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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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軒辕得子(황제와 소녀 연재)
2012년 05월 09일 08시 58분  조회:7279  추천:0  작성자: 김정룡
16. 軒轅得子: 헌원득자

육체의 향기가 예전같지 않으나

아소가 왕모의 지위를 이어받을 성스러운 자리를 뿌리치고 헌원을 따라 중원으로 온 것은 인생 전부를 사내에게 거는 각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그 각오는 헌원이 장차 중원의 패자가 되어 천하의 주인이 된다는 기대에 따른 것이었다. 게다가 사내로서 양물이 우람지고 교합 기교가 뛰어나 진정한 매력에 끌려 생겨난 것이었다.
아소는 헌원을 따라 중원에 온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있는 힘을 다해 헌원의 정사(政事)를 돕고 부족의 살림을 도맡아 했다. 금상첨화로 암수의 궁합도 잘 맞아 이들처럼 좋은 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허나 세상에 좋은 일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요, 나쁜 일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아소만큼 여러모로 훌륭한 여인이 없었으나 그녀는 생산 능력이 없었다. 그 일은 헌원 때문에 생긴 일이지만 그를 원망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헌원과 누조의 혼인을 아무리 너그럽게 대하려 마음을 다짐해도 여인의 전매특허인 질투심이 자꾸 신경을 건드렸다. 속으로는 님이 사무치게 그리우면서도 정작 헌원을 보면 빈정거림이 앞섰다.
“꿀보다 더 진한 신혼 단맛에 빠져 낮과 밤이 따로 없이 붙어 있어도 아쉬울 텐데 어인 일로 이 소녀를 찾아오셨나이까?”
헌원은 아소의 마음을 잘 알지만 짐짓 모른 체했다.
“그간 어떻게 지냈소? 날 보고 싶지 않았소?”
“고작 며칠인데 소녀가 설마 상사병으로 목을 매겠습니까.”
그런데 가만히 보니 하늘을 찌르고도 힘이 남아돌아 기고만장하던 사내의 모습이 사라지고 반쯤 비어 있는 쌀가마처럼 풀이 죽어 있었다. 왜 그럴까? 사내는 모름지기 3대 욕(慾)이 있어야 한다. 식욕, 성욕, 일욕이다. 이 3대 욕구 중에 식욕과 성욕은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며 일욕은 후천적이다. 한 인간이 식욕이 떨어지면 성욕도 떨어지고 덩달아 일욕도 사라진다. 그런데 먹는 것은 그 어떠한 인간도 그럭저럭 먹고 산다. 하지만 모든 사내가 성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며 능숙하게 잘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사내가 사내다운 기백을 발휘하려면 성욕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양물이 시원치 못하거나 교접 상대가 없다거나 마지못해 교접을 하면 모든 면에서 주눅이 들어 자신감이 사라진다. 특히 교접을 잘하지 못한다고 계집에게 투박을 받으면 언제나 기가 죽는다. 반대로 양물에 힘이 넘치는 사내는 계집에게 대접을 받는다. 또 밖에 나가서도 모든 일에 자신감이 있고, 그러한 사내에게는 희망이 있다.
음양설에 의하면 인간은 양인 천기와 음인 지기에 의해 생겨났으며 따라서 인간의 몸은 음양으로 나눈다. 즉 혈은 음이고 기는 양이며, 백(魄)은 음이고 혼(魂)은 양이며, 정(精)은 음이고 신(神)은 양이다. 혼비백산이란 말이 있는데 혼은 양이기 때문에 하늘로 날아올라가고 백은 음이기 때문에 땅에 흩어진다. 혼은 양이고 몸은 음이기 때문에 사람이 죽으면 혼은 하늘로 올라가고 시체는 땅에 묻는다.
정(精)은 쌀 미(米)와 푸를 청(靑)으로 합쳐졌다. 옛날 사람들은 정자(精子)를 곡정(穀精)이라 했다. 사내의 정자는 쌀에서 오기 때문에 곡정이라 했던 것이다. 이로부터 정력이란 말이 생겨났다. 정력이 센 사내는 그 힘을 받아낼 수 있는 계집과 교합해야 희열을 맛볼 수 있다. 격투의 희열은 비슷한 실력을 갖춘 상대와 겨룰 때만이 맛볼 수 있었다. 호랑이를 때려잡던 사내가 고양이와 싸우면 아주 싱거워진다.
헌원이 16세에 아소와 그 일을 처음 치른 후 소녀는 앵속(罌粟: 양귀비)이었다. 앵속은 유혹의 마력이 실로 굉장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앵속은 우주를 휩쓰는 돌개바람이 되어 사내를 빨아들였다. 사내가 빨려들면 빨려들수록 점점 더 깊숙이 빠져들어 헤어 나오지를 못했다.
아소가 헌원을 빨아들이는 마의 도가니라면 누조는 작은 종지 그릇밖에 안 되는 여린 계집이다. 게다가 아소는 그의 어미를 비롯해 천하 교합의 달인인 여인네들과 지상의 생식을 관장하는 달 속의 월정인 상아에게서 교합의 도를 전수받아 기교가 일품이었다. 그에 비해 누조는 음양교합에 아예 까막눈이다.
누조의 몸이 동년배에 비해 큰 편이고 살집이 적당히 붙어 보기가 좋았다. 좁지도 않고 헐겁지도 않은 옹골은 사내의 양물을 수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외모로 따지면 사내를 유혹하기엔 조건이 충분하다. 하지만 교합에 까막눈인 그녀는 사내가 만지면 만지는 대로 목석처럼 가만히 대주고만 있었다. 흥분을 못 이겨 숨이 넘어가는 시늉을 낸다든지, 앞으로 내밀고 뒤로 빼는 기교를 부린다든지, 사내의 양물을 밀고 당긴다든지, 밀착했다 떨어졌다 하는 아양을 떤다든지 등 여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교를 일체 몰랐다.
사내의 혀가 입 안에 들어오면 빨아들인다든지, 혀로 감는다든지, 상대의 혓바닥을 자극하여 향기를 이끌어낸다든지 하는 감칠맛을 낼 줄도 몰랐다. 사내의 손이 몸에서 오르락내리락할 때 성감이 고도에 이를 수 있는 곳에 더 힘을 넣어 짜릿한 자극을 받을 수 있게 이끌 줄도 역시 몰랐다.
누조는 숙녀의 다소곳한 태도로 교합에 임했다. 사내의 반응을 살펴 알아서 몸을 뒤튼다든지, 흥분의 정도에 따라 몸을 일으켰다가 자빠지든지, 다리를 구부렸다 폈다 하든지, 넓적다리로 사내를 휘감아 밀착시킨다든지, 사내를 이끌어 교합의 맛이 절정에 이르게 할 줄을 몰랐다. 그냥 하나의 암컷으로 두 다리를 벌리고 받아들이기만 했다.
사내는 누조와 교합하는 것이 마치 소변이 마려워 배설하는 것과 같았다. 쾌감과 짜릿함을 바랄 수 없었다. 아소와 누조는 격이 달랐다. 구단과 초급의 실력 차이가 났다. 천하 변강쇠인 헌원이 만족할 리가 만무하다. 만족은 고사하고 싱겁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아소를 찾아온 것이다.
아소는 헌원에게 질투심이 일었으나 한편으로는 그의 양물을 무척이나 바라고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새 신부와의 교합에서 만족을 얻지 못한다는 말에 측은함이 일었다. 또 천하에서 자신이 교합의 명물이라는 칭찬에 헌원의 몸을 이끌었다. 그날 나눈 체위는 토끼가 털을 빤다의 의미의 ‘토연호(兎吮毫)’이다.
사내는 얼굴을 위로 향해 바로 눕고 두 다리를 쭉 뻗는다. 여자는 그 위에 가랑이를 벌리고 얼굴은 사내 다리를 향한다. 두 무릎은 꿇어앉고 벌린다. 손은 바닥을 짚고 머리는 아래를 향한다. 사내는 양물로 음핵의 중심을 찌른다. 여자가 흥분하여 음액이 샘과 같이 흘러나오고 얼굴색이 상기되고 고조에 오르면 동작을 멈춘다.
사내는 여자의 넓적다리 바깥쪽을 두 손으로 붙잡거나 엉덩이를 만지거나 아울러 마음대로 여자 몸을 애무할 수 있어 좋다. 교접할 때 반드시 여자가 주동이 되어 상하나 좌우로 엉덩이를 흔든다. 여자가 흔들 때 세심해야 한다. 토끼가 털을 빨듯 유연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엉덩이 오르내림의 동작이 거칠고 빠르면 양물이 빠지거나 꺾일 수 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났다. 헌원이 아소의 몸을 통해 교합의 옛 맛을 되찾아 얼굴이 상기되었다.
“소가 만 마리 있어도 잡아먹을 소가 없다더니 여자가 아무리 많아도 그대만큼 뛰어나고 아리따운 여자는 없소.”
헌원은 마음에 기쁨이 가득 차 연신 아소를 애무하면서 칭찬의 말을 늘어놓았다. 아소는 헌원의 양물을 한 손으로 꼭 쥐고 한 손으로는 그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빙그레 웃었다. 계집이란 참으로 괴상한 요물이다. 삐져 있다가도 사내가 물만 뿌려주면 금방 풀어진다. 그러나 아소는 철없는 계집이 아니었다. 헌원의 칭찬이 좋고 또 그와 교접을 치러 기쁘기도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잘 알았다.
“소녀는 홍상미판은 고사하고 입상측녀의 나이도 지났습니다. 그러니 소녀는 경험으로 님을 즐겁게 해줄 수는 있지만 회춘을 돕지는 못합니다. 누조는 홍상미판의 여인이라 회춘이 될 것이옵니다.”
“회춘이라 했소?”
“그러하옵니다. 님은 천년만년 만수무강하여 천하를 바로잡고 온누리에 복이 가득 차게 해야 합니다. 장생불로 하시려면 갓 천계가 트인 여인과 자주 교합을 통해야 합니다. 그래야 젊고 발랄한 음기가 노쇠화 되어가는 양기를 회춘시켜 줍니다. 그러므로 누조와 하고 싶지 않아도 회춘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합니다.”
소녀는 명의 기백에게 명해 14~15세 계집애들의 초경을 받아 초경환(初經丸)을 제조시켜 헌원에게 바치게 했다. 그 약을 먹은 후 헌원의 얼굴에 기름이 돌고 혈기가 왕성해졌다. 또 정력도 더 세졌다.
“훌륭한 사내는 반드시 자녀가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누조와 교합을 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초경환을 먹은 헌원이 아소의 침실로 찾아오자 아소는 그에게 자녀를 갖도록 권한 뒤 방사를 시작했다. 소녀가 오른 어깨를 깔고 가로 눕고 사내는 등 뒤에 매미처럼 달라붙는다. 소녀의 통로는 비가 쏟아지듯 흠뻑 젖는다. 사내의 손가락이 통로의 어구를 만질 때마다 온몸이 들썩거린다. 구석구석 세포가 수컷을 강렬히 원했다. 사내의 양물이 통로를 가르고 천천히 미끄러져 들어간다. 격렬하게 교합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양물을 조갑지에 살짝 끼워놓고 단맛을 느끼며 잔잔한 대화를 나누는 재미를 즐기려는 것이다.
사내의 양물이 호수에 들어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죽어버린다. 몸을 움직여 힘을 쓰지 않더라도 손으로 젖가슴을 만지고 복부 혹은 풍만한 엉덩이와 허벅지를 살살 만져야 양물이 죽지 않는다. 양물을 집어넣고 힘을 쓰지 않는 상황에서 손가락으로 젖꼭지를 살살 긁어주면 암컷은 전율이 들락날락 하면서 짜릿함을 느낀다. 그 상태에서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갑자기 양물을 팽창하는 동작을 가하면 암컷은 자지러지게 자극을 받는다. 이때 암컷의 흥분은 최고조에 이른다. 수컷이 양물을 빼내고 손바닥으로 음부를 철썩 때려주면 암컷은 좋다고 음부를 허공을 향해 솟구치거나 두 다리를 쫙 벌린다. 한번 때려줄 때마다 솟구치는 고도가 높아가고 벌어지는 폭이 점점 더 커지고 음부가 팽창된다. 빨리 수컷을 달라는 강력한 신호이다.
양물을 호수 어구에 대고 암컷의 다짐을 받으면 암컷은 그 어떠한 요구도 전부 수용한다. 이를 테면, 시키는 대로 하겠다든지, 평생 당신의 노예로 살겠다든지, 당장 죽어도 원이 없다고 횡설수설 늘어놓는다. 이 세상 전부를 포기하고 오로지 수컷이 침입해 들어오기만을 바란다. 수컷은 암컷을 완벽하게 정복했다는 만족감으로 희열을 만끽하면서 한바탕 용을 써 실컷 짓밟는다. 만약 수컷이 홱 돌아누우면 암컷은 미쳐버린다. 화산이 분출하기 직전에 이른 암컷은 자기수컷이 해주지 않으면 밖으로 뛰쳐나가 지나가는 나그네를 붙잡고 해달라고 구걸할 것이다.

자고로 인간은 어미 아비의 교합에 의해 탄생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건만 인간을 신격화 하려고 엉뚱한 탄생 신화들을 지어냈다. 이를테면 흙으로 빚고 콧구멍에 바람을 불어넣어 인간이 되었다, 성령에 의해 잉태했다, 새끼줄에 사람 모양의 흙을 매달아놓고 확 뿌렸더니 숱한 인간이 만들어졌다, 꿈에 용을 보고 잉태했다, 우물에 해가 떠 있는 물을 마시고 회임했다, 커다란 말발굽을 밟고 아기를 뱄다, 커다란 알에서 생겨났다, 박에서 미녀가 나타났다, 여인국 여인네들이 홀딱 벗고 남풍을 맞으면 임신된다, 회태천(懷胎泉)의 샘물을 마시면 회태가 된다는 등의 신화전설이 많고도 많다.
헌원의 아버지는 하늘에서 내려온 서자이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인간이며 어머니인 유교씨도 분명 인간이다. 아소 역시 신의 종자가 아닌 인간의 씨앗으로 태어났다. 누조 또한 어미 아비의 인간적인 음양교합에 의해 세상에 태어났다.
헌원이 비록 누조와의 교합이 영 재미가 없으나 소녀의 권유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배설을 하듯 주기적인 교합을 했다. 누조는 보통 여인에 비해 마음 씀씀이가 착하고 머리가 잘 돌아갔다. 그러나 아소에 비하면 교합기교를 비롯해 여러 면에서 많이 뒤쳐졌다. 그래서 늘 아소 앞에서 주눅이 들었다.
하느님은 공평하다. 아소가 여러 면에서 뛰어났지만 회임을 하지 못하는 반면 누조는 소녀가 할 수 없는 위대한 일을 해내고 말았다. 물론 이 세상 여인네들이 거의 다하는 일이지만 그녀는 아소가 할 수 없는 일을 해냈다는 자부심으로 충만되었다. 헌원과 혼인한 지 1년 만에 떡판 같은 아들을 낳고 어미가 되었다. 그녀는 어미가 된 그날부터 마치 하늘의 별이라도 딴듯 득의양양했다.
당시 중원에서는 첫 아이는 죽여 없애는 ‘살수자(殺首子)’ 풍속이 유행했다. 계집이 혼인하기 전에 친정오빠나 동네 남정네들과 정을 통해 아기를 밸 수 있고 그래서 시집와서 낳은 첫 아기는 누구의 아기인지 불분명했기에 차라리 죽여버린 것이었다. 이는 당시 처녀가 혼전불륜이 심각했다는 증거이리라.
누조가 아이를 낳자 죽이느냐, 살려두느냐는 시비로 떠들썩해졌다. 풍속에 따르면 죽여 없애야 마땅하지만 누조의 친정아버지인 서릉씨는 딸애가 혼전에 불륜관계가 없었음을 하늘에 맹세하노라면서 살려둘 것을 간절히 요청했다. 헌원도 첫날밤 누조가 비천한 헌신짝(破靴: 불륜녀)이 아니라 신선한 처녀의 몸이라는 것을 주장해서 시비가 가라앉게 되었다.
헌원은 장자의 이름을 심오하고 심원하며 오묘하다는 ‘현(玄)’ 자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다는 뜻의 ‘효(囂)’를 붙여 ‘현효(玄囂)’라 지었다. 누조가 아들을 낳자 아소는 괜히 불안해졌다. 하루 지나고 이틀이 지남에 따라 위기감이 엄습해왔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이 직접 현효를 키우기로 했다. 누조가 현효를 낳았으나 장차 후계자로 키워낼 자질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피는 물보다 더 진하다는 말이 진리라면 낳은 정보다 키운 정이 더 크다는 것도 또 하나의 진리다. 현효가 눈가림이 생기기 전부터 키우게 되자 아이는 아소를 엄마처럼 따랐다. 아소가 현효를 키우자 위엄이 누조를 능가하게 되었다. 아들을 낳고 어깨에 힘이 생겼던 누조는 뜻하지 않는 날벼락을 맞았다. 우울해지던 그녀를 살린 것은 차남을 생산한 사건이었다.
누조는 장남 현효가 돌이 지나기 바쁘게 차남을 낳았다. 토끼 혼을 타고났는지 그녀는 생산성이 풍부해 연년생을 낳았다. 두 아이 모두 사내였다. 물건이 있다는 것은 ‘유(有)’의 상징이다. 두 아들이 장성하여 아비를 받쳐준다면 세상을 차지하는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이다. 장남이 심오하고 오묘한 이치로 세상을 다스리게 한다면 차남은 창성하고 흥성하고 번성하고 아름답고 곱고 착하고 선량한 뜻으로 ‘창의(昌意)’ 라 이름 지었다.
태자 현효를 아소에게 빼앗긴 누조는 창의를 빼앗겨선 안 된다고 입을 앙다물었다. 아소는 현효를 키운다는 빌미로 헌원과의 사랑이 소원해지지 않기를 바랄 뿐 더 이상의 욕심이 없었다. 그러나 누조는 창의를 이용해 아소에게 도전을 걸기로 했다. 창의가 걸어다닐 때가 되자 자주 형을 찾아가게 했고 그때마다 형을 데리고 오게 시켰다. 그 기회를 이용해 장남의 마음을 돌리려 안달을 떨었다. 친어미의 지극정성에 현효도 피가 당기는지 살갑게 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누조는 내친 김에 아소를 쫓아내리라 마음먹기에 이르렀다.

아소는 젊음을 유지하려 국화주와 옥즙을 상복하고 있지만 흐르는 세월이 비껴가지 않았다. 맑고 깨끗하던 옥에 잡티가 생겨나고 주름이 파였다. 야들야들 하면서도 비단 위에 굴러다니는 구슬 같았던 두 손도 거칠어졌다. 허벅지 근육의 탄성도 예전 같지 않게 물렁해졌다. 복근을 만져보니 주글주글 손에 잡힌다. 손바닥이 탕탕 튕겨나던 엉덩이도 이젠 힘을 잃어 아래로 처지기 시작했다. 가장 소중한 무기인 홍목단도 젊은 시절의 우윳빛을 잃어 흐리한 회색이 나고 흥분될 때 빨간 장미색이었던 것이 이젠 자줏빛이 비낀다. 갓 잡아 올린 잉어처럼 팔딱팔딱거리던 꽃잎도 이젠 소금을 뿌린 생선처럼 생기가 사라졌다.
그러나 몸은 한물 갔어도 그나마 손끝을 홍목단에 넣어 보니 온기가 여전하고 촉촉한 물기가 느껴져 욕망이 살아있다는 증거라 다행이었다. 그날 밤 오랜만에 헌원이 찾아오자 아소가 물었다.
“곤륜산에서 하늘땅이 무너지도록 즐긴 후에 이 소녀에게 교합하고자 하면 어떤 여인이 좋고 어떤 여인이 나쁜지에 대해 물은 적이 있죠?”
헌원이 그때 그 시절을 기억 못할 리 없었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소.”
“홍상미판의 여인이 1품이란 말이 실감나지요? 다음은 사내에게 도움을 주는 입상측녀가 2품이고, 30세 여인은 3품이라 했죠. 님이 3품인 소녀를 버리지 않고 여태까지 긴 세월 동안 변함없이 사랑해준 것에 한없이 감격하옵니다.”
소녀가 허리를 굽혀 머리가 땅에 닿게 넙죽 절을 올렸다. 헌원이 아소의 돌발적인 행위에 어리둥절했다.
“대체 웬 일이오?”
아소의 고운 두 눈에 20년 전에 맺혔던 처량한 눈물이 글썽글썽하게 비쳤다.
“소녀는 이젠 여인으로서의 폐인인 불혹에 접어들었사옵니다.”
사내란 타고난 천성이 섬세하지 못하고 둔하다. 진작 알아차렸어야 할 것을 이제야 깨우쳤다.
“아니오. 당신은 영원히 나의 소녀요. 나이와 무슨 상관이 있소, 곤륜산을 떠날 때 하늘에 맹세하지 않았소.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도 영원히 변치 말자고.”
아소는 헌원의 변함없는 마음에 가슴이 녹아내렸다. 감격에 달아오른 몸을 사내에게 통째로 맡겼다.
“님의 태산 같은 마음에 이 소녀는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허나 현실은 어디까지나 현실입니다. 소녀는 이젠 폐인이 되었으니 여자로서 교접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다만 정신적으로만 도움을 주겠습니다. 그러므로 육체적으로는 이 소녀를 멀리하고 누조를 비롯해 궁녀들을 취하시기 바라나이다.”
헌원은 아소가 뭐라 해도 사랑하는 마음만은 변함이 없었다.
“나는 그대와 사랑의 행위를 나눌 때가 삶에서 가장 희열을 느끼는 때요. 앞으로 그런 말일랑 절대 하지 마시오.”
아소는 그 말에 감격해 결심과 달리 또 한번의 교접을 맺었다. 그날 행한 체위는 맥이 조화되는 ‘조맥(調脉)’이다.
여자를 옆으로 눕혀 좌로 향하게 하고 무릎을 굽혀 가슴을 향하게 하고 왼쪽다리를 바로 뻗는다. 사내는 여자 몸 위에 엎드려 측면을 정면에서 공격한다. 양물을 음도에 삽입하여 54차례 행한다.
다음은 혈을 쌓는 축혈(蓄血)이다.
사내는 위로 향해 반듯하게 눕고 피동자세를 취한다. 여자는 엉덩이를 들고 사내의 두 무릎 위에 엉덩이 양면에 두 다리를 벌리고 무릎을 꿇는다. 여자의 음호가 사내의 양물과 마주한다. 여자의 음문을 양물에 접근시키고 깊이깊이 삽입하고 상하운동을 63차례 한다.
다음은 정액을 더하는 익정(益精)이다.
여자는 아래를 향해 굽혀 엎드리고 하복부에 높은 베개를 받친다. 넓적다리에 비해 엉덩이를 높이고 음문을 치솟게 하여 볼록 나오게 한 후 삽입한다. 사내는 양 손바닥과 양 무릎으로 땅을 지탱하고 양 다리를 여자의 다리 안쪽에 걸터앉고 양물을 음도에 삽입해 박고 빼고를 72차례 한다.
다음은 온몸을 다스리는 도체(導體)이다.
여자가 위로 향해 반듯하게 눕고 두 다리를 뒤로 구부려 발꿈치가 엉덩이에 닿게 한다. 사내는 두 무릎으로 양쪽을 붙잡고 땅에 붙이고 양 다리를 여자 위에 절터앉아 삽입한다. 들어가고 나오기를 81차례씩 매일 9번씩 9일 동안 행하면 온몸이 잘 다스려진다. 다만 이 자세는 사내가 사정하지 말아야 하고 여자는 양 다리를 굽히느라 몹시 아프다. 그렇지만 고통을 참고 계속 행하면 몸이 잘 다스려진다.

아소의 조갑지에 물렸던 양물이 마무리에 접어들자 악센 악어 입에 물렸다. 양물이 끊어져 나가는 느낌이다. 고통인지, 쾌감인지 판단키 어렵다. 곡정을 한 바가지 듬뿍 받고나서야 악어 입이 풀렸다. 올가미에서 풀려난 양물은 그 짜릿함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음이 유감이다. 아소는 역시 소녀였다. 천하에 둘도 없는 여인이었다. 비록 육체의 향기가 예전 같지 않으나 교합 기교만은 세월을 거듭할수록 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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