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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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조선족의 삶의 변화
2010년 05월 10일 21시 41분  조회:4577  추천:51  작성자: 김정룡

떠나기만 하고 돌아올 줄 모르는 출국인들

글 싣는 순서

1. 한국이 조선족인구유동에 미친 영향

2. 재한조선족의 삶의 변화

3. 떠나기만 하고 돌아가지 않는 이유

4. 누구를 위한 출국인가?

‘연변여성(2010.5)’

2. 재한조선족의 삶의 변화

관내에 진출하거나 해외에 나간 조선족(유학생을 제외함)의 일차적 목적은 돈벌이이다. 그들은 외지 혹은 해외에서 몇 년간 돈을 벌어 고향에 돌아가 가족들과 오순도순 유족하게 살아보려는 꿈을 안고 가족과 이별하고 고향을 등지고 낯설고 물 선 곳으로 떠났다. 하지만 조선족인구유동이 생겨난 지 20여년이 흘러간 이 시점에서 살펴보면 떠나기만 하고 돌아오지 않는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 몇 년간 돈을 벌어 연길시 신흥소학교부근에 설렁탕집을 꾸려 부자가 된 장씨 부부, 한국에서 번 돈으로 화룡시에서 양돈업을 크게 벌려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박모 여인과 같은 사례도 있기는 하지만 이는 극소수일 뿐이다. 그리고 한국에 왔다가 고향에 돌아간 조선족은 나이가 많아 일을 할 수 없거나 본래 고향에서 막노동을 해보지 않다가 한국에서 수년간 건설현장에서 강도 높은 막노동을 하여 병이 생겨 더는 일을 할 수 없어 돌아간 자, 공직에 복직하려고 돌아간 자, 불법체류 혹은 형사 범죄로 하여 강제송환 된 자들을 제외하고 특별한 이유가 없이 속병이 없고 사지가 멀쩡한 조선족이 자진으로 고향에 돌아간 사례는 매우 드물며 일부 사람들은 한국에서 일에 지쳐 피곤하다고 돌아갔다가는 얼마 안 지나 또 재입국하려고 모지름을 쓴다. 불법체류 혹은 형사 범죄로 강제송환당한 자들도 입국규제 5년을 기다리거나 그 시간을 참지 못해 신분증을 위조해 또다시 한국행에 나서고 있다.

연길시 공원가의 한 다방에서 카운터를 보고 있는 최모 여인(38세)은 6년 전 한국에서 3년간 체류하다가 불법단속에 걸려 강제송환 되였다. 지난 2009년 11월말 필자가 만났을 때 그녀는 “지난 8월에 5년 입국규제가 풀렸고 한국국적을 딴 언니의 초청으로 한국에 가게 되였다.”고 말하였다. 왜 남들처럼 이름을 바꿔 재입국에 서두르지 않고 5년을 기다렸는가고 물었더니 그녀는 “머리를 바꾸면 또 불법이라 언제 단속에 걸릴지 모를 일이고 그렇게 속이 두근거리면서 불안하게 보낼 거면 차라리 인내성 있게 5년을 기다렸다가 당당한 신분으로 한국에 체류하려고요.”라고 대답했다.

용정시 남씨(46세)는 1995년 밀입국으로 한국에 왔다가 1997년 6월 검거되어 강제송환 되였고 이름을 바꿔 가짜공무비자로 1999년 2월 간신히 재입국했는데 2001년 7월에 재차 단속에 걸려 쫓겨나자 2003년 8월 또 이름을 바꿔 세 번째로 한국에 입국하여 현재까지 버티고 있다.

조선족은 왜 이토록 코리안드림에 열광하고 또 한국에 오면 돌아가려고 하지 않는 것일까? 불과 3년 전까지 한국 정부와 시민단체들에서 조선족이 한국행을 선택하는 것은 단순하게 돈벌이를 위해서라고 보았다. 그래서 합법화시키면서 3년에서 2년 더 연장해주었고 5년이면 돈을 벌어 중국에 돌아갈 것이라고 추정해서 5년 방문취업제도를 마련하였다. 물론 조선족도 처음에는 한국에서 몇 년간 열심히 돈을 벌어갖고 고향에 돌아가 살겠다는 생각과 타산으로 한국에 왔다. 그런데 최근 3년 동안의 재한조선족의 동태를 살펴보면 한국체류가 단순한 돈벌이목적을 넘어 한국에서 계속 정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 근거로서 5년 이상(2005년과 2006년에 있은 동포자진귀국지원프로그램에 의해 혜택을 받은 조선족은 다수가 한국경력이 10년이 됨.) 한국에서 체류한 조선족은 다수가 중국의 대련, 청도, 연길 등지에 아파트를 구입해놓고 한국에서 본래 가리봉, 대림, 안산, 건국대입구 등 지역의 쪽방을 찾아 소박한 살림을 하던 데로부터 2~3년 사이 전세로 이동하고 월세라 해도 보증금 수천만 원(한화)에 월 20만원(한화)을 웃도는 쾌적한 집을 구해 여유롭게 지내고 있다. 일자리도 되도록 월급이 높은 직장을 선택하고 매달 4일씩 휴무가 있어야 하는 직장을 고르고 있으며 과거에는 휴일이 아까워 파출부로 뛰면서 열심히 쉬지 않고 일을 하였으나 현재는 휴일이면 친구도 만나고 쇼핑도 하고 심지어 등산도 하고 헬스클럽에도 다니면서 여유롭게 살아가길 원하고 있다.

합법체류자들만 이런 여유로운 삶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10년 이상 불법체류 당사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도문시의 이모 여인(51세)은 1996년 6월에 한국에 왔으니 올해로 만 14년, 한국에서 불법체류하고 있고 돈도 많이 벌었다. 그녀는 불법체류신분이면서도 강남에 5천만 원(한화) 보증금에 월세 25만원(한화)짜리 아파트에서 살고 있고 가장집물도 구전하게 갖춰놓고 있다. 이유를 물었더니 단속을 피하는 요령이 생겨 잡혀갈 걱정이 없고 또 기왕 한국에서 살 바엔 즐기고 살면서 뻗칠 때까지 뻗치는 것이고 잡히지만 않는다면 중국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만약 제3차 동포자진귀국지원프로그램이 있으면 갔다 올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비자신청기간이 1년이면 너무 길어 갈 생각이 없고 6개월 이내면 고려해보겠다.”고 대답하였다. 사실 1년 비자신청기간에 중국에서 먹고 놀고 소비하는 돈이 적어도 천만 원(한화)이고 1년 동안 벌지 못한 것까지 따지면 앞뒤로 2천만 원(한화)을 손해 본다는 계산이 나온다. 거기다 할 일이 없어 심심하다고 마작에 손을 대면 얼마를 까먹을지 모른다. 이런 주먹구구 때문에 2006년에 있은 “제2차 동포자진귀국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불법체류자들이 많았다. 이모 여인이 바로 그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대다수 조선족은 과거에는 과일을 사먹어도 인민폐와의 환율을 따지고 중국물가에 비하면서 손을 주춤하던 데로부터 최근에는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쩍하면 친척모임, 동창모임, 고향모임 등 여러 모임을 갖고 먹고 마시고 노래방까지 가서 마음껏 즐기고 있다. 실제로 대다수 재한조선족은 고향에 비해 현재 한국에 와있는 친척이나 동창들이 훨씬 더 많아 모임이 잦다. 또 방문취업제도에 의해 왕래가 자유로워짐에 따라 명절이면 중국에 가서 보내다가 오던 데로부터 지난 설에는 거꾸로 중국에 있는 자식들이 한국에 설 쇠러 오는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훈춘에서 온 원씨 부부는 설에 고향에 다녀오려고 항공티켓을 문의했더니 성수기라 왕복항공료가 1인당 100만원(한화) 가까이 되고 친인척들한테 줄 선물, 용돈, 명절소비까지 따져보니 적어도 500~600만원(한화)이 깨져야 하기에 아예 딸애를 한국에 오게 하여 설을 보내니 경제적이고 딸애가 한국구경을 하게 되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본 셈이라 매우 흡족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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