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류수같다 하더니만 그것도 아니네요, 세월은 진짜 화살 같구려 ... ... 우리 모두 어느새 인생길의 고래희 고개 올랐다지 않소? 남자애들은 메낀바지 흰적삼, 녀자애들은 까만치마 흰저고리 교복받쳐입고 붉은 넥타이 앞가슴에 휘날리며 학교가던 동년시절이 엊그제 같고, 까만 쯤에리 정복에 단발머리 중학생으로 신나던 그 황금시절이 어제 같은데 누가 생각이나 했나요, 이렇게 백발이 되어가며 또다시 만나고들 있음을 ... ...
그런데 이상하지 않는가 제군들, <동창회>란 정녕 마력의 감로수가 아닌가? 이렇게 다시 만나서 마시고 부으며 노래하고 춤추면서 서로서로를 쳐다만 보아도 그 천진하던 동년시절이 눈앞에서 설레이고 그 랑만적이던 청춘이 다시 돌아와 우리 모두를 황홀케 하고 너와 나를 즐겁게 하거늘, <청춘을 돌려달라!>고 허공속에 목놓아 외칠 일이 있는가?! 이렇게 모이고 만나고 나누면 그 <청춘>시절이 저절로 다시 찾아 오는걸.
하여 동창회는 사랑의 감로수, 동창회는 청춘부활의 샘물터라 하겠지! 이 나이에 그 누구를 사랑한다고 하면 <이상한 놈>이라고 욕할가? 그런데 어쩌지? 철없던 그때 그 시절엔 감히 주지도 받지도 못했던 그 <순정>을 이제라도 몰래 받아보고 이제라도 몰래 주고싶은 마음인 것을 ... ... 주책이라 웃지들 마시라! 인간이란 워낙 영원한 <감정동물>이 아닌가?
앞만보고 달려 온 그 세월, 희비극이 곂치며 만감이 교차 하네구려. 그래도 우리 조상, 우리 부모들에 비하면 전쟁없이 재난없이 굶지않고 떨지않고 살아 온 우리 세대가 그래 <행운아>가 아닌가? 이나라의 운명과 더불어 열심히도 살아 왔으메 하냥 감사하기만 하네. 동창이 있어 좋고 친구가 있어 좋은 세상, 함께라서 늘 행복할 뿐이구만. 이시각 오직 하나의 바램이라면 우리 제군들 모두 이제 남은 여생에 오직 건강과 안녕, 평화와 행복만이 남아 있기를... ...
기쁨찾아 웃음찾아 뻐스타고 기차타고 비행기 날려 달려 온 학창의 친구들, 보고 봐도 또 보고 싶은 나의 동년의 책상친구, 내 청춘의 련인들이여! 중년이면 어떻고 로년이면 어떻소? 이리 둘러 보니 모두가 젊은이요, 모두가 청춘들이구만. 저녘녁의 불타는 석양은 아침에 솟아오르는 태양 못지않게 황홀 하거늘, 남은 인생 길지 않다고 한탄하지만 말고 우리 모두 힘내여 더 멀리멀리 걸어가 보세, 력사에 남을 그 동란시대의 <홍위병>답게, 아니 그보다 더 자랑찬 중화대지의 <66년급 로고삼>의 영원한 청춘답게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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