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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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비(류시화)
2008년 09월 26일 14시 35분  조회:1719  추천:8  작성자: 김철호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지구에 달맞이 꽃이 피었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이제 막 동그라미를 그려낸.
어린 해바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은.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내가 삶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그리움 때문.
지구가 나비 한 마리를 감추고 있듯이.
세상이 내게서.
너를 감추고 있기 때문.

파도가 바다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그 속에서 장난치는 어린 물고기 때문이다.
바다가 육지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모래에 고개를 묻고 한 치 앞의 생을 꿈꾸는.
늙은 해오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너는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나비가 그 날개짓 때문.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내 그리움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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