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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당선은 천지개벽
지난 12월 19일 한국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보수진영의 재집권이란 의미보다 여성대통령이 탄생되었다는 것이 더 큰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과 같은 전통유교국가에서 여성대통령의 탄생은 4년 전 미국에서 첫 흑인대통령이 나왔던 만큼이나 천지개벽의 의미가 크다.
한반도역사를 돌아보면 2천 년 전 삼국건립을 계기로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과도되었다. 하지만 모계사회의 잔재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도처에서 천년동안 드러나고 있었다. 한 가지 실례를 들자면 남자의 결혼을 ‘장가를 간다.’고 표현하는데, 이것은 남자가 결혼하면 먼저 여자의 집에 가서 살면서 아이를 낳고 일정기간이 지난 후 다시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남자의 집에 돌아와 정착하여 살아가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남자가 ‘丈家’에 가는 혼인관습이 조선조 초기까지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1392년 이성계의 조선개국은 유교이념을 통치무기로 삼았고 518년 동안 유교는 모든 종교를 밀어내고 우리선조들의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유교는 여성을 무시하고 차별하며 남자 중심사회를 구축하는 이른바 남존여비사회의 핵심종교이다. 이런 풍토에서 여왕의 탄생은 아라비안나이트(天方夜談)와 같은 이야기였다.
유교국가관은 다른 문화권의 국가관에 비해 천양지차이다. 다른 문화권에는 ‘국’이지 ‘국가’가 아니다. 중국도 주공시대까지는 ‘국’이지 ‘국가’가 아니었다. 그러다가 공자가 주공의 혼인 제도를 높은 단계로 승화시키고 ‘국’은 ‘가’를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국가관’을 설파했다. 즉 유고의 핵심이념인 ‘仁’은 먼저 ‘가’ 내에서 실천되어야 하고 다음 사회에 전파되고 종국적으로 ‘국’에 널리 퍼지면 천하는 태평성세가 된다는 것이다. 또 공자의 국가관에 있어서 ‘修身’ ‘齊家’ ‘治國’ ‘平天下’를 들 수 있다. 소인이 군자가 되는 길은 공부인데 공부하는 목적은 우선 몸을 다스리는 것(수양을 쌓는 것)이며, 몸을 잘 다스리는 것은 가정을 고르게(가족의 화목)하는 것이며, 가정이 고르게 되어야 나라가 잘 다스려지며, 나라가 잘 다스려져야 천하가 태평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가’의 주체는 남자이고 여자는 그저 남자들의 의도에 따르기만 하면 되는 피동적인 존재이다.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의 주체도 남자이지 여자는 배제되어 있었다. 이러한 유교적인 국가관 조선조사회에서 어떻게 여왕이 탄생될 수 있었겠는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유교의 본산지는 중국이지만 조선조 518년을 통해 한반도는 중국보다 훨씬 더 유교적인 이념과 사상이 강했다. 필자는 유교가 동양3국에 미친 영향의 정도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해냈다. 중국유교는 ‘근육유교’, 일본유교는 ‘피부유교’, 조선유교는 ‘뼛속유교’이다.
동양3국은 과거도 그러했거니와 현재도 유교이념과 사상의 영향이 지대하다. 현재 한국은 불교신자가 26%, 기독교신자가 19%, 유교신자는 2%밖에 되지 않지만 어떤 종교 신자를 막론하고 한국인의 사회생활과 가족생활 의식을 지배하는 것은 여전히 유교이념과 유교사상이다.
여기서 밝히고 싶은 것은 ‘피부유교’인 일본도 ‘근육유교’인 중국도 아직 정치권은 남자의 세상이지 결코 여성의 세상이 아니다. 중국은 공처가가 많으며 한반도에 비해 남존여비가 심하지 않다. 특히 모택동이 ‘여성은 하늘의 절반’이라고 표현한 이후, 더욱이 문화혁명시기 여자홍위병의 탄생에 의해 중국여성은 남성화가 강해 중국은 남자는 남자답지 못하고(男不男) 여자는 여자답지 못한(女不女)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사회로 되어버렸다. 세상에서 중국이 남녀평등이 잘 실천된 나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가주석이나 총리자리에 여성이 오르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거니와 정치국상무위원 7명 가운데 여성이 단 한명도 없는 실정이다.
중국과 일본에 비해 유교적인 이념과 사상이 훨씬 짙은 한국에서 여성대통령이 나온다는 것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성대통령이 현실로 되었다. 박근혜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을 업었던 어쨌든 간에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는 했지만 앞으로 남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시각을 어떻게 극복해 나아갈 지가 자못 궁금하다.
한편 한반도역사에서 부계사회에 진입한 이래 신라시기 선덕여왕(632~647 집정, 제27대), 진덕여왕(647~654 집정, 제28대), 진성여왕(887~897 집정, 제51대)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당선은 진성여왕이후 1015년 만에 탄생한 ‘여왕’으로서 하늘땅이 뒤바뀔 정도의 천지개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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