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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달력이 강한 중국조선어를 살리자
주청룡
지금 우리의 언론매체와 출판물에서 보면 가끔 표달력이 강한 중국조선어들이 어여쁜 색시 수줍을 타듯 고개를 숙이고 우리가 쓰지 않던 표달력이 약한 말들이 못난 색시 달밤에 삿갓쓰고 나서듯 나타나 표달력이 강한 중국조선어를 잠식(蚕食)하고있다. 아래에 몇가지 례를 들어보자
1 ‘빌다’와 ‘꾸다’
‘빌다’와 ‘꾸다’는 구별된다. ‘빌다’는 원래의 물건을 그대로 돌려주기로 하고 잠시 갖다 쓰는 것을 말한다. 즉 원 형태를 보존할수 있는 물건을 돌려주기로 하고 갖다 쓸때에 ‘빌다’로 말한다. 례를 들면 “도구를 빌려 쓰다”, “옷을 빌려 입다”, “ 책을 빌려 보다” 등이다. 쌀, 기름, 돈 같은것은 쓰고나면 원 형태를 보존할수 없을 뿐만아니라 원래의것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빌다’로 말하지 않는다.
‘꾸다’는 나중에 갚아주기로 하고 갖다 쓰는 것을 말한다. 즉 가져온 것이 쓰고 나면 원 형태를 보존할수 없을뿐더러 원래의것이 존재하지 않기에 그 수량만큼 같은 종류의 다른 것을 갚아 주기로 하고 갖다 쓰는것을 ‘꾸다’로 말한다. 례를 들면 ‘돈을 꾸다’, ‘쌀을 꾸다’, ‘기름을 꾸다’ 등이다. 책, 옷, 도구 같은 것은 갖다 쓴 다음에도 원래의 물건이 원 형태로 존재하기에 ‘꾸다’로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빌다’와 ‘꾸다’를 이상과 같이 구별하여 썼다. 하지만 지금 가끔 우리의 언론매체나 출판물에서 보면 응당‘꾸다’로 써야 할 단어를 ‘빌다’로 쓰고있다. 례를 들면 ‘돈을 빌어 쓰다’란 어구들을 많이 쓰고 있는데 돈을 갖다 쓰고나면 원래의 돈은 없어지므로 갚아 줄 때에는 그만한 액수의 다른 돈을 주게 된다. 이때에는 “돈을 빌다”보다 “돈을 꾸다”가 더 적절한 표현이다.
2. ‘식수’와 ‘식목’
‘수(樹)’와 ‘목(木)’ 은 모두 나무를 말하는데‘목(木)’은 산 나무나 죽은 나무를 다 말하지만 ‘수(樹)’는 산 나무만 말한다. 하여 나무가 가득 들어 선 숲을 ‘수림’라고 하지, ‘목림’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어에는 식수(植樹)’라는 단어는 있지만 ‘식목(植木)’이라는 단어는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나무심기를 ‘식수’라고 하였지 ‘식목’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일부 언론매체에서도 나무심기를‘식목’으로 표현하고 있다. ‘수(樹)’와 ‘목(木)’의 구별점으로부터 보아 ‘식수(植樹)’라고 하는 것이 ‘식목(植木)’ 이라고 하는것 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본다.
3. ‘입쌀’과‘ 백미’, ‘이밥’과 ‘쌀밥’
지금 우리의 언론매체에서 가끔 입쌀을 ‘백미’, 이밥을 ‘쌀밥’이라고 표현되고 있는데 흰 조를 찧은 쌀도 색갈이 희므로 한자의 뜻으로 ‘백미’라고 할수 있다. 그리고 입쌀로 지은 밥도 ‘쌀밥’이요, 좁쌀로 지은 밥도 ‘쌀밥’이요, 기장쌀로 지은 밥도 ‘쌀밥’이 라고 할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입쌀’은 메벼를 찧은 쌀만 말하고 ‘이밥’은 입쌀로 지은 밥만 말한다. 그러므로 ‘백미’보다 ‘입쌀’, ‘쌀밥’보다 ‘이밥’이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본다.
4. ‘앉으세요’와 ‘사세요’
우리는 로인들에게 세배를 올릴때에 “오래오래 앉으세요.”라고 하였다. 우리가 말하는‘오래 앉으세요’는 ‘오래 사세요’의 존대어로서 웃어른에 한해서 말하고 대등관계에서는 오래 살라고 한다. 이렇게 우리가 말하는 ‘앉으세요’는 존대의 표현으로서 대등관계와 구별 된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일부 언론매체에서 보면 “오래오래 앉으세요.”란 말 대신에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상에서 말한 ‘꾸다’, ‘식수’, ‘입쌀’, ‘이밥’, ‘앉으세요’는 표달력 이 아주 강한 말이고 우리말사전에 다 있는 표준어이다. 이 글에서도 조선말대사전에나 중국조선어에는 있는 말이지만 한국말에 없는 ‘표달’이라는 단어를 썼는데‘표현’을 쓰기보다 더 적절하다고 생각되여 썼다. 중한수교 후 중국의 조선족들이 한국을 래왕하면서 한국의 선진적 문화와 언어를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 지류가 주류에 합류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표달력이 약한 말을 무턱대고 따르면서 표달력이 강한 중국조선어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다. 필자는 일부 문인들에 의하여 표달력이 강한 중국조선어가 잠식되는데 대하여 가슴 아프게 생각된다.
이 글을 읽노라면 일부 사람들은 아마 수용하기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필자의 의도는 서로 取長補短(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충)하여 우리겨레의 언어를 더욱 풍부히 하고 우수한 문화를 더 한층 발전시키자는데 있다.
注: 본문에서 ‘우리’는 연변을 주체로 한 중국의 조선족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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