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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기인 정치가 리항복 28) 말하는 송장
2015년 12월 24일 13시 11분  조회:1478  추천:0  작성자: 옛날옛적
 28. 말하는 송장
며칠뒤 남방에서 전라도 순찰사로 파견되여갔던 권률장군한테서 장계가 올라왔다.
권률장군은 선조 15년에 과거에 급제하여 례조좌랑,호조정랑 등 벼슬을 지내였고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광주목사로 임명되였는데 군병을 모집하여 방어사 곽영의 지휘를 받았었다. 룡인싸움에서 왜적에게 패하자 그는 다시 광주에 가서 천여명의 군사를 모집하여 남원싸움에서 적을 대파하고 라주목사를 제수받았는데 부임하기전에 전라도 순찰사로 임명되였다.그는 전주에서 병사 만여명을 거느리고 수원 독산(秃山)에 진을 치고 적들의 서진(西进)을 막고있다는 것이였다.
“권률장군은 참으로 대단한 충신이오.”
선조왕은 장계를 읽고나서 기쁨을 금하지 못하였다.그는 내시를 시켜 권률장군에게 어검을 하사하게 한 뒤 그더러 군률을 더욱 엄정히 다스릴것을 당부하였다.
이 반가운 소식을 가져온 병사는 나이가 겨우 십칠세밖에 되지 않는 정충신이라는 젊은이였다.정충신은 고려때의 무장 정지의 후손으로서 권률이 군사를 모집하자 응하여 참군한 뒤 권률장군의 휘하에서 용감하게 싸워 많은 적의 머리를 배내여 권률장군의 두터운 신임과 사랑을 받는 군인이였다.
리항복은 도처에 왜적들이 욱실거리는데 천리 먼길을 홀로 적의 이목을 피하면서 지혜롭게 조정을 찾아온 이 젊은이의 용기와 지혜에 크게 놀랐다.
선조왕도 정충신이 나라의 유용한 인재감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고 그를 리항복에게 맡기면서 반드시 훌륭한 인재로 배양하라고 당부하였다.
리항복은 자기 장인이신 권률장군의 휘하에서 용맹을 떨친 청년군인 정충신을 친동생같이 사랑하면서 그를 문무가 겸전한 걸출한 인재로 배양하기 위해 로심초사하였다.그는 낮에는 정충신에게 병법과 무예를 배워주고 밤이면 치국의 도리를 일깨워주었다.남달리 총명하고 향학열이 강한 정충신은 무엇이든 배워주면 그
즉시 익혀내군하였다.
 
                     정충신의 영정
어느날 리항복은 정충신의 담력을 시험해보려고 그를 관청에 불러놓고 분부했다.
“아무아무곳에 내가 잘아는 사람이 있는데 전가족이 몰살을 당했다네.자네가 오늘밤에 그곳에 가서 시체를 렴습해주게. 날이 밝으면 내가 사람을 보내서 매장하려 고하네.렴습할 때 쓸 상포는 곳간에 있으니 몇필을 가져가게.”
“그리하겠습니다.대감.”
정충신은 리항복에게 인사를 하고 나온 뒤 바로 곳간에 가서 렴습에 쓸 상포를 몇필 타가지고 밤중에 지정한 곳으로 갔다.그가 시체가 있는 집의 문을 여니 송장이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그는 관솔에다 불을 붙여놓고 희미한 불빛을 빌어 시체를 하나하나 렴습했다. 
마직막 한구의 시체만 남았을 때 졸지에 음산한 바람이 획 불더니 관솔불이 꺼져서 집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그가 다시 관솔에 불을 붙이려고하는데 어둠속에서 시커먼 <송장> 하나가 벅떡 일어나 앉더니 주먹으로 정충신의 면상을 탁 쳤다. 일반 사람같으면 기절초풍을 할것이지만 호랑이담을 지닌 정충신은 놀라는 기색이 없이 태연하게 그 <시체>를 안아눕히면서 엄숙하게 말하였다.
“너 귀신은 사불범정(邪不犯正)을 모르느냐? 너와 나는 유명을 달리하고있는데 네가 나를 건드린다는게 어디 될 일이냐?”
“하하하하.” <송장>이 껄껄 웃었다.
이때  홰불을 든 병사 수십명이 달려와서 집을 포위하더니 고래고래 호통쳤다.
    “저기 집안에 시체를 훔치러 온 도적놈이 숨어있으니 들어가서 당장 잡아내오너라!”
“예이.”
밖에서 나는 말소리를 들은 정충신은 너무도 어이가 없어서 밖에 나가 군사들과 시비를 걸려고하였다.이때 아직 렴습을 하지 못한 그 <송장>이 정충신의 다리를 잡으면서  권고했다.
“어서 뒤봉창을 뚫고 밖으로 달아나오.”
그러나 정충신은 추호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이 당당하게 버티고서서 밖을 향해 호통을 쳤다.
“나는 리항복대감의 명을 받고 렴습하러 온 정충신이란 사람이다.이제 렴습이 곧  끝나가니 어서 들어와서 이미 렴습한 시체를 날라다 매장하여라!”
그러자 <송장>이 벌떡 일어나서 정충신의 어깨를 치면서 칭찬했다.
“자네 밤새 수고가 많았네. 이젠 돌아가서 푹 쉬게나.”
정충신이 말소리를 들고보니 그 <송장>은 분명히 오성대감 리항복이였다.
리항복은 정충신이 시체에 감을 천을 가지러 간 사이에 말을 몰아 시체가 있는 집에 먼저 도착하여  정충신이 당도할 무렵에 방 웃목에 가서 누워있었던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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