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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 비유적 이미저리
2015년 10월 08일 20시 36분  조회:5100  추천:1  작성자: 죽림
 

 

비유적 이미저리

 

 

 

어떤 사람의 인상을 설명하는데 ‘눈이 부리부리 하고, 코가 뭉뚝하며, 입이 크고, 몸집이 비대하며, 성미가 급한 편이다’라고 한다면 한참을 생각해 봐야 그 사람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마디로 ‘그 사람은 돼지 같아’ 라고 말한다면 쉽게 그 형상을 이해할 수 있겠지요. 그 사람의 특징적인 모습을 가장 일반화된 사물에 빗대어 설명한다면 쉽게 그 모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런 표현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사람들 간에 부르기도 하는 별명이 바로 이러한 비유법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여인을 표현할 때도 ‘백합 같은 여인’ ‘장미 같은 여인’ ‘달맞이꽃 같은 여인’ ‘코스모스 같은 여인’ ‘박꽃 같은 여인’ 등 수많은 비유를 할 수 있겠지요. 말로써 설명하려 한다면 그것을 완벽하게 말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방법이 그 원관념을 잘 드러내 주는 보조관념을 차용해 오는 것입니다.

‘하얀 피부의 여인’이 원관념이라면 ‘백합’은 보조관념이 됩니다. 보조관념이 가지고 있는 특징적인 모습으로 얼굴 하얀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빠른 전달을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박꽃 같은 여인’과 ‘장미 같은 여인’은 전달되는 이미지가 다를 것입니다. 전자가 한국적이며 소박한 시골 연인을 표현했다면 후자는 서구적이고 도시적인 세련된 여인상을 드러내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느낌을 매제를 통해 드러내 주는 것이 비유적 이미저리인 것입니다.

시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이미저리는 비유적 이미저리입니다.

잊는 어떤 유파의 시에서도 공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기법인 것입니다. 비유에 의해 형성되는 이미지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전통적 수사학에서 말하는 직유법, 은유법, 의인법, 우화법, 제유법, 환유법, 상징들이 대표적인 비유의 모습입니다. 비유법은 서로 다른 두 사물(대상)을 병치함으로써 과학적 인식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세계의 진리를 시가 통찰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몇 가지 유형을 예를 들어 설명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별은 꽃이다>라는 은유법에서 두 사물 즉 ‘별’과 ‘꽃’이 서로 대등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이 예는 논리적인 접근이나 과학적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시적 이미지에 의한 대등한 관계로 이해한다면 접근은 가능할 것입니다. 별이 가지는 찬란함과 꽃이 가진 화려함이라는 이미지가 서로 두 사물을 연결 짓는 고리가 됩니다. 두 사물의 이미지에 의해 연결되는 비유입니다.

 

<강물은 그대가 쏟아버린 슬픔이다>라는 표현은 감정이 결합된 비유이며 강물이라는 사물과 슬픔이라는 정감이 서로 일치되면서 이루어진 비유로 사물에 감정이입을 시키면서 시인의 내면의식을 표출시키는 방법이 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슬픔의 크기를 확대시킬 수가 있고 끊임없는 연속성 내지는 지울 수 없는 깊은 곳에서 연유함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남쪽 밝은 창에 어리는 빛은/ 내 유년의 꿈>이라는 표현에서 취의는 이미지이나 매재가 감정이나 관념인 유형입니다. 남쪽 밝은 창에 어리는 빛은 어떤 이미지를 나타냅니다. 그것이 유년시절에 꾸었던 꿈이라는 것입니다. 유년의 꿈은 밝고 따뜻한 모습이며 미래의 행복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이런 비유는 <햇살이 내린 강은/ 웃음이 쏟아지는 분수>란 표현에서 ‘햇살이 내린 강’이 주는 이미지는 밝고 찬란함입니다. 이것이 ‘웃음이 쏟아지는 분수’와 연결되면서 기쁨의 정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외로움은 서녘 하늘의 저물 무렵/ 더 어둡고 깊은 곳으로 빨려 든다>는 표현에서 취의는 감정이나 관념이지만 매재가 이미지인 경우입니다. ‘외로움’은 감정이며 관념에 불과합니다. 외로움의 느낌은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차별을 가져 올 수가 없는 관념인 것입니다. 내가 느끼는 외로움과 그대가 느끼는 외로움은 같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인이 느끼는 외로움과 독자가 느끼는 외로움을 일치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런 관념을 일치시키는 것은 ‘서녁 하늘의 저물 무렵’ 이라는 풍경, 그 풍경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어느 정도 범주를 마련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산술적으로 구획할 수는 없겠지만 정감적인 의미망으로 일치 시킬 수 있겠지요. 저물 무렵 서쪽 하늘을 가만히 쳐다보면 마음 밑바닥에서 솟아오르는 알 수 없는 외로움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관념을 전달하기 위해 이미지를 이용하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어둠 속에 살고 있던 나는

이곳을 영원한 나의 보금자리 삼아

가만히 가만히 그 어둠을 먹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곳이 나의 세상 전부였고

외로움이란 전혀 알지도 못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나의 세상은 허물어졌고 그 세상은 점점 좁아져 갔습니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인줄 알고 발버둥 쳤습니다

그러나 나의 숨통을 조이던 세상은 다시 넓어 졌습니다

그리고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밝은 빛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나는 몸속 깊숙이 숨같은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그 빛 속에는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건 두 개의 동그란 눈동자였습니다

그 눈동자 속에는 두 개의 눈동자가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나는 나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습니다

내가 살던 어둠 속에서도 느꼈던 따뜻함은

달아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독자의 시 <인연> 앞부분

 

위 시는 비유적 이미저리가 사용되고 있지 않음로써 막연한 모습입니다. 핵심적인 단어가 되고 있는 어둠에 대한 형상화가 되어 있지 않아 독자들의 이해가 어렵게 보입니다. 이해가 어려운 시를 설명할 때 가끔 아파트 분양을 예로 들기를 좋아합니다.

당신이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고 합시다. 건물이 완공되어 자신 앞으로 등기까지 마쳤는데 열쇠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아파트에는 들어 갈 수가 없습니다. 그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서 가장 먼저 받아야 할 것은 열쇠입니다.

독자가 한 편의 시를 읽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시를 앞에 둔 것은 아파트를 분양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그 시를 이해하기 위한 정보가 제공되어 있지 않다면 그 시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시는 열쇠와 같은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아파트는 방마다 따로 열쇠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시에도 의미의 전개에 따라 여러 가지 방이 있을 수 있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많은 정보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시인은 독자들이 시에 들어가 이 방 저 방을 자유로이 드나들며 아파트 구조를 이해하듯 시를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정보를 시에 담아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추측건대 위 작품은 자궁 속에 있다가 탄생의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오는 모습을 사건의 전개 순서로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어둠은 어머니 뱃속에 있던 때의 어둠인 것 같은데 그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아서 독자들이 쉽게 접근 할 수가 없습니다. 그 정보를 가지고 이 시를 다시 읽어 본다면 정말 이 작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어져가는 세상의 모습, 또는 신생아가 접하는 세상의 모습을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형상화라는 과정을 거쳐 탄생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가 어려울 뿐입니다.

 

내게는 밝은 어둠

자궁 속 어둠이 나를 키웠습니다 나는

따뜻한 어둠을 먹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곳이 나의 세상이었고 내겐

홀로였지만 외로움은 없었습니다.

 

어느 날 세상이 허물어졌고

세상이 점차 좁아져 오고

좁은 통로를 따라 달렸습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빛에 눈이 부셔

 

   …이하 생략

 

이렇게 몇 가지 정보를 제공하고 비유를 쓴다면 이 시를 이해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비유적 이미저리의 활용은 시를 시다운 표현으로 이끄는 방편이 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두 사물을 필요성에 의해 만나게 할 때 만남에 대한 수사학적 접근은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형이상학적 명제로 수용되는 것이며, 특히 과학적 진술이나 산문의 진술과 근본적으로 다른 인식의 양식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이해의 양식으로 비유적 이미저리가 드러나게 되며 이 때 가장 중심이 되는 비유는 은유가 됩니다. 비평의 한 그룹에서 시적 언어의 특성과 시적 상상력의 특성이 은유적 인식을 토대로 논의되면서 이미저리란 말은 문학비평의 중요한 어휘가 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뮐러에 의하면 인간은 비물질적인 것들을 물질적인 것에 의하여 강제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언어는 그 필요성에 언제나 뒤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엘리어트에 의하면 현대는 감수성이 분열된 과학의 시대라고 정의하면서 시는 통합된 감수성의 세계라는 것입니다. 통합된 감수성은 과학의 세계가 가지고 있는 기계적이며 추상적이고 비인간적인 측면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견해에서 끌어낼 수 있는 결론은 훌륭한 시인은 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 사상과 감정, 이성과 상상력을 <화해>시키며, 졸렬한 시인은 과학자처럼 이들을 <분리>시킨다는 것입니다.

모든 훌륭한 시는 시적 상상력을 수단으로 경험의 전체성을 노린다고 말한 리챠즈는 경험의 전체성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는 능력이 은유적 인식능력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은유적 특성을 아이러니, 역설, 긴장, 구조라는 다양한 개념으로 부연합니다. 이들 개념은 <풍부한> <복잡한> <구체적> <애매한> <반어적> <상징적> <전체적>이라는 말을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비평형식을 띠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지의 유형이 작품 속에서 시인의 내면, 혹은 시적 현실을 나타내는 숨은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뒤에 은유법을 이야기할 때 자세하게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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