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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의 고유한 특성 잡기와 시적 변용
1.여는말
시 창작 기법의 하나인 대상의 고유한 특성 잡기는 창의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나름대로 언급해 본다. 창의성은 <“이전의 사례 참조”를 전제 조건으로 하여 새로운 것으로 조합하거나 만들어 내는 것이다.>라고 정의한 로데스의 창의성 정의를 문학에 도입해 보면 이전의 사례 참조는 좋은 시를 읽고 감상하며 필사를 해보는 것이다. 좋은 시를 읽고 필사하는 과정 안에 시의 비밀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필사하면서 집중하여 생각을 하면 그 시의 심상, 그 이미지를 쓰게 된 시인의 남모를 동기, 행을 바꾼 의도, 시 속의 소리 없이 숨쉬는 운율 등이 은근히 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단순히 읽고 지나쳐버리고 만다면 그 중요한 것들의 눈짓을 알지 못한다. 또한 시를 쓰는 방법도 자연 그렇게 터득되는 것이다. 어떠한 이론적 습득보다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하기에 이렇게 하다보면 재조합의 기법이 터득 된다고 본다.
그리고 또한 창의력을 기르는 방법의 하나는 시 이외의 교양서적을 섭렵하는 게 좋다. 문학, 철학, 신화, 미술, 음악, 역사 등 교양의 축적이 폭넓은 시적 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시 속에 좋은 시를 쓰는 왕도(王道)가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2. 대상의 고유한 특성 잡기와 시적 변용의 의미 확장
-시창작에 있어서 "대상의 고유한 특성을 잡아라."
이는 어떤 한 대상의 고유한 특징을 잡아 의미를 확장시켜 전혀 다른 대상으로 만들어라. <시인 고영민의 시 창작 개론>
우리는 가끔 시를 짓기 위하여 그 대상을 찾아 여행도가고 직접 그 대상이 있는 곳으로 찾아 간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 앞서 언급한 <고영민의 시 창작 개론>과 일맥상통 한다고 생각 된다. 나 역시 3류 시인에 불과하지만 어디를 다녀와서 보고 온 것을 지었다고 하면서 감상해 보라고 보여주는 시를 보면 거의 대부분이 풍경이 전개되어 있는 모습만을 미사어구로 풍경화만 그려놓았을 뿐 이미지를 통한 메시지 전달이 아쉬운 점을 느끼곤 했었다.
그러면 이미지를 통한 메시지 전달이란 무엇인가? 서두에 말한 <고영민의 시 창작 개론>이 바로 그에 해당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해본다.
인터넷 여행을 하다가 주암호 억새라는 사진을 감상할 기회가 생겨 직접 현지에 가지는 않았지만 그 사진을 통하여 현지에서 주암호의 억새 감상을 하는 느낌이 들더니 불현듯 <고영민의 시 창작 개론>을 읽었던 내용이 떠올라 주암호 억새 사진을 통하여 대상의 특성을 나름대로 찾아보고 그 의미를 확장시켜 전혀 다른 대상으로 만들어 보려고 한참을 생각 하였지만, 나의 상식으로는 주암호에 대한 정보가 깊지 못하고 단지 광주시민의 상수원지라는 사실밖에 더 이상 다른 것은 떠오르지 않았고 억새의 사진을 보면서 전혀 다른 대상의 특징을 생각 하던 중 억새의 윗부분 하얀 부분이 바람에 누워있는 듯 휘어져 있는 모양이 개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모습으로 떠올랐다.
광주시민은 주암호의 물을 마신다, 그렇다면 주암호를 광주의 이미지로 변환 시켜보자. 광주의 특성은 무엇일까? 역사적 사실로 접근해보자 하고는, 현대사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광주학생독립운동, 5.18 등의 사건을 떠올릴 수 있었고 이 사건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기에 5.18당시의 군중집회, 계엄군의 시민을 쫓으며 총을 쏘는 장면, 쫓기는 군중, 이러한 장면으로 주암호 억새를 의미, 확장시켜 전혀 다른 대상으로 이미지를 담아 보았기에 졸작을 소개하면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다.
주암호 억새 / 이근모
가을이 되면 주암호에서는 허가 받지 못한 억새들이 집회를 하고 이를 바라보는 태양이 울고 있는 것을 본다.
억새의 눈물방울 호수를 가득 채우고 이름 모를 영혼들을 달래는 진혼곡 가을 물빛으로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봄을 피우기 위한 5월의 함성이 가을 햇살 아래서 벌이는 한 마당 집회는 겨울 저수지를 달래는 촛불 행사 같다.
억새풀, 꽹과리 상쇠 머리 돌리 듯 빙글빙글 돌리는 휘모리장단 소리 개 꼬리 쫓고 있다.
어디서 저 많은 개가 모였을까. 탕, 탕, 탕, 탕. 깽, 깽, 깽, 깽.
개털 태우는 향기 산야를 진동하고 주암호 붉게 물들인 눈물 억새 뿌리 적신다.
다음은 냉장고라는 저의 졸시를 앞서 소개한 이론에 의하여 소개한다. 먼저 냉장고의 특징은 보관 물품을 차게 하기위하여 작동을 할 때 윙윙 하고 기계를 작동 하는데 이를 울음소리로 발상 전환을 했고 냉장고에 보관 물품을 넣기 위하여 문을 열면 환하게 불이 켜진다는 것. 그리고 문을 꼭꼭 닫아야 냉동이 된다는 것,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전혀 다른 사랑의 이미지로 확장 전환 했다.
냉장고 / 이근모
가까이 다가오지 마세요. 당신의 열꽃 너무 뜨거워요. 당신이 그렇게 뜨겁게, 뜨겁게 다가올수록 나는 꼭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요. 가슴 붉어지게 왜 자꾸 문을 두드려요? 왜 자꾸 문을 열어요? 당신의 그 뜨거운 열정 나의 이 차가운 눈으로 녹여 버릴래요. 당신의 그 뜨거운 구애(求愛), 바람으로 피어날까봐 내 안에 가두고 한 눈 팔지 못하게 꽁꽁 얼려서 옴싹달싹 못하게 할거 에요. 그리하여 입안에서 달콤하게 녹아 드릴게요. 당신이 뜨겁게 다가올수록 나는 더 빗장을 걸어요. 당신이 내 가슴을 엿볼 때마다 얼굴이 붉어져요. 당신을 품어야 하는 수줍음에... 그렇다고 너무 가까이 오지 마세요. 당신의 그 뜨거운 사랑 감당하지 못해 나는 더 차가워지니까요. 파고들수록 마음 꼭꼭 걸어 잠근 채 어둠의 고요 안에서 가끔은 엉엉 울어야 되니까요. 나를 울게 하지 말아요.
다음은 지팡이라는 저의 졸시를 앞서 말한 이론에 의하여 소개해 봅니다. 지팡이 하면 흔히들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의 보조기구로 일반화 되어 있다. 그러나 보행이 어려운 사람의 보조기구로써의 지팡이와 맹인의 보행을 위한 지팡이는 그 대상의 고유한 특성이 다르기에 여기에 착안하여 지팡이가 전달해 주는 느낌으로 보행을 하는 맹인의 마음의 눈을 그려 의미 확장을 해본 시다.
지팡이 / 이근모
충장로4가 횡단보도에서 맹인의 지팡이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지팡이 소리로 앞서 가는 숙녀의 각선미를 보고, 뒤 따라 오는 애 엄마의 쳐진 젖가슴도 본다. 소주방 앞을 지날 때는 쇠주 잔에서 출렁이는 인생의 노래를 듣고, 국밥집 문 앞에서는 뚝배기에 담겨진 된장국 삶을 그린다. 지팡이 하나로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그릴 수 있는 심안(心眼)으로 피어나는 지팡이 소리, 딱. 딱. 딱. 나의 육안(肉眼)으로는 볼 수도 들을 수도 그릴 수도 없는 소리.
4.맺음말
우리의 현대시 형태를 나름대로 느꼈던 점을 이야기 하라면 압축이 기교의 중심이 되었던 시에서 드러냄이 시적 기교의 중심이 되는 시로 변천했다고 나름대로 정의 한다. 따라서 드러냄의 시적 기교의 성공은 적절한 시적 언어의 선택과 활용이라 할 수 있다. 적절한 시적 언어의 선택과 활용이란 감추면서도 드러내고 드러내면서도 감추어진 형식의 언어 사용 기법일 것이다. 이러한 기법의 하나가 시적 대상의 고유한 특성을 찾되 전혀 다른 의미 확장을 시키는 것이고 이 의미 확장을 시키는 요령이 바로 창의와 아이디어인 것이다.
창의와 아이디어의 발상은 아주 간단하다. 고정관념(固定觀念)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낯선 곳은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의미하는 것이며, 불안의 자리를 의미하는 것이며, 뜻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감에 대한 발견을 의미한다. 하여 우리는 항상 시창작의 새로움에 도전할 각오를 준비하여야 한다.
준비한 자만이 독자의 사랑을 받는 시인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러한 나의 스콜라철학 같은 괴변 문학 이론으로 변변치 못한 발표를 읽어 주신 시인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를 전하면서 이태백의 시 창작 기술법을 소개하면서 마친다.
선경후정(先景後情)- 먼저경치(자연, 사물, 대상 등)를 서술하고 난후 화자의 마음(발상전환)을 그려내라 이는 앞서 소개한 “대상의 고유한 특성을 잡아 전혀 다른 대상으로 확장 발상 전환 하라는 말과도 일맥상통 한다 하겠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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