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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빠진 ‘차오시엔족’ 표기
주간조선은 2064호(2009. 7. 20)부터 2088호(2010. 1. 11)까지 중국의 소수민족을 소개하는 글을 9기에 나누어 연재하였다. 먼저 제목부터 살펴보자.
⑨ 차오시엔족(朝鮮族·조선족) ⑧ 고산족(高山族) ⑦ 먀오족(苗族·묘족) ⑥ 만주족 ⑤ 좡족(壯族·장족) ④ 몽골족 ③ 티베트족(짱족·藏族) ② 회족(回族·후이족) ① 위구르족(웨이우얼족)
위 아홉 개 제목의 표기법에 아래와 같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ㄱ. 고유한문음독, 중국현지음, 국제표기, 고유호칭의 혼재.
‘고산족’ ‘만주족’ ‘회족’은 우리민족 고유한문음독에 의한 것이고, ‘차오시엔족’ ‘먀오족’ ‘좡족’은 중국 현지음(중국어발음)을 따른 것이고, ‘티베트족’은 중국어에 없는 영어(Tibet)를 비롯해 국제적인 호칭에 근거한 것이고, ‘몽골족’과 ‘위구르족’은 우리민족이 오랫동안 불러온 고유호칭이다.
이렇듯 네 가지 형식으로 표기하고 있으니 아주 혼란스럽다.
ㄴ. 괄호 안의 한문표기와 한글표기
문장에서 괄호는 보충설명역할을 한다. 저자가 ‘만주족’ ‘몽골족’에는 아예 괄호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 두 민족은 한국인에게 굉장히 친밀감이 있는 모양이다. ‘고산족’의 괄호 안에는 한문만 있고 현지음인 한글표기가 없다. 또 ‘차오시엔족’ ‘먀오족’ ‘좡족’의 괄호 안에는 한문도 있고 고유한문음독으로 표기하였고, ‘티베트족’ ‘회족’에는 괄호 안에 한문도 있고 현지음도 있다. ‘위구르족’의 괄호 안에 한문이 없고 현지음을 따른 한글표기만 있다. 아주 복잡하다.
ㄷ. 현지음+족
‘만주족’ ‘몽골족’ ‘회족’ ‘고산족’ ‘위구르족’이란 표현은 우리민족고유한문음독 혹은 고유호칭을 따른 것으로서 보기에 아주 자연스럽다. 이에 비해 현지음인 ‘차오시엔’ ‘먀오’ ‘좡’에다 우리 말 ‘족’을 붙여놓으니 마치 양복을 입은 사람에게 갓을 씌워 놓은 듯 우스꽝스럽다. 차라리 현지음을 따르겠으면 아예 ‘차오시엔주’ ‘먀오주’ ‘좡주’라 하는 것이 훨씬 더 부드러울 것이다.
ㄹ. 단모음과 쌍모음의 표기법
박승준 조선일보 중국전문기자의 설명에 의하면 한국에서 중국현지음표기법에 있어서 쌍모음을 없애고 단모음만 사용하기로 통일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江:jiang’을 ‘장’으로 표기한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조선일보의 이동훈 기자는 ‘苗族’의 표기에 왜 ‘먀’란 쌍모음으로 표기하였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위 네 가지 폐단으로 볼 때 한국이 중국의 호칭(지명, 인명, 민족)을 표기함에 있어서 통일적인 것이 결여되어 매우 혼란스럽고 심지어 잡탕이라도 한심한 잡탕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조선일보는 왜 만주족, 몽골족, 회족, 위구르족 및 한국인에게 생소한 ‘고산족’은 고유한문음독전통 혹은 고유호칭전통에 따라 표기하고, 특히 만주족과 몽골족은 한문표기도 하지 않으면서 동족이라 말하는 조선족은 우리 전통을 버리고 중국어발음에 따라 ‘차오시엔족’이라 하고 ‘조선족’을 괄호 안에 집어넣어 표기하는가는 것이다. 조선족이 한국한테 그래 만주족, 몽골족, 회족, 위구르족 및 고산족보다 정서적으로 더 멀리 느껴진단 말인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필자는 2007. 11. 15일자로 조선일보(A33면)에 <박광석이 왜 피야오광스인가?>라는 글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 후 한국이 조선족의 민족호칭과 인명의 표기에 있어서 계속 중국어발음을 따르고 있는데, 한국 분위기는 이렇다. “정서적으로는 ‘조선족’ 혹은 민족고유이름(박광석)대로 표기하는 것이 옳겠으나 중국에서 조선족을 ‘차오시엔주’, 박광석을 ‘피야오광스’라 하지 않느냐! 그래서 현지음을 따라 표기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에 대해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한국이 진정 조선족을 동포로 여기고 있는가? 또 왜 한국은 주체성과 정체성이 없이 자아중심이 되지 못하고 동포마저 상대의 입장에 서서 남의 발음에 따라 표기해야 하는가? 한국의 정신적인 줏대(얼)는 어디에 갔는가? 새로운 사대주의발상이라 말하면 듣기 거북한 일이지만 아무튼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차오시엔족’과 ‘피야오광스’의 표현은 얼빠진 표기법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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