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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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시(김행숙)
2009년 07월 06일 13시 48분  조회:1237  추천:22  작성자: 김철호

가시

김행숙[한국]


그는 오늘 아침에도 가시를 부러뜨린다. 찔끔, 눈물이 난다.
처음 가시를 발견하고 그는 열다섯 살 소년처럼 몸을 뚫고 나오는 털에 대해 생각했다. 이상한 기분으로 소년은 털이 집중적으로 자라는 부위를 만지곤 했다. 그렇지만 그는 열다섯 살 소년이 아니고
가시는 부드럽게 쓸리지 않는다. 당신은 나를 찔러요. 여자가 했던 말은 감각적인 것이었다. 빼야 할 건 가시겠지만
그는 여자를 빼고 눕는다. 그는 다시 오늘 아침에도 가시를 부러뜨리며 눈물을 흘린다.
처음 가시를 발견하고 그는 가시에 찔린 것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럴 수가, 뽑으려고 하니까 그가 딸려왔다. 방바닥과 그의 엉덩이 사이에 3센티쯤 간격이 생겼다. 그는 어느새 가시의 뿌리가 되어 있었다. 아, 아, 아, 그는 소리를 지르며
손을 뗐다. 그는 다시 몸을 뚫고 나오는 털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가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던 몇 분 동안 그녀에게서 빠져나간 머리털을 그는 다 셀수 없었다. 여자는 머리털같이 흩어져서
그를 빠져나갔다. 여자는 그를 빼고 눕고 그는 여자를 빼고 눕는다. 누가 날 좀 뽑아줘, 누워서  소리치기도 하지만
그건 분명 헛소리다. 그는 다시 오늘 아침에도 가시를 부러뜨리며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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