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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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민족과 개고기 단상
2021년 10월 11일 10시 00분  조회:1606  추천:0  작성자: 김정룡
백의민족과 개고기 단상

김정룡 


인류가 동물을 가축화 한 시기는 대략 1만 년 전의 일이라고 하는데 이 시간은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것과 맞물린다. 아마 인류는 농경을 시작하면서 동물의 힘을 빌리고 이용하는 아이템에 의해 동물가축화 문화가 생겨났을 것이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각 대륙마다 동물을 가축화 한 종류가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온대대륙성 기후 지대인 유럽대륙과 중국의 중원 지역에서는 대략 13종의 동물을 가축화 했던데 비해 남미 대륙에서는 말을 구경한 것이 16세기 스페인 침략자들이 갖고 온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하며 실제로 남미는 라마 외에 기타 동물을 가축화 한 종류가 매우 적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백의민족도 농경문화가 어림잡아 5천 년 이상이니 그때부터 동물을 가축화 했을 것이다. 따라서 백의민족은 소, 돼지, 개, 닭 등 그 종류가 많지는 않았다.

백의민족은 가축 중에 소를 가장 소중하게 간주했다. ‘애비 없이는 살아도 소가 없이는 못 산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소가 농경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 컸다. 돼지를 키우는 목적은 주로 팔아서 살림살이에 보태는 것이었고, 닭도 생계유지 수단의 하나의 ‘도구’였다. 가축 중에 똥개는 순전히 육식용이었다.

본문에서는 주로 개와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련다.

개는 7대주 4대양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동물이며 그 종류도 수천수만 가지다. 따라서 종류에 따라 개의 역할도 달라진다. 캐나다 북부 지역에서는 허스키라는 개를 수레를 끄는 ‘일꾼’으로 활용하고 있다. 과거 전 지구적으로 개를 키우는 것은 집을 지키는 수호역할을 목적으로 했다. 일부 부잣집들은 덩치가 작은 개를 반려동물로 키웠다. 현대사회에서는 인류의 삶이 여유가 생김에 따라 한 사람 건너 애완견으로 개를 키우고 있다. 도시 길가에서 한참 애기를 안고 다닐 나이 여성들이 개를 안고 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일상화 되고 있고 아이를 태우는 유모차에 개를 태우고 다니는 여성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진짜 개 팔자가 상팔자인 시대가 왔다.

가축 중에 개가 인간과 가장 ‘정’이 깊은 동물이다. 주인이 가난하다고 배신하는 개는 세상에 없다. 자기를 예뻐하면 꼬리를 살살 흔들며 애교를 부린다. 개를 오래 키우면 그 개는 자기의 목숨보다 주인의 목숨을 더 중히 여기는 개도 있다. 한 독거노인이 개를 키우고 있었는데 분명히 그 개가 수명을 다 하여 죽게 생겼는데도 주인을 지키려고 억지로 버티고 있는 모습이 확연했다. 주인이 너무 안타까워 개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먼저 저 세상에 가면 나도 따라서 네가 있는 곳에 갈 것이니 시름 놓고 천국에 가거라.”
이 말이 끝나자마자 개는 금세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숨을 거뒀다고 한다. 

인간과 개에 관한 미담이 많고도 많다. 그래서일까? 사람이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거나 몰상식한 짓을 하면 ‘개보다 못한 자식’이라고 비난한다. 

한편 인류는 키우는 가축을 도살하여 육식으로 먹는데 그 중에는 금기하는 동물도 있다. 이슬람교도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이에 관련하여 여러 설이 있다. 아브라함의 장남인 이스마엘은 하인 하갈과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스마엘이 14세 때 본처에게서 이삭이 태어나자 쫓겨났다. 모자가 정처 없이 사막을 떠돌고 있을 때 갈증에 시달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을 찰나에 새끼를 낳은 어미 돼지가 나타나 이들에게 젖을 먹여 살아났고 그 후대들이 지금의 아랍민족이며 그래서 아랍민족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이야기도 그냥 하나의 ‘설’일 뿐 역사적인 증거는 없다. 

인류가 문명시대에 진입한 이래 금기사항을 만들어낸 것은 샤머니즘(미신) 사상과 종교의 계율에 의한 것이다. 

이슬람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개고기를 예를 든다면 서양 사람들은 거의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지구상에서 개고기를 먹는 민족은 보편적이 아니라 매우 드물다. 그 중 개고기를 먹는 민족 중 하나에 속하는 것이 백의민족이다. 

백의민족은 본래 개고기를 영양식, 보양식으로 간주해왔다. 한국에서도 60~70년대까지만 해도 신체가 허약하면 의사들이 개고기를 드시라고 권유했을 정도로 개고기를 많이 먹었다. 중국에 이주해간 조선족은 개고기를 매우 즐겨 먹었다. 개혁개방 전 시골마을에서는 구질구질한 날씨 때면 동네 남정들이 모여 개추렴을 자주 했다. 필자의 모친은 해마다 봄철이면 개엿을 대려 남편에게 공대했다. 개혁개방 이후 연길에서는 아래개방지에 전문 개시장이 생겨났고 개고기 전문식당들이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1990년대 초 연길 00개고기 전문식당은 하루 평균 20여 마리 개를 잡아 들일만큼 장사가 호황이었다. 중국 한족들은 보편적으로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연변의 개고기가 자급자족이 되지 못해 연변을 벗어난 일명 ‘안쪽’지방에 가서 개를 구매해 공급하여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중국조선족은 보편적으로 개고기를 즐겨 먹는다. 중국에서의 음식습관이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도 개고기를 찾아 먹는다. 그런데 앞으로 조선족은 한국 땅에서 개고기를 영원히 먹을 수 없을 날이 올 것 같다.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께서 청와대 주례회의 때 ‘이젠 개고기 식용 금지 검토할 때가 왔다’고 말해 관련 부처에서 검토에 착수했다.

한국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정서를 감안해서 하는 말이기 때문에 개고기 식용 금지가 곧 실시 될 것으로 예측된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개고기에 대한 정서가 어떠한 지부터 살펴보자. 

앞서 지적했듯이 한국 사람들이 본래 개고기를 즐겨 먹었다. 최근 수십 년 사이 개고기를 먹지 않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는데 그 원인을 대체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기독교를 믿는 신도들 중 본래 먹던 개고기를 신앙에 의해 금기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과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으면 재수 없다는 ‘설’을 믿고 개고기를 기피하는 경향이 짙다.

셋째, 한국에서 ‘서울88올림픽’을 개최하게 되자 IOC 관계자들이 사전답사를 할 때 대로변에 개고기음식점이 있는 것이 유럽국가 선수들이 이상하게 여길 것이라고 지적하고 심지어 개고기를 먹는 민족은 야만이라는 여론까지 떠돌아 정부가 나서 도로변에 개고기음식점을 후미진 골목으로 이전 명령을 내렸고 그때부터 ‘개고기식당’간판이 사라지고 ‘보신탕집’으로 바꿔버렸다. 

국제적인 대잔치인 올림픽을 개최하려고 서양인들이 기피한다는 이유로 개고기문화를 완전히 바꿔버리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한국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 수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넷째, 2000년대 들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게 되자 한 사람 건너 개를 키울게 되었고 이들은 개고기를 먹지 않을 뿐더런 동물 관련단체가 나서 개고기 식용 금지를 정부에 제안하고 있는 것도 개고기를 먹지 않는 바람에 부채질 하고 있다. 

한국에서 드물게 운영되고 있는 개고기음식점들은 간판으로 ‘보신탕집’이라고 고쳐 달고 영업을 하는데 비해 한국 내 조선족 밀집지역들에서는 조선족이 운영하는 개고기음식점들은 지극 소수만 ‘보신탕집’이란 간판을 걸었을 뿐 절대다수는 그냥 ‘중국식’으로 ‘연변개고기’ ‘목단강개고기’, ‘진달래개고기’ 이런 식으로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해왔다. 

그런데 앞으로 이런 간판들을 볼 수 없는 날이 올 것 같아 조선족사회 음식문화에도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짐작된다. 

동북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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