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식칼론 / 竹兄
2015년 05월 03일 13시 22분  조회:4134  추천:0  작성자: 죽림

식칼論 1

   

  창 틈으로 당당히 걸어오는

  햇빛으로 달구었어!

  가장 타당한 말씀으로 벼리고요.

 

  신라의 허황한 힘보다야 날카롭게

  정읍사의 몇구절보다는 덜 애절한

  너그럽기는 무등산 허리에 버금가고

  위력은

  세계지리부도쯤은 한 칼이지요. 

 

  흐르는 피 앞에서는 묵묵하고

  숨겨진 영양 앞에서는 날쌔지요.

  비장하는 데 신경을 안 세워도 돼.

  늘 본관의 심장 가까이 있고

  늘 제군의 심장 가까이 있되

  밝게만 밝게만 번뜩이면 돼요

  그의 적은

  육법전서에 대부분 누워 있고……

  아니요 아니요

  유형무형의 전부요

 

 

 

식칼論 2-허약한 詩人의 턱밑에다가

   

  뼉 다귀와 살도 없이 혼도 없이

  너희가 뱉는 천 마디의 말들을

  단 한 방울의 눈물로 쓰러뜨리고

  앞질러 당당히 걷는 내 얼굴은

  굳센 짝사랑으로 얼룩져 있고

  미움으로도 얼룩져 있고

 

  버려진 골목 어귀

  허술하게 놓인 휴지의 귀퉁이에서나

  맥없이 우는 세월이나 딛고서

  파리똥이나 쑤시고 자르는

 

  너희의 녹슨 여러 칼을

  꺾어버리며 내 단 한 칼은

  후회함이 없을 앞선 심장 안에서

  말을 갈고 자르고

  그것의 땀도 갈고 자르며

  늘 뜬눈으로 있다

  그 날카로움으로 있다.

 

 

 

식칼論 3

   

  내 가슴 속의 뜬 눈의 그 날카로움의 칼빛은

  어진 피로 날을 갈고 갈더니만

  드디어 내 가슴살을 뚫고 나와서

 

  한반도의 내 땅을 두루 두루 날아서는

  대창 앞에서 먼저 가신 아버님의 무덤속 빛도 만나 뵙고

  반장집 바로 옆 집에서 홀로 계신 남도의 어머님 빛과도 만나 뵙고

  흩어진 엄청난 빛을 다 만나 뵙고 모시고 와서

  심지어 내 男根 속의 미지의 아들 딸의 빛도 만나 뵙고

  더욱 뚜렷해진 無敵의 빛인데도, 지혜의 빛인데도

  눈이 멀어서, 동물원의 누룩돼지는 눈이 멀어서

  흉물스럽게 엉뎅이에 뿔돋친 황소는 눈이 멀어서

  동물원의 짐승은 다 눈이 멀어서 이 칼빛을 못 보냐.

 

  생각 같아서는 먼 눈 썩은 가슴을 도려파 버리겠다마는,

  당장에 우리나라 국어대사전 속의 「改憲」이란

  글자까지도 도려파 버리겠다마는

 

  눈 뜨고 가슴 열리게

  먼 눈 썩은 가슴들 앞에서

  번뜩임으로 있겠다! 그 고요함으로 있겠다!

  이 칼빛은 워낙 총명해서 관용스러워서

 

 

 

식칼論 4

 

  내 가슴 속의 어린 어둠 앞에서도 

  한 번 꼿꼿이 서더니 퍼런 빛을 사방에 쏟으면서 

  그 어린 어둠을 한 칼에 비집고 나와서 

  정정당당하게 어디고 누구나 보이게 운다. 

  자유가 끝나는 저쪽에도 능히 보이게, 

  목소리가 못 닿는 저쪽에도 능히 들리게 

  한 번 번뜩이고 한 번 울고 

  번개다! 빨리 여러 번 번뜩이고 

  천둥이다! 크게 한 번 울고 

  낮과 밤을 동시에 동등하게 울고 

  과거와 현재와 까마득한 미래까지를 

  단 한 번에 울고 칼끝이 뛴다. 

  만나지 않는 내 가슴과 너희들의 

  벼랑을 건너 뛰는 이 無敵의 칼빛은 

  나와 너희들의 가슴과 정신을 

  단 한 번에 꿰뚫어 한 줄로 꿰서 쓰려뜨렸다가 

  다시 일으키고, 쓰러뜨리고, 다시 일으키고 

  메마른 땅 위에 누운 나와 너희들의 國家 위에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끌어다 놓고 

  더욱 퍼런 빛을 사방에 쏟으면서 

  천둥보다 번개보다 더 신나게 운다 

  독재보다도 더 매웁게 운다.

 

 

 

식칼論 5

    

  왜 나는 너희를 아슬아슬한 재치로나마 쉽게 못 사랑하고

  너희가 꺼리며 침까지도 빨리 뱉는

  내 몸뚱아리까지도 아슬아슬한 재치로나마 쉽게 못 사랑하고

  도둑의 그림자가 도둑의 그림자가 사알짝 덮치듯,

  그렇게나마 못 만나고,

  너희들이 피하는 내 땅과

  내가 피하는 너희들의 땅은

  한번도 당당히 못 만나는가

  땅속 깊이 침묵으로 살아서

  뼉다귀가 뼉다귀를 부르는

  저 목마른 음성처럼,

  땅 속 깊이 아우성으로 흐르는

  저 눈물같은 물줄기가

  물줄기를 만나는 끈기처럼

  만나지 못하고 왜 사랑하지 못하는가.

  내 홀로 여기 서서

  뜨드득 뜨드득 이빨 갈듯이

  내 정신만을 가는가

  내 외로운 살결은 살결끼리 붙어서

  시간을 가는가, 아아 칼을 가는가.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083 풍유시로 사회를 고발한 백거이 2016-02-10 0 4370
1082 그 누구에게나 가슴속엔 詩가 가득듬뿍... 2016-02-10 0 5551
1081 묘비명 한졸가리 2016-02-10 0 4791
1080 남미주 칠레 민중시인 네루다를 다시 만나다 2016-02-09 0 4286
1079 詩人은 풍경속을 걷는 者 2016-02-08 0 4465
1078 령혼을 깨우는 천재시인의 향기 - 2천여편 : 23편 2016-02-08 0 4722
1077 <새해> 시모음 2016-02-08 0 4218
1076 <설날> 시모음 2016-02-08 0 4608
1075 동시는 童詩 2016-02-07 0 3925
1074 詩쓰기에서 상징, 알레고리를 리용하기 2016-02-07 0 4828
1073 동시창작론 2016-02-07 1 4386
1072 동요창작론 2016-02-07 0 3927
1071 세계기행詩 쓰기 2016-02-06 0 4340
1070 소설가로만 알았던 포석 조명희, 시인으로 만나다... 2016-02-06 0 5093
1069 詩의 벼랑길위에서 만나는 시인들 - 이용악 2016-02-06 0 4759
1068 젊은 나이에 요절한 시인 오장환을 기리며 2016-02-06 0 4207
1067 詩의 벼랑길위에서 만나는 시인들 - 오장환 2016-02-05 0 4214
1066 산문시를 확실하게 알아보기 2016-02-05 1 5307
1065 참 재미있는 산문시 2016-02-05 0 4288
1064 산문시를 다시 알아보기 2016-02-05 0 4793
1063 산문시를 아십니까... 2016-02-05 0 4686
1062 詩창작의 최고의 교과서는 詩와 詩集 2016-02-05 0 4788
1061 散文詩이냐 산문(수필)이냐 2016-02-05 0 4244
1060 산문시 쓰기전 공부하기 2016-02-05 0 4986
1059 동시야 동시야 나와 놀자... 2016-02-05 0 4176
1058 우리도 산문시 써보자... 2016-02-05 0 4939
1057 산문시를 공부하기 2016-02-05 0 4329
1056 詩와 산문시, 수필의 차이점 2016-02-05 0 4724
1055 무감각해진 詩의 하체를 톡톡 건드려봅시다 2016-02-05 0 5179
1054 散文詩에 대하여 2016-02-05 0 6406
1053 은유에 관한 보고서 2016-02-05 0 4332
1052 詩쓰기와 자아찾기 2016-02-05 0 4769
1051 풍경이 곧 시인의 재산 2016-02-03 0 4264
1050 "스물여덟 삶" ㅡ 영화 "동주" 이달 18일 개봉 2016-02-03 0 4283
1049 詩의 언어운용에 관하여 2016-02-03 0 5527
1048 겁없이 쓰는 詩와 겁먹으며 씌여지는 詩 2016-02-03 0 5069
1047 태양아래 새로운 것 없다?!... 있다?!... 2016-02-03 0 4744
1046 生态詩 공부하기 2016-02-02 0 4273
1045 "생태시" 시론을 공부하고 생태시 쓰자... 2016-02-02 0 4171
1044 유교사회 조선시대 녀류시인들 2016-02-01 0 5517
‹처음  이전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