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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칼論 1
창 틈으로 당당히 걸어오는
햇빛으로 달구었어!
가장 타당한 말씀으로 벼리고요.
신라의 허황한 힘보다야 날카롭게
정읍사의 몇구절보다는 덜 애절한
너그럽기는 무등산 허리에 버금가고
위력은
세계지리부도쯤은 한 칼이지요.
흐르는 피 앞에서는 묵묵하고
숨겨진 영양 앞에서는 날쌔지요.
비장하는 데 신경을 안 세워도 돼.
늘 본관의 심장 가까이 있고
늘 제군의 심장 가까이 있되
밝게만 밝게만 번뜩이면 돼요
그의 적은
육법전서에 대부분 누워 있고……
아니요 아니요
유형무형의 전부요
식칼論 2-허약한 詩人의 턱밑에다가
뼉 다귀와 살도 없이 혼도 없이
너희가 뱉는 천 마디의 말들을
단 한 방울의 눈물로 쓰러뜨리고
앞질러 당당히 걷는 내 얼굴은
굳센 짝사랑으로 얼룩져 있고
미움으로도 얼룩져 있고
버려진 골목 어귀
허술하게 놓인 휴지의 귀퉁이에서나
맥없이 우는 세월이나 딛고서
파리똥이나 쑤시고 자르는
너희의 녹슨 여러 칼을
꺾어버리며 내 단 한 칼은
후회함이 없을 앞선 심장 안에서
말을 갈고 자르고
그것의 땀도 갈고 자르며
늘 뜬눈으로 있다
그 날카로움으로 있다.
식칼論 3
내 가슴 속의 뜬 눈의 그 날카로움의 칼빛은
어진 피로 날을 갈고 갈더니만
드디어 내 가슴살을 뚫고 나와서
한반도의 내 땅을 두루 두루 날아서는
대창 앞에서 먼저 가신 아버님의 무덤속 빛도 만나 뵙고
반장집 바로 옆 집에서 홀로 계신 남도의 어머님 빛과도 만나 뵙고
흩어진 엄청난 빛을 다 만나 뵙고 모시고 와서
심지어 내 男根 속의 미지의 아들 딸의 빛도 만나 뵙고
더욱 뚜렷해진 無敵의 빛인데도, 지혜의 빛인데도
눈이 멀어서, 동물원의 누룩돼지는 눈이 멀어서
흉물스럽게 엉뎅이에 뿔돋친 황소는 눈이 멀어서
동물원의 짐승은 다 눈이 멀어서 이 칼빛을 못 보냐.
생각 같아서는 먼 눈 썩은 가슴을 도려파 버리겠다마는,
당장에 우리나라 국어대사전 속의 「改憲」이란
글자까지도 도려파 버리겠다마는
눈 뜨고 가슴 열리게
먼 눈 썩은 가슴들 앞에서
번뜩임으로 있겠다! 그 고요함으로 있겠다!
이 칼빛은 워낙 총명해서 관용스러워서
식칼論 4
내 가슴 속의 어린 어둠 앞에서도
한 번 꼿꼿이 서더니 퍼런 빛을 사방에 쏟으면서
그 어린 어둠을 한 칼에 비집고 나와서
정정당당하게 어디고 누구나 보이게 운다.
자유가 끝나는 저쪽에도 능히 보이게,
목소리가 못 닿는 저쪽에도 능히 들리게
한 번 번뜩이고 한 번 울고
번개다! 빨리 여러 번 번뜩이고
천둥이다! 크게 한 번 울고
낮과 밤을 동시에 동등하게 울고
과거와 현재와 까마득한 미래까지를
단 한 번에 울고 칼끝이 뛴다.
만나지 않는 내 가슴과 너희들의
벼랑을 건너 뛰는 이 無敵의 칼빛은
나와 너희들의 가슴과 정신을
단 한 번에 꿰뚫어 한 줄로 꿰서 쓰려뜨렸다가
다시 일으키고, 쓰러뜨리고, 다시 일으키고
메마른 땅 위에 누운 나와 너희들의 國家 위에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끌어다 놓고
더욱 퍼런 빛을 사방에 쏟으면서
천둥보다 번개보다 더 신나게 운다
독재보다도 더 매웁게 운다.
식칼論 5
왜 나는 너희를 아슬아슬한 재치로나마 쉽게 못 사랑하고
너희가 꺼리며 침까지도 빨리 뱉는
내 몸뚱아리까지도 아슬아슬한 재치로나마 쉽게 못 사랑하고
도둑의 그림자가 도둑의 그림자가 사알짝 덮치듯,
그렇게나마 못 만나고,
너희들이 피하는 내 땅과
내가 피하는 너희들의 땅은
한번도 당당히 못 만나는가
땅속 깊이 침묵으로 살아서
뼉다귀가 뼉다귀를 부르는
저 목마른 음성처럼,
땅 속 깊이 아우성으로 흐르는
저 눈물같은 물줄기가
물줄기를 만나는 끈기처럼
만나지 못하고 왜 사랑하지 못하는가.
내 홀로 여기 서서
뜨드득 뜨드득 이빨 갈듯이
내 정신만을 가는가
내 외로운 살결은 살결끼리 붙어서
시간을 가는가, 아아 칼을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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