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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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반장
2018년 05월 23일 07시 13분  조회:2176  추천:0  작성자: 최상운
                                      김반장
 

   그날 나는 강뚝길을 걷지않고 강가의 오솔길을 선택했다.강뚝에서 내려다보니 강가에서 스케트를 타는 사람들이 모습이 보기좋아 그리로 발길을 돌렸다.
   겨울철이라 연집강은 얼음으로 덮혀있었다. 강바닥의 넓은 곳에다 스케트 애호가들이 물을 막아 인공빙장을 만들었다. 빙장에는 여러 년령대의 스케트 애호가들이 모여서 신나게 스케트를 타고 있었다. 스케트를 타는 운동원 중에서 낯익은 얼굴이 몇명 보이였다. 스케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거개가 젊어서부터 스케트 운동을 견지하여 온 사람들이였다.그들은 춘하추동을 가리지 않고 스케트운동을 하고 있었다. 봄, 여름, 가을에는 로라스케트를 타고 있었다.
     이웃집 최선생은 젊어서부터 스케트 타기를 즐기였는데 년세가 70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젊은이들 못지지 않게 씩씩하게 스케트를 타고 있었다.
    스케트를 타는 운동원들속에 녀성 스케트운동원 몇분이 있어 인기를 끌었다. 그들은 빨간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휘날리며 여름날의 청제비처럼 날쌔게 스케트를 타고 있었다.
    내가 한참 그들이 스케트를 타는 장면을 물끄럼히 보고 있는데 빨간모자를 쓴 녀운동선수가 나한테로 다가오면서 인사를 했다.
    “최선생님 안녕하세요.”
    “누구던지?”
   엉결에 인사를 받고도 누구던지 생각나지않아 우둑커니 서있었다. 내가 어둑커니 서있자 그녀가 모자를 벗는것이였다. 그녀가 모자를 벗자 얼굴이 똑똑히 보이였다. 균형잡힌 빨갛게 상기된 얼굴, 새물새물 웃는 눈이 어디에서 많이 보아온 얼굴이였다. 어디에서 본것 같은데 누구일가? 내가  기억을 구울려 보는 사이 그녀가 말했다
    “저를 모르겠어요. d로인대학을 다닐때 한반에 있었던 김숙자예요.”
    “김숙자?”
    그렇게 말하자 생각났다. 7년전 내가 d로인대학을 다닐때 우리반 반장으로 있었던 김숙자반장이였다. 나는 덮석 그의 손을 잡았다.
    “오랜간만입니다. 김반장을 여기서 만나니 반갑습니다. 이렇게 만나는게 몇해만입니까?”
    “7년은 될겁니다.”
    “김반장님은 7년 전 일을 똑똑히 기억하시는걸 보아 기억력이 대단히 좋습니다.”
    “호호호 그만한 일도 기억 못하겠습니까? 최선생님이 우리반에 있은 시간은 길지 않지만 좋은 인상을 남겨 나 뿐만 아니라 반이 동료들도 종종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답니다.”
    “내가 그 학교에 얼마나 있었다고 그러십니가? 좋게 봐주니 감사합니다. 내가 알건대 김선생님은 예술을 전공한 분으로 알고 있는데 언제 부터 스케트를 탓습니까?”
    “나는 음악을 좋아했지만 체육도 좋아했습니다. 소학교 때부터 스케트를 탓는데 인젠 오십년이 넘습니다.”
    “참 대단합니다. 김선생님은 지금도 로인대학을 다니십니까?”
    “다닙니다. 로인대학이라도 다니지 않으면 이나이에 뭘하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김선생님은 종신대학생으로 되겠습니다.”
    “아마 그럴 것 같아요. 최선생님은 로인대학을 다니시다가 려행도 하며 글을 쓰기위해 학교를 나가신다고 하시였는데 지금도 글을 쓰고 있습니까?”
    “네”
    “예전에 최선생님이 글을 많이 쓰신다는말을 들었으나 여짓것 선생님의 쓴 글을 보지못하고 있습니다. 꼭보고 싶습니다. 보여주십시요.”
    “그렇게 하지요. 저의 작품을 쉽게 보려면 인터넷 문학사이트에서 조글로를 열어보십시오. 거기에 저의 문학작품들이 다 계재되여 있습니다.”
     “알았습니다.꼭 보겠습니다.”
    그날 우리는 후일 다시 보자고 하고는 갈라졌다. 나는 빠작빠작 소리나는 눈길을 밟으며 북쪽을 향하여 걸었다. 조용히 걸으니 사색하기 좋았다. 7년전에 있었던 일들이 삼삼히 떠 올랐다.
     그때 나는60 평생을 살아오면서 대학문앞에도 못 가봤고 대학이 어떤지 모르고 지나왔다. 어느때던 대학을 가고 싶은 갈망을 품고 살아왔다. 
    7년전 어느날 고향친구 한테서 d로인대학에서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친구의 말을 듣고 나는 d로인대학은 비록 정규대학은 아니지만 대학이란 이름을 가지였으니 대학으로 가려던 꿈을 실현하겠구나 하는 좋은 생각을 하면서 친구가 알선한대로 d로인대학을 찾아갔다. 학교측에서는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다. 등기처에서 등기를 마치자 책임자는 나를 보고 2반에 편입되였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나서 2반 반장을 오라고 했다. 2반 반장이 왔다. 보통키, 해맑쑥한 얼굴,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진 곱살스럽게 생긴 60대의 녀성이였다. 그 녀는 나와 악수하면서 자아소개를 하였는데 자기의 이름은 김숙자라고 하였다.
     나는 김반장을 따라 2반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니 30여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김반장이 반원들을 향하여 나를 가리키면서 멋진 신입생이 왔다고 소개하였다. 그리고는 나를 보고 자아소개를 하라고 했다. 내가 자아소개를 하고 자리를 찾아 앉으려 하자 반장은 나를 저지시키면서 신입생들은 2반으로 와서는 반드시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했다. 내가 노래를 못한다고 하는데도 김반장은 기어이 노래를 부르게 하였다. 나는 피박에 의하여 량산에 오르 듯 할수없이 노래를 불렀다. 사전에 준비가 없이 언결에 노래를 불렀는데 무슨 노래를 불렀던지 생각나지 않는다. 아무튼 재창까지 받은걸보면 괜찮게 부렀다는 생각이든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그날은 반급 활동일이였다. 2반에서는 장끼자랑을 하는 오락회를 하였다. 내가 반원들을 쭉 훝어보니 녀학생들이 많고 남학생들이 적었다.년령구조를 보니 60대들이 많아 보이였다. 오락부장이 오락회 개시를 선포하자 학우들은 주저심이 없이 자유자재로 열성껏 장끼자랑을 하는것이였다.
    지금도 간혹 그날에 있었던 일을 회상해 보면 제일 인상이 깊었던 장면은 김반장과 그들 “삼통사”들의 춘 땐스였다. 김씨, 리씨, 최씨로 무어진 “삼통사”는 말띠인 동갑내기라 했다. 그들은 젊은이 못지지않게 음악에 마추어 률동적으로 몸을 음직이고 비꼬면서 춤을 추었는데 보는 사람마다 손바닦이 얼얼할 정도로 박수를쳤다. 나는 여짓껏 살아오면서 그렇게 재미나게 노는 것을 처음 보았다.
    후에 알고 보니 김반장은 연변예술학교를 졸업하고 모 소학교에서 음악교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하였다 한다. 나는 김반장은 음악과 무용에 재주가 있는줄만 않었지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인줄을 몰랐다. 후에 등산을 하면서 김반장은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임을 알게되였다.
     학교에서는 한주일에 한번씩 등산활동을 조직하였다. 모아산을 많이 등산하였다. 등산활동일이면 전교학생들이 모아산 기슭에 모여 집단 체조를 한후 반별로 등산을 하였다.
     우리반에서는 등산하기전에 두개 소조로 나누어 등산했다.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택하였고 로약자들은 산 주위를 돌기로 하였다. 나는 산 정상으로 오르는 대오에 가담하였다.
     산기슭에서 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로웠다. 웬간한 사람은 한번 이 길을 걸어보고는 다시는 이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한다. 학우들은 출발신호가 울리자 저마다 걸음발을 재촉했다. 나는 20년간 걷기운동을 하였으니 등산하는데도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하고 앞장서 걸었다. 그런데 나를 앞질러 걷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나는 <뛰는놈 앞에  나는놈 있다>던말을 실감했다. 나를 앞질러 걷는 사람들은 다름아닌 우리반의 “삼통사” 들이였다. 그들의 선두에 김반장이 서서 걸었다. 나는 내 자존심을 꺾이지 않으려고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날렵하게 걸었는데 나와 그들간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내가  헐덕거리며 산 정상에 올랐을 때 그들은 이미 정상에 올라와 정상에 있는 탑을 돌고 있었다. 나는 땀을 흠치며 걸상에 앉아 휴식을 취하였다. 그들은 산 정상에 오르고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휴식을 하지않고 하산하는것이였다. 멀어저 가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수구리였다.
     어느 조용한 기회에 나는 김반장을 보고 건강 비결이 무엇인가? 물었다.김반장은 자기의 건강비결이 별것이 없다고 하면서 “멀리 내다 보려고 하지 않고 오늘 하루만을 즐겁게 보내는 것이다”고 대답 했다. 의학상식에 맞는 말로 대답하리라 짐작했는데 예상외로 의학상식에 대한 말은 하지않자 나는 실망감이 들면서 동문서답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다시 김선생이 한 말을 음미해 보니 거저 흘러버릴 말이 아님을 느끼였다. 그말은 아주 평범한 말이면서도  의미있는 말이라고 생각되였다.
    사람은 한치의 앞날도 내다볼줄모르면서도 백년을 살듯이 멀리 내다보려고 한다. 나도 그러했다. 늘 앞으로 어떠어떠한 일을 어떻게 하겠다고 계획을 세우면서 앞으로의 일을 많이 생각했다. 그런데 인생은 얄밉게도 내 뜻대로 되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뜻대로 되지 않는게 인생이라 했다. 우리는 주관 의도와 다른 일에 항상 부디칠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만을 즐겁게 무사히 보내는것이 상책이 아닐가 싶다. 특히 석양노을을 접하는 분들은 더 그렇다.
    오늘을 무사히 즐겁게 보낸다면 래일도 모레도 하루하루 즐겁게 무사히 보낼수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낸다면 어느사이 저도 몰래 인생의 년륜은 백년으로 치솟아 가지 않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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