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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고원>의 잡담
2015년 09월 09일 21시 22분  조회:5381  추천:0  작성자: 죽림

<천개의 고원>에 대한 잡담을 위하여

 

 

 예전에 있었던 얘기하나를 해드리죠. 그러니까 독서에 대한 입장을 얘기하던 자리였습니다. 저랑 대화하던 친구는 굉장히 분석적인 친구였는데, 그는 책을 쓴 저자의 의도에 초점을 맞춰 책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독서스타일을 가지고 있던 친구였습니다. 사실 이게 지극히 정상적인 독서방법이긴 하죠. 물론, 저도 이 독서법 자체에 대해서 반대하거나 반감을 가지는 입장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저는 그것보다는 자신의 시각에 따라 책을 해체해서 재구성하는 독서법을 더욱 강조했죠.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중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른 차이였습니다. 친구는 중점을 저자의 이해에 두려고 했고, 저는 중점을 저 자신에게 두려고 했죠. 또 이건 책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차이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작가가 책을 써서 발표하는 순간, 그 책은 작가의 품을 떠나 독자들의 것이 된다고 봤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말해버리면 친구는 질서를 원했고, 저는 혼란을 원한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저자의 뜻은 하나이기 때문에 코스모스적인 질서를 만들 수 있지만, 책의 뜻을 독자로 잡아버리면 독자마다 다 생각이 달라지기 때문에 하나의 책을 두고 수많은 의견들이 치고 박는 거대한 카오스가 생겨나죠. 뭐……어쩌면 이것은 책에 대한 입장을 떠나서 저와 그 친구가 서로 다른 인간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기질적인 차이인지도 모릅니다. 창조와 파괴에 대한 얘기죠.

 

 아무튼, 둘 다 딱히 정답이 없는 논쟁이란 건 잘 알았지만, 그래도 어떤 책읽기 방식이 중요한가에 대한 얘기들이 오고갔습니다. 저는 친구에게 니 방식은 지루하다고 말했던 것 같고, 친구는 저에게 그 방식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했죠. 끝에는 제가 책에 대한 오독을 예찬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오독이야말로 유쾌하고 창조적이며, 동시에 정답 없는 세상에 정답을 얘기하려고 하는 시도 자체가 희극이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뭐, 이런 느낌의 논쟁이 다 그러하듯 종국에는 아무런 합의 없이 서로의 입장만 확인한 채로 논쟁이 끝났고, 중국집에서 볶음밥이나 시켜먹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멋진 마무리였죠.

 

 이 사건 이후 퍽이나 시간이 지난 후에 저는 질 들뢰즈와 펠리스 가타리가 합세하여 지은 책인 <천개의 고원>을 만나게 됩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 길게ㅡ무려 1,000페이지ㅡ책을 썼을까하고 책장에서 책을 뽑아다가 몇 장 휙휙 넘기면서 내용을 읽는데, 직감적으로 이 책의 저자들이 나랑 생각이 비슷하다는 느낌을ㅡ얘도 난잡하구나ㅡ받았습니다. 제가 가볍게 책장 몇 장 넘겼다고 이 책을 다 이해할리는 없으니, 정말 딱히 근거랄 게 없는 막연한 느낌에 불과했죠. 근데, 처음에는 이 책을 읽진 않았습니다. 느낌이 오긴 했는데, 너무 굵었어요. 굵은 건 들고 다니기 무겁거든요.

 

 뭐, 이 지식의 무거움을 감수하고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것은 책장에서의 운명적인 만남 이후 또 꽤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그러니까 이번년도 1월 즘에 김진석이라는 분의 <더러운 철학>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거기서 이 분이 들뢰즈의 철학에 대해서 글을 풀어놓으셨더군요. 여기서 김진석씨는 리좀, 유목민, 전쟁기계 등등 여러 가지 흥미로운 얘기들을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철학계가 들뢰즈의 철학을 너무 편중되게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을 달아놓으셨더군요. 저야 뭐, 들뢰즈라는 인물도 모르고, 그의 철학은 더더욱 더 모르는 관계로 ‘들뢰즈에 대해서 이런 입장도 있다’하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넘어갔습니다. 아무튼, 이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들뢰즈를 한번 읽어보자’였습니다.

 

 그래서 <천개의 고원>을 이래저래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제가 처음에 받았던 느낌처럼 저랑 비슷한 책이더군요. 굉장히 혼란합니다. 아, 여기서 확실해야 할 게 있는데, 위에서 제가 혼란함을 선호한다고 해서 제가 혼란함만을 좋아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위에서 말했듯 이건 어디까지나 강세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입니다. 저는 굉장히 모순적인 놈인지라, 혼란하면서도 질서 있고 또 질서 있으면서도 혼란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꽤나 난잡한 편이죠. 뭐, 모순적인 게 인간이라고 한다면, 저는 지극히 인간적임에 충실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표현이야 어찌하듯.

 

 아, 음. 다시 <천개의 고원>에 대해서 말해봅시다. 이 책은 혼란합니다. 부제로 ‘자본주의와 분열증2’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데, 이말 인즉 이 책이 ‘자본주의 분열증1’편의 속편이라는 의미이지만, 정작 1편인 <안티-오이디푸스>와 <천개의 고원>은 딱히 이어지진 않습니다. 물론 큰 주제들은 공유하는데, 그렇다고 1편을 읽어야만 2편을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은 아닙니다. 이 책이 말하는 고원들의 독자성에 충실한 설정인 셈이죠.

 

 머리말을 보면 이 책은 장(章)이 아니라 “고원”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밝힙니다. 그래서 책 제목이 “천개의 고원”이죠. ‘천개’는 다양성에 대한 수사어입니다. 목차를 보면 대략 15가지의 주제에 대한 글들을 묶어놨는데, 고원이 각기 독자적으로 존재하듯, 이 15가지의 다양한 주제들은 각자 독자적인 주제를 형성하면서 묶여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하나의 완결된 책이라기보다는 에세이집에 가까운 형식을 취한다라고도 말할 수 있지요. 그래서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마음가는대로, 끌리는 고원에 올라가면 되지요. 책의 형식 자체부터가 이 책의 유일한 통일적인 주제인 해체적인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끌끌, 참 골 때리는 구성이죠. 이 친구들은 유쾌합니다.

 

 기분도 좋은 김에, 오늘부터 시작해서ㅡ딱히 언제 끝날지 모르는ㅡ이 책 <천개의 고원>의 모든 장에 대한 분석 아닌 분석들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분석이라는 말은 좀 그렇고, 그냥 여기에 대한 ‘잡담’을 떠들어보겠습니다. 혹시 압니까? 제 잡다한 목소리도 소규모 영토에서 울려나오는 가곡이나 새의 노래, 사납게 울부짖고 미친 듯이 노여워하는 대지의 거대한 노래 혹은 대기의 강력한 화음과 우주의 목소리들로 구성된 거대한 리토르넬로의 한 부분을 담당해줄 수 있을지.

 

 

 이만 마칩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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