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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1000권 읽기 20
2015년 02월 09일 14시 17분  조회:1985  추천:0  작성자: 죽림

 

191□호랑가시나무의 기억□이성복, 문학과지성시인선 128, 문학과지성사, 1993

  시에도 예의가 있다. 그 예의는 성실함에서 온다. 그 성실함을 생각해야 할 시집이다. ‘높은 나무 흰 꽃들은 등을 세우고 12’ 같은 뛰어난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사이를 한껏 벌려놓고서 그 사이를 연결시키든 말든 독자더러 알아서 하라는 식의 태도는 시의 기교라기보다는 게으름과 오만이다. 늘어질 대로 늘어진 생각의 삼겹살들을 처치하는 뭔가 깔끔한 처리가 있을 법한데, 그걸 하기가 귀찮아서 한 꺼풀 덜 벗겨진 그대로 내보냈다. 미숙한 마감의 인간미를 보여주는 우리 건축의 심오한 원리를 갑자기 터득하기라도 한 것일까? 모를 일이다. 당상관의 복장을 하고 등장한다고 해도 머리 조아릴 백성이 없는 세상이다. 신분을 드러내고 싶거든 제대로 된 옷을 입을 일이다. 한자는 청산되지 않은 봉건 같다.★★☆☆☆[4336. 11. 25.]

 

192□몸나무의 추억□박진형, 민음의 시 61, 민음사, 1994

  나무와 숲을 소재로 사용하여 한 상상의 집을 지어 올린 것이 돋보인다. 그런데 나무를 심었을 때 그 나무가 영혼의 어느 부분으로 가지를 뻗으며 자라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시들이다. 가지가 이곳저곳으로 마구 뻗어서 단정한 맛이 나지를 않고 산만한 흠이 있다. 그리고 시의 곳곳에 필요 이상으로 수식과 수사를 동원한 곳이 많다. 부분에서는 참신해 보일지 몰라도 그것이 전체의 이미지에서 돌출하면 좋은 표현이 될 수가 없다. 시는 부분이 아니라 전체에 의해서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것은 군더더기랄 밖에 없다. 시 전체의 매무새와 시집 전체의 초점을 한 번 검토해야 할 시집이다. 한자는 불필요하게 과장된 이미지 같아서 어느 경우에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4336. 11. 26.]

 

193□반달곰에게□김광규, 민음의 시 18, 민음사, 1981

  시가 독자에게 성찰의 짧은 계기를 제공하는 도구라면 이 시집이야말로 가장 높은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시집이다. 시가 갖추어야 할 모든 옷을 벗어버렸으니 솔직해 보인다. 그 솔직함이 시의 관행에서 볼 때 문제가 되는 부분이든 그렇지 않든 어쨌거나 이 시집은 초지일관이다.

  인식으로 이루어진 시. 그 인식을 남들이 뻔히 예상하는 방법으로 전개시켜서 독자에게 전달하는 시. 시작도 끝도 너무 뻔해서 반가운 시. 독자를 기죽이지 않는 시. 한국시가 다양성을 필요로 한다면 이런 시집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묘한 고민을 하게 하는 시. 그런데 그런 시에서 한자를 청산하지 못하는 것은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벽을 허는 자가 스스로 그 벽 위에 올라앉다니!★☆☆☆☆[4336. 11. 26.]

 

194□처용□김춘수, 오늘의 시인총서 2, 민음사, 1974

  시가 해탈이기에, 모든 언어는 존재의 죽음이다. 존재를 버린 언어들의 현란한 춤사위와 아직 해탈에 이르지 못한 존재들의 안타까운 몸부림이 시가 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자기모순에 직면한 이 말장난에 김수영이 반응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시는 풍자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해탈의 반대가 풍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해탈의 반대는 풍자가 아니라 만행, 또는 연꽃의 삶이다. 그런데도 풍자라고 한 것은 언어가 존재를 버릴 수 없다면 풍자야말로 연꽃의 유일한 발현 양식이기 때문이다. 불이문 밖은 모두가 모순이다. 그건 뚫어야 할 화두지만, 결코 뚫리지 않는다. 뚫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즉 침묵인데, 침묵하지 못하는 자의 넋두리는 그렇기에 단조롭고 지루하다.★★★☆☆[4336. 11. 26.]

[추신] 내가 가해한 기억이 없다고 해도 가해자가 되는 수가 있다. 그런 상황을 부인하는 것은 순진둥이나 무식쟁이, 둘 중의 하나이다. 그 중간은 없다. 그런데 이 시집은 그 중간이 있다고 자꾸 주장한다. ‘처용단장’은 그 절창이며, 부다베스트 어쩌구 한 시는 차라리 해프닝이다. 겸손할 일이다.

 

195□청산행□이기철, 오늘의 시인총서 20, 민음사, 1982

  길든 언어를 다시 다듬고 닦고 빛내는 일이 또한 시인의 몫이라면 이 시집은 그런 점에서 충실하고, 이 점은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이다. 이미지를 다듬고 거기에 적당한 의미를 넣기 위해서 애쓴 모습이 역력하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맛있게 살아있다. 바로 이 매끈함과 정성 때문에 의미를 탐색하는 일이 무색할 지경이다. 여기서 의미로 한 발짝만 더 나아간다면 시에 때가 묻을 것이다. 그것을 경계한다. 굳이 나아가려 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자는 이런 아름다운 성취에 무책임한 낙서처럼 섞여 있다.★★★☆☆[4336. 11. 26.]

 

196□서울로 가는 전봉준□안도현, 오늘의 시인총서 30, 민음사, 1985

  80년대 정서의 한 절정을 노래한 작품집이다. 적당한 역사의식과 적당히 신선한 표현, 정당한 죄의식과, 적당한 이야기,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절묘한 절창들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등장한다.

  그러나 의욕이 앞선 까닭에 곳곳에서 부담스러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야기는 줄거리를 갖게 되고 줄거리는 시의 긴장을 이완시키며 나아가 이미지를 버리고 의미만을 전달하게 한다. 이런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또 시집 전체를 밀고 가는 역사의식은 좀 위험스러운 데가 있다. 넘어가지 말았으면 하는 선에서 아슬아슬하게 놀고 있다. 시에서 역사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세월의 침식까지 이겨낼 수는 없는 것이기에 종종 허망한 몸짓으로 끝나는 수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런 건장한 역사의식이 유독 한자에 대해서 이상하리만치 관대한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4336. 11. 26.]

 

197□월식□김명수, 오늘의 시인총서 17, 민음사, 19890

  시들이 모두 깔끔하다. 할말과 이미지들이 서로 적당한 거리에서 긴장을 주도 받으며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시집 전체에 뚜렷한 흐름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시로 다룬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이 모여서 흐르고자 하는 어떤 방향과 의지가 있는 법인데, 이것이 분명하지 않다. 이것은 시인의 꿈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를 쓰는 기법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무엇을 써야 하는가 하는 결심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시에서 투지가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앞으로 시를 쓰기 어렵다는 뜻이다. 매우 위험하다. 꺼져 가는 촛불을 보는 듯하다. 심지를 똑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한자는 불빛을 갉으면 갉았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4336. 11. 26.]

 

198□나는 조국으로 가야겠다□백학기, 문학과지성시인선 45, 문학과지성사, 1985

  한 관념이 시집 전체에 서려있는 것은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그 관념 덩어리가 언어와 이미지들을 먼지처럼 떠있게 한다면 문제가 된다. 관념 덩어리에 휘둘려서 언어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먼지처럼 떠있다. 이미지들은 국가와 역사에 죄의식이라는 투명한 끈을 드리우고서 물거품처럼 떠돈다. 이것은 마음이 앞서간 까닭이다. 시가 어차피 관념을 나를 수밖에 없지만, 어떤 곳에서 어떻게 출발해야 그 전달이 잘 이루어지는가 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한 고민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까닭에 황톳길에서 속도를 내는 자동차 바퀴처럼 매캐한 흙먼지를 날리는 것이다. 그 흙먼지를 뭉게구름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이미지와 관념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고 그것을 어디에다 묶어야 시가 아름다운 애드벌룬을 이루면서 두둥실 떠오를 것인가를 숙고해야 할 것이다. 한자는 무거운 짐이다.★★☆☆☆[4336. 11. 26.]

 

199□우리들의 왕□서원동, 문학과지성시인선 31, 문학과지성사, 1983

  다루는 주제가 관념이라면 관념의 끄트머리를 어떤 방식으로 드러내야 그 나머지 전부가 저절로 드러나는가 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 끄트머리가 미약하다고 하여 관념을 다른 관념어로 대체한다든가 관념의 연관성을 보여주지 않은 채로 이미지를 끌어들이면 한 행 안에서 그것의 연관은 파악될지 몰라도 한 행만 넘어서면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 버려서 시 전체에서는 아주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이게 된다. 당연히 시가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 시집이 그런 오류를 범하고 있다. 시를 쓰게 된 사고와 발상의 출발을 분명히 하고 그것에서 매개된 이미지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표출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 혼란을 조금이라도 없애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한자를 없애는 것도 그런 혼란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4336. 11. 26.]

 

200□홀로서기□서정윤, 청하시선 28, 청하, 1980

  시가 의미를 전달할 때 이미지를 주로 사용하느냐 말을 직접 하느냐 하는 것은 방법의 문제이다. 대부분 이 두 가지 중 어느 한 가지가 시를 이끌고 간다. 그리고 주가 된 하나가 나머지 하나의 도움을 받으면서 독자에게 의미를 전달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서로에게 장애를 일으키는 수가 있다. 이미 말로 의미전달을 마쳤는데, 뒤늦게 이미지가 나타나서 그 의미를 흐리게 하거나 이미지가 의미전달을 마쳤는데 뒤늦게 설명을 해준다던가 하는 식이다. 이건 불필요한 일이고, 이런 일이 시에서 반복되어 일어나면 그것은 시인이 시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 시집에서는 이러한 혼동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그래서 의미 전달의 효율성과 그 해결방법을 고민해야 할 단계에서 나온 시들이다. 그리고 인생에 대해 나름대로 너무 확고한 결론을 내놓고 있어서 어떤 주제와 이미지로 시를 쓰더라도 그 갈 길은 훤히 내다보인다. 이것이 시의 맛을 많이 줄이고 있다. 확고한 신념이 문제가 될 리는 없지만 그것이 더 이상 두고 볼 것 없다는 쪽이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자는 그런 옹고집을 위한 장식 같다.★☆☆☆☆[4336.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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