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7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시인 지구촌

<오체투지> 시모음
2015년 05월 10일 22시 21분  조회:3800  추천:0  작성자: 죽림

 

 <오체투지 시 모음> 

+ 오체투지 

몸을 풀어서
누에는 아름다운 비단을 짓고

몸을 풀어서
거미는 하늘 벼랑에 그물을 친다.

몸을 풀어서,
몸을 풀어서,
나는 세상에 무얼 남기나.

오늘도 나를 자빠뜨리고 달아난 해는
서해바다 물결치는 수평선 끝에
넋 놓고 붉은 피로 지고 있는데.
(이수익·시인, 1942-)


+ 오체투지 

낡은 절 뒷마당 돌탑 옆에 
탑보다 더 오래된 배롱나무 한 그루 
오체투지라 
올해도 장엄한 화엄으로 
꽃 피겠구나  

보아라 
꽃 피울 줄 아는 것들 모두 엎드려 
오체투지 하는 
장엄한 봄날  

온갖 경이 다 소용없다 
저 중놈들 봄볕에 절 밥만 축내는구나 
할 일 없거든 거름이나 져 날라라
(김시천·시인, 1956-)


+ 오체투지 

비온 뒤의 보도블록 
지렁이들이 온몸을 붓 삼아 수상한 상형문자를 기록한다
쓰다가 발에 깔려 문질러진 놈, 토막토막 여며진 채 기는 놈
흙 속을 벗어나면 순식간에 미라가 되고 말 걸 
알까 모를까
오로지 죽음을 향해 오체투지하는
저 봄날의 장렬한 육박전 같은 몸부림은
저 봄날의 화려한 사육제 같은 몸부림은
누구더러
누구더러 읽으라는
아득한 메시지일까
(박분필·시인, 울산 출생)


+ 자벌레의 길 

생을 방전하듯 널브러진 복날 오후 
한결같이 몸으로만 당기는 길을 본다 
연초록 잔등에 실린 뜨거운 길을 본다 

구부린 등 둥글게 환을 그릴 때마다 
후광인 양 잠시 내려 출렁이는 하늘 
아슬한 순례를 따라 풀잎들 휘어진다 

허공을 여는 순간 흔적을 지우는 길 
자로 재듯 오로지 몸만큼만 나아간다 
한 생을 오체투지로 수미산에 이르듯 
(정수자·시인)
* 수미산: 불교에서 세계의 중심에 높이 솟아 있다는 산.


+ 성자의 집  

눈보라 속 혹한에 떠는 반달이가 안쓰러워 
스님 목도리 목에 둘러주고 방에 들어와도 
문풍지 웅웅 떠는 바람소리에 또 가슴이 아파 
거적때기 씌운 작은 집 살며시 들쳐보니 
제가 기른 고양이 네 마리 다 들여놓고 
저는 겨우 머리만 처박고 떨며 잔다 
이 세상 외로운 목숨들은 넝마의 집마저 나누어 잠드는구나 
오체투지 한껏 웅크린 꼬리 위로 하얀 눈이 이불처럼 소복하다 
(박규리·시인, 1960-)


+ 아름다운 동행  

두 사람의 만남은 
네모와 네모끼리의 만남입니다 
갯가 돌처럼 자그락 달그락 부비며 살아 
수마석이 되기까지 
머리만 허락하는 것이 아니라 
애틋한 가슴까지 내주는 일입니다 

사랑은 
들리는, 만져지는 즉물적 대상이 아니라 
보잘것없는 것들이 모여 이루는 
작은 몸짓입니다 

이슬에 치마 젖지 않고 피는 꽃 없듯이 
가슴 젖지 않을 사랑은 없는 것을 
서로 논둑이 되어주고 
서로 언덕이 되어주다 
나란히 철길이 되는 일입니다 

저녁 무렵 
건들건들 앞서가는 두 그림자의 오체투지를 
함께 바라보는 
그래, 
함께 길을 간다는 뜻입니다 
(박해옥·시인, 부산 출생)


+ 오체투지

저 머무는 바람
저 흔들리는 하늘
잠시 멈추는 강물

멀디 먼 길을 가까이
가까운 길을 멀리멀리

내 늙음과 
내 젊음과
내 뼈와 살과 근육과
긴 수맥의 울음을 바쳐 

차라리 한 마리 갯지렁이
한 마리 지리산 자벌레로 

낮추고 내리어
저 깊은 심연의 영원으로 
깊은 밤 통곡으로

촛불을 피워 올려
수많은 내 뒤의 젊은 가슴을 위해

내 뜨거운 가슴으로 
이 찬 땅을 데우리

얼어붙은 쇳덩어리
절연의 계곡처럼

파인 분단의 심장을 녹이리
내 팔다리 달아져도
내 이마, 심장 피멍들어도

이 산하를 지킬 수 있다면
저 민초들의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다면
당신의 사랑 흙 속으로 스밀 수 있다면

가리
가까운 길을 멀리 돌아
먼길을 가까이 가까이
(김홍섭·시인) 


+ 걸레 

누가 그녀를 남루하고 추하다 했을까 
오딧빛으로 익은 완숙婉淑의 생애, 
씨앗에서 꽃이었던 이력을 
되짚어 본 적 있던가 
초원의 구름덩이로 싱싱하게 물오른 꿈이 
예비해 놓았던 사랑을 엮어 
고난의 상처를 감싸주던 기억을 화인처럼 지닌, 
충분히 낡아 낮게 엎드려 스스로를 성찰하는 
테레사 같은 성녀, 

언제 한 번 나는 그녀가 되어 
지상의 얼룩을 닦아 보았는가 
악취와 오물을 제 몸으로 받아 보았는가 
이기와 독선으로 똘똘 뭉친 
그와 나의 경계를 허물어 본 적 있는가 
골다공증 슴벙슴벙한 그녀가 쓰다듬는 손길마다 
음지의 별자리 성체처럼 맑고 환하다 
나는 날마다 머리 조아려 
오체투지의 자세로 그녀에게 경배한다. 
(최정신·시인, 경기도 파주 출생) 


+ 신발에 대한 경배 

신발장 위에 늙은 신발들이 누워 있다 
탁발승처럼 세상 곳곳을 찾아다니느라 
창이 닳고 코가 터진 신발들은 나의 부처다 
세상의 낮고 누추한 바닥을 오체투지로 걸어온 
저 신발들의 행장行狀을 생각하며, 나는 
촛불도 향도 없는 신발의 제단 앞에서 
아침저녁으로 신발에게 경배한다 
신발이 끌고 다닌 수많은 길과 
그 길 위에 새겼을 신발의 자취들은 
내가 평생 읽어야 할 경전이다 
나를 가르친 저 낡은 신발들이 바로 
갈라진 어머니의 발바닥이고 
주름진 아버지의 손바닥이다 
이 세상에 와서 한평생을 
누군가의 바닥으로 살아온 신발들 
그 거룩한 생애에 경배하는 
나는 신발의 행자行者다 
(김경윤·시인, 1957-)


+ 벌레의 노래

세상에 이름 빛내는 
무엇 되기를 꿈꾸지 않으리

온몸으로 온 정성으로
제 갈 길 말없이 기어가는

저 낮고도 낮은  
오체투지(五體投地)

세상의 
모든 벌레들처럼

흙에서 왔다 
흙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

내 발길 닿는
지상의 모든 길을 사랑하고

그 길에서 만나는  
누구든지 뭐든지 미워하지 않고

이따금 파란 하늘과
저 멀리 지평선도 바라보며

단출한 몸
가벼운 마음으로 

바람이나 구름같이  
한 생 흐르다 가면 좋으리
(정연복·시인, 1957-)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16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602 <냉이> 시모음 2015-06-17 0 4097
601 <아버지> 시모음 2015-06-17 0 4386
600 칭키스칸 되다 2015-06-17 0 3567
599 다시 이육사를 읽다.... 2015-06-17 0 4230
598 애송시 6 2015-06-16 0 5779
597 애송시 5 2015-06-16 0 5165
596 애송시 4 2015-06-16 0 4343
595 애송시 3 2015-06-16 0 4602
594 애송시 2 2015-06-16 0 5441
593 애송시 1 2015-06-16 0 9293
592 꽃, 상징사전 2015-06-16 0 4092
591 시와 방언 2015-06-15 1 3996
590 "ㄱ" 시모음 2015-06-15 0 6501
589 "ㄴ" 시모음 2015-06-15 0 5682
588 "ㄷ" 시모음 2015-06-15 0 5546
587 "ㄹ" 시모음 2015-06-15 0 3685
586 "ㅁ" 시모음 2015-06-15 0 5203
585 "ㅂ" 시모음 2015-06-15 0 7067
584 "ㅅ" 시모음 2015-06-15 0 8324
583 "ㅇ" 시모음 2015-06-15 0 9639
582 "ㅈ" 시모음 2015-06-15 0 5969
581 "ㅎ" 시모음 2015-06-15 0 5266
580 "ㅌ" 시모음 2015-06-15 0 3611
579 "ㅊ" 시모음 2015-06-15 0 5022
578 "ㅋ" 시모음 2015-06-15 0 4162
577 김용택 시 2015-06-15 0 4104
576 짧은 시 모음 2015-06-15 1 17687
575 오늘도 시공부하기 2015-06-15 0 4474
574 시공부하기 2015-06-15 0 5085
573 시제목이 긴 인상적인 시, 그리고 그 외 시 2015-06-15 0 3932
572 "ㅍ" 시모음, 그 외 시... 2015-06-15 0 4887
571 <성묘> 시모음 2015-06-14 0 3339
570 시조쓰기 외우기 추고하기 2015-06-14 0 3934
569 墨梅의 香氣 2015-06-12 0 3809
568 1월 ~ 12월 詩 2015-06-12 0 3805
567 현대시조의 길 2015-06-12 0 3502
566 시적 기법 2015-06-12 0 3768
565 민중시에 대하여 2015-06-12 0 3530
564 시의 현실 참여 2015-06-12 0 3293
563 민족과 현대시 2015-06-12 0 3450
‹처음  이전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