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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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출국바람 (김정룡)
2008년 02월 22일 16시 03분  조회:5973  추천:92  작성자: 김정룡

재한조선족문제연구집

8.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출국바람
  


김정룡 재한조선족칼럼니스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출국바람. 
 출국바람이 하도 말도 많고 탈이 많아서 십여 년래 조선족사회의 가장 큰 화제 거리로 되고 있다.

 이 출국바람에 관해 여태껏 얼마나 많은 글들이 쏟아져 나왔는지 모른다. 필자는 기왕의 출국바람에 관한 글들과 각도를 달리하여 말하고 싶다. 즉 조선족은 왜 너나없이 출국바람에 뛰어드는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출국바람이 바람직한 일인가? 부부간의 어느 일방이 출국했을 경우 어떻게 마음가짐을 바꿔야하는가? 이 세 가지 문제를 둘러싸고 얘기하려고 한다.

 조선족이 너나없이 출국바람에 뛰어드는 데는 외적원인과 내적원인이 있다.

먼저 외적원인을 살펴보면 연변의 도시특징은 산업형이 아니고 소비형이기 때문에 실업자가 매우 많다. 게다가 돈이 될 만한 기업과 예전에 철밥통이라 여겨오던 공공부문에서조차  점차 새로 일자리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이러한 객관적인 원인을 따져보지 않고 그냥 출국바람 때문에 초래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만 꼬집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도시시민들이 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도시와 농촌의 생활수준 격차가 점점 더 커짐에 따라 농민들은 땅을 버리고 너나없이 출국바람에 뛰어들고 있다.

 내적원인으로는 조선족은 한족처럼 자아중심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맨날 타인과 비기면서 인생을 살기 때문에 남들이 출국해서 돈을 벌면 너나없이 따라서 춤을 춘다. 다시 말해서 조선족은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성격이 있다. 그래서 심지어 먹고 사는데 별로 지장이 없는 사람도 출국바람에 뛰어들고 있다. 미자(가명)는 연길에서 미용원을 운영하여 매달 3천원이란 짭짤한 순수입을 올리고 있으면서도 불구하고 “이렇게 벌어선 어느 천 년에 부자가 되겠느냐?”면서 미용원을 때려치우고 한국에 갔다. 해월(가명)은 대학을 졸업하고 남편과 함께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에 다녔는데 매달 월급이 합치면 4천원이나 된다. 4천원이면 연길에서 먹고 쓰고도 얼마쯤은 저축할 수 있다. 그런데 중학교동창이 본래 자기네보다 형편없이 구차하게 살았었는데 부부가 한국에 갔다 온 후 큰집을 장만해놓고 번듯하게 사는 것을 보고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에 갔다. 직장이 없거나 월급이 낮은 사람들이 출국바람에 뛰어드는 것은 제창할 일이지만 충분히 먹고살 여유가 있으면서도 불구하고 출국바람에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미자와 해월과 같은 경우의 사람은 비례가 적을 것이고 대다수가 생활이 어려워서 출국바람에 뛰어든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이래저래 출국하다보니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는 조선족만 약 15만 명에 달한 다. 이미 전에 한국에서 몇 년 간 묵어 있다가 돌아온 사람 , 일본, 싸이판, 아프리카 및 기타 나라들에 다녀온 사람이거나 현재 머물고 있는 사람을 합치면 30만 명 정도 될 것이다. 이는 200만 조선족인구를 볼 때 실로 엄청나다.

 일부에서는 출국바람 때문에 초래되는 리혼, 자녀교육, 부모양로 등 문제가 하도 심각해서 출국하지 말고 본고장에서 열심히 살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렇게 호소하는 분들의 주장은 이렇다. 한족들은 왜 출국하지 않고 본고장에서 잘살고 있는데, 조선족은 출국에만 몰두하고 있는가? 출국해서 돈은 벌었으나 가정불화가 생기거나 자녀교육이 바로 되지 못한다면 돈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사람 사는 것이 무엇을 위해서인가? 이러한 호소는 소귀에 경 읽기라고 생각한다.

 조선족이 본고장에서 더러운 일, 힘든 일 등 사회최하층의 일거리에 나서면 쪽팔린다는 체면의식 때문인 건만 사실이지만, 확실히 그러한 막노동은 아무리 힘들게 해봐야 월급이 적은 것도 또한 사실이다. 아무래도 힘들게 할 바엔 목돈을 벌 수 있는 외국에 가는 것이 최선책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너나없이 출국바람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유야 어떻든 간에 조선족사회는 한족들보다 소비수준이 훨씬 높기에 적은 월급으로는 살아가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너나없이 출국하려고 애쓰고 있다.

 출국바람 때문에 이혼율이 높고 자녀교육이 문제되고 있지만 또한 돈이 적거나 없어도 가정불화는 면치 못한다. 이미 사회가 그렇게 변화 된 만큼 과거처럼 적게 벌면 적게 쓰고 없으면 쓰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반딧불 초가집도 님과 함께”는 이미 낡은 터에서 이밥 먹던 얘기로 되어버렸다. 때문에 가령 출국 때문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더라도 역시 출국할 수만 있다면 외국에 가야 한다. 출국 때문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긴다고 해서 출국하지 말라고 호소하는 것은 마치 비행기가 사고 날 확률이 높다고 해서 비행기를 타지 말라고 권고하는 것처럼 설득력이 없다.

 출국하되 좋기는 부인보다 남편이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예로부터 남자는 나돌고 여자는 집에 있는 것이 전통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남자가 가정을 떠메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아직도 남자가 벌면 말썽이 적지만 여자가 벌고 남자가 집구석에 쑤셔 박혀 있으면 말썽이 많을뿐더러 남자가 병신 되기 마련이다. 현재 조선족사회 가정불화는 남편이 부인보다 돈을 적게 벌거나 벌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남편들이 제구실을 하려면, 특히 출국문제에 있어서 남자들이 나서고 여자들을 집에 있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다.

 현재 조선족이 출국한 남녀비례를 보면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더 많다. 이 때문에  특히 이혼문제가 더 심각한 것이다. 예하면 남자는 부인이 자기보다 못하거나 돈을 벌지 못한다고 나무라는 경우가 적은데 비해, 여자는 자기보다 남편이 못하거나 돈을 벌지 못하면 투정하기 마련이다. 특히 여자들이 밖에 나가서 눈을 뜨고 나면 또는 자기 남편보다 썩 훌륭한 남자들을 접촉하게 되면 남편이 눈에 차지 않아하는데서 이혼율이 높아지게 된다.

 필자가 한국에서 조선족을 대상으로 조사한데 의하면 거의 40%에 가까운 여성들이 귀국 후 남편과 계속 살 생각이 없다고 대답했고, 거꾸로 80%의 남자들은 계속 가정을 유지하겠다고 대답했다. 이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예로부터 남자들은 밖에 나가서 아무리 지랄하다가도 나중에는 제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여자들은 일단 변하기 시작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재 가정유지관념에 있어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훨씬 더 경솔해진 것만 사실이다.

 옛날에는 남자들이 밖에서 나돌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면서 여자들도 남자들 못지않게 나돌고 있다. 그릇이 나돌면 깨지듯이 현재 수많은 여자들이 깨지고 있다. 한국에 가 있는 조선족사회에 ‘애인’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 임시부부현상에 관해 이미 여러 편의 글들이 발표되었기에 여기서 현상라열은 그만두고 각도를 달리하여 얘기해보자.

 남나든 여자든 모두 한국에 떠날 때에는 몇 년 간 감옥에 간 셈치고 모든 욕망을 버리고 오로지 꾸벅꾸벅 열심히 일만해서 돈을 벌자고 결심한다. 바꿔 말하자면 출국하는 모든 사람은 처음부터 내가 외국에 가서 다른 남자 다른 여자와 임시부부를 맺거나, 도박놀이 하거나. 기생놀이 하거나, 한국영감과 친하려는 목적으로 가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한국은 필경 감옥이 아니고 또 출국하는 사람들은 필경 불교스님처럼 무아(无我)경지에 이른 자들이 아니기 때문에 객관적인 유혹에 나의 욕구를 억제할 수 없다. 한 해 두 해 지내다보면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가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특히 홀로 출국한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이겨내기 힘든 것이 고독이다. 멀리 있는 물이 가까운 갈증을 풀어주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멀리 헤어져 있는 남편이거나 부인은 현재 갈증을 풀어줄 방법이 없으므로 가까운 물을 구해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어찌 보면 인지상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문경(가명)이란 연길여성은 집에 장독이 어디에 있는지 김치 그릇이 어느 것인지조차 모를 지경이었으며 심지어 남편이 발까지 씻겨주고 안마까지 해줄 정도로 편안하고 행복스러웠다. 그토록 남편의 극진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고 살던 여자가 막상 타향에서 홀로 지내자니 고독을 못 이겨 3개월도 안되어 임시남편을 찾아 생활하기 시작했다. 한국 간 사람들이 거개가 임시부부를 맺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남편이 전화로 “내가 그토록 너를 사랑하는데 만약 니가 다른 남자와 바람피우는 날이면 때려죽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더니, 문경이 하는 말이 “당신이 나를 때려죽일 힘이 있으면 왜 당신이 나와서 돈을 벌지 않고 나를 외국에 보냈느냐”고 오히려 남편을 원망했다.

 우리는 이 사실을 통해 아무리 금슬이 좋던 부부라도 일단 일방이 출국하면 변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물며 수수하게 지내던 부부가 일방이 출국했을 경우에 변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더욱 없다. 변하는 것을 제창하는 입장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변하는 것이 어찌 보면 정상이다. 필자가 한국에서 여자냄새도 모르고 수년간 꾸벅꾸벅 일만하고 있는 남자들을 만나보았는데 그들은 모두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 허나 정작 당사자들은 자신이 우울증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내고 있다. 거꾸로 임시부부를 맺고 사는 남자들은 우울증이 없이 모두 활기찬 모습이다. 7년간 여자 손도 만져보지 못한 창수(가명)는 귀국해서 부인과 잠자리를 하려는데 거시기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부인이 “드문드문 써먹을 것이지 왜 병신이 되도록 놔두었느냐?”고 애탄 어투로 말했다. 의학상식으로 말하면 창수처럼 오래 동안 써먹지 않으면 병신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남자든 여자든 써먹어도 말썽거리요, 안 써먹어도 말썽거리다. 창수처럼 한국에서 오래 동안 써먹지 않는 남자는 적다. 마찬가지로 여자들도 써먹지 않는 자의 비례는 적다. 이는 20~40대 남녀를 대상해서 하는 말이다. 이 연령층에 있는 사람들은 한창 성적욕구가 강할 나이에 안 써먹고 살아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때문에 어찌 보면 출국한 사람들이 변하는 것은 정상이다.

 그리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속담이 있듯이 부부가 헤어져 있으면 자연히 마음이 멀어지게 되고 따라서 그 빈자리를 채우려고 하는 것도 어찌 보면 정상이다. 그래서 출국한 남녀들이 임시부부를 맺는 경우가 많다.

 만약 남편 혹은 부인이 출국해서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아예 보내지 말라. 괜히 보내놓고 변할까봐 속 태우면서 살 거면 아예 보내지도 말라는 뜻이다. 일단 보내기로 마음먹었으면 될 대로 되라고 속편하게 마음가짐을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 세월에 남편 혹은 부인을 출국시키는 것은 어찌 보면 도박과 마찬가지다. 운이 좋으면 돈을 벌어 와서 함께 살것 이고, 운이 나쁘면 좇 떼이고 불 떼이고 다 떼이고 만다.

 변하는 것은 집에 있는 남편 혹은 부인도 마찬가지다. 요즘 아리랑방송을 들어보면 한국에서 열심히 번 돈을 전부 집에 보냈는데 정작 귀국해보니 돈이 다 날아나 없어진 실례가 많다. 대개 도박이나 유흥에 탕진해버린 경우가 많고 다른 남자나 여자를 만나 새살림에 탕진한 경우도 적지 않다. 철호(가명)는 한국에서 6년간 열심히 번 돈을 몽땅 집에 보냈다. 얼마 전에 귀국해보니 마누라가 얼굴만 뜯어고친 것이 아니라 심지어 아이를 난 여성이라면 뱃살이 트기 마련인데 새 남자한테 처녀처럼 보이려고 튼 뱃살까지 수술했다. 남편이 그토록 힘들게 번 돈을 다른 남자한테 잘 보이려 이리저리 뜯어고치는 데만 20만원을 소비해버렸다. 남편이 돌아오자마자 이혼을 제기해놓고는 아예 집으로 들지도 않는다.

 사실 출국한 사람들은 힘들게 돈을 번다. 그러나 집에 있는 사람들은 맨날 술판과 노래방 및 동네 마작 판에 빠져있다. 옥화(가명)는 4년 동안 동네 마작 판에 처넣은 돈이 20만 원 정도나 된다. 남편이 전화 오면 새 아파트를 사놓았다고 거짓말을 해댄다. 그녀는 남편이 돌아오면 어떻게 교대해야할지 고민에 빠져있다. 하지만 마작은 여전히 손을 떼지 못하고 있다. 김표(가명)는 마누라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 다른 여자와 4년 반이나 살면서 15만원을 소비했고 그 여자가 출국하게 되니 8만원을 대주었다. 그런데 그녀는 출국 후 감감무소식이다. 마누라가 애써 번 돈을 다른 여자한테 날려 보냈다. 

 출국한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철칙이 있어야 한다. 즉 남편 혹은 부인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번 돈을 몽땅 집에 보내지 말고 적당히 생활비만 보내라. 그렇지 않고 일단 힘들게 번 돈을 몽땅 보냈다가 집에 있는 사람이 다 날려 보내면 좇 때이고 불 떼이고 남는 것은 병든 몸뚱아리 뿐이다. 세월이 변했으면 사람도 변해야 한다. 남자든 여자든 자신이 스스로 자신을 챙길 줄 알아야 한다. 해가 서산에 기운 후에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끝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비록 출국바람이 말고 많는 탈도 많지만 그래도 외화가 연변경제가 돌아가는데 크게 한몫을 하고 있으며 외국에 가서 몇 해 있다가 돌아오면 여러모로 삶의 의식이 변화되는 등 좋은 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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