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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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274(김언희)
2009년 07월 06일 13시 46분  조회:1386  추천:24  작성자: 김철호

집 274

김언희[한국]


1

얘야 집이
어디니
네 집으로 가거라
아버지가 계시는 곳으로
아버지가 계시는 곳이 네 집이란다 얘야
이제 그만 집으로 가거라 아버지가
기다리시지 않겠니 식탁 위에서
아버지의 의수가
변기 속에서
아버지의 개눈이 기다리지 않겠니
기다릴 거야 얘야 침대 속에서
아버지의 의족이 물잔 속에서
아버지의 의치가 이빨을
딱딱딱 마주치며
기다릴 거야

2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너를 기다리고 있지 않는 집으로 너는 돌아간다 한 번도 집이었던 적이 없는 집으로 그 집에서 너는 한번도 밥이었던 적이 없는 밥을 먹는다 경멸과 면박의 망각과 질식의 더운 밥을 먹는다 외눈박이 집 추잡한 의처의 집에서 너는 한 번도 잠이었던 적이 없는 칼잠을 잔다 한 번도  꿈이었던 적이 없는 꿈 매일밤 똑같은 꿈을 꾼다 하루밤도 빠지없이 한 장면도 빠짐없이 배려의 손길이 죽음의 손길인 그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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