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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시인 - 자크 프레베르
2015년 04월 20일 21시 17분  조회:4664  추천:0  작성자: 죽림
 
 
 
 
1961년의 자크 프레베르
 
서명


 

어느 새의 초상화를 그리려면

 

 

   자크 프레베르

 

 

 

 

우선 문이 열린

새장을 하나 그릴 것

다음에는 새를 위해 뭔가 예쁜 것

뭔가 단순한 것

뭔가 쓸 만한 것을 그릴 것

 

그 다음엔 정원이나 숲이나 혹은 밀림 속

나무에 그림을 걸어 놓을 것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움직이지도 말고……

때로는 새가 빨리 오기도 하지만

맘먹고 오는 것이 여러 해가 걸리기도 하는 법

 

실망하지 말 것

기다릴 것

필요하다면 여러 해를 기다릴 것

새가 빨리 오고 늦게 오는 것은

그림의 성공과는 무관한 법

 

새가 날아올 때는

혹 새가 날아오거든

가장 깊은 침묵을 지킬 것

새가 새장에 들어가기를 기다릴 것

그리고 새장에 들어가거든

살며시 붓으로 새장을 닫을 것

그리고

모든 창살을 하나씩 지우되

새의 깃털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할 것

 

그리고는 가장 아름다운 가지를 골라

새의 초상을 그릴 것

푸른 잎새와 서늘한 바람과

햇빛의 가루와 여름 열기 속

풀숲을 기어다니는 작은 곤충 소리들을

또한 그릴 것

 

이어서

새가 노래하기를 맘먹도록 기다릴 것

혹 새가 노래하지 않으면

그것은 나쁜 징조

그러나 새가 노래하면 좋은 징조

당신이 사인해도 좋다는 징조

 

그런 후에 당신은 살며시

새의 깃털 하나를 뽑아

그림 한 구석에 당신 이름을 쓰세요

 

 

 

 

-----------

자크 프레베(Jacques Prévert, 1900년 2월 4일 ~ 1977년 4월 11일)

프랑스의 시인, 영화 각본가.

그의 시는 프랑스어 세계, 특히 학교에서 매우 유명했고 지금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쓴 영화 가운데 사상 최고의 영화 하나로 여겨지는 '천국의 아이들'과 더불어 매우 잘 알려져 있다. 

이브 몽탕이 부른 유명한 샹송 '고엽'의 작사자이기도 하다.

 
 

 

메세지

 

                         - 자크 프레베르

 

누군가 연 문

누군가 닫은 문

누군가 앉은 의자

누군가 쓰다듬는 의자

누군가 깨문 과일

누군가 읽은 편지

누군가 넘어뜨린 의자

누군가 연문

누군가 아직 달리고 있는 길

누군가 건너지르는 숲

누군가 몸을 던지는 강물

누군가 죽은 병원

 나는 보통 시를 읽을때 그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고 이에 얼마나 내가 감정이입 할 수 있으며 그 시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를 중요시 한다. 물론 운율이나 기타 다른 요소 또한 작용하겠지만, '나'는 머릿속에 그리며 따라가는 그 과정이 좋다. 그렇기에 우연히 본 자크 프레베르의 '아침의 식사'에서 시작하여 계속해서 다른 시들을 찾고 있는지 모른다.

 

아침의 식사

 

 

 

 

찻잔에 커피를 부었다. 
찻잔의 커피에 밀크를 부었다. 
밀크 커피에 사탕을 넣었다 
작은 스푼으로 저었다 
밀크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찾잔을 놓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연기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재떨이에 재를 떨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신은 나를 보지 않고 일어섰다 
모자를 머리에 썼다 
비가 내렸으므로 레인코트를 입었다 
그리고 빗속으로 나가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쪽을 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머리를 감쌌다 
그리고 나는 울었다.

 

 

 

 

 

사실상 비슷한 구성. 물론 그의 시가 모두 이런 구성인건 아니지만 그의 느낌은 시 곳곳에서 살아있어 계속 찾게 만든다.

 

난 이런사람


 

나는 이런사람
이렇게 태어났지

 

웃고싶으면
큰소리로 웃고
날 사랑하는 이를사랑하지

 

내가 사랑하는사람이
매번 다르다해도
그게어디 내탓인가

 

나는 이런사람
이렇게 태어났지
하지만 넌 더이상무엇을 바라나
이런 내게서

 

나는 하고싶은걸 하도록 태어났지
바뀔건 단 하나도없지

 

내 발꿈치가 아주 높이솟았다 해도
내 몸이 몹시 휘었다 해도
내 가슴이 너무도 거칠다 해도
내 두눈이 이다지 퀭하다 해도
네가 그걸 어쩌겠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나는 이런사람
난 내마음에드는 사람이 좋은 걸
네가 그걸 어쩌겠나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것뿐인데
그래 난누군가를 사랑했지
누군가가 날 사랑했었지
어린아이들이 서로 사랑하듯이
오직 사랑밖에는 할 줄 모르듯이
서로 사랑하고 사랑하듯이....
왜 내게 묻는거지
난 너를 즐겁게 하려고
이렇게 있고
바뀐건 아무 것도 없는데

 

 이 얼마나 솔직한가. 위 두 시에서는 감정의 표현 없이 사건의 나열로 솔직하게 표현하였다면 여기선 그냥 꾸밈 없이 자기 하고싶은 말만 나불댄다. 그는 숨김 없는 표현으로 내면의 순수성을 자극한다. 시 '쓰기공책'에서는 주입식 교육에 대한 반항을 보여주며 자유로운 영혼에 대한 추구를 보여주며 자연으로의 회귀를 외치고 있다. 

 

밤의 파리 
 
성냥개비 세 개를 하나씩 켠다
어둠 속에서
첫 번째는 네 얼굴 또렷이 보기 위하여
두 번째는 네 두 눈을 보기 위하여
마지막 것은 네 입술 보기 위하여
그 다음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내 두 팔 안에 너를 꼭 껴안는다
이 모든 것을 기억하기 위하여

 

 

 일상적인 풍경과 소재로 시를 쓴다는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단순히 시 뿐만 아니라 내가 당연하다는 듯 행동하던 것, 느꼈던 것들을 제 3자가 보는 것처럼 관찰하는 일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보다, 모래밭에서 각 모래에도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닫는게 더 어렵다는걸 알게 한다. 사소함에서 시를 쓰기에 그의 시 하나하나에서 나의 모습 또한 읽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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