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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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침대(김경후)
2011년 08월 09일 15시 53분  조회:2305  추천:0  작성자: 김철호
김경후

여자는 밤새도록 침대에 포도주를 붓는다 아침부터 해 질 때까지 버터를 바른다 어느 날 그녀의 밤과 그녀의 낮 사이로 비가 새기 시작한다 점점  불어나는 빗물 그곳에 포도주 병을 따다 다친 여자의 손가락과 잃어버린 구두 한 짝이 떠다니고 있다 회색 쥐가 침흘리며 손가락을 뒤쫓고 쥐를 따라가던 늙은 개는 구두 위에 오줌을 싼다 물길이 거세져 밤과 낮을 뚫는다 까마귀의 비명, 물살에 쓰러지는 포도주 병과 쥐털이 묻은 버터조각 여자는 더 이상 시트를 갈지 않는다 큰물이 몰려오고 있다 침대, 뒤집혀 여자와 함께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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