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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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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게 사는것
2014년 09월 25일 09시 49분  조회:5238  추천:9  작성자: 넉두리
 
똑똑하게 사는것


 
김희수




 
어느날, 부지런한 농부와 백수건달이 죽어서 하느님을 만났다. 하느님은 두 사람에게 죽기전까지 어떻게 살아왔느냐고 물었다. 부지런한 사람이 먼저 대답했다.
“저는 한편생 부지런히 일하면서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백수건달이 킥킥 웃었다.
“한평생 일만 하고 살았다니? 당신은 정말 일생을 바보처럼 어리석게 살았구려.”
하느님이 백수건달을 보고 “그럼 넌 어떻게 살았느냐?”하고 물었다. 백수건달이 배를 쑥 내밀고 한바탕 신나게 자랑했다.
“나는 어릴 때나 어른이 되여서나 배고 고프면 부모가 해준것을 먹고 심심하면 휘파람을 불면서 한편생 빈둥빈둥 놀기만 했습니다.”
하느님이 백수건달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넌 살았을 때 이승에 뭘 남겼느냐?”
그 말에 백수건달이 말문이 막혔는지 대답을 못하자 하느님이 다시 물었다.
“남긴것이 아무것도 없느냐?”
백수건달은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있긴 있는데…”
“그네 뭐냐?”
“빚입니다. 가족에게 빚만 남겼습니다.”
“그것 말고 또 없느냐?”
“하나 더 있기는 한데…”
“뭐냐?”
“똥. 똥입니다.”
웃음이 나오는 대목이지만 웃고 지날 일은 아니다. 세상에 빚과 똥만 남겨놓고 간 백수건달은 똑똑하게 산것일가? 한평생 일만한 농부는 바보처럼 산것일가?
 
농부는 세상에 뭘 남겨놓았을가? 아마도 큰 재산은 남겨놓지 못했을것이다. 그러나 농부는 똑똑하게 살았고 자식들에게 어떻게 사는것이 똑똑하게 사는것인가를 깨우쳐준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니 농부는 살면서 똥만 남겨놓은것이 아니라 똑똑하게 사는 “도리”도 남겨놓은것이다.
 
똑똑하게 사는것은 어째서 사느냐를 알고 어떻게 살아갈것인가를 분명하게 정해놓고 그 목표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며 사는것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옳고 그름을 똑똑하게 알고 정직하게 사는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왜서 사는지 모르고 얼떨떨하게 살아왔다. 어릴 때에는 왜서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남들이 다 학교에 가니 학교를 갔고 지금처럼 “공부해라, 공부해라”하고 강조하지 않으니 공부를 하지 않았고 왜서 돈을 벌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남들이 다 일자리를 찾으니까 공장에 들어가 일했고 왜서 결혼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남들이 다 장가를 가니까 장가를 갔다. 한때 문학공부를 한답시고 필을 들었지만 왜서 글을 써야 하는지를 똑똑히 알지 못했기에 지금까지 한번도 본격적으로 글을 쓴적이 없었다.
 
한때는 술에 절어 흐리멍덩하게 취생몽사를 했고 수십년동안 트럼프와 마작에 미쳐 멍청하게 살기도 했으며 드라마에 빠져 아까운 시간을 죽이며 얼떨떨하게 살기도 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을 술과 도박, 드라마에 허비했는지 모른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흐리멍덩하고 어리석게 살면서 덧없이 흘러보낸 세월이 아깝다.
 
나는 내가 왜서 사는지를 모르고 되는대로 막 살아왔다. 그래서 남은 여생이라도 똑똑하게 살아보련다. 똑똑하게 살려면 적어도 백수건달처럼 이 세상에 똥만 남겨놓고 가는 일은 없어야 할것이다. 가족에게 빚만 남겨놓고 가는 일은 더구나 없어야 할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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