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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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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1000권 읽기 77
2015년 02월 11일 16시 33분  조회:1890  추천:0  작성자: 죽림

761□조국의 별□고은, 창비시선 41, 창작과비평사, 1984

  시는 말로 하는 노래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하는 시집이다. 격정의 끝에서 나오는 말은 모든 것이 노래가 된다.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는 분노와 격한 감정으로 내뱉는 말은 노래가 된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 그 목표를 방해하는 모든 조건들에 부딪히면서 느끼는 뜨거운 분노를 노래하는 데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 수 없다. 생각나는 대로 토하고 소리지르는 것이 전부이다. 그런 격정의 순간 속에 자신을 올려놓고 거기서 소리를 질러대는데 시가 나오지 않을 턱이 없다. 감정의 절정에서 조금만 비켜서면 그대로 죽음이 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몇 권 읽은 고은의 시 중에서 이런 방법론이 가장 잘 살아있는 시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절정의 정상에서 단 한 발짝도 비켜서지 않고 신들린 무당처럼 작두를 타고 있다. 이 시집을 보면 같은 운동권 시를 쓰면서도 어째서 다른 시인들이 대부분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절정에서 한 발 비켜선 까닭이다. 그것은 시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시의 문법을 지켜서 감동을 전달하겠다는 선의의 <계산>이 시인들 의식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를 쓰면서 표현을 살피고 감정의 흐름을 계산하고 기승전결의 구도를 따라가려 애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구조에 어쩐지 어긋나는 감정들은 시의 밖으로 밀려난다. 그래서 걸러진 익숙한 감정들만이 시 속으로 편입되는 것이다. 그러니 걸러진 감정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고은의 이 시집에서는 그러한 방법론을 몽땅 버렸다. 오로지 절정에 올라있는 뜨거운 감정만을 가지고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입에서 터져 나오는 대로 소리 지르고, 닥치는 대로 받아쓴 것이다. 이런 시인들은 즉흥시를 쓰나 시간을 갖고 꼼꼼하게 쓰나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한 순간에 휘갈겨놓은 즉흥시라고 봐야 한다. 전근대의 언어, 자본의 언어인 한자를 버리지 못한 것은 무슨 뜻인가?★★★☆☆[4337. 8. 11.]

 

762□고두미 마을에서□도종환, 창비시선 48, 창작과비평사, 1985

  흥분하지 않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재주이고, 그 재주는 정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재주라기보다는 자세라고 하는 것이 더 옳겠다. 흥분할 곳에서 흥분하지 않는 것은 단련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단련이 곳곳에서 시를 냉정하고 침착하게 만든다. 다만 할 말의 무게 때문에 시들이 단순해진 것이 문제인데, 표제작인 <고두미 마을에서>처럼 역동성이 넘치는 작품을 쓰는 것이 동일한 세계를 반복할 때 오는 지루함을 극복하는 길이다. 할 말의 방향과 그 할 말을 할 말처럼 들리게 하기 위하여 어떤 자리에서 말을 시작해야 하는가 하는 것을 아는 시집이다. 한자는 지울 수 없는 잡티다.★★★☆☆[4337. 8. 11.]

 

763□벽을 문으로□임동확, 문학과지성시인선 149, 문학과지성사, 1994

  내면의 성찰이 아주 돋보이는 시집이다. 시각을 자신의 내부로 돌렸을 때 나타나는 심리와 삶의 깨달음을 서술한 시집이다. 심경(心經)이라는 부제를 붙인 것은 이런 의도를 스스로 나타낸 것이리라. 표현 여부를 떠나서 마음의 긴장을 늦추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간 역량이 놀랍다. 대부분 현실을 다루던 시인들이 마음속으로 물러나면 과거에 대한 추억이나 신세타령으로 똥칠을 하기 쉬운데, 이 시인은 과거를 다루면서도 그 상처와 상처를 낸 현실에 대한 자기각성을 보여주고 있어서 기실은 현실 문제의 연장이다.

  시집에서 굵직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이미지가 물이다. 시인 자신이 의식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바다, 강, 냇물, 습기 같은 이미지들이 시집 전체의 사상을 떠받치는 중요한 상징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은 생명의 상징이니, 과거를 반추하고 현실을 돌아보는 소재와 딱 맞아떨어진 셈이다. 그런데 시의 정서가 격렬한데, 그래서 그런가 아직 거칠다는 느낌이 든다. 한자가 너무 많고 잘못 쓴 낱말도 있다. 그리고 선이나 불이니 하는 불교쪽의 이미지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설령 꼭 필요한 말이라고 하더라도 도피의 흔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4337. 8. 12.]

 

764□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황인숙, 문학과지성시인선 147, 문학과지성사, 1994

  시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 늙은 시인의 사고와 감수성을 10대의 사춘기에 잡아두고 있다. 사춘기는 인생의 봄이고, 봄은 싹이 나오는 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싹이 어떤 모양으로 자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간이 흘러야 그 정체를 드러내는 것이다. 감정도 마찬가지이다. 사춘기의 감정이 들쭉날쭉에 오리무중인 것은 아직 방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이 혼돈이고 그 혼돈은 그 이전의 사람들이 겪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창조성이 깃든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거기 머물러서 그때 느끼는 그 혼돈과 어지러운 감성이 세계의 전부이며, 그 전부를 보는 눈이 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믿는 것은 망발이다. 그것이 성숙해가는 인간성의 한 면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거기에 안착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창구 노릇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은, 사춘기를 지나온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바다.

  인생에 원래 들어있는 절망이라든가 외로움 같은 것이 강고하고 견디기 힘들다고 해서 스스로 자라기를 두려워하거나 뻔히 보이는 그곳으로 가기를 거부하는 것은 일종의 치기 어린 투정이고, 투정은 10대에나 하는 짓이다. 투정은 처음엔 들어줄 만하지만, 자꾸 들으면 짜증난다. 투정은 끝내 제 욕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정 중에 가장 쓸 만한 것이 자살이다. 그것은 그의 삶을 숭고하게라도 해주기 때문이다.★☆☆☆☆[4337. 8. 12.]

 

765□강 깊은 당신 편지□김윤배, 문학과지성시인선 109, 문학과지성사, 1991

766□굴욕은 아름답다□김윤배, 문학과지성시인선 141, 문학과지성사, 1994

767□따뜻한 말 속에 욕망이 숨어있다□김윤배, 문학과지성시인선 195, 문학과지성사, 1997

  뱃대를 꽉 조이지 않은 황소처럼 말들이 헐거운 채로 수레를 끌고 있다. 한 꺼풀을 벗지 못해서 그저 묘사로 머물고 마는 시가 태반이다. 앞에서 제시된 상황을 그냥 좀 더 보태고 부풀려주는 정도로 이미지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앞서 제시된 상황을 한 치 오차 없이 다음 장면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결구력(結構力)과 복선을 집어넣어서 다음 이미지를 끄집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짧은 양식으로 주제를 전해야 하는 시의 특성상 장황해진다. 정곡을 찌르지 못하기 때문에 주제를 좀 더 구체화시켜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비슷한 이미지를 다시 반복하여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시가 길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전하고자 하는 내용보다 더 긴 시들이 너무 많다. 이것은 각 시에서 주제를 분명히 정하지 못하고 막연히 이미지만 설정한 상태에서 시를 쓰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미지가 잡혔더라도 주제를 한 번 더 확인해야 하고, 그 주제에 맞는 이미지가 아닌 경우에는 단호하게 잘라서 시 한 편의 이미지 흐름을 필연성으로만 연결시켜 놓아야 한다. 그래도 성공할까 말까 한 것이 시이다. 시를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시의 방법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4337. 8. 12.]

 

768□약쑥 개쑥□박태일, 문학과지성시인선 155, 문학과지성사, 1995

  시는 언어에 개의치 않는다. 시는 언어를 통해 언어를 넘어서야 하는 갈래이기 때문이다. 언어로 자신의 뜻을 전달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그 틀의 아귀를 어긋나게 하여 의미가 아닌 정서를 전달하는 방법을 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차라리 소설을 쓴다면 크게 빛을 볼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시에서도 언어가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미지의 흐름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언어들은 죽은 언어이다. 때로 이미 지난 시절의 아름다운 빛깔을 가진 말들이 제대로 쓰이는 데도 시에서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물론 그 반대로 옛말이 쓰여서 오히려 빛을 내는 시들도 있다. 그것은 방법상의 문제겠지만, 시 안에서 언어의 낯선 환경 때문에 의미가 혼돈을 일으키고, 그 언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희미해져서 줄거리만이 남는다면, 애써 시도하는 아름다운 말 지키기 역시 수단을 위해 목적을 버린 경우에 해당한다.★★☆☆☆[4337. 8. 13.]

 

769□슬픈 게이□채호기, 문학과지성시인선 150, 문학과지성사, 1994

  모색의 시랄까? 정신은 치열한데, 그 정신의 방향이 아직 분명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여러 방향으로 모색을 시도하는 중이다. 그래서 언어 역시 분명한 방향을 지닌 것보다는 상상의 내면에 집착하여 상상의 빛깔을 보여주는 단계에 머물러있다. 실은 모색의 시대에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성취를 보이는 시집이다. 그 머무름 때문에 시가 정체된 듯한 느낌을 받고, 이미지들 역시 역동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고요하다. 상상력에도 방향이 있다. 그 방향을 설정해주지 않으면 이런 정체감은 벗겨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의 문제겠지만, 그런 방향이 잡히면 맹렬한 속도로 달려갈 이미지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 속도감이 실려야 제대로 된 시가 나올 것이다. 한자는 정체의 한 부분이다.★★☆☆☆[4337. 8. 14.]

 

770□네 속의 나 같은 칼날□강유정, 문학과지성시인선 154, 문학과지성사, 1995

  시는 될수록 숨겨서 수수께끼 풀 듯이 해야 한다는 이상한 고정관념이 지배하고 있다. 색깔 감각이나 대상 인식의 흔적에서 미술 전공자의 냄새가 물씬 난다. 그런데 짧은 시들에서 볼 수 있는 제시의 방법은 그런 제시의 투가 어떤 세계관을 전제로 할 때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다. 예컨대 당시의 간략한 풍경묘사법이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간단한 묘사 속에서 다시 더 한 번 감추는 기법을 택하는 것은 어려 모로 위험한 일이고, 위험한 일을 자초하는 것은 의식이 시의 실험에 가 닿아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주제를 말하는 대신 색깔로 나타내는 미술의 특성이 시에서 실험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간다.

  <붉은 비>라는 15편짜리 연작시 역시 아주 특이한 시집이다.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어떤 기법을 토대로 쓰여진 시 같다. 주제는 관음증의 사회학과 인간학에 관한 영역일 듯한데, 그것을 그림 여러 장을 겹쳐놓은 듯한 몽환 기법으로 풀어간 것은 신선한 시도이기는 하지만, 시에서 주제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면 그것 역시 위험한 실험이고, 실험은 실험이 갖는 사회사의 맥락이 중요한 까닭에 언급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시를 수수께끼처럼 제시해야 한다고 하는 믿음은 시의 본래 성질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이다.★☆☆☆☆[4337.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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