를 지은 그는 관가에서  잡으러 올까봐 집에 있을수 없었다.그는 깊은 산속에 들어가서 움집을 지어놓고 늙은 어머니를 모셔와서 나무를 해다팔아  이날이때까지 근근득식을 하고있었다.
대국에서 군권을 잡고있는 병부상서 석성이 일개 통역을 찾는다는 말에 리항복은 집히는데가 있어서 전국각지에 방을 붙여 홍순언을 찾았다. 
나무를 팔러 시내에 들어왔다가 나라에서 자기에게 죄를 묻지 않고 오히려 중용하련다는 방을 본 홍순언은 반신반의하며 의주로 돌아왔다. 홍순언이 조정을 찾아오자 리항복은 그를 반겨맞으면서 명나라에 갔다가 도망친 사유를 물었다. 홍순언이 여차여차했다는 말을 듣고난 리항복은 기뻐서 홍순언을 보고 참으로 착한 일을 했다며 크게  치하하고나서 이번에 명나라에 다시 통역으로 보낼테니 북경에 도착하면 반드시 어떻게 어떻게 처사해야한다고 차근차근 일러주었다.
명나라에서 조선에 대한 의심이 풀렸기에 조선정부에서는 안심하고 지충주부사 정곤수를 명나라에 사신으로 파견하여 지원병을 청하기로 하였다.
조선사신이 북경에서 십리밖에 이르렀을 때 명나라조정에서는 관원들을 파견하여 환영하였다. 실로 력사이래 있어본적이 없는 례우였다. 명나라의 영접사는 그들을 만나자 대뜸 홍통사부터 찾았다.  그들은 조선사신과는 겉인사만 하고나서 인차 가져온 가마에 홍통사를 모셔가지고 북경시가지를 한참동안 달리더니 어느 골목에 있는 솟을대문안으로 들어갔다. 홍순언은 얼핏 보기만해도 으리으리한게 마치 궁전에 온것만 같아 꿈인지 생시인지 어리벙벙하였다.
이윽고 집안에서 한 귀부인이 하인의 부축을 받으며 련보로 뜰에 걸어나오더니 홍통사가 탄 가마앞에 이르러 큰소리로 말하였다.
“은인어르신, 소녀의 절을 받으세요.”
귀부인은 뜰에 비단요를 편 뒤 그우에 엎드려서서 홍순언에게 공손이 절을 올리고나서 연신 은인이라 부르더니 화려한 객실로 안내했다. 
그 귀부인은 바로 십여년전에 홍순언이 구해준 재상의 무남독녀였다. 그녀는 홍통사가 주는 돈을 보태서 옥에 갇힌 아버지를 구해내고 이듬해에 대가집으로 시집을 갔는데  그 남편 석성이 크게 승진해서 오늘날엔 병부상서라는 높은 관직에 올랐다는 것이였다.
저녁에 석성내외는 산해진미로 연회를 베풀고 홍순언을 좌상에 모시고고서 재생은인을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 하였다. 
홍순언은 난생 처음 보는 진수성찬이라 침이 목구멍으로 꼴깍꼴깍 넘어갔지만 조정을 떠날때 리항복대감이 한 당부를 명심하고 가까스로 참았다.그가 한사코 사양하며 수절을 들지 않자 석성내외는 놀라 도대체 어이된 영문인가고 물었다.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한 홍순언이 입을 열었다.
“이 홍아무개는 명나라에 청병을 성공시키라는 임금의 명을 받고 온 일개 사신의 통역에 불과한데  사명도 완수하기 전에 사적으로 이런 륭성한 대접을 받는것은 임금을 욕되게 하는 일입니다.참혹한 전쟁마당에 계시는 우리나라의 임금님께서도 맛보시지 못한 진수성찬을 내가 먹는다는것은 죄중에 죄가 되는 일이기에 수절을 들수 없으니 량해해주시오.”
홍순언이 수저를 들지 않고 물러앉자 그의 하늘에 사무치는 충심과 의리에 크게 감동된 석성은 래일 황제에게 진언하여 꼭 조선에 파병할수 있도록 하겠노라고 장담하였다.
이튿날 명나라 조정에서는 조선에 대한 파병문제를 두고 동의하는 신하와 반대하는 신하들 사이에서 쟁론이 치렬하게 벌어졌다.이때 조선사람한테 큰 은혜를 입은 병부상서 석성이 나서서 자기의 립장을 천명했다.
“동양 오랑캐는 우리나라를 넘본지 오래되였습니다.속담에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고 했습니다.우리가 출병하여 조선을 도우면 본토에서의 전쟁을 피면할수 있고 또 우리나라를 지킬수 있는 가장 좋은 방도라는것은 삼척동자도 알수 있는 도리인데 무엇을 더 우려할것이 있겠습니까?”
석성의 말에 도리가 있다고 생각한 명나라 황제는 결단을 내리고 대군을 조선에 파하는데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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