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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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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인 - 발레리
2015년 03월 18일 22시 36분  조회:2559  추천:0  작성자: 죽림

http://passouline.blog.lemonde.fr/2006/06/page/2/

발레리

1871-1945

 

 

남 프랑스 지중해안의 항구 sete에서 이탈리아인의

혈통을 받고 태어난 발레리는 프랑스정신의

'지중해적'.'아폴로적' 특질을 남김없이 발휘한

시인,평론가이다.

 

말라르메의 문하생으로 문학생활을 시작한 그는

전위적인 문학잡지 등에 시를 발표했으나

 

그후 20년간의 긴 침묵 끝에 '젊은 파르크'라는

장시를 발표하면서 부터 당대 최고의시인으로 군림, 

아카데미회원, college de france교수등의 영광을 얻게된다.

 

 

주요작품: 다양성(Variete)1924,

         다양성Ⅱ(VarieteⅡ)1929,

         다양성Ⅲ (VarieteⅢ) 등

 

 

 

 

잃어버린 포도주

 

 

어느 날인가 나는 대양에

(허나 어느 하늘 아래선지 모르겠다)

 

던졌다, 허무에 진상하듯,

귀중한 포도주 몇 방울을.

 

 

누가 너의 유실을 원했는가, 오 달콤한 술이여?

내 필시 점쟁이의 말을 따른 것인가?

 

아니면 술을 따를 때 피를 생각하는

내 마음의 시름을 쫓았던가?

 

 

장미빛 연무가 피어오른 뒤,

 

언제나 변함없는 그 투명성이

그토록 청정한 바다에 다시 다다른다 ......

 

 

그 포도주는 사라지고, 물결은 취해 일렁이도다! ......

 

나는 보았노라 씁쓸한 허공 속에서

끝없이 오묘한 형상들이 뛰어오르는 것을 ......

 

 

 

석류

 

 

알맹이들의 과잉에 못 이겨

방긋 벌어진 단단한 석류들아,

 

숱한 발견으로 파열한

지상의 이마를 보는 듯하다!

 

 

너희들이 감내해 온 나날의 태양이,

오 반쯤 입 벌린 석류들아,

 

오만으로 시달림받는 너희들로 하여금

홍옥의 칸막이를 찢게 했을지라도,

 

 

비록 말라빠진 황금의 껍질이

어떤 힘의 요구에 따라

 

즙든 붉은 보석들로 터진다 해도,

 

 

이 빛나는 파열은

 

내 옛날의 영혼으로 하여금

자신의 비밀스런 구조를 꿈에 보게 한다.

 

 

애정의 숲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었다.

나란히 길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서로 손을 잡았다.

말도 없이......이름 모를 꽃 사이에서;

 

 

우리는 약혼자처럼 걸었다.

단둘이, 목장의 푸른 밤 속을;

 

그리고 나눠 먹었다 저 선경의 열매,

광인들이 좋아하는 달을.

 

 

그리고, 우리는 죽었다 이끼 위에서

단둘이 아주 머얼리, 소곤거리는 친밀한

 

그리고 저 하늘 높이, 무한한 빛 속에서

저 숲의 부드러운 그늘 사이에서;

 

 

우리는 울고 있었다.

오 나의 사랑스런 말없는 반려여!

 

 

 

시 

 

       

 

 

시의 젖가슴에 안겨

젖을 빨던 입이

 

깜박 놀람에 엄습되어

입술을 뗀다.

 

 

---- 따스한 정 흘러 나오던

오 내 어머니 지성이여

 

젖이 말라도 가만히 있는

이 무슨 소홀함인가!

 

 

그대 품안에서

하얀 밧줄로 짓감기면,

 

재보(財寶)로 가득 찬 그대 가슴의

바다 물결은 곧장 나를 어르곤 했노라.

 

 

그대의 침침한 하늘에 잠겨,

그대의 아름다움 위에 기진하면,

 

어두움을 삼키면서도,

빛이 나를 침범함을 느꼈노라!

 

 

자기 본질에 숨어

지고한 안정의 인식에

 

그지없이 순종하는

신(神)인 나,

 

 

나는 순수한 밤과 맞닿아,

이젠 죽을 도리도 없어라,

 

면면히 흐르는 강물이

내 체내를 감도는 것만 같아서 ......

 

 

말하라, 그 어떤 부질없는 공포 때문에,

그 어떤 원한의 그림자 때문에,

 

이 현묘한 영감의 수맥이

내 입술에서 끊어졌는가?

 

 

오 엄밀함이여, 그대는 나에게

내가 내 영혼 거스르는 징조여라!

 

백조처럼 비상하는 침묵은

우리들의 하늘엔 이미 군림하지 않나니!

 

 

불사의 어머니여, 당신의 눈시울은

나에게 나의 보물들을 인정하지 않고,

 

내 몸을 안았던 부드러운 살은

이제 돌이 되고야 말았구나!

 

 

그대는 하늘의 젖마저 내게서 앗아가느니,

이 무슨 부당한 보복인가?

 

내 입술 없으면 그대는 무엇이며

사랑이 없으면 나는 또 무엇인가?

 

 

허나 샘물은 흐름을 멈추고

박정함 없이 그에게 대답한다.

 

----당신이 하도 세게 물어뜯어

내 심장이 멈추고 말았노라고!

 

 

 

 

뚜렷한 불꽃이 

 

            

뚜렷한 불꽃이 내 안에 깃들어, 나는 차갑게 살펴본다

온통 불 밝혀진 맹렬한 생명을......

 

빛과 뒤섞인 생명의 우아한 행위는

오직 잠자면서만 사랑할 수 있을 뿐.

 

 

나의 나날은 밤에 와서 나에게 눈길을 돌려주며,

불행한 잠의 첫 시간이 지난 뒤,

 

불행마저 암흑 속에 흩어져 있을 때,

다시 와서 나를 살리고 나에게 눈을 준다.

 

 

나날의 기쁨이 터질지라도, 나를 깨우는 메아리는

내 육체의 기슭에 죽은 이만을 되던졌을 따름이니,

 

나의 야릇한 웃음은 내 귀에 매어단다

 

 

빈 소라고동에 바다의 중얼거림이 매달리듯,

의혹을---- 지극히 불가사의의 물가에서,

 

내가 있는지, 있었는지, 잠자는지 아니면 깨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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