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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맞춤해야지
2015년 06월 24일 19시 08분  조회:5393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알맞춤해야지
 
   《순오지(旬五志)》《소소식 방세뇨(小小食放细尿)》라는 말이 있는데 문자와는 별 개로 지나친 탐리는 불가함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 말 속담에도《작작 먹고 가는 똥 누지》라는 말이 있는데 듣기에 퍼그나 야하고 상스럽지만 뚝배기보다 장맛이 낫다고 뜻만은 심히 교훈적이다.말하자면 알맞춤 먹어 배설에 애먹지 말라는것이 아니라 역시 소득을 탐내지 말고 제 힘에 맞게 분수를 지키는것이 좋으며 그게 또한 편하 기도 하다는것이다. 표현이야 여하튼 과히 경세지언이라 하리라.
   인간식위천(食为天)이라 하지만 과식해서 좋은 점이 없다. 사람은 너무 배가 부르면 자연히 권태로와지고 사유가 둔감해지면서 사지를 놀리기 싫어한다. 상식적으로 배가 부를가말가 할 때가 생리상에나 정신상 최적이라 한다. 옛날 늙은이들은《밥배 따로, 술배가 따로》라고 했지만 죽이 풀어져도 가마안에 있다고 결과적으로 만포식이 과식으로 되는게 아니랴?
   마찬가지 도리로 사상이 너무 과격해도 좋은 점이 없듯이 리욕도 도를 넘으면 스스로 화를 빚게 된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도리를 모를 사람이 어데 있으랴만 대자연이 인간에게 지혜를 부여할제 동시다발(同时多发)적으로 무한정의 욕망까지 심어준 탓인가? 백사에 많으면 좋은줄만 아니 인간이야말로 딱한 동물이 아니랴!철인 엥겔스는 력사의 최후단계는 희극이라 하였지만 인간의 탐욕의 종말은 백에 백이 비극적일수밖에 없었다. 이를 경계하여 니체는《인생의 행운은 곧 가벼운 빈곤을 유 하는데 있다.》는 계률을 내놓았다.
   물욕에 오장륙부가 동동 떠있는 사람들에게는 설복력이 너무나 약한 사치스러운 설교가 되겠으나 한번쯤은 음미해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무엇을 가벼운 빈곤이라 하는가?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오늘날 딱맞는 눈금자는 없으니까 스스로의 물욕을 절제하는것으로 리해하면 될것이다. 외국의 억만갑부들이 자기 재산을 사회에 환원시키는 그 고매한 사상경지가 이를 설명하지 않는지…
   물론 서발막대 휘둘러도 거칠것 하나 없고 쌀독에 거미줄칠 지경이라면 최대의 불행임에 틀림없다. 인간의 첫째 수요가 생존이고 다음은 포식이며 연후에 발전을 추 구하기 마련인바 이는 인간의 속성인것이다. 문제는 물극상반(物极上反)이다.
   이런 재미있는 우화가 있다. 옛날 한곳에 극히 가난한 사람이 있었는데 신령님께서 하도 가긍하여 그에게 점금술을 가르쳐주었다. 그후부터 얼핏 손가락질만 하면 모든게 금덩이로 변하는데 대번에 엄청찬 부자가 되였다. 하지만 그는 자꾸자꾸 금덩이를 만들었다. 나중에 너무 많아서 어디다 둘곳이 없게 되였다.결국 너무 넘치는것도 골치거리였다. 그러다가 그의 손이 우연히 딸애의 머리에 가닿았는데 아이마저 그만 금아이로 변해버렸다. 그때에야 끝없던 황금욕에 일대혁명이 일어났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남은것은 자신이 너무 비참해졌다는 생각뿐이였다.
   이야기는 조금 황당하지만 어떤 계시를 주지 않는가? 이야기에서처럼 극한에 이른 부유는 극도의 빈궁과 마찬가지로 물질로 인해 빚어진 두 극이라는것을 시사해준다. 이런 견지에서 지나친 부유는 최저의 가난과 대등하다고 할수 있다. 재물이 너무 많아서 주체할길 없고 관능적인 온갖 향수가 궁극에 이르렀다면 오직 남는것은 권태 와 허무, 무엇으로도 보상할수 없는 실락감뿐이다.
   다시 음식먹는것에 비유해보자. 례컨대 어떤 사람이 영양과잉으로 비만증에 걸려 까딱 움직이기도 싫고 누워서 숨쉬기조차 기쁘게 되였다면 영양실조로 피골이 상접한 기아자와 같다. 죽음의 변두리에 이른것이다. 그래도 후자는 구제할 여지가 있다. 생존수요만큼 영양을 공급한다면 아사지경에서 곧 벗어나고 뒤이어 건강한 사람으로 될수 있지만 전자는 구제불능이다. 계속하여 영양을 충족시키면 죽음을 가속화할것이 고 반대로 영양공급을 중단한다 해도 역시 죽을것이다. 미국 강철대왕 카네기가 말했듯이 부유때문에 죽는 치욕을 면할길 없을것이다.
   백사에 알맞춤이란게 있다. 음식도 알맞춤먹어야 감식이고 꽃도 반쯤 피였을 때 제일 매혹적이고 술도 반쯤 취했을 때 제격이다. 저수지라 해서 한정없이 채우기만 하는게 아니라 때때로 수문을 열어 저수량을 조절해야 언젠가 터지는것을 예방할수 있다. 재부의 축적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재부는 기쁨을 가져다줄수 있 지만 재부를 가지려 한다면 즐겁지 않다는것이다. 즉 물질주의자들이 아무리 부유해 도 얼마를 가지고있고 얼마를 쓸것인가에 신경쓰는 사람보다 즐겁게 살아가지 못한다 는것이다.
   이는 사람이 변비증에 걸렸을 때와 같은 경우이다.뒤는 잘 풀리지 않는데 입은 살아서 자꾸만 받아들이려고 할 때만큼 속이 뒤집혀지는 일은 없을것이다. 농노들에 게서 농노들에게서 받아들이기만 해서 밀가루가 재가 되는데도 그냥 농노들의 고혈을 짜내는《죽은 넋》에 나오는 쁠류쉬낀같은 탐욕주의자들은 영원히《가벼운 빈곤》이 어째서 행운인지 알지 못한다. 더 바랄것이 없을정도로 만족을 얻었다면 벌써 정신이 긴장해지고 마음이 초조해지면서 이상야릇한 번뇌에 모대기게 된다. 그러면서도 더 가지지 못해 안달하는것은 모든 탐욕자들의 통병이다.
   크고 호화로운 집에 무엇을 꽉 채워넣었다면 그의 추구에는 꿈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그러나 작은 집의 주인은 비록 부족감에 시달릴수 있지만 그래도 지향과 향상과정에서 산다. 그에게는 꿈이 많고 그 꿈은 또한 아름다운 법이다.특히 각종 부정축재는 필사적으로 일해서 모은 재산보다 기쁨지수가 높지 않다고 한다.
  소화불량에 비대증, 변비까지 겹쳐있다면 얼마나 편치않을가?식생활이든 경제생 활이든 작작 먹고 가는 똥 누기가 그래도 좋을것 같다.
 
                                            2003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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