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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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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표작으로 보는 광복以後 시: 신석초 - 바라춤
2015년 12월 18일 02시 52분  조회:4251  추천:0  작성자: 죽림
 

             

 

 

          바 라 춤
                        - 서장 

 

                                       신석초

 

 

 

 

 

 

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을

 

티없는 꽃잎으로 살어 여려 했건만

 

내 가슴의 그윽한 수풀 속에

 

솟아오르는 구슬픈 샘물을 어이할까나.

 

 

 

 

청산 깊은 절에 울어 끊긴

 

종소리는 아마 이슷하여이다.

 

경경히 밝은 달은

 

빈 절을 덧없이 비초이고

 

뒤안 으슥한 꽃가지에

 

잠 못 이루는 두견조차

 

저리 슬피 우는다.

 

 

 

아아 어이하리, 내 홀로

 

다만 내 홀로 지닐 즐거운

 

무상한 열반을

 

나는 꿈꾸었노라.

 

그러나 나도 모르는 어지러운 티끌이

 

내 맘의 맑은 거울을 흐리노라.

 

 

 

몸은 설워라

 

허물 많은 사바의 몸이여!

 

현세의 어지러운 번뇌가

 

짐승처럼 내 몸을 물고

 

오오, 형체, 이 아리따움과

 

내 보석 수풀 속에

 

비밀한 뱀이 꿈어리는 형역(刑役)의

 

끝없는 갈림길이여.

 

 

 

구름으로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 소리

 

지는 꽃잎도 띄워 둥둥 떠내려가것다.

 

부서지는 주옥의 여울이여!

 

 

 

 

 

너울너울 흘러서 창해에

 

미치기 전에야 끊일 줄이 있으리.

 

저절로 흘러가는 널조차 부러워라.

 

 

 

             = 이하 생략 =

 

 

 

- <문장> (1939) -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불교적, 구도적, 상징적, 명상적

◆ 표현 : 격정적 어조로 내면적 고뇌를 표출함.

             심리적 상승과 하강의 파동적 전개 구조를 취함.

             '두견'에 화자의 감정을 이입함.

             '꽃잎(해탈)'과 '샘물(번뇌)'의 대립적 이미지를 드러냄.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바라춤 → 부처에게 제를 지낼 때 바라(인도에서 유래한 악기)를 울리고 천수다라니를 외면서 추는 춤.

    * 티없는 꽃잎 → 속세에 물들지 않은 맑고 깨끗한 정신의 경지(구도자의 정신 자세), 티없는 열반의 경지

                             화자가 추구하는 맑고 아름다운 삶의 이미지

    * 구슬픈 샘물 → 세속적 번뇌와 갈등

    * 종소리 → 깊은 절에서 울리다 끊어진 종소리의 공허감은 화자 자신의 황량한 마음과 비슷하다고 인식.

    * 잠 못 이루는 두견 → 티없는 꽃잎과 구슬픈 샘물 사이의 갈등 속에서 괴로워하는 화자의 모습이 투엳됨.

                                     감정이입된 대상물.

    * 무상한 열반 → 드높은 초월의 경지

    * 어지러운 티끌 → 미처 떨쳐 버리지 못한 세속적 번뇌

    * 맘의 거울 → 불교에서 말하는 진체로, 원래 본성은 맑고 깨끗하지만 삼독(三毒)에 의해 가려져 있어서

                             흐리게 된다고 한다. 이 삼독을 제거하는 일이 곧 구도의 길이 된다.

    * 내 맘의 맑은 거울을 흐리노라 → 마음의 고요함을 깨뜨림.

    * 사바 → 속세

    * 아리따움과 내 보석 수풀 속 → 열반을 추구하는 아름다운 몸뚱이

    * 형역 → 육신의 욕망에 의한 정신의 예속을 뜻하는 말로, 정신이 육체의 지배를 받음을 의미함.

    * 뱀이 꿈어리는 형역 → 생명을 지닌 존재로서 육체의 욕망(욕정)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상태.

    * 내 보석 수풀 속에 / 비밀한 뱀이 꿈어리는 형역의 / 끝없는 갈림길이여

             → 정신과 육체, 감각과 관념 사이에서 갈등하는 화자의 절절한 절규가 담긴 말.

    * 5연 → 해탈에 대한 갈구가 '물'의 이미지와 함께 표현되고 있음. '창해'는 열반을 의미하며, '시냇물'은

                 창해에 '저절로' 들어가지만, 화자는 저절로 열반에 들 수 없음에 부러움으로 바라보고 있다.

    

◆ 제재 : 바라춤

 주제 : 삶의 고통과 번뇌의 초월 의지

           해탈에의 염원과 번뇌의 갈등.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현실과 이상의 갈등

     ⇒ 속세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살려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까닭모를 슬픔이 솟아오른다.

◆ 2연 : 내면 세계의 슬픔

    3연 : 세속과 열반 지향 사이의 갈등

    ⇒ 깊은 산속 빈 절에 울리는 풍경소리와 흐르는 달빛, 두견새의 슬피우는 소리는 신비로운 적막감을

                   불러일으키고, 나는 여기서 열반의 경지를 꿈꾸지만 번지는 잡념을 누를 길 없다.

◆ 4연 : 세속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슬픔

    5연 : 종교적 구원에 대한 염원

     ⇒ 이승의 존재로서 나의 육신은 온갖 번뇌로 가득찬 몸, 이 깊은 계곡 흐르는 시냇물의 가벼움과

                     자유가 부럽다.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바라춤>은 신석초의 대표적 작품으로서 모두 421행에 달하는, 길이가 매우 긴 작품이다. 1941년에 <바라춤 서장>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래 본시 부분은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1957년에 발표되었으며, 최종적으로 시집 『바라춤』에서 그 완성된 모습을 보인다. 시인이 여러 해 동안 한 작품의 완성에 몰두하였다는 것은 우리 시 문학사에서 흔히 발견되는 현상은 아니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신석초가 이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이 시의 제목인 '바라춤'이란 불교적 제의에서 연행되는 승려들의 춤을 가리킨다. 시인은 승려들의 춤을 바라보면서 느낀 감정과 그 영상을 바탕으로 시상을 구성한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이 시를 읽으면서 시상의 흐름이 춤의 율동에서 느낄 수 있는 리듬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특히 시인은 이 시를 구성함에 있어서 시조의 운율에 자연스럽게 이끌려 갔음을 밝힌 바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3 · 4조의 자수율이나 4음보 형식의 정형률을 고수했다는 측면에서보다는 우리의 전통 시가 양식으로서 시조가 지닌 음악적 측면, 즉 감정의 자연스런 흐름을 읊조리는 내면적 정서에 동화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조지훈의 <승무>와 제재 및 갈등 구조가 비슷한데, 이 작품에서는 춤의 동작에 대한 묘사가 없고 갈등의 양상은 좀더 강렬하게 나타나 있다.

이 시의 정서의 실체는 삶의 고독과 번민, 그리고 정한의 세계로 구현되고 있다. 그것은 바라춤이라는 시적 소재가 불교적 구도의 자세를 바탕으로 한 것과 관련된다. 즉 현세의 모든 인간적 번뇌에 몸부림치는 현실적 자아와 내세의 초월적 경지를 염원하는 이상적 자아 사이의 갈등을 관조적인 태도로 드러냄으로써 시적 승화를 꾀하고 있다. 이 시는 비록 수많은 관념어와 한자어, 특히 불교적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시상은 흐르는 물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유연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시인의 시집 『바라춤』의 후기에서 "아무도 부단히 전이하여 가는 세조(世潮)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일이며, 또 그것을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다. 또 방대한 유역의 어느 안전한 언덕에 자기만의 특유한 위치를 안착시킬 수도 없는 일이다. (…) 우리들의 정신은 언제나 있지 않은 것을 희구한다. 보다 새로운 것을 보다 나은 것을 희구한다. 인류사조의 수많은 세대의 여울에 광망(光芒)있는 몇몇의 이름이 부침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하등 독자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각자 세대가 남겨놓고 간 정신의 주옥이다." 라고 하여 삶의 역정에 달관하려는 태도를 천명하고 있는데, 그러한 정신적 지향을 바로 우리 고유의 서정적 세계 속에서 찾고자 한 것에 이 시의 특징이 있다.

 

 
 

 
바라춤
                      - 신 석 초   
 
"환락은 모두 아침 이슬과도 같이 덧없어라" ―싯타르타
 
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을
티없는 꽃잎으로 살아 여러 했건만
내 가슴의 그윽한 수풀 속에
솟아오르는 구슬픈 샘물을
어이할까나.
 
청산 깊은 절에 울어 끊인
종소리는 하마 이슷하여이다.
경경히 밝은 달은
빈 절을 덧없이 비추이고
뒤안 이슷한 꽃가지에
잠 못 이루는 두견조차
저리 슬피 우는다.
아아, 어이하리. 내 홀로,
다만 내 홀로 지닐 즐거운
무상한 열반을
나는 꿈꾸었노라.
그러나 나도 모르는 어지러운 티끌이
내 맘의 맑은 거울을 흐레노라.
 
몸은 설워라.
허물 많은 사바의 몸이여.
현세의 어지러운 번뇌가
장승처럼 내 몸을 물고
오오, 형체, 이 아리따움과
내 보석 수풀 속에
비밀한 뱀이 꿈어리는 형역의
끝없는 갈림길이여.
구름으로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 소리
지는 꽃잎도 띄워
둥둥 떠나려가겄다
부서지는 주옥의 여울이여.
너울너울 흘러서
창해에 미치기 전에야
끊일 줄이 있으리.
저절로 흘러가는 널조차
부러워라.
 
접동새, 우는 접동새야.
네 우지 말아라.
무슨 원한이 그다지 골수에
사무치길래
밤중만 빈 달에 피나게 울어
남의 애를 끊느니.
 
이화(梨花) 흰 달 아래
밤도 이미 삼경인 제
승방에 홀로 누워
잠을 이루지 못하나니
시름도 병인 양하여
내 못 잊어 하노라.
 
아아, 속세의 어지러운 진루(塵累)여.
허울 좋은 체념이여
팔계(八戒) 게송이 모두 다
허사런가
숙명이 낳은 매혹의 과실이여.
묻혀진 백옥의 살결 속에
묻혀진 백옥의 살결 속에
내 꿈꾸는 혼의 슬픈
심연이 있어라.
다디 단 꽃잎의 이슬
걷잡을 수 없이 흐르는
애끓는 여울이여
길어도 길어도 끊이지 않는
가슴 속의 샘물이여.
 
눈물이 꿰어진 진주 다래라면
눔비니 밝은 구슬성도
이루지 안 했으랴.
눈물이 꿰어진 진주 다래라면
수미 높은 뫼도 아니
이뤘으랴.
눈물이 흘러 이내 흔적이
없으니
내 그를 애달퍼하노라.
 
아아, 헛되어라 울음은
연약한 속임이여.
수유에 빛나는 거짓의 보석이여.
내가 호숫가에 쓸쓸히
설레는 갈대런가
덧없는 바람 달에
속절없이 이끌리는
값싼 시름의 찌꺼기여.
 
적멸이 이리도 애닯고나.
부질없는 일체관념(一切觀念)이여.
영생의 깊은 수기(授記)가
하마 허무하여이다.
관념은 모두 멸하기 쉽고
잠든 숲속에 세월이 흐르노라.
어지러운 윤회의
눈부신 여울 위에
변하여 가는 구름 연기
시간이 남긴 사원 속에
낡은 다비만 어리나니
세월이 하 그리 바쁜 줄은 모르되
멎는 줄을 몰라라.
 
덧없이 여는 매살한 손이여.
창 밖에 피인 복사꽃도
바람 없이 지느니
하물며 풍상을 여는 사람의
몸이야 시름한들 어이리
오오, 변하기 쉬운 꽃여울이여.
내 아리따운 계곡에 흐느껴
우는 소리
내 몸 잔잔한 흐름 위에
홀연히 여는 전이(轉移)의 물결 위에
내 끝내 지는 꽃잎으로 허무히
흘러 여는다.
 
다만 참된 건 고뇌하는
현유(現有)의 육신뿐인가.
순간에 있는 너 삶의 빛깔로
벅차 흐르는 내 몸뚱어리
 
순수한 욕구로 불타오르는
꽃송아리
황홀히 타는 구슬의 꽃술 속에
망령된 시름하는 나비들은
금빛으로 날아
빗발처럼 쏟아지느니
 
깊은 산 유리 속에 홀로
선 내 모습이
하마 청산의 허재비 같으니다.
 
장근 동산이 날 에워
한 조각 여는 구름모양
저 영을 넘지 못하는다
내 안에 내 안 내 누리 안에
무닐 수 없는 장벽이 있도소이다.
아아 애절한 구속의
모래문이여.
 
넓은 천지간에 속세를 등져
깊이 숙여 쓴 고깔 밑에
고이 접은 네 아미
죄스럼과 부끄러움을 가려
그늘진 푸르른 정의(淨衣)
남몰래 앓는 백합을 어리는
빈 산 칡 달은 하마 휘엿하여이다.
야삼경 호젓한 다락에
들리느니 물소리만 요란한데
사람은 없고 홀로 타는 촛불 옆에
풀어지는 깃 장삼에
장한이 너울져
춤추는 부나비처럼
끝도 없는 단꿈을 나는 좇니노이다.
 
아아, 고독은 죄스러운
사념의 뱀을 낳는가
내 맘 그윽히 떠오르는 마아야
남몰래 떠오르는 꿈결 같은
마아야의 손길.
………….
천만 겹 두른 산에
어리고 서린 두렁칡이
밋밋한 오리나무를 친친 감아 얽으러져
제멋대로 살어 연다.
사람도 저처럼 어러져, 멋대로 살어 열까
바람도 그리움도 천만 없소이다. 나는……
절로 피인 꽃이니다.
만개한 꽃의 매력으로 부풀어오른 몸뚱어리
오오, 순수한 장미의 덩어리여.
바람으로 솟은 둥실한 도리(桃李)의 메여
 
팔상(八相)에 이끌리는 무릇 재앙의 씨여
오오, 끊기 어려운 삼계(三界)의 질긴 연(緣)이여
내가 오히려 사갈나의 꿈숲을
얼 없이 헤매느니
광풍에 지부친 뱃사공처럼
물 아래 세 가닥 모래
깊은 웅뎅이를 보지 못하는다.
 
`보리살타' 오오,
`보리살타'
나무 여래보살
나무 관세음보살
나무 지장보살
 
중생을 건지신 높은 덕에
청정한 크신 법에


 

충청남도 서천군 한산면 한산모시 전시관 뒤편 양지바른 언덕에 있는 신석초시비

 신석초 시비는 화강석으로 구름을 형상화 한 모양이 특이하다. 시인의 흉상을 제작한 정성도 놀랍다. 시비에는 “꽃잎절구”라는 시 한편이 있기에 읽어보니 우리네 삶도 꽃처럼 짧은 생의 순간이 아닐까? 더욱 소중하게 느꺼 진다.

 

꽃잎절구  / 신석초

 

꽃잎이여 그대

다토아 피어

비바람에 뒤설레며

가는 가날픈 살갗이여,

 

 

그대 눈길의

머언 여로(旅路)에

하늘과 구름

혼자 그리워

붉어저 가노니

 

 

저문산 길가에 져

뒤둥글지라도

마냥 붉게 타다 가는

환한 목숨이여,

 


▒ 신석초 시인과 서천  : 서용선]
 

 

벚꽃은 며칠 째 하얀 웃음 그칠 줄 모르고

도화는 두 볼 가득 분홍바람 머금었으니

붉은 명자는 담벼락 사이 수줍어 숨어 있구나!

 

 

 

신석초 시인을 찾아가다...

 

 오늘은 신석초 신인님의 조카 신홍순(LG패션사장)씨도 함께 하신다니 더욱 뜻 깊은 문학기행이 될 것 같다. 신석초 신인의 사랑을 듬뿍 받아오신 제자 김후란 시인과 함께 신석초 시인을 회고하는 시간을 가지니 모두들 시인이 된 듯, 시인의 날개를 달아 본다.

 

 

 

 “시인이란 나무들의 대화소리, 꽃들의 소곤이는 소리도 들어야 합니다.”

사분사분 들려오는 시인의 음성에선 고운 발 살짝 들어 꽃 잎 딛는 시인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바람마져 잔잔해진 저녁나절에 또다시 돌아보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아마도 그는 분명 시인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멀어지는 차 창 밖을 오랫동안 바라본다.

 

수려한 외모에 넉넉한 눈빛으로 선친들의 업적을 소개하는 LG패션 신홍순 사장님은 (신석초 시인 조카) 신석초 시인의 수려했을 옛 모습을 잘 연상하게 한다.

 

 

신석초 시인의 생가 터에는 근사하게 큰 집이 자리하고 있는데, 현재의 집 주인은 대대로 신석초 시인의 머슴으로 이어온 분이란다. 집 주인은 신석초 시인의 마음 덕으로 지금은 유명한 목수가 되어 잘 살고 있고, 자신의 땅에 신시인의 생가터 표식을 만들어 놓는 지혜로움까지 가지고 있어 지나는 이들을 흐뭇하게 한다.

신시인이 걸어서 학교에 다녔다는 논 둑  길에는 이름 모를 꽃들까지 신시인의 고향에 피어났음을 뿌듯해하고 있으니 하늘 높은 종달이도 한 몫 거든다.

 

 원래 천석군 집안에 태어난 신석초 시인은 몸에 배인 겸허함과 고고한 지성의 향기가 마치 학과 같았다고 한다.

 

 자신을 우주를 떠도는 나그네라고 언제나 말해왔던 석초는 청마, 이육사 시인과 경주, 부여, 금강산 등을 늘 같이 여행하며 동인지 ‘자오선‘을 함께 만들기도 했다. 청마, 이육사를 유난히 사랑했던 석초는 육사의 시비를 세우는데 기여했고 육사와의 옛 추억을 68년 4월에 발표한다.

 

우리는 서울 장 안에서 만나

꽃사이에 술마시며 놀았니라

지금 너만 어디 메에가

광야의 시를 읊느뇨

내려다보는 동해 바다는

한잔 물이어라

달아래 피리불어 여는 너

나라위해 격한 말씀이 없네

-육사를 생각한다-

 

 신석초 시인은 67세에 별세, 무덤은 25년만에 고향으로 이장되었다.

 

 석봉 선생은 신석초 시인의 7대조로 차관보까지 지냈지만 평생을 청빈하게 사셨다. 호구지책을 위해 임금이 하사품을 내릴 정도였던 그는 후대에 까지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아 왔다.

 

 이성산이 둘러싸인 신석초 시인의 묘는 백제가 망하고 백제를 다시 준비하던 지역이었고 고려 말엔 문인들이 많이 살아 문향으로 알려진다.

 

 평생을 민족의식 고취에만 힘써왔던 석초는 일제 말살시 선조 석북묘에 참배하고 이육사와 더불어 긴 여행을 떠난다.

 

 6.25때 아들을 잃은 석초는 1950년 1월 토지개혁으로 땅을 빼앗기게 되고, 그 결과 지금은 머슴이 그 집터에 큰 집을 짓고 살게 된 것 이다.

...
...


시비를 찾아서

 

 

 

 

신 웅 순(시인·평론가·중부대교수)

 

 

 

- 신석초 편

 

 

   충남 서천 한산에는 허균 일가와 비견될 수 있는 문장가 일가가 있다. 신석초 7대조인 석북 신광수 일가이다. 당시 일세를 풍미했던 석북 광수, 기록 광연, 진택 광하, 부용당 신씨 4남매 시인들을 말한다. 숭문동은 학문을 숭상하는 마을 이름이다.

   낡은 체재를 일신하고 새 시풍을 세워 일신을 풍미했던 석북은 중국의 백거이와 비교되기도 한다. 생존시 석북 만큼 만인에 회자된 시인은 일찌기 없었다. 당나라 시인 두보가 만년에 악양루에 오른 행적을 읊은 석북의 유명한 과시「관산융마」는 평양의 교방 및 홍류계에 인기는 물론 전국 방방곡곡 애창되었고 중국에까지 널리 회자되었다. 애국애족, 애민사상을 유교적 이념으로 승화시킨 이 시는 서도창으로 정조가 매우 구슬프고 처연하다. 일제 치하 백성들이 이 노래를 듣고는 잃어버린 조국 생각에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춘원 이보경이 평양에 있을 때 이 노래를 듣고 석북의 인기를 흠모한 나머지 이름을 아예 이보경에서 이광수로 개명했다고 한다. 인간문화재 명창 김정연, 김월하, 오봉녀 창에 이어 지금도 인간문화재 김경배, 김광숙, 한자이 등에 의해 불리워져 내려오고 있다.

   이「관산융마」를 지은 영조 대 시인 석북의 7대 손이 바로 신석초 시인이다.

시인은 석북이 살았던 한산면 숭문동, 속칭 은골인 현 화양면 활동리 17번지에서 1909년 6월 4일(음력 4월 17일) 부친 신긍우와 모친 강긍선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태중에 있을 때 문 앞의 오얏나무에 두 초립동이가 올라가 오얏나무 열매를 따서 모친께 드리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시인으로 타고난 운명이었을까.

   일본 유학시절 운명처럼 만난 발레리. 그의 작품을 접하고 온 몸이 전율했던 신석초. 발레리는 석초에게는 방황하던 젊은 시절 인생의 지표가 되었다. 석초는 일제에 찬동하거나 이용당하지 않았다. 일제의 치욕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던 젊은 시절. 그의 지우 육사는 절정을 향해 치열하게 조국을 위해 살다갔지만 석초는 조용히 멸하지 않는 정신으로 전통을 지켜 내면화의 길을 걸었다.

석초는 한국적인 것과 서구적인을 조화시키며 한국 선비의 길을 걸었다. 신화와 현실을 오가며 자연을 노래했고 서양의 프로메데우스와 한국의 처용을 노래했고 또한 생명과 폭풍을 노래했다. 그리고 비밀한 사랑도 노래했다.

   이 석초 시비가 건지산성 기슭 모시관 옆에 세워져 있다.

 

 

꽃잎이어 그대

다토아 피어

비 바람에 뒤설레며

가는 가냘픈 살갗이여

 

그대 눈길의

머언 여로에

하늘과 구름

혼자 그리워

붉어져 가노니

 

저문 산 길가에

뒤둥글지라도

마냥 붉게 타다가는

환한 목숨이어.

 

-「꽃잎 절구」전문

 

 

 

                                                             건지산성 기슭에 있는 신석초 시비

 

 

   위 「꽃잎 절구」는 1972년 『시문학』지에 발표되었다. 당시 필자는 대학에 나녔다. 시문학이 창간된지 얼마 안되는 해였다. 그 때 이 작품을 접했다. 60대에 어떻게 이런 감각적인 시를 쓸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꽃잎은 다투어 피었다가 비바람에 뒤설레며 가냘픈 살갗으로 가는가, 그대 눈길 먼 여로에 하늘과 구름 혼자 붉어져 갔노니 저문 산 길가에 뒤뒹글지라도 마냥 붉게 타가가는 환한 목숨이여. 석초는 만년에 이렇게 절창을 읊고 갔다.

   2000년 5월 5일 조남익 추진 위원장을 비롯한 서천 서림문학동인회, 지원문학인과 함께 석초 시비가 세워졌다. 시비에 「꽃잎 절구」가 새겨져 있고 글씨는 서천 출신 국전 초대작가 지금은 고인이 된 벽강 조희구가 썼다. 조각은 김석우 충남대 교수가, 건립기는 서천 출신 소설가 박경수가 썼다. 석초는 필자의 재당숙이고 조희구는 필자의 중학교 선배이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하나는 꽃잎 절구라는 시로, 하나는 예서체 글씨로 한산 건지산성 기슭 석초 시비에서 만난 것이다.

   시비 뒷면에는 소설가 박경수 건립기가 있다.

 

 

우리 민족이 스스로 긍지를 갖고 세계 가운데 설 수 있는 것은 선대가 이룩한 문화 덕이다. 민 족이 이룩한 문화 말고 그 민족의 우수성을 재는 척도는 달리 없다. 민족을 한 고장으로 바꿔놓아 도 그 말은 그대로 맞는 말이 된다.

석초의 산지가 여기 금강 연촌인 숭문동인 것 말고도 시 「바라춤」의 무대가 북 칠리의 건지 산 봉서사인 것도 있다. 두루 이 비가 여기에 서는 소이다.

 

///박경수

 

 

   한산은 해마다 모시 축제가 열린다. 많은 이들은 한산 모시 축제와 한산 소곡주는 잘 알고 있으나 바로 옆에 석초 시비가 있는 줄은 잘 모르고 있다. 그윽한 수풀, 두견새 우는 고향, 7대조 석북이 묻혀있는 숭문동 활동리 어성산 산자락에 고고한 학, 석초가 잠들어있다.

   시비 건립추진 위원장 조남익의 발간사에는 시 「꽃잎 절구」가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다.

 

 

시비의 시 「꽃잎절구」는 인생론이 무르익은 하나의 절창이다. “저문 산 길가에 져/뒤뒹글지 라도/마냥 붉게 나다가는/환한 목숨이어”에서 보듯이 시인의 육신은 ‘저문산’으로 가고 없지만, ‘환한 목숨’의 살뜰한 서정과 문학은 그가 일찍이 「바라춤」을 구상하고 집필했던 여기 한산면 의 건지산 기슭을 맴돌며 영생을 얻을 것이다.

 

 

   시집으로 『석초시집』,『바라춤』,『폭풍의 노래』,『처용은 말한다』,『수유동운』이 있으며 『현대문학』지에 조남익, 박제천, 황하수, 임성숙, 홍희표 등을 시인으로 추천했다.

   석초는 1975년 3월 8일 아내와 함께 경기도 장흥 신세계 공원 묘지에 합장되었던 것을 2000년 11월 26일 그의 고향 생가인 활동리에 이장했다.

   한국일보 장기영 사장은 임종 시 그의 아들에게 석초의 시비 건립을 유언처럼 부탁했었다. 아들 장강재 사장은 선친의 뜻을 받들어 석초의 시비를 석초의 시를 사랑했던 부친의 묘 주위에 세웠다. 이 시비에 「바라춤」이 새겨져 있다. 장기영 사장은 생전에 이 「바라춤」을 애송하였으며 암기하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 시비가 있는 공원묘지에는 가보지는 못했다.

 

 

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을

티없는 꽃잎으로 살아 여러 했건만

내 가슴의 그윽한 수풀 속에

솟아오르는 구슬픈 샘물을

어이할까나.

 

청산 깊은 절에 울어 끊인

종소리는 하마 이슷하여이다.

경경히 밝은 달은

빈 절을 덧없이 비추이고

뒤안 이슷한 꽃가지에

잠 못 이루는 두견조차

저리 슬피 우는다.

아아, 어이하리. 내 홀로,

다만 내 홀로 지닐 즐거운

무상한 열반을

나는 꿈 꾸었노라.

-「바라춤」 일절

 

 

   석초의 대표작 장시 「바라춤」이다. 티없는 한 송이 꽃으로 살고자했으나 세속적인 욕망을 어찌할 수 없었다. 무상한 열반의 세계를 꿈꾸며 무상한 열반의 세계에 가고 싶어하는 화자의 욕망을 어찌 달랠 수 있을 것인가. 티없는 영혼에 닿기 위한 이 육체적이고 관능적인 몸부림, 바라춤이 처절하기까지 하다.

 

 

 

                                                                                       * 시인 ․ 평론가, 중부대 교수

 

 

 

<대표작>

 

 

 

적(笛)

 

 

슬프다. 찬 달이여.

연기 낀 서라벌의

옛 하늘로 헛되이

네 먼 꿈을 보내는가.

 

아스라이 날과 달이

흘러가고 또 와도

인간의 어지러운 풍파를

그치지는 못할넨가.

 

어느 초월한 악공이 있어

널 부러 홍량(弘亮)한 소리를 내어

창해에 담뿍 어린 구름을

깨끗이 쓸지는 못하는가.

 

멸한 나라 옛 빈 터전에

남은 찬 달과 연기

오오. 애달픈 침묵의

적(笛)이여

 

 

고풍

 

 

분홍색 회장저고리

남 끝동 자주 고름.

긴 치맛자락을

살며시 치켜들고

치마 밑으로 하얀

외씨버선이 고와라.

멋들어진 이여머리,

화관 몽두리,

화관 족두리에,

황금 용잠 고와라.

은은한 장지 그리메

새 치장 하고 다소곳이

아침 난간에 섰다.

 

 

 

멸하지 않는 것

 

 

황홀하게도, 은밀하게도

내 가슴에 정열이 타고 남은

적막한 잿무덤 위에,

예지와 수많은 그리메로써

꾸며진 이 회색의 무덤 위에

페닉스! 오오. 너는 되살아서

불과 같은 나래를 펴고

죽은 줄만 여긴 네 부리에

매혹의 힘은 다시 살아나서

나를 물고, 나를 쪼으고

연애보다도 오히려 단 오뇌로 나를

또 이끌어가누나.

 

翡翠斷章

너 자신을 알라. - 소크라테스

 

슬프다. 바람 숲에 구르는 옛날의 옥석(玉石)이여

비취, 보석인 너 노리개인 너여

아마도 내 영원히 잊지 않을 너만의 자랑스러운

영화를 꿈꾸었으련만

뜬 세상에 어지러운 오뇌를 안고

거칠은 쑥대 구렁을 내가 헤매느니

적막한 깊은 뜰을 비추이는 푸른

달빛조차 어이 흐려 있는다.

 

푸른 기왓장 흐트러진 내 옛 뜰에

무정한 꽃만 피어 지고

쓸쓸한 파멸 속에 너는 굴러서

창백한 때의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볕살을 헤인다

 

아아, 이슷한 오경 밤에

그므레 타는 촛불 옆에

홀로 누워 잠 못 이루는 여인의

희고 나릿한 백설 같은 목덜미

숱한 머리쪽은 풀어져 물결치는

베개 위에 찬 달 그리메

애달픈 꽃잎을 그려라.

 

비취. 오오, 비취. 빛나는 옥석이여

내 전신(轉身)의 절 안에 산란한 시간의 발자취

다비의 낡은 흔적이 어릴 제

너는 매혹하는 꽃 같은 손길에 이끌리어

그지없는 애무 속에도 오히려 불멸하는 빛을 던진다.

 

나는 꿈꾸는 몸뚱이를 안고

소슬한 대숲 바람결에

솟아오르는 허무한 욕구를 사르면서

혼자서 헐린 뜰을 내리려 한다.

저 곳엔 시들어지는 고운 난꽃 한 떨기

또, 저 곳엔 깨끗한 댓돌 위에

꿈결같이 떠오르는 영원한 처녀의 자태……

 

어쩔까나

나의 난심을

내 어지러운 갈레는 마음을

비취. 내가 옛 동산을 가고 또 오는

내 몸 고달픈 시름의 넌출을

인간의 얼크러진 갈림길로 알고서

고독한 푸른 옥에 몸을 떨며

슬픈 리라의 가락을 탈까나

 

비취. 오오, 비취. 티없는 네 본래의

빛깔이야 부러워라

저, 심산 푸른 시냇가에 흩어지는 부엿한 안개 떠돌아서

창천은 흐득이는 여명의 거울을 거누나

아아, 오뇌를 알은 나

영겁을 찾는 나

비밀한 유리 속에 떠서 흔들리는 나여. 너를 불러라.

빛과 흠절의 수풀 위에 찬 보석이여.

나여. 정신이여.

멸하지 않는 네 밝음의 깊은 근원을 찾아라……

 

 

 

魅惑 1

 

 

바람이런가

숨결이런가

내 마음 천길 물 속처럼

잠잠한데

내 안의 구석진 기슭에

훌쩍이는 이 갈대는

무엇인가

 

노을이런가

달빛이런가

내 안의 먼 여울 속

물살져 쏟아지는

이 보석 조각들은

또 무엇인가

 

잠 못 이루는

하늘의 호수 속으로

가만히 부르는 소리

한 마리 백조가 날아와

깃드는

꿈결처럼 젖어드는

고운 꽃이파리

애끊는 여울에

구슬의 떨림이

이처럼 사무치는구나.

 

 

처용은 말한다

 

 

 

1

바람아, 휘젖는 정자나무에 뭇 잎이 다 지겄다

성긴 수풀 속에 수런거리는 가랑잎 소리

소슬한 삿가지 흔드는 소리

휘영청 밝은 달은 천지를 뒤덮는데

 

깊은 설레임이 나를 되살려놓노라

아아 밤이 나에게 형체를 주고

슬픈 탈 모습에 떠오르는 영혼의

그윽한 부르짖음……

 

어찌할까나 무슨 운명의 여신이

나로 하여금 이렇게도 육체에까지

이끌리게 하는가

무슨 목숨의 꽃 한 이파리가

나로 하여금 이다지도 기찬 형용으로

되살아나게 하는가

 

저 그리운 연못은 거친 갈대 우거져서

떠도는 바람결에도 몸을 떨며 체읍을 한다

굽이 많은 바다다운 푸른 물 거울은

나의 뜰이었어라

밤들어 노니다가 들어와 자리에 보니

가랄이 넷이어라

 

그리운 그대, 꽃 같은 그대

끌어안은 두 팔 안에 꿀처럼 달고

비단처럼 고웁던 그대,

내가 그대를 떠날 때

어리석은 미련을 남기지 않았어라

꽃물진 그대 살갗이

외람한 역신의 손에 이끌릴 때

나는 너그러운 바다 같은 눈매와

점잖은 맵시로

싱그러운 노래를 부르며

나의 뜰을 내렸노라

니의 뜰, 우리만의 즐거운 그 뜰을

 

아아 이 무슨 가면의 무슨 공허한 탈인가

아름다운 것은 멸하여 가고

잊지 어려운 회한의 찌꺼기만

천추에 남는구나

그르친 용의 아들이어

처용

도도 예절도 어떤 관념 규제도

내 맘을 편하게 하지는 못한다

지금 빈 달빛을 안고

페허에 서성이는 나 오오 우스꽝스런

제웅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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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룡암에서

신석초에게 

바란 마음 그마음 지난 바램 
하루가 열흘 같이 기약도 아득해라 
바라다 지친 이 넋을 잠재올가 하노라 

잠조차 없는 밤에 燭(촉)태워 안젓으니 
리별에 病(병)든 몸이 나을길 없오매라 
저달 상기보고 가오니 때로 볼가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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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시인’이육사 시조 첫 발견. 

항일 민족시인 이육사의 미공개 작품 7편 발굴. 
서간문과 산문등 7편을 첫 공개. 이육사작품 가운데 시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옥룡암에서 신석초에게’란 제목의 시조 두 수는
1936년 6월 이육사가 평생지기였던 시인 신석초에게 보낸 엽서에 실린 것이다. 
시의 주제인 그리움도 그 대상이 신석초만이 아니라 민족과 국가에 대한 정서를 담고 있다‘고 김용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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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침략기 저항 시인 이육사(본명 이활.1904~1944.사진)의 시조(時調)가 처음 발견됐다. 

손병희 안동대(국문학)교수는 27일 "육사가 문우(文友)인 신석초(1909~1975) 선생에게 보낸 엽서에 쓴 시조 두 수를 최근 발견했다"며 "육사의 시조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30일 출간되는 '육사 탄신 100주년 기념 시집'(성심)에 소개된다.

기다림과 그리움이 주제인 이 시조는 육사가 경주의 사찰 옥룡암에서 요양 중이던 1942년 8월 4일 충남 서천군 화양면에 있던 석초 선생에게 보낸 엽서에 펜으로 썼으며, '前書(전서.앞에 쓴 편지)는 보셨을 듯/하도 답 안 오니 또 적소/웃고 보사요'라는 머리글 다음에 적혀 있다. 


손 교수는 육사가 독립운동을 하다 10여 차례 옥고를 치른 데 이어 41년 폐질환을 앓은 뒤 건강이 나빠져 사찰에서 요양 중 쓴 것으로 추정했다. 또 20여 일 전인 7월 10일 석초에게 보낸 편지의 답장이 오지 않자 엽서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동시의 의뢰로 김용직(서울대 명예교수)박사와 기념 시집을 만드는 과정에 석초의 조카인 신홍순(63)씨에게서 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육사가 쓴 시.수필.평론.한시 등은 있지만 시조는 처음 발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ŗ.4조의 운율에 전형적인 평시조이며 작품성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시조 첫 부분인 '뵈올까'의 대상을 석초나 민족.조국으로 해석했다. 

손 교수는 "시조의 발견은 육사가 문학의 모든 장르를 아우른 뛰어난 문인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 시집에는 이 외에도 육사가 쓴 '산''화제''잃어진 고향'등 3편의 시가 처음으로 실린다.

안동시 도산면 원천리에서 태어난 육사는 저항정신과 민족의 비극을 그린 '광야''청포도''절정'등의 시를 남겼으며, 37년 신석초.윤곤강.김광균 등과 함께 시 동인지 '자오선'을 발간하기도 했다. 육사는 이 시조를 쓴 다음해 독립운동을 한 혐의로 서울에서 일본 경찰에 체포돼 베이징으로 이송된 뒤 44년 베이징 감옥에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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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개화예술공원 內

 

[출처] 신석초 편- 신웅순|작성자 석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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