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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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조선족은 한족에게 한 수 배워야…”
2007년 10월 14일 16시 42분  조회:5904  추천:66  작성자: 김정룡

재한조선족문제연구
제2부  재한조선족의 삶의 실태      

5. “재한조선족은 한족에게 한 수 배워야…” 
-조선족은 ‘현재형’, 한족은 ‘미래형’


김정룡 재한조선족칼럼니스트  
 

 현재 한국에는 조선족이 22만, 한족이 11만이 살고 있다. 그러니 중국에서 한국에 온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조선족이고 한 사람이 한족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족은 설치지 않고 조용히 살고 있어 조선족의 눈에 한족이 아주 적어 보인다. 

 실제로 가리봉시장 일대에서는 하루저녁에 3건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이상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선족들은 설치고 있다. 이곳 상인들은 벌써부터 조선족이 체류가 합법화되면 시름 놓고 술 마시고 싸울 것이니 큰 걱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조선족들의 한국생활은 여러모로 복잡하다. 이에 비해 한국에 온 한족은 그 절대다수가 돈 벌이를 왔기 때문에 다년간 일관하게 쓸데없는 일에 눈을 팔지 않고오로지 일만 꾸벅꾸벅 해서 착실하게 돈을 모으고 있다. 

 금천구 가산동의 한 비좁은 쪽방에 서로 타지방에서 온 한족이 셋이 살고 있다. 그들은 모두 수년간 일당 일을 하고 있는데 봄부터 가을까지 하도 꾸준하게 출근하니인력회사에서 겨울에도 별로 쉴 사이 없이 일감을 준다고 한다. 뿐더러 아침점심은현장에서 먹고 저녁은 윤번으로 가장 값싼 채소를 골라 사서 해먹는다고 한다. 부지런히 일을 하고 아껴 먹고 아껴 쓰고 해서 매달 평균 집에 120만 원 씩 꼭꼭 부쳐 보낸단다.

 필자가 농담으로 여자생각이 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돈을 벌려고 왔는데 웬 여자예요? 꾸준히 벌어 모아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지요.”라고 대답했었다.

 물론 조선족들도 처음에 한국에 오면 ‘감옥’에 온 셈치고 열심히 산다. 그러다가 거퍼 1년 지나기 바쁘게 이리저리 눈을 팔고 돈을 헛되이 써가면서 ‘향수’를 추구한다. 

 연변에 가면 ‘한족들이 조선족들의 돈을 번다’는 말이 있는데, 한국사회에서도 이 말은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듯하다. 

 한국에 온 한족여성들은 조선족남성들을 애인으로 사귀기를 선호하고 있는 데, 그 이유는 한족남성들이 너무 짠데 반해 조선족남성들은 여자를 위해서라면 아끼지 않고 돈을 펑펑 쓰기 때문이라 한다.

 연길에서 온 박모(32세)는 5년 전에 총각으로 심양에서 온 4살 연상인 한족 아줌마와 동거하기 시작했는데, 그는 매달 번 돈을 꼬박꼬박 여자에게 바쳐 보관하게 했다. 남자는 여자의 “앞으로 결혼해주겠다”는 감언이설을 믿고 ‘밸까지 빼’주었으나 그녀는 남자의 돈 6천여만 원을 갖고 홀랑 도망가 버렸다.

 다음 한족은 친척초청이 안되어 결혼으로 한국에 온 수가 많은데, 이민족 간의 국제결혼이라 혼인생활에 갈등도 많아 이혼건수도 많다. 그런데 한족여성들 중 십중팔구는 이혼소송에 반드시 필요한 한국남성의 호적등본과 주민등록등본을 착실하게챙겨 갖고 있다. 이에 비해 조선족여성들 중 십중팔구는 아무 서류도 챙기지 않고 무작정 가출하거나 이혼소송을 제출하려고 하는데 남편의 호적등본과 주민등록등본을 손에 쥐지 않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것이 곧바로 예로부터 문서에 대한중요성을 알고 살아온 한족과 문서에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온 조선족의 큰 차이점이다.

 한 때 중국에서 단일적인 사회주의체제하에서 조선족이 한족보다 우수해 보였을지는몰라도 경제시대에 들어서 조선족이 한족보다 많이 낙후되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기정사실이다.

혹자는 재한조선족이 한족보다 돈을 더 잘 벌고 있지 않느냐? 고 반문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확실히 재한조선족이 한족보다 여러모로 따지면 돈을 훨씬 더 많이 벌고 있다. 허나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아껴 쓸 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볼 때 조선족은 ‘하루살이’ 생활관습에서 여전히 못 벗어나고 있어 ‘현재형’인데 반해, 한족은 여전히 멀리 보고 살아가는 ‘미래형’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말해보자. 현재 한국에는 한문판 신문으로서 ‘신화보’, ‘대기원보’, ‘手拉手’ 등이 있다. 이들 신문들은 <삼자경(三字經)> 풀이를 비롯해서 중국역사문화에 대한 글을 부지런히 싣고 있다.
 이탈리아 철학자 크로체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고 말했다. 필자는 이 말을 “모든 현대사는 역사관성의 표현이다.”고 바꿔 말하고 싶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이 문화제국으로 수천 년 뻗혀 온 이유와 앞으로 뻗혀 나아 갈 수 있는 이유를 우리는 이들 한문판 신문을 통해 알아야 한다.

 이에 비에 현재 재한조선족 관련신문들은 전혀 그 역사관성의 무게를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는 중국에서 살아왔지만 ‘염황’도 모르고, 명색이 조선민족이지만 단군역사도 몰라 역사관성의 힘을 갖지 못해 한국생활도 ‘보따리 민족’으로 어정쩡하게 살고 있으니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선족은 한때 중국에서 한족을 깨지 못했다고 비웃으면서 살아온 적이 있다. 허나 이젠 거꾸로 한족이 조선족을 깨지 못했다고 비웃을 시대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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