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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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네의 저녁 산책(조연호)
2009년 09월 16일 10시 09분  조회:2292  추천:37  작성자: 김철호
모네의 저녁 산책

조연호[한국]

산책이 시작되는 길 위에서 모든 아침은 세상 밖의 것이 된다.
응달 위에 내린 눈이 따뜻하게 익어갈 때 바람은 魂이 모인 쪽으로 날아가곤 했다.
나는 산기슭에 앉아 날이 저물도록 어둠의 입문서를 읽었다.
모든 산길의 나무는 浮力을 가진다.
나는 빨리 잊고 싶은 기억을 불러 여러 번 캐물었다.
아직도 불지 않겠는가, 배후는 누구냐.
날개 없는 나무가 새의 날개 속으로 날아간다.
집으로 가서 빨래들과 함께 잠들고 싶었다.
이방인들이 편히 쉬는 7일째의 날에
나는 옥수수알처럼 노릇노릇 굳어가는 저녁길을 걸었다.
낡은 책 속에서 읽은 밤의 이목구비가 내 앞에서 뚜렷이 깎이고
쉰소리로 누군가 나를 불렀다.
공중으로 떠오른 흙과 돌이 나무의 부레 속에서 함께 맴돌았다.
간선도로 끝에서 세상의 본을 뜨는 무딘 쇠망치질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의 결심이 수난史를 쓰고 낙엽이 땅보다 더 밑으로 걸어갔다.
오후는 공원과 도살장으로 가는 두 개의 길을 만들고, 밤은 그 위에 목탄가루를 뿌렸다.
나는 모래흙 위에 하늘과, 땅과, 집과, 집과 집이 모여 만드는
天地宇宙에 관한 쉬운 이국어의 뜻문자를 썼다. 모든 명료함은 아팠다.
나는 아프게 말했고 누구의 말도 읽지 못했다.
붉은, 푸른, 흰 바람이 먼저 순례하고 간 저녁 산책길은 아이들만 남아서
딱지와 고무줄을 흥정하는 흐린 풍경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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