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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별곡( 1990년대)
2012년 09월 24일 17시 34분
조회:9342
추천:2
작성자: 최균선
인생별곡 (1990 년대)
백두여, 동해여!
하늘을 떠받치고 천년,
만년을 웅위한 백두야
올라도 딛고도 마음엔
마냥 높아있는 성산아
언제나 성스런 웅좌여!
단군님 그정신 기리여
경건히 옷깃을 여미면
가슴도 뜨거워 끓누나
동해여 너를 마주하면
가슴도 푸르게 열리여
격정의 파도 일렁이고
희망의 돛배 둥실뜬다
바다에 찬가를 띄우면
내마음 풍선이 된다만
여기 한그루 나무처럼
백두에 뿌리박고 살리
1990년 7월 18일
작은 언덕에서
바람결 맑고 정다워라
가을의 휘파람소리에
과원의 숲이 설레는데
사과는 얼굴만 붉구나
혈기도 뜨겁던 내청춘은
익기전의 저 풋사과처럼
새콤달콤 별맛이긴 했건만
지금은 익었는가 조으는가
작은 언덕길 굽이굽이에
게으른 가을볕이 호듯호듯
길가던 나도 해나른 자고싶네
황혼의 상념을 높이 베고누워
1990년 10월 20일
부슬비 내리여
부슬부슬 실실이
내리는 부슬비는
이국땅에 당신의
애모쁜 눈물인가
돈내에 천애일방
헤매지는 말아주오
한푼이라도 더번다고
부디 애간장 태우지마
비난수하는 내마음에
하염없는 눈물이 솟아
떨어진다오 부슬부슬
부슬비처럼 줄줄이 내리여…
1992년 7월 3일
눈내리는 날은
눈이 내리네. 모아산
고개의 길 아스라하니
눈내리여 하좋은 날은
젊어서 걷고싶은 날이요
은빛ㅡ백설세계속에서
색바랜 계절을 읽으며
하얗게 마음을 털어내고
감회가득 채우는 날이요
송이송이 하늘의 축복인듯
눈꽃이 내리여 하얀날에는
숫눈길 나혼자 즈려밟으며
스스로를 찍고싶은 날이요
1992년 12월 3일
취중시
모두다 취하는데 나도 취해야지
시대의 증인이 나서서 굽어보면
더부살이 하는듯 불안을 안고
휘청거리는 내가 가소로우리
진실한 말이 그리도 힘이드냐?
작은눈을 똑바로 크게 뜨고서
고개를 기웃기웃 바라보느라니
잡념이 네거리 좁다고 활개치네
래일에나 모레에나 언젠가는
심장을 저 한지에 걸어놓고
진실한 소리를 토해내야겠지
나는 바보처럼 늘 솔직하노라!
한겨울 차디찬 빙설천리에
삭막한 인정의 골목골목들에
밤바람 취기를 쫓아오며 분다
후욱-단김이 랭기를 녹여준다
1992년 12월 29일
고향산별곡
비암동 아침안개 실실이
머리풀고 하늘에 오르는데
일송정 정자가에 홀로앉으니
흘러간 사향가 부른듯 달려와라
산기슭 저 아래 짝짜그르르
동심이 날아오르며 터치는
햇살같이 반가운 웃음소리
호을호을 아지랑이 같아라
소나무숲 술렁이기 시작하고
새아침을 물고 날아온 산새들
포르르, 포르릉 연록의 가지에
진주이슬 털어내고 날아오르네
활짝 펼친 동심의 나래밑에는
높은산 험한봉이 따로 없는듯
야호ㅡ고향산을 흔드는 메아리
칼바위의 천년고독을 쫓아내라
1993년 5. 25
석별의 전야
짧디짧은 여름밤에
긴- 이야기 한마당
다한듯 끝나지 않고
끝남에 다시 이어지는…
짧았던가? 길었던가?
세개의 춘하추동에
문학도의 그 정성이
만리성을 쌓았더랬지
별은별은 저하늘 수놓고
침묵속에 묵결은 은하수마냥
석별의 전야를 적셔가는데
사제의 정은 찐더워 좋아라
가슴불타던 너 문학도야
네가는 걸음걸음 축복의 꽃
자국자국 글꽃으로 피여나서
세월과 더불어 네인생을 빛내라.
1993년 6월 30일
인생삽곡
인생의 그봄날에
생명의 푸른잎이
어느새 락엽지여
석양에 불타는가
갈길은 촉급해도
마음엔 먼길이여
삭풍에 시린가슴
가을로 풍성하다
봄날이 다시오고
꽃피여 웃는듯이
인생의 찐한향기
황혼에 느끼노라
1994년 10월 12일
친구야, 묻지마
친구야 혹여 내집이 어디냐 묻지마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내집은 어디?
뒤골목 골목골목에 세놓는 집이라면
내가 들어사는 가택인지 아지트인지
세집살이 못해본 사람이야 어이알리
배고픈 설음버금이 집없는 설음인줄,
층집은 줄줄이 일어서고 빈집많아도
내가들어 살집은 어디에도 없었노라
산새도 황혼물고 제깃을 찾아날건만
셋방에 신물나 뉘집헛간도 욕심내는
도시의 떠돌이 나그네 하나둘셋이랴
불공평 공평이라 말씀들은 있더라만…
1996년 10월 20일
인생의 오선보
비내려 울적한 날이거든
구름뒤 벽공을 그려보라
마음이 한결더 가벼워져
열심히 살고픈 생각나리
눈보라 성내는 한겨울날
맘속에 고드름 맺힐때면
새봄의 언덕을 그려보라
훈향에 새희망 움트리라
속상한 고달픈 인생이면
미래의 오선보 그려보라
허무한 맘속에 깃을트는
행운이 미소를 보내리라
1996년 5월 20일
시조 3 수
노마도 시운타면 준마인 세월인듸
소등에 올라타고 준마는 짐을끄니
두어라, 천리먼길을 언제가려 하느니
돌이야 석수쟁이 정끝에 달렸지야
썩박돌 맷돌된들 아쉬움 있으리만
옥돌로 절구를 파면 싱겁쟁이 아니랴
쓴약이 병약인줄 스스로 알면서도
사람들 단술만을 즐기니 인습인가
苦尽에 甘来라더만 나는몰라 하노라
1996. 12.11
정한(情恨)
천년의 정인들
만년의 한인들
무상한 목숨에
영구히 새기랴
정이란 락화요
한이란 류수라
세월은 흐르고
관용이 오리라
1998년 5월 4일
그래도…
그한번 불귀객 될것인데
축재에 한목숨 걸었느냐
렴결은 돈으로 못사는데
우사모 지천에 널렸구나
썩어서 성한데 한곳없어
비정도 놀라서 개탄할제
법망을 새여나 산다만은
그래도 自首律 좋으리라
1998 년 1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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