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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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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리태학
2015년 03월 14일 19시 07분  조회:5407  추천:0  작성자: 죽림
거실에 정원 가꾸기
 
  2015년01월20일        
 
리태학 1_2345看图王.jpg

리태학
 

어느날 해란강닷컴 기자가 우리집을 방문하고 내가 7, 8년간 공을 들여 만들어 놓은 실내정원을 보자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에 올리고 여러사람들에게 소개하겠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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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들 대부분의 주거환경이 아파트여서 집집마다 뜰이나 정원을 갖추기 어렵고 또한 겨울철에 푸른 나무가 자라고 풀과 잔디가 자라는 미니정원을 집안에 들여놓으면 가습기가 필요없이 실내습도  조절하고 유지할수 있어 여러가지로 좋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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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하고 나서 소일거리로 손을 보아온것이 이렇게 여러분들의 가정에 좋은 효과를 가져올수도 있다고 하니 나도 기쁘다하여 나의 경험을 몇글자적어드리니 관심있는 분들이 실내정원을 가꾸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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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정원을 가꾸는데 관건은 우선 운치있고 가뭄에  견디고 내수성이강한 수종을 선택하는것이다. 

화초시장에 가면 가뭄대처능력이 뛰여난 나무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호주송이 으뜸이다집을 비워두고 달포 남짓 외출하였다고 돌아와도 그냥푸르게 자라난다. 

다음은 물을  먹고 항상 푸르싱싱한 용나무가 있는데 값도 저럼할뿐만아니라 수관() 마음대로 굽힐수 있어 실내정원가꾸기의 훌륭한 소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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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등이 구부정하고 자람새가 멋진 소나무도 있지만 그런 소나무는 수십년의 세월을 대가로 완성되는것으로 값도 만만치 않아 선뜻 들여놓기 쉽지않을것이다. 

나무를 선택할때 수관이 그냥 우쪽으로 뻗은것보다는 옆으로 형태를 갖추면서 기이한 모양을 한것을 고르는것이 좋다수관이 마음에  들면 나무에 아접시키고 철사로 자람새를 통제하여 상상속의 멋진 나무로 다시 태여나게 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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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수종으로는 적목(赤木) 좋다줄기의 생김새에 맞는 적목을 적당히가공하면 년륜이 쌓인 고목줄기로 변신시킬수 있다나무는 세월을 속이지않지만 사람은 나무의 나이를 조절하는 예술적능력을 가지고 있기때문이다. 

멋진 나무를 얻은 다음에는  주변을 꾸밀 돌이 필요하다연길시내의 화초시장이나 난전들을 살펴보면 문양이 독특하고 자연미가 뛰어날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여 거실에 실내정원을 가꾸는데 안성맞춤한 돌들을 쉽게 찾을수 있다. 

이런 돌들로 자기 취미에 맞게 봉우리를 만들거나 벼랑을 만들어 산천경개를 거실에 들여 놓을수 있다질감이 강한 바위산  세개를 만들고 보탑이나 정자  소품을 올려 놓을 위치를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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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화초시장에는 백산에서 들여온 돌들이 많은데 표면에 모공이 많아서색갈을  받아들이고 접착제도  흡수하는 특점이 있다이렇게 완성된바위산은 천연적질감을 가지고 있어 마치도 대자연의 명산대천을 거실에그대로 옮겨놓은듯한 정경을 연출할수 있다. 

실내정원가꾸기에 있어서 나무와 바위산이 자리를 잡고 형태를 갖춘 다음에는  구석구석을 차지할 소품을 구하는것이  하나의 비결이다중국고전풍경의 정자와 루각불교사찰서장의 라마탑유럽의 성채풍차 그리고 우리 민족의 옛풍경을 구현하는 삼간초가나 방아간  다양한데 전반적인 구조에 맞게 소품을  선택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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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실내정원이 자리할 위치는 남쪽 창문곁이 제일 좋다해빛이  들어와 나무와 화초잔디들이  자라는 조건을 갖추고있기때문이다또한실내정원은 립체적인 구조인 만큼 정면과 측면의 배치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집에 들어서는 사람이 어느 각도로 보거나 자연스럽고 편안하게안겨와야 한다.
"해란강닷컴" ㅡ 려화, 박군걸 기자
 

 

*산의 가르치심 외 1편

                                           리태학

명산뿐이 아니다 산이란데 들며는

말소리 낮추고 재채기도 조심하자

수시로 변하는 구름의 저 안색 살펴라

 

나무들의 설레임소리 곤충들의 울음소리로

내리는 비속에 안개속에 덮어두고

요란한 물소리들은 계곡으로 밀어낸다

 

고즈넉한 안녕이 분별없이 깨지면

천둥을 불러 산사태 안겨주는

산들의 가르치심은 무거운듯이 가볍다

 

 

 *봄이 피는 할머니  

 

불편한 로구를 끌고 어느 산발 헤매이시며

망울 고운 진달래나무 꺾어 오셨수

은은한 향이 감도는 시골장터 좌판앞.

 

자름자름 묶어온 춘삼월 봄빛은

잘랑이는 동전속에 저무는 세상이지만

모른체 거스름돈도 안 받는 이 있어 환하다.

 

리태학 약력

1947년 화룡출생.

1983년 연변대학 조문학부(통신) 졸업.

선후로 교원, 기자, 문학편집에 종사.

작품집 《악어섬에서의 격전》,《북극갈매기》,《고고학의 새기원》등 다수 출간.

현재 연변인민출판사 근무.



♬동요반주♬

 



 

여유와 멋, 그 유려한 가락에 담아내는 서정


                   ― 리태학시조시인의 작품세계

 

                                    석화

1.

시조는 수백년간 우리 겨레의 넋과 멋과 흥을 담아온 고유한 전통적시가양식의 하나이며 초장, 중장, 종장의 3장 6구 4보격(三章 六句 四步格) 기본형태를 가진 우리문학의 유일한 정형시이다. 일찍 고려시기에 정형시로서의 그 기본적인 틀을 이루어낸 시조문학은 조선조 5백년의 유구한 세월을 넘어 근, 현대의 시간과 함께 갈고 닦고 다듬어져오면서 고유한 운률형태를 고집하는 평시조와 운률상의 일부 파격을 시도하는 엇시조, 사설시조등으로 발달하여 왔다. 

그러나 우리문학의 소중한 유산인 시조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3장 6구 4보격의 그 정형적인 틀로 하여 오늘에 이르러 현대인들의 다양한 삶의 양식과 넘쳐나는 정서를 담아내는데 여러 가지로 구속된다고 여기는 일부 사람들에게 외면되고 충분한 중시를 받지 못하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시조문학창작대오가 충실하지 못하고 시조문학작품의 발표지면이 협소하며 시조애호자들 저변층확대가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은 이를 잘 설명해 준다.

이처럼 황량하고 척박한 빈터와도 같은 거친 환경속에서도 다행히 1993년 10월, 《연변시조시사》가 성립되고 현재까지 15년에 이르는 기간 꾸준한 노력으로 시조문학의 부흥을 꿈꾸어 오면서 시조문학강좌 진행, 청소년시조백일장 개최, 시조문학상 제정 및 포상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침과 동시에 《중국조선족시조선집》(민족출판사, 북경, 1993년), 《다시 만나도 그리운 사람》(료녕민족출판사, 심양, 2002년), 《시조마을》(도서출판 모리슨, 한국 서울, 2004년), 《하늘의 소리》(연변인민출판사, 연길, 2007년)  등 시조작품집을 간행하여온 것은 특기할만한 사안이 아닐수 없다.

이와 동시에 많은 시조시인들이 개인시조작품집을 출간하여 시조문학의 번영과 발전에 이바지하여온 것은 또한 잿더미 속에 불씨로 남아있던 불더미에 마른 장작을 보태여 그 불길이 하늘높이 활활 타오르게 하는것에 다름없다. 그런면에서 리태학시조시인의 본 신작시조집 발간은 바로 우리시조문학에서의 설중송탄(雪中送炭)으로 하늘가득 피여오르는 시조문학화토불 불더미에 불길을 보태는 굵직한 장작같은 사건으로 그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는 최근 몇 년간 의욕적인 창작활동으로 많은 시조작품을 써내고 여러 문학지와 신문문학면에 질적으로 훌륭하고 수적으로 많은 시조작품을 발표하면서 왕성한 창작력을 보여주고 있는 리태학시조시인에 대하여 주목해 볼 필요성이 있다.

 

 

2.

천애의 바람과 구름들이 서로 만나

부둥키고 속살 섞어 빚어내는 조화는

섬섬한 기운이 서려 보는 눈이 황송타

 

갈라지고 부딪침을 거듭하던 지맥이

기암으로 높이 솟아 하늘과 정 나눌 때

앵돌아 누운 북두성 오로라가 어루쓸고

 

명산정기 받으려고 구름같이 모인 인파에

부대끼다 하얗게 머리 센 성산은

절경을 보일듯말듯 가려서 내비친다

 

― 《백두산》 전문

 

제1회 한중민족시포럼(2007)에서 영광의 대상을 수상한 작품 《백두산》이다. 작품에 담은 내용이 폭이 넓고 기백이 크고 웅장하면서도 또한 한편으로 장난기 가득하게 한눈을 은근슬쩍 감아보는 여유의 멋까지 부리는 시인은 시조대상수상이라는 그 아름찬 영광을 한몸에 받아 안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평시조를 기준으로 시조는 3행 6구 4보격의 정형시로 규정한다. 즉 시조는 형태상 3행으로써 1련을 이루고 있으며 각 행은 4보격으로 되어있고 이 4보격은 다시 두개의 숨묶음으로 나뉘어져 그 중간에 사이쉼을 넣어 6구를 이룬다. 작품 《백두산》은 바로 이와 같은 시조의 고유한 정형률을 만족시키면서 나름의 유장한 흐름을 이루어내었다는데 우선 높은 점수를 매기게 된다. 

시조의 음수률은 음보(音步)의 개념으로 그 정형성을 규정할수 있고 음보는 련속하는 순간의 시간적등장성(時間的等長性)을 뜻하는 운률과 그 등장성을 력학적으로 부동하게 조절하는 조직인 률동으로 이루어지며 시조의 정형성은 바로 이러한 음보의 규칙적인 반복에 의하여 규정된다.

그리고 시조률격의 기본단위가 되는 고리마디가운데서 출현빈도와 음절수의 평균치로 보아 4음절로 된 음보를 평음보(平音步), 그보다 작은 음보를 소음보(小音步), 큰 음보를 과음보(過音步)라고 하여 시조의 일반적인 률격형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할수 있다.

 

       제1음보    제2음보    3음보    제4음보

제1행  소(평)      평        소(평)     평

제2행  소(평)      평        소(평)     평

제3행  소         과         평        소(평)

 

이를 또 다음과 같이 제시할수 있다.

 

초장 :  3(4).   4.   3(4).  4.

중장 :  3(4).   4.   3(4).  4.

종장 :  3.      5.   4.    3(4).

 

음보는 초장, 중장, 종장 각장이 4음보로 되어있으나 다만 종장의 둘째 음보만은 5음절로 되어 있어서 3음절 혹은 4음절보다 호흡이 길다. 여기서 시조는 종장 초구《3자》는 반드시, 그  다음의 《5자》는 되도록 지키도록 되어있다는 특성이 드러난다. 종장은 평명한 련속성을 차단하여 호흡을 비대칭적으로 긴장시켰다가 풀어줌으로써 작품을 완결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종장의 전반부가 지닌 《소음보―과음보》의 불균형한 구조는 여기에 시간적긴장이 고이도록 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후반부는 여기에 이어지는 이완(弛緩)의 흐름을 형성하여 한편의 작품을 마무리하도록 정형화한다.

그리고 시조의 이 3음보 내지 4음보의 률격은 우선 우리말의 전통리듬이다. 우리말은 첨가어이기 때문에 체언과 용언에 조사나 어미가 붙어서 한 어절이 대개 3음절 내지 4음절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또한 음보률의 개념으로 설명된다. 음수률은 음절수가 고정되어야 합리적인 률격개념으로 정립되는데 반하여 우리 시가의 경우 음절수가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음절수의 구애를 받지 않는 음보가 작품의 실제와 부합되는 합리적인 률격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합리성은 률동의 차원에서뿐만이 아니라 시조가 원래 악곡의 가사라는 사실을 감안해서 음악과 관련지어서 분석해 보면 더욱 그 타당성이 드러나게 된다. 악곡리론에 의하면 마디가 모여서 동기가 되고 동기가 모여서 작은악절이 되고 작은악절이 모여서 큰악절이 된다. 여기에서 악곡리론을 시조의 률격과 관련 지운다면 마디는 음보에, 동기는 구에, 작은악절을 행에, 큰악절은 련에 해당됨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시간적 등장성(等長性)에 근거한 음보란 바로 음악의 박자개념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마디》마다 박자가 같아야 된다는 악곡의 원리는 휴지가 나타나는 《음보》의 시간량이 같아야 된다는 시조의 원리로 련결되는 것이다. 음보란 이렇게 휴지에 의해서 구분된 문법적 단위 또는 률격적단위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휴지가 일정한 시간적 길이마다 나타나는 것이 음절수가 같기 때문이 아니라 률독을 할 때 호흡에서의 같은 시간적 길이 때문인 점이다. 다시 말하면 음보는 3음절 내지 4음절을 휴지의 일주기로 하여 동일한 시간분량을 지속시키는 동시성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시조의 원래모습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조(時調)라는 말의 시는 글귀를 의미하는 시(詩)가 아니라 때를 의미하는 시(時)이고 《균형잡히다》, 《어울리다》 등 의미를 가진 고를 조(調) 역시 음악, 음률을 지칭하는 말로서 이런 점에서 시조란 말은 음악 즉 노래를 강조한 용어이다. 따라서 시조(時調)란 당대의 가락이라는 뜻이고 오늘의 용어로 말하면 이른바 류행가이다. 시조는 당대 류행하는 가락이란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조의 시원적의미는 《시체노래》 곧 새로운 악곡 또는 새로운 시형식의 노래라는데로부터 온 것으로 《시조의 명칭으로 사용되였던 시가, 가곡, 가요, 영언(永言) 등이나 신성(新聲), 신조(新調), 신번(新飜) 그리고 시절가, 시절가조, 시조 등은 모두 음악과 관련이 있으며 이러한 명칭의 변화는 바로 악곡의 변화발달과 깊은 관련을 갖고있는 것이다.》(《한국문학개론》, 김승찬 외, 139페지, 한국 삼지원, 1999년.)

3장 6구 4보격의 기본형태를 보장하면서 시조의 정형성을 고집하는 리유는 바로 이와 같이 시조의 원래 모습을 복원하여 그 특성을 바로 드러내려는데 있다.

 

 

3.

시조(時調)는 원래 노래와 함께 태어나고 노래가 함께 어울려왔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차츰 노래와 분리되고 이제는 노래의 성격보다 문학적인 특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詩)가 된다. 그것은 현대시의 보편적인 원리와 같이 처음의 노래와 음악에 뿌리를 둔 리듬에 대한 강조에서부터 이제 지금와서는 메타포와 이미지를 강조하는 문학의 특성을 띄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시(詩)라는 말은 말씀 언(言)과 절 사(寺)로 되어 있다. 한자에서의 시(詩)는 언(言)과 사(寺)를 결함해 완성한 글자다. 그러나 여기서의 사(寺)는 사원(寺院)과 무관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말의 사원(寺院)》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원래는 말씀 언(言)과 관청 시(寺)로 되어 있지만 후에 그렇게 변했기 때문에 그렇게 읽을 수도 있으나 이렇게 정의하면 이상한 해석이 된다. 그것은 시를 정의한답시고 말씀 언(言)과 절 사(寺)를 강조하면서 시는 언어로 된 사원이고 따라서 시는 세속을 떠난 초월적이고 신성한 공간이라고 말한다면 이런 해석이나 주장은 다분히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견해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시라는 용어는 말씀을 뜻하는 언(言)과 관청을 뜻하는 시(寺)로 되어 있고 이 관청 시(寺)가 후에 절을 뜻하는 사(寺)가 된다. 이 사(寺)자 역시 분석하면 갈 지(之)와 법도 촌(寸)으로 되어 있고 그런 점에서 일정한 법도로 일을 해 나가는 관청을 의미하고 후에 불교가 들어왔을 때 관청에서 불법을 논한 까닭으로 절을 의미하게 된것이다. 시는 《시언지(詩言志)》라는 말이 있듯이 마음에 있는 뜻을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시라는 말이 관청 시(寺)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일정한 법도로 일을 한다는 의미이고 결국 시는 마음속에 있는 뜻을 운률(寺)에 맞추어 말(言)로 표현하는 글(詩)이다. 그리고 법(法)은 률(律)과 통하고 률(律)은 시의 경우 음률(音律)이다. 여기서 말씀 언(言)은 《음조가 고른》이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고 사(寺)는 지(持)의 원자인 만큼 《손을 움직여 일한다.》는 뜻으로 보거나 아니면 뜻 지(志)와 같은 글자로 보아 《뜻이 일정한 방향을 향하여 똑바로 나간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오늘에 이르러 우리시의 유일한 정형시이면서 현대시의 한 부분이 되고 있는 시조에 있어서 자수률을 지킨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상(詩想)의 전개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시조는 민요에서 발전했다는 견해, 한시 5언절구나 7언절구에서 발전했다는 의견 등 그 기원설은 구구하다. 그 기원설은 어찌되었건 시상의 전개과정은 한시 절구와 흠사한 데가 없지 않다. 한시 절구는 기(起), 승(承), 전(轉), 결(結)로 이루어진다. 이것은 시상전개과정의 굴곡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기》는 시작이요, 《승》은 그것을 이어받아서 부연, 전개하고 《전》은 전개된 시상을 한 번 크게 전환시키며 《결》은 끝맺는 것이다. 시조의 시적형상의 형성과정도 대체로 이와 같으나 종장은 전결(轉結)을 포함한다. 특히 전결의 단계인 종장이 초장과 중장의 시상을 통일하면서 그것과는 거리가 멀거나 모순 되거나 이질적인 것이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시조의 이러한 성격은 비록 짧은 3장의 형식이지만 그 속에 많은 사상과 감정의 극적 갈등의 효과를 수용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리태학시조시인은 자기의 작품에서 시조의 정형적인 기본운률을 지키고 완성시키는 한편 작품의 시적 형상성을 높이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으면서 참신한 이미지창조에 심혈을 모았다.

 

줄줄이 꿰여드리운

다락안 홍시마다

못다 푼 열두시름

연등으로 불밝혀서

가을철

한때는 날에 날마다

부처님 오시는 날

 

안으로 삭인 정성

까맣게 눞혀놓고

내돋치는 분가루

향으로 삼아도

민초들

공양에 바빠

못다 드린 백일기도

 

― 《곶감》

 

가을철 노오란 곶감이 줄줄이 드리운 농가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시인이 살고 있는 여기 북방에는 감나무가 자라지 않아 곶감을 만드는 시골풍경을 만날 수 없었겠지만 시인은 아마 감빛으로 환한 남국의 풍경을 사진에서 아니면 텔레비죤프로같은데서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을 것이다. 이 풍경을 시인은 다시 언어로 그림그린다. 시골농가의 처마아래 련이어 대롱대롱 드리운 동그스럼한 알알의 감열매는 어느덧 부처님오신날의 연등으로 불이 켜지고 가내의 무사평안과 세상의 무사평안을 비는 백일기도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표현은 1차적인 감정의 발로가 아닌 물빛이 번지는 생생한 이미지의 창조로 우리들에게 오래동안 잊혀지지 않을 화폭을 그려주어 인상이 깊게 한다.

 

한여름

켜대던

풀벌레 톱질소리

 

다친데 하나 없는

푸름만 남겨놓고

 

여울목

흰 톱밥으로

소리없이 스러졌다

 

― 《풀벌레소리》

 

이번에는 소리의 그림을 그리였다. 잔디 푸른 한여름의 벌판과 숲은 풀벌레들의 세상이며 풀벌레들은 소리로써 각기 자기의 존재를 알린다. 쓰르라미, 매미, 딱정벌레, 귀뚜라미… 이들은 모두 자기의 악기들을 열심히 연주하여 한여름의 교향곡을 완성한다. 그리고 풀벌레들의 《전원교향곡》은 마침내 《다친데 하나 없는/ 푸름만 남겨놓고》 한부의 악곡을 완성한다. 이와 같이 청각적이미지로 그려내는 참신한 시상은 현대시의 묘미를 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것이 시이며 또한 시조운률의 정형격에 담긴 절제의 미로서 현대시조의 참 멋이다. 이와 같은 시인의 노력은 우리의 현대시조의 지평을 저 멀리로 아득히 넓혀 가는데 일조하게 될 것이다.

 

 

4.

그러면 현대시와 시조의 차이는 무엇이며 현대시와 구별되는 시조의 특징은 무엇인가. 우리는 시조의 특징을 우선 무엇보다 시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와 멋에서 찾아야 할것이다.

즉 우리는 시에 타고 흐르는 정서가 슬픔이든 기쁨이든 춤사위로 변용될 수 있는 융통성이 시조의 성질이며 현대시와 구별되는 시조다운 여유와 멋이라고 말할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여유와 멋이 바로 시조가 구비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특징으로서 이것이 없으면 비록 3장 6구 4음보의 정형률을 구비하였다고 하더라도 시조라고 이름 부를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3장 6구 4음보의 정형률은 우선 넘치는듯하면서도 넘치지 않고 그치는 듯 하면서도 그치지 않는 유장한 흐름을 이뤄내면서 우리의 호흡에 가락을 실어주고 어깨와 팔다리에 춤사위를 실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한 우리 고전문학의 한 표현형태인 《풍류》에도 그 맥이 닿아 있다. 애끊는 서러움의 《풍류》― 얼핏 서러움과 풍류가 모순되여 보이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춤사위도 풍류의 정신에서 유로된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어깻짓 발짓 따위의 춤사위로 서러움을 대신 표현하는 수는 그다지 드물지 않은 것이다. 그것은 슬픔이든 기쁨이든 결을 타고 흐르는 정서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어떤 필름 같은 것에 투과된 듯한 느낌에서 우러나온다.

 

공수래공수거는 청산도 익히 아니

가진 것 빛난 것 상석밑에 깔아두고

제상에

오른 메뚜기

보듬는 법 배우리라

 

― 《순례일지》 부분

 

농담(濃淡)이 번져가는

아른한 산발 타고

세월은 수묵화로

드리워졌는데

락관이

찍힌 자리엔

매지구름 왜 떴노

 

― 《먼 산》 부분

 

흐르는 강물 한곳

눈박아 보노라면

내쪽이 강물되어

우쪽으로 흐르고

착각의

물거품새로

삭정이만 빙빙― 돈다

 

― 《산중메모》 부분

 

리태학시인의 시조작품에서 우리는 이와 같은 건드러진 구절들과 자주 만나게 된다. 이것은 리태학시인이 우선 우리의 고시조로부터 시조다운 흥건한 여유와 멋, 진짜 시조다운 여백의 매력을 배우고 느끼는데 소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뭔가 허전한 듯싶을 때가 사실은 여백이 꽉 찬 것일 때가 많다. 화선지에 매화를 칠 때 줄기 위에 곁가지를 하나 더 심어 넣을까 말까 수십 차례 망설이다 끝끝내 참는 마음이 시조의 마음인 것이다. 그 텅 빈 채로, 허허로운 채로 내버려둔 공간은 비로소 시조다운 여유와 멋이 샘솟는 우물이 된다. 그것이 시조의 핵(核)이다. 다시 말해 시조다운 여유와 멋을 감칠맛 있게 살려내야만 비로소 시조다운 시조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리동인의 유화 〈광야〉에 부쳐》라는 부제가 첨부된 작품 《들녘찬가》를 읽고 지나가지 않을수 없다. 리동인은 리태학시인의 아들이며 이미 국내외 화단에 일정한 성망을 쌓은 청년화가이다. 아들이 그린 미술작품에 아버지가 글을 적어 보낸다는 것은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으로 완성된다. 화가아들의 유화작품에 시조시인아버지의 시조작품이 얼마만큼 조화로운 하모니를 이루어내는지 이제 우리 함께 살펴보기로 하자.

 

봄가으내 지친 들녘이 흰적삼 여민채

낮다란 언덕 베고 말없이 누웠는데

까마귀 가옥(佳玉)소리가 뜻깊어 듣기 좋다

 

황토색 얼 비치는 드럼길 논코마다에

환락에 주절거리넏 흐름이 굳어지고

풍설은 막힌 그 흐름 푸느라 맥이 진했나

 

드문히 보이는 청자색 등황색 반점은

저 한몸 사르고 열반에 고이 든

들녘이 남기고 가신 사리구슬인가

 

오다가 돌아서고 돌아섰다 또 오는

눈송이는 무엇을 그리 저어하는가

수억의 부도탑 들녘을 감싸주거라

 

― 《들녘찬가》

 

이외 리태학시인이 자기의 시조작품의 창작에서 력사적문물과 사건에 대한 재조명을 시도하는 작품들 (《장명등》,《흥개호》,《순례일지》,《사이섬》,《도자기 5천년사》 등)과 시조작품속에 자신의 생활과 자기주변의 생동하는 여러 모습들을 담아내는 작업들로 이루어낸 작품들(《안해》,《봄을 파는 할머니》,《삼륜차부》,《어떤 TV광고》,《두메농가》 등)에서 보여지는 소재와 제재와 주제의 폭을 넓혀가는 노력은 목하 우리 시조문학이 안고 있는 과제를 풀어가고 한 층 더 높은 단계에로 오르는데 모두 유익한 계발이 될 것이다.

리태학시인의 신작시조시집의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늘 반가운 기별을 전해주기 바란다.


 




리태학시조집 《잔설서곡

방송시간라디오책방 2009 11 1

 

MC : 김계월

GUEST :  

 

 M 

 

M : 안녕하세요연변위성방송 라디오책방에 김계월입니다.

오늘은 시조 한 편으로 라디오책방 문을 열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눈 뿌리 빼는 현란함이 싫어서 그냥 가무스레 엷은사 두르고 선 원색임에 열리는 새벽빛 속에 내가 먼저 있었다. 들뜨는 밝음은 구름덮어 멀리하고 가시돋혀 뚫어준 숲사이의 빗줄기따라 싱싱한 꽃잎파리가 지천으로 피어난다. 네, 리태학시인의 시조 흑장미. 박사생이 된 딸에게 쓴 시조였습니다. 언젠가 우리는 시조에 대해서 리론적으로 설명을 드렸죠? 시조는 수백년간 우리 겨례의 넋과 멋과 흥을 담아온 고유한 전통적 시가양식의 하나입니다. 초장 중장 종장에 3장6구 사보격의 정형시라는 틀을 갖고 있다는 것이 참 인상적이였는데요. 오늘 시인 석화선생님을 모시고 이 대학시인의 시조집 잔설서곡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사나누겠습니다안녕하십니까?

 

G : 안녕하십니까?

M : 예, 반갑습니다.  

G : 예, 반갑습니다.  

M : 네, 시조의 형식에 대해서 저희들이 언젠가 설명을 아주 깊게 드렸죠? 

G : 그렇죠. 초장중장종창 3장6구 사보격의 전통정형시다. 라는 것이죠? 

M : 그 정형시다정제된 운률을 기본으로 한다라는 점에 정말 그 마음이 확 끌렸는데. 오늘 또 다시 시조에 대해서 말씀을 주신다니까 기대가갑니다. 

G : 리태학시인의 시조집 <<잔설서곡>>, 이 작품 집은 2008년 3월 연변인민출판사에 의해서 출판되였습니다. 이 시조집은 모두 4개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제1부 <<물닭소리>> 제2부<<잔설서곡>> 제3부 <<삼륜차부>> 제4부 <<도라지 오천년사>> 등입니다. 그럼 먼저 이 시조집의 표제로 된 <<잔설서곡>>을 감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작품 부탁드립니다.

M :

 

 M 

 

<<잔설서곡>>

 

차디찬 시간들이 누그라진 음지에

혀를 빼문 마파람이 상녀타고 내리면

새 하얀 련민하나 눈물 짓는 윤3월

 

맵짠 서슬 잠재운 시허연 봉분우에

실바람 타고 온 맵새에 고운 깃털이

귀거래사를 쓰느라 여념이 없고

 

겨울이 머물다간 마지막 자리 

잔설은 춘풍앞에 투명한 피 흘리며

봄풀이 일어서는 소리를 신경살려 듣는다.

 

 M 

 

G : <<잔설서곡>>이었죠? <<겨울이 머물다간 마지막 자리  잔설은 춘풍앞에 투명한 피 흘리며 봄풀이 일어서는 소리를 신경살려 듣는다.>> 이렇게 매듭지어지는 작품이죠? 시조는 이렇게 3장6구 사보격의 그 정형적인 틀을 기본으로 하죠. 음본은 초장 중장 종장 각장이 사음보로 되어있으나 다만 종장의 둘째 음보만은 오음절로 되어있어서 삼음절 혹은 사음절보다 호흡이 길지요. 즉 다시 말하여 시조는 형태상 3행으로써 1련을 이루고 있으며 각 행은 사보격으로 되어있고 이 사보격은 다시 2개의 소흥 묶음으로 나뉘어져 그 중간에 사이심을 넣어 6구를 이른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시조의 삼음보 내지 사음보의 율격은 우선 우리 말의 전통리듬에서 온것을 알아야 할것입니다. 우리말은 첨가어이기 때문에 체언과 용언에 조사나 어미가 붙어서 한어절이 대개 삼음절 내지 사음절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또한 음보율의 개념으로 설명할수 있는데요. 음수율은 음절수가 고정되어야 합리적인 율격개념으로 적립되는데 반하여 우리의 시가의 경우 음절수가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음절수의 구애를 받지 않은 음보가 작품의 실제와 부합되는 합리적인 율격 개념으로 설명될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작품 한편 감상하고 이야기를 계속 해볼가요?

 

M : 좋습니다.

 

G : <<먼산>> 부탁드립니다.

 

M :

 

ㅡ M ㅡ

 

<<먼산>>

 

귀밑에 새치머리 한결 돝보이는 날

겨울 이로 다가서는 먼산우에 눈길 언고

산까치 배바닥 털이 왜 하얀지 알고 싶어

 

롱담이 번져가는 아른한 산발타고

세월은 수묵화로 드리워 졌는데

락관이 찍힐 자리엔 메지구름 왜 떴노

 

여백을 남길세라 그려온 인생 여정

맞춤 맞춤 물안개로 피우고 지우며

먼산이 보내는 넋이 노을로 덧칠하노라

 

ㅡ M ㅡ

 

G : 네, <<먼산>>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이지요?  

 M : 네, 그럼요. 국화 또는 동양화같은 한 폭의 그런 그림이 안겨옵니다.  

G : 그렇죠? 그리고 그 그림속에는 능청능청한 가락이 또 담겨져 있네요.  

M : 그야말로 고전적인 멋과 또 흥청흥청한 여유와 또 거기에 유려한 가락까지 아주 다분하게 느껴집니다. 

G : 모두 함게 담겨져 있죠? 네, 시조는 이렇게 원래 노래와 함께 태어나고 노래와 함께 어울려 왔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차츰 노래와 분리되고 이제는 노래의 성격보다 문학적인 특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로 된것입니다. 여기서 시조의 원래 모습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죠. 시조라는 말에서 시는 글귀를 의미하는 <<시>>자, 즉 다시 말하면 말씀언변의 <<사>>자가 아니라 때를 의미하는 시간 <<시>>자, 다시 말하면 나릴 변에 절간 사자 시간 <<시>>자를 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조에서의 <<조>>자는 균형이 잡히다 어울리다 등 의미를 가진 고를 <<조>>자를 씁니다. 역시 음악 음률을 지칭하는 말로서 이런 점에서 시조라는 말은 음악, 다시 말해서 노래를 강조한 용어입니다.따라서 시조는 당대의 가락이란 뜻이고 오늘의 용어로 말한다면 이른바 류행가란 말이죠. 시조는 당대의 류행하는 가락이란 의미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시조의 시원적인 의미는 노래로서 곧 새로운 악곡 또는 새로운 시 형식의 노래라는데서 부터 왔습니다. 시조의 명칭으로 사용되였던 시가, 가곡,가요, 영언 등이나 신성, 신조, 신번 그리고 시절가, 시절가조, 시조등은 모두 음악과 관련이 있으며 이러한 명칭의 변화는 바로 악곡의 변화 발달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에 이러러 우리 시의 유일한 정형시이면서 현대시 한부분이 되고 있는 시조에 있어서, 자수율을 지킨 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상의 전개과정도 매우 중요한것입니다. 리태학시조 시인은 자신의 작품에서 시조의 정형적인 기본 음율을 지키고 완성시키는 한편 작품의 시적 형상성을 높이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으면서 참신한 의미지의 창조에 심열을 모았습니다. 그러면 리태학시인의 작품 <<풀벌레소리>>를 감상하고 계속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작품 부탁드립니다.

 

M :

 

 M 


<<풀벌레소리>>

 

한 여름 켜대던 풀벌레 텁질 소리

다친데 하나없는 푸름만 남겨 놓고

여울 목 흰 톱밥으로 소리 없이 쓰러졌다.

 

 M 

 

G : <<풀벌레소리>>, 소리로 그림을 그렸죠?  

M : 네, 아주 짧지만 정말 내포되여 있는 그 함의가 깊은것 같애요.  

G : 그렇죠. 작품은 잔디풀은 한 여름의 벌판과 숲은 풀벌레들의 세상이며 풀벌레들은 소리로 각기 자기의 존재를 알리고 있습니다. 쓰르라미, 매미, 딱정벌레, 귀뚜라미 이들은 모두 자기의 앞길을 열심히 연주하여 한 여름의 교향곡을 완성하고 있죠. 그리고 이런 풀벌레들의 교향곡은 마침내 다친데 하나 없는 푸르름만 남겨놓고 한부의 악곡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이와같이 청각적 이미지로 그려내는 참신한 시상은 현대시의 묘미를 그대로 그려내고 있죠. 또한 시조 운률의 정형격에 담긴 절제의 미로서 현대의 시조의 참 멋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시인의 노력은 우리의 현대시조의 지평을 아득히 ?여가는데 일조하고 있죠.

 

네, <<풀벌레소리>> 정말 시조는 아주 짧지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 풀벌레 소리로 여름의 풍경을 아주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그렸어요. 자 그러면 현대시와 이 시조의 차이는 무엇이고 현대시와 구별되는 시조의 구별점은 어떤 것인지 좀 듣고 싶습니다. 우리는 시조의 특성을 우선 무엇보다 시조에서만 느낄수 있는 여유와 멋에서 찾아야 할것입니다. 이 부분이 바로 시조와 현대시의 구별점이라고 볼수 있겠죠? 즉 우리는 시에 타고 흐르는 정서가 슬픔이든 기쁨이든 춤사위로 변형될수 있는 융통성이 바로 시조의 성질이며 현대시와 구별되는 시조다운 여유와 멋이라고 말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여유와 멋이 바로 시조가 구비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특징으로서 이 것이 없으면 비록 3장6구 사음보의 정형율을 구비하였다 하더라도 시조라고 이름부를수 없을것입니다. 그것은3장6구 사음보의 정형율은 우선 넘치는듯 하면서도 넘치지 않고 그치는듯하면서도 그쳐지지 않는 유장한 흐름을 이루어 내면서 우리의 호흡에 가락을 실어주고 어깨와 팔 다리에 춤사위를 실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리태학시인의 작품 <<순례일지>>를 감상하면서 방금 말씀드린 내용을 되새겨 보기 때문입니다. 작품 부탁드립니다.

 

M :

 

 M 

 

<<순례일지>>

 

바르게 깨여나라나는 정각사의 범종소리

육정산 호수가에 무리랑을 이뤄갈때

이 몸은 부표로 둥실 떠 이승 저승 넘노닌다

 

어깨를 포개고 살을 비빈 억새숲이

뼈시린 눈보라를 석둥우에 불 태우고

종다리 타는 헌불은 아지랑이 몰고 온다

 

공수레 공수거는 청산도 익히 알아

가진것 빛난것 산성밑에 깔아 두고

재상에 오른 메뚜기 보듬는 법 배우리라.

 

 M 

 

G : 예, <<순례일지>>. 건들건들한 구절들이 참 인상적이죠. 리태학시인은 이렇게 우리 시에 고 시조로부터 시조다운 흥건한 여유와 멋, 그리고 여백의 매력을 배우고 느끼는데 소홀하지 않았습니다.뭔가 허전한듯 싶을때가 사실은 여백이 꽉 찬 것일때가 많죠. 화선지에 매화를 질때 줄기우에 곁가지를 그려넣을가 말까 수십차례 망설이다가 끝내 참는 마음이 바로 시조의 마음이라 할수 있겠습니다. 텅빈채로 허허로운채오 내버려두는 공간을 비로소 시조다운 멋이 깃들이는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M : 정말 시조는 음미할수록 매력적이네요.

G : 그렇죠여기서 참 재밌는 작품 한편 감상하고 가야겠는데요. <<들역찬가>>라고 제목한 시인데요. 이 작품은 시조시인 리태한 시인이 자기의 아들 이동인군에게 주는 작품입니다. 일단 한번 감상하고 말씀나누도록 하겠습니다.

 

M :

 

ㅡ M ㅡ

 

<<들역찬가>>

 

봄가운에 지친 들역이 흰 적삼 여민채

낮다란 언덕빼고 말없이 누웠는데

까마귀 까욱소리가 뜻깊어 듣기 좋다.

 

황토색을 비추는 두렁길 논코마다에

환락에 주절거리던 흐름이 굳어지고

풍설은 막힌 그 흐름 푸느라 맥이 지냈나

 

드문히 보이는 청자색 등황색 반점은

저 한몸 사르고 열반에 고이던

들녘이 남기고가신 사리구슬인가

 

오다가 돌아서고 돌아섰다 또 오는

눈송이는 무엇을 그리 저어하는가

수억의 부두 담내려 들녘을 감싸주거라.

 

ㅡ M ㅡ

 

G : <<들역찬가>>죠. 

M : 이 <<들역찬가>>를 음미하면서 보니까 정말 어디에선가 많이 익숙히 느껴왔던 그런 풍경이 떠오르네요.  

G : 예, 그렇죠. 바로 이 작품은 리태학시인이 아들 이동인군이 <<광야>>라고 제목한 유화작품에 쓴 시입니다.

M : 아, 네~ 어쩐지 이 이동인군이 비암산에 올라 평강벌과 해란강을 그려낸, 

G : 그 모습을 담은 유화작품이죠. 이 유화작품은 수년전 국내의 이름난 미술전람에 입선되여 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런 그림과 시의 만남, 이 속에서 또 아까 말씀드렸던 이미지와 함께 흥청흥청 넘쳐나는 가락, 이런것이 모두 모아져서 한편의 시조작품을 이룬것이죠.  

M : 네, 오늘도 참 재미있게 리태학시인의 시조집 <<잔설서곡>>을 감상해봤습니다. 

G : 그리고 그 <<잔설서곡>>에 담겨있는 유려한 시조의 음률도 함께 느껴봤죠.

 M : 네, 그렇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G : 감사합니다.

 

M : 라디오책방 오늘은 여기에서 이만 줄이겠습니다저희 라디오책방은 인터넷에서 다시 들으실수있습니다www.ybrt.cn 으로 들어오셔서 다시 듣기에서 라디오책방을 클릭하시면 됩니다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 뵐게요.

 

 M 

 

나더러 시조시단의 《새싹》이라는데...


리태학



30년전 달랑 시조 《적선당 허울벗기노라》 한수만 내놓고 자취를 감췄다가 한 3년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시조창작에 몰입하였다. 하여 주변의 동료들로부터 의론이 무성했다.  

그것도 그럴것이 근 30년동안의 문학창작경력은 주요하게 아동소설창작으로 채워져왔으며 동시, 동화 그리고 수필과 가사 등 쟝르의 작품들은 간간히 발표하여왔으나 시조작품은 그간 한편도 내놓지 못했기때문이다. 그러다가 얼마전부터 마치 터진 보뚝물처럼 쏟아내는 나의 시조작품을 두고 일부 내실을 모르는 이들로부터 시조문학의 《새싹》이 나타났다는 평을 듣기까지 한것이다.  

그러고보니 나로서도 어리벙벙해지는것 같다. 사실 그간 시조작품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시조작품에 애착을 가지고 많이 읽었으며 또 수첩에 적지 않게 적어놓기도 하였던것이다. 그러다가 이순의 나에 가까워오자 현재 나의 성격에 맞는것이 시조라는 이 정형적이고 고전적인 쟝르라고 생각되여 혼신을 다하여 시조작품창작에 매진하게 된것이다.  

사실 내가 시조작품과 만나게 된것은 소학교시절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그러니 50년의 시조사랑인 셈이다. 양사언의 《태산이 높다 하되》와 황진이의 《동지달 기나긴 밤에》그리고 태종과 정몽주의 《하여가》, 《단심가》 등은 나어린 나에게 문학이란 이름의 세계와 우리 운률의 감동을 안겨주는 큰사건이였던것이다. 짧은 삼행시속에 묻어둔 교훈과 탁월한 묘사력은 우리 선조 시조시인들에 대한 경외감을 심어준 첫 번째 계기가 되였던것이다.  

그후 나는 많은 책을 찾아 닥치는대로 읽으면서 공부하다가 화룡고중시절에는 문학에 재능이 있는 허봉남, 김응룡 등 친구들을 만나게 되여 본격적으로 문학공부를 시작하게 되였다. 하지만 청운의 꿈이 바야흐로 깃을 막 펼치기 시작하는 때에 우리 나라 력사상 《전례없는 시기》인 문화대혁명을 만나게 되여 모든 꿈을 접고 《광활한 천지》로 나가게 되였다.  

귀향하여 고향마을에 돌아온 나는 스무나무살적부터 목재판, 민공판을 떠돌아다녔으며 이것은 또한 학창시절 문학의 꿈을 다시 깨우쳐주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허리까지 빠져드는 밀림의 적설을 헤치고 삼림청리작업을 갔다가 귀틀집에 돌아오면 온몸이 푹 젖었다. 지붕이 엉성하여 종지굽만치 뚫어진 천정으로 하늘의 찬별이 떠는게 보였다. 방 한복판에 눕혀놓은 드럼통에서 굵직한 장작들이 세찬 불길을 피워올리면 피가 한동이씩 고인 젊은이들은 혈기와 열기를 이기지 못하여 웃통을 몽땅 드러내고 배갈사발을 돌린다. 밀림의 목재군들은 술 한사발에 돼지고기 반사발씩 앞에 받아놓고 흥겨운 입담을 벌렸다. 생활경력이 특이하고 견문이 넓으며 잔재주까지 있는 그들은 저마다 무림소설속의 호남아 같았으며 그들과 함께 하는 목재판 하루하루의 밤은 생활대학교의 강의실로 되였다.  

그중에 특히 옛말 잘하고 민요가락 잘 넘기는 김현수란 친구가 하루는 생전 듣지도 못하던 무슨 창을 한다고 해서 귀를 기울인적이 있다. 내용은 어떤 집을 지었는데 반칸에는 명월을 모시고 다른 반칸에는 청풍을 모셨는데 청산을 모실데 없어 사방에다 두고본다는 뜻이였다. 청빈한 생활을 해학적으로 묘사한것이 신통하기도 하거니와 말 한마디를 길게 구슬프게 뽑아 넘기는것이 어찌나 멋있던지 언 발가락이 아픈것도 몰랐다. 

이것이 내가 현실생활에서 처음 접촉한 시조였다. 참말 고단한 생할에서 여유의 멋을 즐길수 있는것은 시조가 아닌가 싶었다. 

그후 나는 연변대학 중문학부 단기훈련반에서 반년 공부하고 룡문중학교 어문교원이 되였다. 그때는 문화대혁명 후기여서 교과서가 마땅치 않아 자체로 편찬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공자, 맹자를 비판하는것은 중학교 교원인 나도 아리숭한것이 많은데 하물며 어린 학생들이야 더 말해서 무엇하랴. 그래서 나는 신문, 잡지에서 오려낸 자료에서 몇부분 택하여 아이들이 알기 쉽게 문장을 꾸미는 작업을 하게 되였다. 이럴 때는 그 어떤 쟝르보다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춘 시조가 적격이라고 생각되여 그 내용을 시조로 담아보았다. 먼저 학생들에게 시조의 개념, 형태를 설명하고 초장과 중장에서 결론을 이끌어낼만한 사실을 압축, 요약하여 보여주었다. 이것이 쉽지 않은것이였지만 학급 70여명의 아이들이 너 한마디, 나 한마디, 내 한구절, 너 한구절 놓는바람에 양화의 실례로부터 본 공자의 선지선각론을 비판하는 시조 한수 탄생하게 되였다.  

당시 우리 학급에는 김동춘, 신현철, 장하도 등 문학적기질이 돋보이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시조를 처음 접했지만 꽤나 잘 써내여 선생님의 칭찬을 받았으며 교내작문선집에 실리기까지 하였다.  
문학쟝르로 당시 정치임무인 《비림비공(批林批孔)》하니 학생들이 재미있어하고 효과가 커지자 나는 이번에는 이 내용들을 만담이라는 형식에 담아보고저 하였다. 

당시 모주석은 공화국주석제를 두지 말자고 했다. 류소기가 그 자리에 앉아서 《사단》을 일으켰으니 그와 같은 경우가 재발될것을 우려한것 같았다. 그런데 림표는 공화국주석제를 두어야 한다고 하면서 그 자리를 자기가 차지하려고 하였다는것이다. 그 본질적인 목적은 자기가 그 주석자리에 앉아보자는것인데 그 음모를 분쇄하고 성토하는것이 당시 중대한 정치임무였던것이다.  

그래서 나도 모주석의 편에 서서 림표의 죄행을 폭로, 비판하는 내용을 만담에 담아내려 시도하였다.  

만담이란 쟝르는 동음이의어를 잘 사용하여 웃음을 폭발하게 하는 기교도 있다. 그리하여 나는 《주석》이라는 말에 력점을 두고 뜻풀이를 하는 형식으로 만담을 엮어내려갔다. 기둥 주(柱)자에 자리 석(席)은 《주석》이요, 도야지 저(猪)에 자리 석(席)은 한어로 《주석》과 발음이 비슷하여 돼지자리이라…는 식이였다. 당시 나의 눈에는 림표일당이 주석자리를 가지고 다투는것으로서 이것은 모주석을 반대하는 행위로 마땅히 비판해야한다고 여겼던것이다.  

이 만담을 학생들에게 읽어주니 모두들 재미있다고 하면서 림표일당의 본질을 알기 쉽게 표현하였다고 좋아했다. 또한 그후 공사의 선전위원이 이 만담원고를 등사까지 하여 각 촌에 배포하여 문예공연종목으로 련습하게 하였으며 현문예회보공연무대에까지 올렸다. 그런데 현의 일부 간부가 보는 관점은 이와 달랐다. 당시 당의 주석은 모주석이기에 자칫하면 당주석과 공화국주석과의 관계를 혼동할수 있기에 문제가 있다는것이였다. 이 문제가 이쯤에서 깔아버리면 아무일도 없었을것을 이 작품이 모주석을 공격하는 반동작품이라는 얼토당토한 모자를 씌워 비판대회를 열었다. 모주석께 무한히 충성한다는 그 사람들은 모든것을 무한히 끌어올리는데 습관이 되여있어서 이 작품을 비판하는 활동을 보름이나 벌리다가 나중에 주급 령도에서 제지하는바람에 제풀에 끝나버렸다.  

그때가 문화대혁명의 결속단계여서 다행이였지 그렇지 않았더면 나도 얼빤하게 《반혁명모자》를 얻어쓰고 일생을 말아먹을번하였다. 그러나 여기서 큰 충격을 받은 나는 소중하게 간직하고있던 금촉만년필을 꺾어버리고 다시는 글 같은 것은 쓰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절필상태가 몇년 지속되다가 하루는 당시 《연변일보》 문예면을 관장하시던 김경석선생님이 화룡에 오셨다가 나를 찾는다는 전갈을 받게 되였다. 화룡에서 문예창작강습반을 열었는데 와서 참가하라는 통지였다. 그 험악한 일을 겪고나서도 문학에 대한 집념이 그래도 남아있었던지 나는 화룡창작학습반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다시 만년필을 찾아쥐고 화룡에 갔다. 거기서 나의 첫 시조작품이 완성되였는데 제목은 《적선당 허울 벗기기》였다. 

황세인 적선당에 선을 얼마 쌓았길래 
어린 시얼 머리 희고 양백로도 세상 떴나 
적선당 허울 벗기니 죄악만 남았더라 

이 시조작품이 《연변일보》에 발표된후 나는 화룡현방송국문예조로 전근되였다. 나는 부지런히 시짓기에 골몰하려 작심하였다가 우연한 기회에 연변인민출판사 소년문예편집실 편집선생님들을 만나게 되였다. 그때 쓴 동시 《나비를 날리던 애야》를 보던 편집선생은 내가 아동문학에 소질이 있다고 하면서 아동작품을 많이 쓰라고 격려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3여년간 30여편의 아동문학작품을 써내고 1988년에 아동문학작품집 《북극갈매기》를 펴내게 되였다. 또한 이것이 계기가 되여 나는 다시 연변인민출판사에 전근되여 아동문학편집사업에 종사하게 되었다. 그후 사업관계로 아동문학에 모든 정열을 바쳐갔으며 《악어섬에서의 격전》, 《고고학의 새기원》 등 아동문학작품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나는 가끔씩 작가협회의 회의 같은데 참석하기도 하는데 일부 장난끼있는 친구들이 나를 보고 《왜 애들대장이 버릇없이 어른들 모임에 나타나는가. 자네도 성인문학을 알아?》라고 하는것이다. 그것은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거개 아동문학관련자들이여서 나를 다만 아동작가로만 취급하는 경우가 많았기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겪으면 은근히 반발심이 생겨 《내가 하지 않아서 그렇지 하면 자네들보담 더 잘할걸세.》라고 대답을 주고나서 내 적성에 맞는 시조문학으로 그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비록 오래동안 손을 놨지만 시조에 대한 사랑은 다시 불타올라 많은 우수한 국내외 시조작품을 찾아보기도 하고 우리 선조들의 명작들도 다시 찾아보면서 필봉을 다시 벼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내가 몇수 극적거려본 글은 근본상 시조작품이라 하기 힘든것으로 소학교애들 수준에나 미치는듯하였던것이다. 어쩌다 눈에 본것을 깊은 사색이 없이 적어갔기에 그저 어디에 오르니 어떠어떠하더라는 식의 구태의연한 작품이 되고 만것이였다. 이런 창작태도에 안주해있는 내가 한심스럽기도 하였다.  

하여 나는 본격적으로 시조관련 서적과 잡지들을 찾아보고 리론공부도 다시 하였다. 특히 한국신춘문예입선작품들을 읽어보면서 깨우친바가 많은데 이런 작품들을 읽어보는 순간 시조작품의 깊이와 무게 그리고 살아숨쉬는 치밀한 언어구사능력에 주목하게 되였고 그 기법들을 하나씩 나의것으로 소화하기에 노력하였다.  

현대시조란 어떻게 씌여져야 한다는것을 초보적으로 터득하면서 사물을 보는 시각이 차츰 바뀌기 시작하였으며 나의 부족점들을 통절하게 느끼고 새로운 시조작품의 창작에 눈뜨기 시작하였다.  

례로 나는 다섯번이나 백두산에 올랐지만 시조 한편 못 썼다. 무엇때문이였을가? 그 비단결 같은 폭포수와 신선이 깎아놓은 산봉오리 등 남들이 이미 다 한 말을 다시 곱씹기 싫어서였다. 그리고 그저 한가지 느낌으로 《섬섬한 기운이 어려 보는 눈이 황송》하다는 감각뿐이였다. 그러나 시각이 바뀌니 이런 구절이 이어서 떠오르게 되었다. 《부딪침을 거듭하던 지맥이 성산으로 높이 솟아》 질투를 느끼던 북두성이 《앵돌아 누울 때》 찬란한 오로라가 《등을 어루쓰는》 정경도 눈에 함께 보이는듯하였다. 이렇게 나는 시조 《백두산》을 비로소 완성하게 되었다.  

이제 곧 출간될 나의 시조집의 제목은 《잔설서곡》이다. 이 책의 제목이 된 이 작품이 씌여진 경우도 이와 다름없다. 그것은 2005년 2월경이였다. 어느 하루 내가 편집실창문에서 밖을 바라보노라니 앞건물 뒤쪽 후미진 곳에 허연 눈이 그대로 쌓여있는것이 눈에 띄였다. 이제 따뜻한 봄이 오면 곧 사라질 잔설의 신세가 애처롭기만 하였다. 그러나 잔설이 녹은 그 자리에서 새로운 생명이 다시 태동할것이 분명하였다. 그래서 나는 《잔설이 더운 피 흘릴 때 봄풀이 일어서는 소리를 신경살려 듣는다》라는 구절을 떠올리게 되였다. 이 구절을 본 한 편집실의 젊은 친구가 이런 건의를 하는것이였다. 우선 제목에 《서곡》을 보태고 《더운 피》라는 단어대신 《투명한 피》로 바꾸는게 좋겠다는것이다. 나는 그 친구의 말에 수긍이 가서 대뜸 그 친구의 건의대로 원고를 고쳐보았다. 그러고 다시 보니 훨씬 이미지가 돋보였다. 현대시를 창작하는 젊은 시인들은 시적공간이 넓고 사유가 다채로와 언어구사에서도 날카로운 점이 있다. 이는 우리 시조시인들에게 계발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신작을 쓰게 되면 주변의 젊은 친구들의 의견을 귀담아들어본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계발을 받기때문이다.  

이렇게 창작된 시조가 3년사이 근 100여편에 이르게 되였다. 그리고 이 작품들로 시조집 한권 출간할 욕심도 생기게 되였던것이다. 그러나 정작 시조작품집을 묶으려고 원고를 정리하면서 운률과 이미지에서 부족한 작품이 수두룩한것을 발견하게 되였다. 하여 아깝지만 10여수의 작품을 원고더미에서 덜어내지 않을수 없었다. 자기도 자신이 없는 작품을 시조라고 내놓으면서 편수만 불린다는것은 이제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루가 되기때문이다. 

여기까지 적으면서 나의 시조사랑의 궤적을 되돌아보았다. 남들이 말하는것처럼 내가 시조시단의 《새싹》인지는 알수 없지만 아무튼 수십년간의 시조사랑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한것만은 틀림없다. 나더러 시조시단의 《새싹》이라 하는데 그렇든 그렇지 않든 훌륭한 시조시인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결심은 흔들림이 없다. 늘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영원한 《새싹》이라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지켜봐주시기 바란다.  

2007년 11월  



<<연변문학>>200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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