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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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가난이 죄인가?
2014년 09월 27일 07시 00분  조회:6071  추천:1  작성자: 최균선
                              가난이 죄인가?
 
                                  최 균 선
 
   “가난이 죄이다”라는 말은 어섯눈이 떠서 제일 먼저 기억한 속담이다. 개구장이 시절, 그날도 강추위에 코물눈물 흘리면서 해란강 얼음판에서 썰매를 타느라 해를 지우는데 옷차림이 람루한 한 할아버지가 지게에 땔나무를 가득지고 룡강촌앞 얼음 강판을 조심조심 걸어왔다. 일송정 어디쯤에서 해지고 시내쪽으로 가는듯싶었다. 그런데 그때 몇몇 청년들이 길을 막아나섰다. 지금 생각하면 민병들인것같았다. 남의 산에서 나무를 하면 안되니 부리워놓으라고 했다. 령감님은 쪽지게를 진채 사정사정했다. 그래도 마을형님들은 막무가내였다.
   어린나인지라 그렇게 하는게 옳은지는 몰랐으나 내할아버지같은 분이 참 안됐다싶은 생각만 들었다. 령감님은 나중에《후유, 가난이 죄로구나, 어쩜 이리도 인정사정 없으시유?》하고 락루하시던 모습이 왜 그리도 처절하게 느껴졌던지…그때 마음에 새겨진 말을 나도 반평생나마 가난에 쪼들리며 절실하게 느껴보았다.
   가난이 정말 죄인가? 빈부차이가 개개인의 노력과 능력탓이라면 우리는 그 차이를 구태여 나쁜것이라고 비판할 근거가 없게 된다. 오히려 그러한 불평등을 장려할 필요마저 있을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빈부의 격차란 사람의 노력과 능력에 별로 상관없이 생기고 번져지기도 한다. 바로 여기에서 사회문제가 제기되는것이다.
   돌이켜보면 8억인구에서 5억이 농민이였을 때, 대강남북, 신주대지 어디에 농민들이나 다 째지게 가난하였다. 그래도 죄라면 5억농민 모두가 죄인이고 가난할수록 영광스럽다던 말은 당나발이 된다. 그때는 가난이 절대적으로 개인문제가 아니였다. 모두가 평등하게 가난한것은 그때의 체제,구조적인 괴리의 결과물이요, 력사적문제였다. 그렇다면 가난은 더구나 죄로 성립되지 않는다.
   가난이 정당하였다면 가난은 원한의 씨앗이 되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위안의 계기가 된다. 허황하던 그 시대에는 평등하게 가난하게 사는것이 기본가치관이였다. 다 가난하였기에 혼자 억울해 할 일도 아니였다. 가난은 중국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의 양태가 되여버렸다. 마치 흔해빠진 공기이기때문에 그것의 존재를 특별히 의식하지 못하듯이 가난도 한과 분노의 계기가 될 리유가 없었다는 설명이 되겠다.
   황차 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한다고 함에랴, 오래동안 가난한 국토에서 국민들은 이 속담이 자아위안으로 됐을수도 있다. 이래저래 모순률에서 벗어날수 없다. 그때의 취향으로 된 가난은 자랑스럽고 가난하되 행복을 추구해야 하고 가난을 물리쳐야 하되 가난한 사람은 수치스럽지 않다는 자가당착이 진리인듯 외워졌다.
    “저주”의 구사회에서는 세습에 따라 부자에 속하기도 하고 빈자에 속하기도 했다. 그 경우, 개인의 능력, 근면, 융통성으로 가난할수밖에 없었겠으나 시대가 바뀌니 화복이 뒤바뀌였다. 부자들을 때려엎고 청산하여 나누어가지는게 새 세계를 창조하는 장거였다. 빈고농일수록 영광이였다. 력사야말로 얼마나 엉터리없는 롱담을 하는가?
    여기서 가난문제가 더구나 난제가 된다. 왜 가난을 해소해야 되는것인가? 가난은 부자와 강자들에 의해 조성되거나 더 악화되는 까닭에 가난하다는 해석은 1+1=2라 는 산수식처럼 쉽게 깨치지만 새 시대에 와서도 가난하고 약한 자들의 처지에서 볼 때 빈부의 차가 공공연히 구조화되고 제도에 의해 밑받침되고 있으니 가난은 다시 수치스러운 일로 락인찍히고 있지 않는가?
   예나제나 선택된 자들이 횡행하는 한 그런 사회환경에서는 아무리 능력이 있고 근로하여도 가난을 극복하기란 하늘에 별따기이다. 부자는 거의 구조적기득권때문에 엄청난 우세로 승승장구하지만 빈자는 숙명인양 렬세에 처해 버둥거릴 수밖에 없다. 지금 돌아가는 세상일을 보면《근로치부》란 거꾸로 되였기에 반신반의하게 할뿐이다. 항간에 류행어로 돈이 돈을 벌고 가난이 가난을 새끼치는 결과가 지속될수밖에 없다.
   아흔아홉가진 놈이 한개 가진놈걸 빼앗아 백개 채운다는 속담은 동서고금의 진리중에 진리이다. 사람은 경제적으로 넉넉해지면 탐욕으로부터 해탈되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탐욕적이 된다.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더욱 걸걸한다. 더많이 갖고싶은 욕망은 마침내 남의것도 빼앗아야겠다는 탐욕으로 번진다. 권력은 부패하며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말과 같이 부는 썩고 거부(巨富)는 더구나 크게 썩기 마련이다. 오늘날 이것이 진실로 되여지고 있지않는가?
   잘산다는것은 반드시 물질적으로 풍요하게 산다는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들 말한다.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만 탐욕스럽기때문에 더 동물스럽게 살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부자들의 론리가 아니다. 옛날에는 마음을 비우고 살라는 교훈대로 탐욕을 낳는 부로부터 자신을 회피하려고 애쓴 사람이 간혹 있었을게다. 그들은 가난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값있게 산다는것이 반드시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사는것이 아니라고 반증하려 하였을게다.
    자연의 모든 기능은 놀랍도록 목적의도적이 아니라 순리로  진행되는 법칙일뿐이다. 인간은 이 세상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태여나지 않았다. 그러나 후천적으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살아간다. 바로 부자가 되는것이다. 요즘처럼 한결같이 잘살아보자고 아득바득할 때 자발적으로 가난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보일것이다. 일확천금을 꿈꾸지않는 사람은 지금 세상에 태여나지도 않는다 정말 자발적으로 가난을 껴안는자는 어쩔수 없이 가난하기때문이고 또 실제로 그냥 가난하게 살다말것이다. 그런데 세상사는 자신의 기대처럼 되는 일이 많지 않기에 인생이 허무한것이다.
   서로 불신하고 경쟁하고 삼키려한다면 정말 치부의 궁극적목적이 무엇인지 모호해진다. 이러한 비정한 시대보다는 모두 고루고루 어렵게 살던 그때가 훨씬 인간다운 사회라는 생각이 들게도 한다. 그렇게 골고루 가난하게 살때는 남의 돈가방을 넘보거나 창문을 뜯고 도적질하고 큰거리에서 강탈하는 일이 비일비재는 아니였다.
    전하는데 의하면 “인류의 량심”이라 불리우고 노벨평화상 획득자인 테헤란의 수녀가 중국의 이런 불편한 진실을 투시하고 “가난한 사람중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겠다고 요청했으나 “중국에는 가난뱅이가 없다.”는 리유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불편한 진실을 투시하는 그녀의 시선은 우리와 차원이 달랐는가? 그녀에게 있어서는 “빈궁”이라는 개념에 대한 우리들의 리해보다 더 넓고 깊은바 이것은 단순한 문화관념의 차이에서 기인된것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중에는 선한 사람들이 많은데 왜 잘사는 사람중에 부처님은 오히려 적을가? 하고 자문한다면 필경 우문이 될게다. 잘살수록 더 공격적이고 자기중심주의적이듯이 잘사는 강대국일수록 더 침략적이라는것은 무엇을 실증하는가? 하기야 인류가 골고루 가난하게 사는 사회나, 모두 골고루 잘사는 대동세계가 나타나본적이 없었으니 이렇게 모순투성이 사회로 나가는것이 그런대로 정상일지 모르겠다. 해답이 묘연하니 김삿갓님의 한시를 도깨비 여울건너는 소리로 다시 외워본다.

                                 地上有仙仙見富   人間無罪罪有貧
                                 莫道貧富別有種   貧者還富富還貧     
                                (지상에 신선이 있으니 부자가 신선일세.
                                 인간에겐 죄가 없으니 가난이 죄일세.
                                 가난과 부자가 따로 있다고 말하지 말게나. )
 
                                                       2012년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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