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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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戰士)란 말의 유래
2013년 03월 16일 14시 46분  조회:5135  추천:1  작성자: 김정룡



전사(戰士)란 말의 유래

 

‘士’를 중국과 한국은 선비 ‘사’라 하고 일본은 武士를 뜻하는 사무라이라 부른다. 왜 이렇듯 극명하게 다를까? 양쪽에 다 일리가 있다.

춘추시대에 사람은 귀족과 평민, 그리고 노예로 구분하는데, 이를 계급이라 한다. 귀족계급은 다시 천자, 제후, 대부, 사(士)로 나뉘는데, 이를 등급이라 한다. 네 가지 등급가운데 앞에 세 가지 귀족은 모두 영지를 지니고 있어 ‘영주’라 부른다. 그러나 ‘사’는 영지가 없이 단지 제사권, 참정권, 참전권 등 세 가지 권리만 가지고 있었다.

춘추시대 전쟁은 제후가 통수권자이고 대부는 장군이고 평민은 참전권이 없어 ‘사’가 싸움의 주력군이었다. ‘戰士’와 ‘兵士’란 말이 이로부터 유래되었다.

귀족인 ‘사’가 병사 노릇하는 전쟁은 당연히 전국시기부터 있었던 전쟁에 비해 점잖고 재미있었다. 다시 말해서 춘추시대 전쟁은 양반 놀이었다면 전국시대 이후 전쟁은 상놈의 놀이었다.

염·황 시대 전쟁은 아무런 규칙이 없이 서로 마구 때리고 쫓고 도망가는 난전(亂戰)이었던데 비해 춘추시대 전쟁을 살펴보면 규칙이 엄격했는데 참으로 귀엽고 재미있었다.

첫째 시간을 엄격히 지켰다.

보통 아침 해가 떠오르면 집합하여 싸우고 아침밥을 먹기 전에 끝냈다. 아무리 길어도 하루를 초과하지 않으며 해가 지면 그만두었다.

둘째 지정된 장소에서만 싸웠다.

두 나라 국경선 변강(封疆이라고도 함)에서 싸웠다.

셋째 예의를 엄격하게 지켰다.

쌍방의 군대는 변강에 도착하면 일단 합숙에 들어간다. 이튿날 날이 밝으면 포진을 시작한다. 포진이 끝나면 각기 장군이나 사절을 파견해 대화를 시작한다.

넷째 유희규칙을 중시했다.

우선 적진에서 온 사자를 절대 죽이는 법이 없었다. 다음 상대가 전열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하지 않는다. 그다음 거듭 상해를 입히지 않는다. 다친 사람을 더 가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네 번째는 머리가 흰 사람은 포로로 삼지 않는다. 다섯 번째 오십 보 후퇴하는 자를 쫓지 않는다. 오십 보만 후퇴하면 되는데 굳이 백 보 도망갈 이유가 없었다. 맹자의 '오십 보 백 보' 이야기가 여기서 유래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적군이 도망치는 전차가 구렁텅이에 빠지면 다가가서 구원해주었다는 것이다. 현대축구경기에서 상대팀 선수가 쓰러지면 다가가서 일으키는 것과 흡사했다.

어떻게 그토록 재미나는 전쟁이 가능했을까? 전쟁목적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당시 전쟁목적은 ‘겸병(兼竝:상대국을 멸망시켜 삼킨다는 뜻)’이 아니라 ‘쟁패(爭覇)’였기 때문이다. ‘정패’는 천자의 이름을 빌어 천하를 정치적으로 제패하는 것이지 영토 뺏기 싸움이 아니라는 뜻이다. ‘춘추오패’는 기타 제후국을 정치적으로 지배하는 패주가 되었을 뿐 군사적, 경제적으로 지배하지 않았다.

‘겸병’전쟁은 전국시기부터 시작되었다. ‘겸병’의 수요에 따라 손무, 오기, 손빈 등 군사가가 생겨나게 되었고 그때부터 인류의 전쟁은 냉정하고 야비하고 야만스러웠고 참혹했다.

춘추시기 일선에서 싸움하는 자가 ‘사’였다면 전국시기부터 평민이 싸움의 주력이었다. 그렇지만 평민출신군인을 ‘전민(戰民)’이라 부른 것이 아니라 춘추시기 관습에 의해 그냥 ‘전사’라고 불렀고 현대사회도 여전히 이 호칭이 이어져 내려오게 되었던 것이다.

* 易中天의 <중국인의 지혜> 시리즈강의 제2강 '병가의 사고'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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