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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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락
2015년 03월 29일 09시 15분  조회:4911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식 도 락
 
    유교적관념에서 일컫는 5복《(수,부, 강, 녕, 유효덕, 고종명(寿,富,康宁,攸,好德,考终命)》가운데 어찌하여 식복(食福)이 들지 못했는지 알수 없으나《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이 있는것을 보나 고서에《민이식위천(民以食为天)》이라 씌여진 것을 보거나《만복의 배우에서 머리가 즐겁게 웃누나》는 외국의 속담이 있는것을 보면 동서고금 억만창생들이《식》을 으뜸으로 여기지 않았느냐 싶으며 그속에 담긴 식도락(食道乐)인즉 곧 제일가는 락이 아니겠냐고 생각해본다.
    저 먼 아라비야에서는 책과 녀인의 가슴과 말잔등에 세가지 인간락이 있다고 하지만 인간이 먹기 위해 살지는 않는다손쳐도 생명보존의 제일법칙인즉 곧 식이니만큼 그외의것은 다 여건에 속한다고 해야 할것이다.
    그런데 서투른 이 글을 끄적거려보는 순간에도 지구촌 어디에선가는 굶주림에 목숨을 넘기는 비참한 생령들이 많고도 많을테니 조물주가 인간에게 골고루 식복을 하사한건 아닌것같다. 게다가 식복이란 잘살고 못살고 하는것과 마찬가지로 반복무상하고 변화다단하여 한사람에게서 없다가도 오는 법이기도 하니까. 한나라가 국태민안(国泰民安)하고 풍의족식하면 국민도 식도락을 누릴것이요, 한집안이 유족하면 하루 세끼 식복이 흐를것이니 더는 말고라도 이 나라에서 살아온 동년배들이면 저마다 식도락의 절실함을 체험했을것이다. 말하자면 1960년대초 그 어렵던 세월에 대식품으로 연명해오면서도 혀만은 살아서 머리속에 만백가지《식도락》을 누려보던 그 눈물겨웁던 때를 잊지 않고있을것이다.
    말이 났으니 정녕 식도락이란 무엇이냐? 이발과 손톱으로 생고기를 찢어 기아를 말려야 하던 원시인들의《식도락》과 익은 고기를 포그로 찍어서 금준미주를 안주하 면서 배에 곱을 올리는 현대미식가들의 식도락과는 천양지차겠지만 아무튼 식도락은 식도락이렸다. 하기야 지간막을 먹는답시고 수백마리 오리를 잡아들이라 호령하던 지고무상의 자희태후가 진짜 식도락을 누렸겠지만 아무튼 사람은 제나름의 식도락이 있을것이고 또 그멋에 주눅이 들지 않고 사는지 모르겠다.
    집 떠나 타향천리에서 돈을 버느라 아글타글하는 관내사나이들이 공사장 여기저기에서 앉은채로, 선채로 목이메게 거친 음식을 먹는 모습을 일별할 때마다 열여덟 한창때에 고동하목재판에서 생활개선을 한답시고 나누어준 서근 찰떡을 소금가루에 묻혀 우겨대던 자신이 돌이켜져 남의 일같지 않고 중학시절 학교를 가다말고 온얼굴에 검댕이칠을 하며 콩서리를 하던 그때의《식도락》이 되새겨지기는 하지만 밀림의 긴 겨울밤 배고픔을 참을수 없어 난로불에 두병쪼각을 구워먹으며 느끼던《천하일미 의 식도락》은 더는 찾을수 없으니 나도 웬간히 식복이 있는 미식가 된 셈이다.
    참으로 그때는 좀만 몸이 난 사람을 보면《간부》가 된다고 부러움에 차서 바라보던 세월이였으니 지금은 해바라기를 파는 장돌뱅이도 비게만 좋아하면 대뜸《틀》 이 나니까 세월이 바뀌여도 엄청나게 바뀌였고 그 세월엔 미친소리로 여겼을 살까기가 현대의 골치거리가 되였으니 세상은 좀 좋은 세상인가,
    두말이면 잔소리이다.집집의 식생활이 풍요로와지고 저마다 식도락을 누린다면 평민백성으로 더 바랄것이 있으랴, 새 세계를 찾은 무산혁명의 기발도 먼저 주리고 종된자들이 추겨들었고 혁띠를 우려먹으면서 설산초지를 넘던 로홍군들도 나라의 주인된 만백성이 골고루 식도락을 누리며 잘살도록 하자고 허리띠를 졸라맨것이 아닌가? 마침내 피흘려 싸운 건국영웅들의 덕분에 후대들인 우리가 허리띠 느슨히 늦춰놓고 식복을 누리고 곳곳에서 식도락의 쾌재가 높아가게 되였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중국의《식문화》는 찬란한 력사를 가지고있어 중외에 널리 알려진 하나의 자랑거리이다. 따라서 한바탕 차려놓고 주지육림속에서 패기를 떨쳐보는것이 중국사람들의《식문화풍도》로 되여왔다.
   그런데 옛글에 복중화(福中祸)라고 온 국토에 흉용팽배하는 식도락의 급류속에 일종의 비애가 무겁게 깔려있다고 한다면 공연한 소리일지는 모르겠으나 거리와 골목들에 이루다 헤아릴수 없이 들어앉은 크고작은 식당, 호텔들에서 수수하든 호화롭든 식탁에서 용서못받을 랑비가 주욱 이어지고있다. 그러나 그것이 국민의 수치로서가 아니라 부의 현시로, 인격과시의 표지로 되고있으니 중국의 음식문화에 찬탄하던 외국인들이 나중엔 최대의 죄악이 중국대륙에 만연되고있다고 개탄하는것도 무리가 아니다. 우리보다 몇십배 더 잘사는 나라의 부호들도 랑비를 최대의 적으로, 죄악으로 여기고있는데 아직도 발전도상에 있고 겨우 락후의 누데기를 벗어던진 우리 중국사람들이 오히려 시뚝해서 한술 더 뜨며 야단법석하니 향락문화의 때이른 급류가 나중엔 어떤 악순환을 가져올지 생각해야 할것이다.
    기실 호화세계에서 패기를 떨치는 주인공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결산은 무엇으로 하고있던가? 우리는 강자들의 노래에 귀가 멍멍해질 지경이지만 현조사회의 구석구석 을 살펴보면 이 세상은 더욱 많은 약자들의 어깨에 받들려있으며 식도락의 향수라기보다 생계를 위해 전전긍긍하는《실락자》들을 너무도 쉽게 간파할수 있다. 바른대로 말하여 결코 엷은 로임봉투의 임자들이 고급식당에서 식도락을 즐기는것이 아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 중국사람의 식도락의 비애가 커가고있다. 말하자면 국민의 피땀이 명색좋고 허울좋게 식도락속에서 구정물에 흘러들고있다는 가슴아픈 사실이다.
    북경의 크고 작은 음식점들에서 하루에 내버리는 먹다남은 고급료리들이 20만근 씩 된다니 우리 여기 산간도시 연길에서는 얼마만큼 내버리면 될가? 돈이 있고 없고, 내 돈이건 아니건간에 저마다《즐거운 소화공정》에 열을 올리며 마음만 태평하니 쥐같이 벌어서 소같이 새김질하는것이 아니며 그 좋은 식도락에 어두운 그림자를 씌우는게 아니겠는가!절약이라기보다 절제하자. 아직도 절제는 우리의 좌우명이 된다.
    국민자질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회거울속에 투영되는 사회병태는 그렇게 자부하 는 중국의《식문화》가 지금에 와서는 날로 더 무거워지는 국민의 보따리로 되고있다 는 설명이 아니겠는가?
    이런 일면에서 우리 나라에 돈이 없다고 할수 없다. 몇해전 어느 실화문학잡지에 한해에 온 나라가 먹어치우는 돈이 400억원이 된다는 초풍할 지경의 수자가 기재된바 있다. 그러나 불가사의한것은 국민의 현대화자질제고의 기본바탕이며 지레대인 교육경비는 노상 보잘것 없다는것이다. 경쟁이라도 하듯이 일떠서는 고급호텔, 식당, 유흥장소는 번창하는 상품경제시대의 일각을 이루고있는듯하지만 실은 향락문화, 소비문화의 시기상조의 현란한 피상적현상일뿐 결코 현대화발전의 장구적이고 내재적필수인것이 아니라는 견해이다. 그 기저에 깔린 어두운 점은 너무도 많다.
    얼마전 돈이 없어서 학교를 그만두는 수백수천의 까막눈들을, 현대문명의 구렁텅 이에 빠져들어가는 미래의 일군들을 위해 교육기금회를 세우고 의연금을 모으는 전국적호소가 내린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있다. 아직도 비가 새는 헐망한 교실, 맨봉당에 찌그덕거리는 책상을 놓고 조국의 미래를 익혀가는 앞날의 주인들이 우리 연변에는 얼마이고 전국에는 얼마일가!그리고 또…
    만복의 배우에서 머리가 즐겁게 웃을 때 국민의 비애는 침묵속에서 짙어가고있다. 당신은 믿지 않는가?…
                        
                                      1994년 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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