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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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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시습작자들은 기본에 충실하라...
2016년 01월 10일 03시 27분  조회:5031  추천:0  작성자: 죽림

창작강의 및 감상평(4)

 

 

☞ 시의 길이는 20행 정도를 목표로 하는 게 좋습니다.

 

초보자 시절에 시의 퇴고와 관련하여 자주 고민하는 것이 연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시의 길이는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 입니다. 여기에는 내용에 따라 전개하는 형식에 따라 각각 다르겠지만 행갈이를 정상적으로 한다고 할 때 시의 길이는 대체적으로 20행정도를 목표로 하고, 시의 연은 의미가 달라지는 부분에서 연을 구분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가 시를 읽을 때 통상적으로 20행이 넘어 시가 길어지면 우선 시각적으로도 질리게 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 시를 읽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나게 됩니다. 시가 길어질 땐 길어지는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우선 그 시가 아주 재미있다든지, 아니면 호흡이 길어도 독자들이 지루함을 못 느끼도록 하는 특별한 기교와 내용이 있든지 해야 합니다. 이젠 독자들도 영악해서 별로 의미 없고 특별한 내용도 없으면서 작자만의 생각으로 길게 쓴 시는 두 번 다시 읽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시가 문학의 어느 분야보다도 언어의 함축성과 경제성을 추구하는 예술이라는 걸 생각하면 금세 이해가 가리라 여깁니다. 그러나 요즘 시 잡지에 발표되는 시들을 보면 필자가 말하는 내용과 너무나 다르다는 걸 느낄 겁니다. 좋은 시란 적당한 길이에 음악성과 함축성을 겸비하고 이미지가 선명한 시가 좋은 시입니다. 하여, 초보자 시절에는 상상은 끝없이 해놓고 나중에 작품을 다듬어 퇴고할 때 이 정도의 길이로 지향하는 게 바람직할 겁니다.

 

연을 나눌 때에는 대체적으로 의미가 달라질 때 나누게 됩니다. 그러니까 상상의 내용이 건너 뛸 때. 변칙도 있습니다만 초보자 시절에는 여하튼 기본에 충실하는 게 발전이 빠릅니다. 그리고 1, 2, 3 등으로 구분하는 것은 내용이 거의 연작시 수준이거나, 연을 구분하기에는 보폭이 너무 클 때 통상 사용하는 것으로 초보자 시절에는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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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욱 님의 시를 감상하겠습니다.

 

<비>를 쓴 공기욱은 제게 한 번 지적을 받고 시가 이렇게 달라졌구나 하는 걸 이 게시판 독자들은 금세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시란 바로 이렇게 쓰는 겁니다. 시 쓰는 방법을 제대로 알면 시 쓰는 게 이렇게 쉽습니다. 벌써 한 편의 시를 쉽게 건진 공기욱 님! 축하합니다.

 

좀 수정할 부분을 지적하겠습니다. 우선 연을 <.....나의 집을 수월히 찾아오도록>에서 연을 나누고 쉼표를 없애기 바랍니다. 그리고 시 속에 <...마음의...>란 단어를 모두 빼기 바랍니다. 비 오는 걸 편지 오는 걸로 상상하는 것은 이미 마음속을 이야기 하고 있는 거니깐 <마음의>란 단어가 들어가면 안 되겠지요?

 

두 번째 구절의 <...문을 열어 둔다>에서 <문을>을 <문도>로 바꾸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첫째 연 마지막 <잠이 들 것 같다>를 <잠이 든다>로 바꾸기 바랍니다. 마지막 연의 <나의 안부>를 <드리지 못한 안부,>로 바꾸어 문장 속으로 집어넣기 바라고, <...부치지 못한 편지...>에서 누구의 편지인지 불분명하죠? 그래서 <편지> 앞에 <내>란 말과 편지 다음에 <도>란 말도 집어넣기 바랍니다. 그러면 <...내 편지 한 통도..>이렇게 되겠죠? 그리고 맨 앞에 <이렇게 편지가 오는 날은> 집어넣어 시 서두의 의미를 리플레이 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에 서두의 구절을 한번 리플레이 해 주면 상상의 초점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독자가 시의 처음을 다시 되새기면서 감상을 마치게 됩니다. 이상을 정리하면 마지막 연이 이렇게 되겠죠? <이렇게 편지가 오는 날은 어머니 생전에 드리지 못한 안부, 내 편지 한 통도 하늘로 급히 부쳐야 하리>

 

그리고 제목을 <가을비>로 바꾸기 바랍니다. 이 시의 내용에 가을비가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이상의 지적을 반영해 시를 고치면 다음과 같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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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이렇게 편지가 오는 날은 방안에 불을 켜둔다 이렇게 편지가 오는 날은 문도 열어둔다 먼데서 오는 그 편지 나의 집을 수월히 찾아오도록

 

밤새 멎지 않는 무수한 발자국자국소리에 잠 못 이룬 나는 길눈 밤눈 다 어둔 내어머니, 혹 딴 번지를 헤매시나 한참을 문 밖에서 서성이다가 귓속으로 한 발짝 두 발짝 파고드는, 어머니의 동여맨 사랑을 풀다보니 풀다보니 그 사랑 금세 문지방을 넘어 바닥 깊숙이 흘러가서 금세 빛바랜 편지함마저 흥건하게 잠긴다 어머니, 나를 매만지는 손길에 잠이 든다.

 

이렇게 편지가 오는 날은 어머니 생전에 드리지 못한 안부, 내 편지 한 통도 하늘로 급히 부쳐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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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 이외수

 

 

        

 

 

 

 

 

 

 

 

 

이외수 연보

 

1946 경남 함양군 수동면 상백리에서 태어남
1958 강원도 인제군 기린국민학교 졸업
1961 강원도 인제군 인제중학교 졸업
1964 강원도 인제군 인제고등학교 졸업
1965 춘천교육대학 입학
1968 육군 입대
1971 육군 병장으로 만기제대
1972 춘천교육대학 중퇴
1972 강원일보 신춘문예 [견습어린이들] 당선
1973 강원도 인제 남국민학교 객골분교 소사로 근무
1975 《世代》지에 중편 [훈장勳章]으로 신인문학상 수상, 강원일보에 잠시 근무
1976 단편 [꽃과 사냥꾼] 발표
11월 26일 전영자와 결혼
1977 춘천 세종학원 강사로 근무
장남 이한얼 출생
1978 원주 원일학원 강사로 근무
장편 [꿈꾸는 식물] 출간
1979 단편 [고수高手] [개미귀신] 발표
모든 직장을 포기하고 창작에만 전념
1980 창작집 [겨울나기] 출간
단편 [박제剝製] [언젠가는 다시 만나리] [붙잡혀 온 남자] 발표
차남 이진얼 출생
1981 중편 [장수하늘소] 단편 [틈] [자객열전] 발표
장편 [들개] 출간
1982 장편 [칼] 출간
1983 우화집 [사부님 싸부님] Ⅰ,Ⅱ 출간
1985 산문집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 출간
1986 산문집 [말더듬이의 겨울수첩] 출간
1987 서정시집 [풀꽃 술잔 나비] 출간
1990 4인의 에로틱 아트전-나우갤러리
1992 장편 [벽오금학도] 출간
1994 산문집 [감성사전] 출간
仙畵 개인전-신세계 미술관
1997 장편 [황금비늘] 1, 2 출간
1998 산문집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출간
2000 시화집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출간
2001 우화집 [외뿔] 출간
2002 장편 [괴물] 1, 2 출간
2003 사색상자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출간
2003 산문집 [뼈] 출간
2005

장편 [장외인간] 1, 2 출간

 

2006 강원도 화천군 다목리 [감성마을] 입주
  문장비법서 [글쓰기의 공중부양] 출간
  중단편모음집 [장수하늘소] [겨울나기] [훈장] 출간
  선화집 [숨결] 출간
  시집 [그대 이름 내 가슴에 숨쉴 때까지] 출간
2007 산문집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출간
  문장비법서 [글쓰기의 공중부양] 재출간
  [사랑 두 글자만 쓰다가 다 닳은 연필] 출간 (뼈 개정판)
2008 산문집 [하악하악] 출간
 

仙畵 개인전 - 포항 포스코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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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성냥개비 / 이외수

 

 

           

 

 

 

 

 

 

 

 

 

알기 쉬운 현대시 작법

-자유시에도 운이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정형시뿐만 아니라 자유시의 경우도 각운rhyme에 의해 시의 음악성이 강조된다. 
각운은 흔히 낱말의 동일한 위치에서 동일한 소리가 반복되는 현상, 
한국어의 낱말은 일반적으로 초성, 중성, 종성으로 되어 있고, 
따라서 각운은 초성이 반복되면 두운alliteration, 중성이 반복되면 요운internal rhyme, 
종성이 반복되면 말운rhyme이 된다. 
각운이란 말은 운율을 맞춘다는 의미와 머리, 허리, 다리에서 다리가 되는 운, 
곧 말운이라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각운은 광의로 두운, 요운, 말운을 포함하고 협의로는 말운에 해당한다. 
물론 각운은 낱말과 낱말 사이에도 적용되고 시행과 시행 사이에도 적용된다. 
다음은 낱말과 시행 양자에 걸쳐 두운이 나타나는 경우. 



말리지 못할 만치 몸부림치며 

마치 천리 만리나 가고도 싶은 

맘이라고나 하려볼까 


- 김소월 <천리만리> 




먼저 낱말의 경우 1행에는 "말리지 / 못할 / 만치 / 몸부림치며"에서 알 수 있듯이 
네 낱말의 머리에 "ㅁ"이 반복되는 두운 현상이 나타난다. 
"만치"를 독립된 낱말로 읽지 않는 경우 1행은 "못할 만치 / 몸부림치며"가 되고 이 때는 "못할 / 몸부림"의 두운 현상 "-만치 / -림치며"의 요운 현상이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1행의 첫소리, 2행의 첫소리, 3행의 첫소리는 모두 ㅁ으로 시작되는 두운 효과를 준다. 
문제는 말운이고, 정형시의 경우도 우리시에는 말운 현상은 없고 운 대신 형태소나 낱말이 반복된다. 
윤동주의 대표작 <서시>가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것은 무슨 사상의 깊이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음악성 때문이고, 
그것도 두운과 요운 현상 때문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중략)......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먼저 "하늘을 우러러"가 문제이다. "하늘을 우러러"란 무슨 뜻인가? 
정확하게 표기하면 "하늘을 쳐다보며"이거나 "하늘을 공경하며"이다. 
그러나 시인은 "하늘을 우러러"라고 표현한다. 
"쳐다보며". "공경하며"가 아니라 "우러러"라고 표기한 것은 무엇보다 요운의 효과 때문이다. 
"하늘을 / 우러러"의 경우 "-ㄹ-/ -ㄹ-"이 반복되므로써 요운 현상이 나타나고. 
따라서 "하늘을 쳐다보며"나 "하늘을 공경하며"가 단순한 의미 전달을 목표로 한다면 
이런 표기는 미적 효과를 목표로 하고 시가 예술일 수 있는 것은 이런 미적 책략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한 점"도 문제이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이라고 말하지는 않고 " 
결코 부끄럼이 없기를" 혹은 "죽어도 부끄러움이 없기를" 이라고 말한다. 
혹시 일부에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하는 식으로 말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서시"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우리말에는 시간을 알리는 경우나 점에 대해 말하는 경우가 아니면 "한 점"이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다. 
그것도 한 점 부끄러움이라니? 
그렇다면 두 점 부끄러움도 있고 세 점 부끄러움도 있단 말인가? 
이런 표기는 앞에 나온 "하늘"과 관계되는 바. 
두 낱말 모두 첫 소리가 ㅎ으로 되어 있고 따라서 두운 효과가 있다. 
요운 현상은 2행 "부끄럼이 없기를"에도 나타난다. 
"-ㄲ-/-ㄱ-"의 반복이 그렇다. ㄲ과 ㄱ은 다르지만 이 시행이 경우 비슷한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마지막 행이 아름다운 것 역시 "-밤-/-별-/-바람-"의 요운 현상 때문이다. 
결국 윤동주의 <서시>는 사상이 아니라 소리 효과, 음악성, 
그것도 섬세한 운의 효과가 감동을 주고 그의 시가 명시인 것은 이런 예술성 때문이다. 

우리시에는 정형시든 자유시든 말운 현상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각 시행의 끝이 비슷한 혹은 같은 소리로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말운은 아니지만 각 시행의 끝에 비슷한 혹은 같은 소리가 음으로써 미적 효과를 낳는 경우는 많다. 
엄격하게 정의하면 앞에서도 말했지만 각운rhyme은 각 시행의 끝소리가 같은 소리로 조직되는 것이고, 
따라서 협의로는 말운을 뜻한다. 
그러므로 두운 역시 각 시행의 첫 소리가 같은 소리로 조직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위에 인용한 두 편의 시 가운데 김소월의 시가 두운 현상에 적합하고 
윤동주의 경우는 변형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요운 현상 역시 각 시행 중간에 같은 소리가 나오는 경우이고 
한 시행 속에 나오는 경우는 요운의 변형, 
혹은 자음조화consonance나 모음조화assonance로 읽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말하자면 "팔리지 못할 만치 몸부림치며"는 자음조화, 
"마치 천리 만리나"는 모음조화로 읽을 수 있다. 
우리시의 경우 각 시행이 끝이 같은 소리가 오는 이른바 말운 현상은 없지만 비슷한 소리(?)가 오는 경우는 있다.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빛이 뻔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듯 눈엔 듯 또 핏줄엔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말운의 정확한 보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시의 미적 효과는 각 시행의 끝에 비슷한 소리가 오기 때문이다. 
1행, 3행, 7행은 "끝없는 / 뻔질한 / 끝없는"의 ㄴ소리가 반복되고 
2행, 4행, 8행은 "-네 / -네"의 같은 모음이 반복되고 
5행, 6행,은 "듯 / 곳"의 ㅅ소리가 반복된다. 
그러나 이런 소리의 반복은 말운 현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시의 경우 각 소리들은 각 낱말의 종성에 위치하는 소리가 아니라 
낱말이거나 어미 활용에 속하고(끝없는, 흐르네,인 듯) 
굳이 종성에 위치하는 소리를 찾자면 "곳"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같은 ㅅ소리를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이 소리는 운이 아니라 
"곳"이라는 낱말의 반복이기 때문에 말운이 아니다. 
여컨대 우리시의 경우 말운이 아니라 같은 어미나 낱말이 반복되고 이런 반복이 미적 효과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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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영랑

 

 

 

 

 

 

 

 

이 시는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으로 발표하였다가,

 

<영랑시선>에서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로 수정함.

현재 발표된 자료에는 대부분 2행의 '아침˘ 날˘ 빛이' 라고 표기되어 있어나,  '아침˘ 날빛이'이 바르게 적은 것이다.    

※ 날빛 : ‘햇빛을 받아서 나는, 또는 온 세상의 빛'이라는 뜻이다.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원문

 

 

 

 

 

 

87. 오-매 단풍 들것네 / 김영랑

 

 

     

 

 

 

 

 

 

 

 

이 시는 '누이의마음아 나를보아라'로 발표하였다가,

<영랑시선>에서는 '오-매 단풍 들것네'로 수정함.

 

 

 

오-매 단풍 들것네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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