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봉숭아> 시모음
2015년 04월 12일 17시 18분  조회:4456  추천:0  작성자: 죽림
 <봉숭아 시모음>

+ 봉숭아   

한여름 내내 
태양을 업고 
너만 생각했다 

이별도 간절한 기도임을 
처음 알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잊어야 할까 

내가 너의 마음 진하게 
물들일 수 있다면 
네 혼에 불을 놓는 
꽃잎일 수 있다면 

나는 
숨어서도 눈부시게 
행복한 거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봉숭아 꽃 

보여줄까 말까? 
터뜨릴까 말까? 

손톱 밑 반달이 보고 있어 

그래 좋다 
빨간색 커튼 가리자 

톡 톡 톡 
사랑이 익는 소리  
(배종대·시인)


+ 봉숭아 

너 여태껏 
거기 있었구나 
울퉁불퉁 토담 길 
모두 시멘트로 바뀌고 
다 사라진 줄 알았더니 
갈라진 벽돌 틈새 
용케도 뿌리를 내렸구나 
손가락마다 빨갛게 동여매고 
종일 담 밑에 웅크려 있던 순이는 
LA로 이민 가서 소식조차 없는데 
그녀가 버리고 떠난 
그 앙증맞던 빨간 손톱만 
여태껏 
거기 남아 있었구나 
(정소슬·시인, 1957-)


+ 봉숭아 꽃물 

아홉 살 돌팔매가 잔별로 뜬 새벽 두 시 
모닥불 약쑥 연기 진양조로 흔들리면 
제풀에 불콰해졌지, 
꽃잎파리 싸맨 손톱 

손톱이며 가슴까지 으깬 꽃잎 동여매고 
초경보다 더 붉게, 
붉게 젖어 타던 속내 

어머니 
혼불 지피셨지 

손가락 끝 끝마다 
(박해성·시인, 1947-)


+ 봉숭아

뜨거운 햇살이
심장까지 내리찔러
등골에까지 땀 흐르는
한여름 날

사랑의 열기를 견디다 못해
순결한 처녀가
초경을 하듯
꽃잎을 피우더니
붉은 꽃잎에 꽃잎을 더하여
피어나고 있다

아직도 한번도
사랑을 못해 본
수줍은 계집아이 손톱을
빨갛게 물들여 놓는다

해맑게 웃는 웃음을
손으로 가리는 계집아이에게

순결은
사랑하는 이에게
단 한번 꽃으로
피어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봉숭아 황홀한 꿈 

여름 내내 너에게 가 스미고 싶은 마음이 
태양 아래 막무가내 출렁이던 것을 아느냐 
밤마다 너에게 가 닿는 황홀한 꿈, 
서늘한 네 사립문 밖에 서성이는 별을 아느냐 
쏟아지는 별빛이 청천벽력같이 네 영혼을 열어젖히는 찰나 
그 길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붉은 선혈 뚝뚝 떨구듯 
불 놓고 싶던 마음을 아느냐 정녕 그대는 아느냐 
내 안에 붉디붉은 꽃 하나 피워 놓은 사람아 
물들지 않은 사랑아 
(이정자·시인)


+ 봉숭아 

그 애를 기억하라고 한다면 
봉숭아뿐이 안 떠오릅니다 
손톱 끝의 빨간 봉숭아물 
내 발끝에서 머리까지 온통 물들입니다 
서양 매니큐어처럼 야하지도 않고 
뭐랄까 그냥 옛날 우리나라 
여자 이름 같은 것 있죠 
그 애네 집은 유독 
봉숭아가 참 많이 피어 있던 것 같아요 
낮에 나온 반달마저도 
붉어지는 그 애네 집이었습니다 
봉숭아, 자꾸만 마음에다 짓이기다 보면 
그 애의 얼굴이 손톱 끝에 걸립니다 
그 애에게 못 부친 편지는 
봉숭아 밭에 가득입니다 
손톱 끝을 풀고 그 애를 읽습니다. 
(서수찬·시인, 1963-) 


+ 봉숭아 꽃물이 남아 있을 때 

언제였던가 
그 겨울, 첫눈 내리던 날. 

뽀얀 얼굴의 널 만났을 때, 
봉숭아 꽃물 들인 손톱이 다 지워지기 전에 
첫눈이 내렸다며 넌 기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의 사랑은 분명 이루어져야 한다. 
겨울 나무 위의 하늘처럼 
늘 비어 있는 내게 
너는 여름 잎사귀처럼 
싱그럽게 다가와야 한다. 
그 동안 못 다한 사랑을 
죽을 때까지 가슴으로 나누며 
이 도시에서의 가장 기쁜 
연인이 되어야 한다. 
(손종일·시인, 1965-)


+ 봉숭아

햇살 젖은 칠월 
뒤뜰에 봉숭아 진한 붉은색으로 
제비꽃 그림을 그린다. 

댕기머리 외갓집 누나가 
초롱불 밑에 발갛게 
손톱 물들이고 동생이 옆에 앉아 
칭얼거린다. 

손가락마다 풀잎 싸서 
하얀 실로 칭칭 동여매고 
여름밤 조심스럽게 반딧불 따라 
잠꾸러기 밤잠 설친다. 

아. 그립다. 여름이다. 
외할머니 여름밤 옛날얘기 
아이 무서워라 도깨비얘기 
한참 바라보던 겁쟁이 보름달은 
슬금슬금 뒷걸음치고는 아 예. 
숨어있었다. 
(장수남·시인, 1943-)


+ 봉선화 꽃물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
더 이상은 감출 길 없어

이 밤 손톱에 
봉선화 물을 들여요

한 올 한 올 
정성껏 사랑을 수놓아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줄
아는 듯 모르는 듯

얄밉기 짝이 없는
무심한 당신이라 해도

내 손톱마다 홀연 피어난  
꽃들이야 알아보고

예쁘다 참 예쁘다
한 말씀은 해주시겠지요.

당신을 뜨겁게 사랑한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어

연분홍 봉선화 꽃물로
수줍게 살짝 표하는 내 마음. 
(정연복·시인, 1957-)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763 인생은 비극이라 생각할 때 비로서 살기 시작하는것... 2016-11-06 0 4749
1762 미국 현대시인 - 월리스 스티븐스 2016-11-06 0 3998
1761 따옴표(" ")가 붙은 "시인"과 따옴표가 붙지 않는 시인 2016-11-06 0 4788
1760 모더니즘 경향의 시인들 시를 알아보다... 2016-11-06 0 4095
1759 모더니즘시, 현대 문명을 비판하다... 2016-11-06 0 4947
1758 김기림 모더니즘시 리론작업, 정지용 모더니즘시 실천작업 2016-11-06 0 4235
1757 모더니즘 문학과 도시의 문학 2016-11-06 0 4189
1756 한국 모더니즘 시의 흐름은 어떠한가... 2016-11-06 0 3552
1755 [자료] - 포스트모더니즘을 알아보다... 2016-11-06 0 3632
1754 [자료] -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알아보다... 2016-11-06 0 4394
1753 詩人 되기 먼저 자기자신을 완전히 깨닫는것, 곧 구리쇠 잠깨어 나팔 되기 2016-11-06 0 3688
1752 프랑스 상징주의 시 감상하기 2016-11-05 0 4413
1751 詩란 자연과 함께 인간의 덕성을 말하는것이다... 2016-11-05 0 4362
1750 너무나 많은 라침판이여,- 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이라... 2016-11-03 0 3794
1749 詩는 "만드는것"이 아니라 생체를 통한 "발견"이다...... 2016-11-02 0 4261
1748 윤동주가 사랑했던 시와 시인들 2016-11-01 0 4482
1747 죽은지 10여년 지나서야 시적 가치를 찾은 "악의 꽃" 2016-11-01 0 4460
1746 프랑스 상징파 시인, 모험가 - 랭보 2016-11-01 0 4410
1745 프랑스 상징파 시인 - 베를렌느 2016-11-01 0 4965
1744 詩란 우연스러운 "령감들의 모음집"이 아니라 언어행위이다... 2016-11-01 0 4566
1743 파블로 네루다 시모음 2016-11-01 0 6496
1742 칠레 민중시인 - 파블로 네루다 2016-11-01 0 5195
1741 詩쓰는것이 돈벌이 된다면 어렵다는 말은 사라질것이다... 2016-11-01 0 3872
1740 조기천시인과 김철시인 2016-11-01 0 4472
1739 백두산은 말한다... 2016-11-01 0 4232
1738 "백두산"과 조기천 2016-11-01 0 4569
1737 "백두산", 완결물이 아니라 미완물이다... 2016-11-01 0 5235
1736 체코 문학을 알아보다... 2016-10-31 1 6022
1735 시인이 된다는것은... 2016-10-31 0 3978
1734 "풀"의 시인 김수영을 다시 떠올리다... 2016-10-31 0 5282
1733 "곰팡이는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것처럼..." 2016-10-31 0 4250
1732 "내가 저의 섹스를 개관하고 있는것을 아는 모양이다"... 2016-10-31 1 3893
1731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2016-10-31 0 4412
1730 한국적 모더니즘 대변자 김수영 작품 공자에 젖줄 대다... 2016-10-31 0 4018
1729 변변한 불알친구 하나 없어도 문학이란 친구는 있다... 2016-10-31 0 4056
1728 니체은 니체로 끝나지만 공자는 공자로 지속되다... 2016-10-31 0 3716
1727 詩란 사자의 울부짖음이다... 2016-10-31 0 3916
1726 참말이지 과거는 한줌 재일 따름... 2016-10-30 0 3850
1725 정지용, 김기림과 "조선적 이미지즘" 2016-10-30 0 4246
1724 김기림, 그는 누구인가... 2016-10-30 0 4511
‹처음  이전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