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후배에게 넘겨준 마지막 선물
무오년(戊午年:1618년) 정월, 리항복은 머나먼 류배길에 오르게 되였다.그는 이번에 먼 북방으로 류배되여 가면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못하리라는것을 스스로 헤아리고 있었다. 그는 집안사람들에게 명하여 의복과 이불과 죽었을 때 렴습하는데 쓸 물건을 일일이 챙기게 해서 스스로 휴대하였다.그리고 여러 자식들을 불러 앉히고나서 조용히 분부했다.
“나는 나라의 대신으로서 임금을 도와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하였으니 실로 죽을 죄를 지었도다.내가 죽은 뒤에 조의(朝衣)로 렴(敛)을 하지 말고 심의(深衣예전에, 높은 선비들이 입던 웃옷,대개 흰 베로 두루마기 모양으로 만들며, 소매를 넓게 하고 검은 비단으로 가를 둘렀다)와 대대(大带)만을 사용하거라.”
“아버님, 부디 몸 조심하고 잘 다녀오십시오.”
리항복이 류배길에 오르는 날, 친지들이며 문하생들이 몰려와서 눈물을 흘리면서 그를 배웅하였다. 이제 한번 가면 어느 때 돌아올지 기약없는 류배길이건만 리항복은 아주 태연자약하였다. 이때 참판직에 있다가 대북파들에 의해 파직당한 문하생 김류가 달려왔다.
백사는 자기의 후계자로 배양하던 김류를 보자 기쁨을 금치 못하였다.
“어서 오게. 나는 자네를 못만나보고 떠나게 될까봐 걱정했었네. 이걸 댁에 가지고가서 벽에다 정중하게 걸어놓게.”
김류가 스승의 선물을 받아보니 <<류하계마도(柳下系马图)>>라는 족자였다.
수양버들아래에 말 한필이 매여있는 이 그림은 수준이 별로 높지 않았고 화체와
락관(落款)이 없어서 족자를 그린 사람이 어느 누구인지 알수가 없었다.
“대감, 이 족자는 어느 분의 작품입니까?”
김류의 물음에 리항복은 빙그레 웃으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난 정미년에 선대왕께서 지병으로 계실 때 나는 한음, 류영경 등과 함께 대전
약방에 갔었네. 내시와 별감이 찾아와서 전하께서 우리를 부르신다기에 올라갔
더니 의창, 인성 등 왕자들과 릉양, 릉창 등 왕손들이 병실에 둘러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네. 서화를 즐기시는 선대왕께서는 왕자왕손들이 그림그리는
모습을 감상하시면서 모진 통증을 간신히 참으셨다네. 왕자왕손들이 그림을 다
그리자 선대왕께선 우리더러 맘에 드는 그림을 한장씩 골라 가지라고 하셨네. 지금 이 족자가 어느 왕자왕손의 소작인지 자네한테 알려줄 수는 없네만 사랑방에 고이 모셔두면 장차 큰 쓸모가 있을걸세.”
년로한 백사 리항복은 류배간 뒤 몇해 만에 불행히 적소에서 사망했다. 5~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김류는 변장한 포졸들이 미행하며 그의 일거일동을 감시한다는 것을 알고 날마다 집안에서 글만 읽으며 반정할 기회를 기다렸다. 어느날 그는 시우들의 초청에 못이겨 집을 나섰는데 얼마뒤에 천둥이 울고 소나기가 쏟아졌다.
아침에 김류댁의 시녀가 이웃집에 심부름갔다가 돌아오니 상복을 입은 웬
사람이 대문처마밑에 서서 비를 끊고있었다. 시녀가 집안에 들어가서 마님에게
이 사실을 아뢰자 마님이 분부했다.
“어서 그 손님을 사랑으로 모셔오너라.”
“나으리께서 안계시는데 어떻게…”
“귀한 손님이니 어서 사랑방으로 모셔들여라.”
상복입은 사람이 시녀를 따라 사랑방으로 들어갈 때 부인은 손님의 상을
훔쳐보았다. 신통하게도 손님은 부인이 어제밤 꿈에 본 바로 그사람이였다
. (어제밤에는 룡포를 걸쳤더니 오늘은 상복을 입고계시는구나.). 간밤의 꿈이 아주 령험하다고 생각한 부인은 비록 가군이 댁에 없었지만 하인을 시켜 장에 가서
고기, 생선 등을 사와 점심상을 마련하게 하였다.
이윽고 김류가 집에 돌아왔다. 그는 내키지 않는 걸음을 했다가 소나기가 멎지 않자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였다.
“여보, 오늘 웬 손님이 오셨소?”
“네, 아주 귀한 손님이 찾아오셨어요.” 부인 류씨는 전날밤에 자기가 꾼 이상한
꿈을 이야기하고나서 바로 그 꿈에 본 손님이 집에 찾아왔다고 아뢰였다.
의관을 정제하고 사랑방 문을 연 김류는 방안에 앉아있는 손님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상복을 입고있는 손님은 바로 선조대왕의 손자인 릉양군(绫阳君)이였다.
“릉양군께서 어이 한사에 들렸소이까?”
사랑방에 정히 앉아서 벽에 걸린 족자에 정신을 팔던 릉양군은 김류를 보고
말하였다.
“친상을 당해 산소를 택하려고 삼청동 지술사를 찾아가던 중 비를 끊느라 잠시
댁에 들렸소. 그런데 이 족자가 어인고로 댁에 와있는고? 출처가 하도 궁금해서
떠나지 않고 당신을 기다리던 중이였소.”
“아, 그렇소이까? 이 족자는 오성대감께서 류배가실 때 하관에게 선물한 것이옵니다. 대감께서는 이 족자를 사랑방 벽에 정히 모셔놓고 때를 기다리면 족자의 주인이 반드시 나타나실게라고 말씀했소이다. “
“오성대감은 실로 기인이시요. 대감께선 이 족자로 우리 두사람에게 특이한
인연을 맺어줬구료.. 선대왕께서 병상에 계실 때 하루는 우리 왕자왕손들을
불러놓고 그림을 그리라고 하셨었소. 우리들이 그린 서화가운데서 내가 그린 이
그림이 제일 보잘것 없었는데 백사께서는 나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의미있게
웃으시면서 이 그림을 택하셨는데 깊은 뜻이 숨어있었구료.”
광해군의 정권을 뒤엎을 반정을 꿈꾸며 기회를 못찾아서 가슴을 저미던 김류는
스승이신 백사가 최후로 선물한 신비한 족자와 부인이 꾼 꿈덕으로 오매에도
그리던 릉양군을 만나게 되였으니 실로 호랑이의 어께에 날개를 단 셈이였다.
김류는 리귀, 원두표, 리시백 등 반대파들의 힘을 모아 광해군을 몰아내고 릉양군을 왕위에 추대하였는데 그가 바로 조선조 제 16대왕인 인조대왕이다. 원견성이 풍부한 백사 리항복은 광해군이 왕위를 지키지 못하고 퇴위당할 것과 릉양군이 장차 보위에 오를 것까지 내다보고 자기와 뜻이 맞은 미더운 후배에게 최후로 족자를 선물했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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