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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시론
2015년 02월 19일 16시 17분  조회:4328  추천:0  작성자: 죽림

이 글은 1981년 12월호 월간 <詩文學>에  발표된 글로서 현대시를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되는 매우 중요한 논문이다. 그래서 발표당시의 원문 그대로 싣는다.

             

            現代詩의 探究/事物詩와 觀念詩의 問題

 

 

               存在感覺과 意味意志

 

 

                                                             金 春 洙

 

 

 1

 사물을 감각적으로 그대로 수용하는 아주 素朴한 태도가 한쪽에 있고, 세계를 觀念(意味附與)으로 묶어서 보려는 태도가 다른 한쪽에 있다. 앞의 것은 感覺的 태도라고도 할 수 있다.(註)

사물을 감각적으로 그대로 수용한다는 것은 原始的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그러니깐 觀念(意味)이전의 관념이 장차 거기서 태어날, 관념의 제로地帶이기도 하다. 이 지대에서 야기되는 사건들은 질서가 없는 듯하지만, 그것은 관념 쪽에서 바라 볼 때 그렇다는 것이지 그렇지가 않다. 明暗도 있고 濃淡도 있다. 말하자면 석연하지는 않지만 未分化된 상태 그대로는 아니다. 뭔가 그 나름의 코스모스를 지니고 있다.

 

 

산은

九江山

보랏빛 石山

 

山桃花

두어 송이

손이 비는데

            <朴木月>

 

 

모래밭에서

受話器

여인의 허벅지

낙지 까아만 그림자

                <趙鄕>

 

 

 朴木月과 趙鄕은 사물을 감각적으로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構文까지 賓辭(述語)를 제거하고 있다. 시나리오의 地文을 보듯이 사물과 정경의 提示에 그치고 있다. 설명이 없다는 것은 判斷을 留保하고 있거나, 判斷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판단은 가치판단이다. 가치란 세계에 대한 의미부여라고 할 수 있으니깐 결국은 그 자체가 觀念이다.

거의 완전할 정도로 관념이 排除되고 있는 朴木月과 趙鄕의 경우에 그 構文까지가 軌를 같이하고 있지만, 明暗과 濃淡은 다르다. 그리고 登場한 사물이나 정경들의 生態도 서로 다르다. 이런 것들이 빚는 感情은 동일한 것일 수는 없다. 志向하는 바가 아주 다르다. 그러나 이들은 사물의 세계를 아무런 설명이나 哲學 없이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事物詩라고 할 수 있다. 修辭上으로는 그들은 敍述的이다. 이미지의 機能面으로도 그들의 이미지는 서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傾向은 이미지즘에 연결된다. T. E 흄이 말한 대로 언어의 造型的 사용이라든가 限定된 사물의 觀照라든가, 뭣보다 이미지 그자체가 시라고 하는 관점은 그대로 朴木月과 趙鄕의 경우를 대변해 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런 경향은 또한 韓國의 現代詩史에서는 하나의 系譜를 이루고 있다고 해야 하리라.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李章熙>

 

 

 李章熙는 20年代에 이미지즘을 모르고도 이 같은 선명한 이미지만의 아주 서술적이고도 조형적인 言語使用을 하고 있다. 시를 메시지나 감정의 露出이나 惑은 怪奇趣味로 생각하고 있었는 듯한 20年代에서 이런 일은 하나의 個性의 結晶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2

 觀念詩는 意志의 詩라고도 한다. 세계를 관념(의미)으로 묶어서 그 관념을 독자에게 强要하려고 한다. 독자는 구속을 받게 된다. 관념이 타당성을 띠고 있으면 있을수록 독자는 불안해진다. 시인이 제시해 보여준 관념에 따르지 않으면 뭔가 잘못을 저지르는 것 같은 도덕적인 가책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 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朴斗鎭>

 

 

 命令形으로 끝나곤 하는 이 몇 개의 센텐스는 어떤 의지의 단호함을 보여주고 있는 동시에 그 의지가 옳은 것이라는 自信感에 넘쳐있다. 독자는 이러한 시인의 표정에 압도될 따름이다. 시는 독자들을 解放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자기의지 속으로 監禁하는 것이 된다. 修辭는 敍述的이 아니고 比喩的이다. 이미지도 비유적이다. 사물을 사물로서 보지 않고, 어떤 관념의 等價物로 보고 있다. 사물이 目的이 아니라 手段이 된다. 사물은 이리하여 觀念詩에서 자기의 純粹를 잃게 된다.

 修辭와 이미지가 비유적이라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寓話的이라는 것이 된다. 우화는 敎訓이 되고 교훈은 도덕을 전제로 한다. 이리하여 관념시는 자칫하면 道德의 詩가 되고, 그 내용은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朴斗鎭에게 있어 <해>는 사물로서의 해가 아니라, <光明>과 같은 것의 비유가 된다. 引用한 구절의 설명은 간단하다. 暗黑은 가고 光明한 세상이 빨리 오라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상식이지만, 상식이 시의 허울을 쓰고 나타날 때, 그 허울이 아주 근사한 모습을 하고 있을 때, 독자는 어떤 착각에 빠지게 된다. 즉 比喩가 곧 시고, 시는 도덕의 강요가 아닐까? 하는 그런 착각 말이다. 도덕 이전의 세계-새로운 도덕이 태어날 수도 있는 그런 지대가 있다는 것을 까마득히 잊어버린다. 세계는 도덕 일색으로 뒤덮이게 되고 독자는 거기서 헤어나지 못한다. 도덕이 어떤 관념(의미)이라는 것을 잠시 잊게 되고 그것이 現實인 것처럼 느끼게도 된다.

 觀念詩는 시를 言志라고 했듯이 古來로 가장 흔한 類型이다. 韓國의 現代詩史에도 자주 등장한다.

 

 

山아 말 듣거라 웃음이 어인일고

네니 그 님 손에 만지우지 않았던가

그 님을 생각하거들란 울짓기야 왜 못하랴

네 무슨 뜻 있으료마는 하 아숩어

                                        <이광수>

 

 

 10年代에는 이런 식의 言語使用이 범람하고 있다. 그야말로 詩言志다. 여기서의 <山>은 祖國의 비유라고 해야 할 듯하다. 存在(事物)에 대한 신선한 驚異感은커녕 몹시도 따분한 상식이 陳述되고 있을 뿐이다. <山>이 비유라고 했지만, 그것은 修辭上의 性格이고, 心理的으로는 이 引用部分 전부는 한갓된 진술에 그치고 있다. 朴斗鎭의 경우에 비하면 비유의 밀도가 훨씬 약하기 때문에 시를 느끼는 感度도 약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다.

 思想으로 詩를 決定하는 경우(그런 경우가 非一非再하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요구하게 된다. 극단의 경우에는 메시지만 露骨化되는 수도 있지만, 그 메시지가 상식에 의지하고 있는 이상은 시로서는 역시 二重으로 따분한 것이 된다.

 觀念詩는 그것대로의 결함을 지니고 있고, 事物詩 또한 그것대로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감각적 향락주의에 떨어지는 경우가 그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敍述的 이미지와 比喩的 이미지의 差異를 식별하는 일 그것이다. 超現實主義系統의 시에서 자주 대하게 되는 이미지와 朴斗鎭의 경우와는 다르다.

 

 

낡은 아코뎡은 對話를 관뒀습니다

-- 여보세요--

<뽄뽄다리아>

<마주르카>

<디젤엔진에 피는 들국화>

--왜 그러십니까?

                     <趙鄕>

 

 

 朴斗鎭의 <해>는 心理的인 것의 수단이 아니고 觀念的인 것의 수단이다. 그것은 어떤 의지(세계를 자기 관념으로 묶으려는)의 작동이다. 그러나 趙鄕의 경우는 다르다. <디젤엔진에 피는 들국화>는 비유가 아니라, 심리의 서술이다. 그것은 회화로 치면 內觸覺的 haptic이라는 것에 해당한다. 狩獵時代의 壁畵를 보면 사람의 팔이나 다리가 非現實的으로 길게 뻗어져 있다. 그것은 앞으로 달릴 때의 心理的인 構圖인 것이다. 趙鄕의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非現實的이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內的 現實-心理現實일 수가 있다.

 

*(註)시르레르의 <素朴文學과 感想文學> 參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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