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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작법 어마나...
2016년 01월 10일 05시 46분  조회:4435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점의 선택과 내용의 변화 

박주택 
(시인·문학평론가,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과 교수) 




시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를 쓰겠다는 의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를 쓰겠다는 생각만 있을 뿐 그것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거나 곧잘 씀에도 불구하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중도에 그만 두는 것을 허다하게 보아 왔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저렇게 의지가 부족해서야 혹은 시라는 것을 아무나 쓰나 하는 망연감茫然感이었다. 다행히 인간은 타고난 위대함이 있어 시라는 형식을 재빨리 눈치채는 기술을 가졌다. 해서, 몇 달 안에 사람들은 시라는 것의 형체를 나름대로 그릴 수 있게 되었고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몇 년이 지나도록 게으름과 박약薄弱을 고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시점이라는 용어는 소설적 어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 창작 용어로 굳이 차용하는 이유는 시점이 화자나 거리 또는 어조 등과 유기적 맥락을 이루기 때문이며 창작에 있어서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편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시 이론가에 따라서는 시점과 화자의 불가분의 관계를 들어 화자의 선택이 곧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으며 나아가서는 화자가 말하려고 하는 내용인 화제話題조차 시점의 간섭을 받는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시점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시점이 비록 소설의 경우에 보다 많이 쓰이는 용어이기는 하나 이것을 시에 관입貫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설의 시점은 통상 1인칭 주인공(서술자)시점, 1인칭 관찰자(객관적)시점, 3인칭 관찰자(객관적)시점 그리고 3인칭 전지적 시점 등으로 분류한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은 화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가 주관적인 고백의 성향을 띠는 것이라 전제로 한다면 대부분의 시가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시점의 맹점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함으로써 독자와의 거리를 멀게 하는 데 있다. 자신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대신 독자는 그 내용에 대해 그저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으로 화자와 텍스트간의 거리는 가깝지만 텍스트와 독자와의 거리는 그만큼 멀어진다는 뜻이다. 어조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함으로 해서 격앙, 분노, 참담, 절망 등의 감정이 여과되지 않은 채 드러날 수 있으며 화제 또한 화자만이 알고 있는 사소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1인칭 관찰자 시점은 화자가 대상 혹은 세계를 관찰하는 것으로 화자와 텍스트간의 거리는 멀지만 텍스트와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즉 화자의 이야기가 객관적으로만 제시되어 있어 독자가 자세히 들려다 보지 않으면 그 내용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이 시점은 사물을 객관적으로 제어하는 통제의 원리에 의존한다. 따라서, 자아를 타자화시키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객관화함으로써 보다 냉정하게 자신의 생각을 보여줄 수 있다. 어조에 있어서도 차분하고 침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3인칭 시점은 1인칭 시점이 가지고 있는 내용의 폭을 보편적으로 확대시킨 것이 특징이다. 이는 1인칭 시점이 안고 있는 주관성을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인칭 관찰자 시점은 주로 관찰하고 묘사하는 보여주기showing기법에 의존하는데 이 시점의 강점은 1인칭 시점이 안고 있는 동일화의 오류에서 벗어나 사물을 그 자체로 바라보게 하는 데 있다. 이에 따라 화제는 우리들 눈앞에 전경화前景化되어 보이고 어조 또한 침착함을 유지한다. 3인칭 전지적 시점은 말 그대로 화자가 전지 전능한 관점에서 텍스트에 관여하는 것으로 내부 심리나 내용을 깊이 있게 전달하는 데 용이하다. 
시에 있어서 시점은 매우 복잡한 이론 틀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글이 시 창작 실기에 도움을 주는 것에 목적이 있는 만큼 우리가 알고 있는 이론과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 특히 3인칭 시점은 시라는 것이 다른 장르와는 달리 주관성의 문학이며 대상의 자기표현의 장르라는 것을 감안 할 때 과연 시에서도 존재하겠는가 하는 것을 상기할 때에도 그렇다. 그러므로, 이 글은 어떤 이론을 세워 그 준거에 맞추기보다는 필자 나름대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파악한 글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필자가 지도하고 있는 학생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분석해 보기로 하겠다. 




화자는 시속의 내용을 말하는 전달자로서 서정적 자아라고도 일컫는다. 화자의 결정은 시의 구조에 밀접히 연계되어 있는데 그것은 화자의 심리적 상태나 환경 등에 따라 시의 내용에서부터 시의 형식을 이루는 제반 요소들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가 화자를 시인과 오해해서 읽기도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화자란 시인이 자신의 얼굴을 감춘 채 대신 내세운 대리인agent이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허구화시킨 시적 인물에 불과하다. 시점은 이 화자의 인칭과 관계한다. 다음의 시를 보자. 


방조제 안에 오래도록 갇혀 있던 바다 
나도 바다처럼 썩어 
더 이상 똑바로 서 있지를 못하지 
삶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라고 
두꺼운 구름 아래에서 목 졸린 
하루가 떨어지며 중얼거린다 
겨울을 물고 온 철새들과 
도시에서 밀려난 철새들이 늘어선 흉흉한 휴일이면 
나는 내 발 밑에서 솟아오르려는 추억을 
썩히려고 그곳으로 돌아오곤 했지 
아프지 않은 추억이 있을까마는 
몸뚱이를 던져버린 간척지에는 
놀란 기억들이 구름을 지우고 날아오른다 
바다 어디로부터 새어나오는 흔들리는 삶의 핏줄기를 
바라보며, 위로 받을 수 없는 배고픈 하루 
뜨거운 굴밥으로 허기를 채우려는 
메마른 입 속에서는 굴 껍질 같은 하루가 
썩어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섞이지 못하고 흉흉한 휴일 속에서 서걱거린다 
-박호균「A지구 방조제」전문 


이 시의 문면에 드러난 화자는 ‘나’이다. ‘나’가 ‘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으므로 이 시의 시점은 1인칭 주인공(서술자)시점이다. 내용은 이렇다. 화자(나)는 휴일에 서해에 있는 A지구 방조제에 가서 바다와 구름 그리고 철새들을 바라보며 과거의 고단했음을 떠올린다. 그리고는 메마르고 허기진 현재적 삶에 대해 되돌아보고 그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자신의 일상적 삶을 가라앉은 어조로 노래한다. 
이 시의 약점은 시의 형식을 잘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인칭 서술자 시점이 안고 있는 딜레마대로 자신이 지니고 있는 현재의 정서를 적절히 통어하지 못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나’가 서해에 간 것은 과거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이 시를 쓰고 있거나 씌어진 상황은 바다를 다녀온 뒤의 상황인 현재이다. 즉 서해에 간 것은 과거인데 비해 이 시를 쓰고 있는 정서나 내용은 책상에 앉아 쓴 현재에 깊이 개입되어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이 말은 창작자가 바다 앞에 선 것 같지만 그것은 과거를 현재화시킨 것에 불과하다. 
창작자가 과도하게 감정을 과거 혹은 사물에 투사하고 있는 이 시는, 현재의 정서를 적절히 제어하지 못한 채 나열에 그치고만 느낌이 든다. ‘나도 바다처럼 썩어’ ‘목 졸린 하루’ ‘흉흉한 휴일’ 등에서 보이고 있는 외부 세계와의 손쉬운 타협과 가학적인 동일화가 이를 증명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마음은 시원하겠지만 자칫 개인의 사소한 경험에 그치는 수가 있으므로 자신의 감정이나 사유를 좀더 숙성시킬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시에서는 삶의 고단함을 술회할 때 삶의 발견이나 깨달음을 동시적으로 병치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벽 홍원항에 고래 한 마리 
옅은 숨을 몰아쉬며 죽어가고 있다 
바다에는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너는 이제 바다를 잊어야 했다 

비린내가 질퍽하게 스며든 
시멘트 바닥에 얼굴을 쑤셔 박고 
물살을 가르던 네 지느러미를 늘어뜨리며 
너는 너무 멀리까지 바다를 걸어나온 일들을 
후회하고 있는 것일까 
어떤 물빛이 네 눈가에 어리는 것 같기도 하고 

고래에게는 이제 꼬리도 지느러미도 없다 
검은 고무와도 같은 등위로 죽음의 그림자가 어릴 뿐 
그리고 먼 곳처럼 배경에 바다가 있을 뿐이다 
더는 나아갈 길이 없는 곳에서의 젖은 기억들은 
그 절망의 순간조차도 얼마나 눈부신가 
감은 고래의 눈에 아직 바다가 출렁인다 
이은경「고래에게는 바다가 없다」전문 


‘나’가 ‘너’인 고래에 대해 기술하고 있는 이 시는 관찰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1인칭 관찰자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너’에 해당하는 ‘고래’는 실제의 ‘고래’일 수도 있고 타자화된 ‘자신’ 혹은 ‘그 어떤 것’ 정도가 될 것이다. 이 시는 앞의 시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가는 것과는 달리 ‘고래’라는 사물을 묘사하고 관찰함으로써 거리를 적절히 유지하는 하고 있다. 그러나,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자신의 이야기를 다층적이고 다성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강점이 있는 반면에 1인칭 관찰자 시점은 장면을 제시한다거나 보여주는 것에 그치는 약점이 있다. 이 시 역시 생명의 시원인 바다를 잃고 사지死地를 헤매는 ‘고래’의 절망이 다소 냉정한 어조로 묘사되어 있다. 1연에서의 ‘바다에는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2연의 ‘비린내가 질퍽하게 스며든/ 시멘트 바닥에 얼굴을 쑤셔 박고/ 물살을 가르던 네 지느러미를 늘어뜨리며’ 등은 이 시에 사실성과 핍진성을 부여한다. 
하지만 이 시 역시 ‘나’가 바라보는 구체적 대상인 ‘고래’(너)에 이야기를 한정화시킴으로써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안고 있는 과도한 자기 고백의 위험만큼 관점과 ?六璨? 대한 해석과 견해가 축소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즉 대상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대상이 지니고 있는 속성에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는 적절하게 창작자가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여 표현하는 요령이 필요하고 1인칭 관찰자 시점에서는 축소된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여 그 대상이 우리에게 주는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겠다. 




낭낭한 새벽을 짊어지고 온 산은 
아침 터는 물소리에 목을 적신다. 

지난 밤 
산 오른 물안개들 웅얼거림에 
잠 못 들어 뒤척이다 그만, 
청솔모도 다람쥐도 아니 깨우고 

저 홀로 바삐 목을 적신다. 
김재남「산 하나」전문 


묘사로만 이루어진 이 시는 대상인 ‘산’이 전경화前景化되어 있다. 여기에는 화자의 해석이나 사유가 거세된 채 ‘산’의 풍경만이 제시되어 있을 뿐이다. 관찰로만 제시되어 있는 이 시는 아침 산의 청신함과 정적이 이미지화되어 있을 뿐 화자나 청자가 개입할 틈이 보이지 않는다. 3인칭 관찰자 시점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강점은 대상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있다. 이미지 시나 즉물시 혹은 사물시 등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화자의 정서가 억제되는 대신에 대상이 중요한 부면을 차지한다. 
화제話題가 중심이 되는 이 시점은 1인칭 관찰자 시점과 마찬가지로 관찰과 묘사, 장면 제시 수법과 보여주기 기법 등이 사용되고 있으나 1인칭 시점보다 더 화자의 정서가 억제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훨씬 객관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점이 빠질 수 있는 오류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함으로써 생겨날 수 있는 건조함이나 무의미한 내용의 나열에 있다. 그러므로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가가 난점으로 남아 있다고 하겠다. 위시에서도 이 같은 것이 잘 나타나 있다. 즉 아침 산에 오르면서 만날 수 있는 풍경만이 별다른 해석 없이 객관적으로 기술함으로써 ‘그래서 어떻다’ 하는 화자의 사유가 빠져 있는 것이다. 
거리의 측면에서 이 시는 1인칭 시점이 빠질 수 있는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를 넘어서고는 있지만 이 시가 주는 주제적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정보가 불충분하게 주어져 있는 까닭으로 시의 내용과 독자와의 거리는 그만큼 멀어져 있다. 이에 따라 이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기술적 배려가 필요하리라는 생각이다. 


그는 늘, 
아내 몰래 질펀한 연애 한번 할 궁리를 한다 
검은 구두가 현관을 빠져나오자마자 울리는 무선의 선 
아내보다 젊은 연인이다 
삶은 빨래의 군살이 배인 이야기 거리가 아닌 
생 야채 즙의 신선한 풀 냄새, 살진 힘이 솟는다 
퍽퍽한 화운데이션 향이 짙은 골동품 냄새를 낸다 

적포도주 속에서 숙성시킨 비곗덩어리 
아내의 뱃살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뚱뚱한 아내와 통통한 그녀 
그는 늘, 
그것의 이중적 신비함이 언제까지일까 
그 궁금함을 즐긴다 
아내의 첫 키스와는 다른 
한잔의 생 야채 즙을 삼키며 
무선의 다리미로 구겨진 아침의 주름살을 편다 

그는 늘 궁리를 한다 
아내와의 이불 속에서 
죽통 같은 몸부림의 변명거리를 
또한 궁리를 한다 
늘 아내를 사랑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찍는 
서영미「궁리」전문 

이 시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는 바람을 피우는 사내이다. ‘그’는 아내 몰래 질펀한 연애를 꿈꾸며 아내와 젊은 연인 사이의 아슬아슬하게 이중적 삶을 오가는 사내이다. 이 시는 ‘그’를 주인공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3인칭 시점이다. 그러나 ‘그’가 처해 있는 현재적 상황을 바탕으로 하여 ‘그’의 심리적 상태를 화자가 일일이 개입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전지적 시점이다. 이 시점의 강점은 1인칭 시점이 함몰될 수 있는 감정의 과잉을 적절히 제어할 수 있는 한편 ‘그’의 내부로 침투하여 화자의 정서를 용이하게 투여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서, 1인칭 시점이 안고 있을 수밖에 없는 동일화의 감정을 배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객관성과 그 객관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화자의 정서나 사유의 침투가 쉽게 전달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시점의 한계는 시가 주관적 양식을 압축시킨 것이라 할 때 화자의 정서나 사유가 ‘그’를 통해 치환되어 전달될 수밖에 없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즉, 자칫하면 남의 이야기만을 공소하게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어떤 시점을 택하든 거기에 도사리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살펴 그 장점을 살리는 한편 단점이 가지고 있는 것을 적절히 보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많이 읽고 많이 써 보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시라는 것이 인간의 무한한 사유를 제어하고 다듬어 그것을 구조화시키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같은 노력은 더욱 절실해 보인다. 
「궁리」는 재미있는 주제를 선택하여 아내와 젊은 연인을 묘미 있게 대조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너무 많이 침투되어 있고 그 해석이 단순함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이 시의 마지막 연은 이 같은 의미에서라도 생략했어야 마땅하다. 
시점은 시 창작에 있어 중요한 기본이 되고 있다. 그것은 어떤 시점을 택하느냐에 따라 거리, 어조, 리듬, 시어의 선택, 정조 심지어 주제까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 창작에 있어 어떤 시점이 좋은가는 정답이 없다. 그것은 경우에 따라서 적절히 활용하는 기술적 태도가 요구될 뿐이다. 이에 따라 시적 구조뿐만 아니라 미적 완성도도 달라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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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바람이 부는 걸 보니 / 윤후명

 

   

 

    

 

 

 

 

 

 

바람이 부는 걸 보니

 

                          윤후명

 

바람이 부는 걸 보니

사랑할 때가 되었나 보다

시간은 밤마다 절망할지라도

나는 속지 않는다

언제나 너를 향하여 두 눈을 흡뜨고

죽어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밤마다의 절망이 사랑이 되어

때를 알려 주는 것이다

바람이 부는 걸 보니

사랑할 때가 되었나 보다

어느결에 지나가 버리므로

바로 지금

떠날 채비를 차려야 한다

 

 

윤후명 육필시집 < 먼지 같은 사랑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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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 윤후명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윤 후 명

 

 

 

 

이제야 너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너무 늦었다

그렇다고 울지는 않는다

이미 잊힌 사람도 있는데

울지는 못한다

지상의 내 발걸음

어둡고 아직 눅은 땅 밟아가듯이

늦은 마음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모두 떠나고 난 뒤면

등불마저 사위며

내 울음 대신할 것을

이제야 너의 마음에 전했다

너무 늦었다 컴컴한 산 고갯길에서 홀로

 

 

윤명후 시집 <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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