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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과 령혼
2015년 07월 15일 22시 44분  조회:4570  추천:0  작성자: 죽림
[ 2015년 07월 16일 10시 07분 ]

 




표절 문제로 본

'맑은 영혼과
썩은 영혼'


강경호 시인(계간 '시와사람' 발행인 겸 주간)

 

 

 

 강인한 시인은 최근 펴낸 자신의 대표시 100선 시집인 '신들의 놀이터' 머리글에서 "시인은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뼈와 살이 있고 피가 돌고, 바늘로 찌르면 아픔을 느낄 줄 알며 한 방울 더운 선혈이 솟는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시와 사람'이 하나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 시인의 말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시대이다.


 강인한 시인의 말은 시인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모든 예술가, 아니 모든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오늘 우리 문단은 표절시비로 시끄럽다. 작가는 뒤로 숨고 출판사가 나서서 표절을 부인하고 방어하더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작가가 마지못해 '표절한 것 같다'는 애매한 말로 변명했다. 표절 논쟁의 핵심은 자본과 문단 권력을 앞세운 대형 출판사의 폭력성과 상업성 보다도 작가의 순수하지 못한 영혼에 있다고 생각한다.


 주지하다시피 문학의 기능은 주류 권력과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제일의 기능으로 삼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 자신의 영혼이 순결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 문단의 거대 권력이며 자본에 종속되어 이윤추구만을 일삼는 출판사 뒤에 숨어 마치 정치인들처럼 사태의 추이를 봐가며 눈치를 보다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모습을 드러낸 작가의 행태는 비겁했다.


 작가는 맨 처음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던 때를 기억해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을 바라보면 자신이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해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수많은 무명작가들이 지난한 현실을 극복하며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때로는 많은 유혹의 손짓에도 흔들릴 때도 있겠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작가의 정신적 건전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애를 쓴다.


 작가적 양심의 순수성을 지켜나가려는 노력은 비단 문학인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두 달 동안 고생한 대가가 50여만 원 밖에 안 되는 연극인들도 있다. 아니 일년에 단 1점도 그림을 팔지 못하는 화가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예술을 완성하기 위해 피눈물나는 삶을 살고 있다.


 대중적 인기를 업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참으로 호화로운 서재를 가지고 있는 표절작가가 부럽다. 어느 누구도 누릴 수 없는 대중적 권력과 지위가 표절이라는 작가적 양심을 져버린 것이라면, 그러나 나는 그가 꼬박꼬박 받는 어마어마한 인세와 호화로운 서재가 부럽지 않다. 강인한 시인의 말처럼 "시인은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 전체적인 맥락에서 표절시비에 휩싸인 문장이 차지하는 무게가 아무것이 아니라고 해도 작가의 양심의 문제는 경중을 따질 것이 못 된다. 순수한 영혼을 바탕으로 글을 쓸 때 비로소 작가와 작품에 대한 진정성이 확보되고, 독자들은 그런 작가의 정신을 흠모하게 된다. 다시 말해 맑은 영혼을 지닌 썩지 않은 정신을 독자들은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동안 작가의 작품을 열심히 읽은 독자들은 이번 표절시비 사태로 인해 작가에게 참으로 실망하게 되고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그 작가가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겠다는 절필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 문단에는 표절뿐만 아니라 대필을 하는 작가들도 있다고 한다. 유명작가나 실력있는 시인들이 작품을 대필하여 출판을 하거나 신춘문예나 문예지에 당선된 예가 심심찮게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학인이 그러한 일을 지적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문단구조이다. 불의와 비리를 고발한 문학인을 매장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강인한 시인은 참으로 용기있는 사람이다. 이따금 표절이나 대필로 문단에 나와 활동하는 작가들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아무개가 아무개의 무슨 무슨 작품을 대필했다든가, 또는 표절했다는 것을 조목조목 따져 문단에 알리기로 유명한 사람이 강인한 시인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용기있는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세계를 피눈물나는 창작과정을 통해 창조해 낸다. 이러한 작가의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영혼이 맑고 순수한 작가에게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보낸 수밖에 없다.


 오늘 우리 사회는 자본의 폭력과 탐욕에 일그러졌다 하지만 예술가들이 있는 까닭에 우리의 마음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즉 세상이 썩어 문들어졌어도 그것의 썩지 않은 영혼이 있기에 희망을 품게 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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