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안녕?- 아침 詩 두송이]- 들깨를 터는 저녁 / 뜨개질
2016년 03월 07일 07시 17분  조회:4265  추천:0  작성자: 죽림
들깨를 터는 저녁
- 이윤학(1965~ )

구장네 아줌마 둘이서 머리끄덩이를 잡고

들깨를 턴 포장에서 뒹굴었다

서로의 어깨를 잡고 흐느껴 울었다

누레진 들깨 토매를 털었듯이

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뒷산의 멧비둘기가 시원하게 속을 긁었다

벌써부터 구장의 프라이드 베타가

산모롱이에 정차해 있었다


아줌마 둘이서 바람을 등지고

들깨를 까부르는 소리 키로 쏟아졌다

티끌 하나 없이 흡혈하는 하늘

들깨를 턴 냄새가 스며들었다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던 아줌마들이 “서로의 어깨를 잡고 흐느껴” 우는 풍경은 우리에게 바흐친 스타일의 ‘민중적 웃음’을 유발시킨다. 싸움의 귀결을 잘 알고 있는 “구장”은 그것을 벌써부터 보고도 부러 개입하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싸움→울음→노동의 사이클에 익숙하다. 짧은 시간에 함께 싸우고, 울고, 다시 협업을 하는 공동체는 이제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 되었다. 서로를 바닥까지 알지 않고는 불가능한 모습 아닌가. ‘들깨를 터는 저녁’은 그리하여 궁핍하지만 아늑하고도 그리운 서사(敍事)를 떠올리게 한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


뜨개질

            / 송찬호
 
기사 이미지 보기



아가야, 우선 식탁을 짜고
둥글고 하얀 접시를 짜고
멀리서 떠도는 너희 아버지의
모자와 모자 위의 구름을 짜고
그리고 아버지의 닳고 닳은 구두를 짜고

아가야, 네게는 무엇을 짜줄까
그래, 네가 갖고 싶은 것
그 무언가를 담을 수 있도록
커다랗게 너의 몸을 짜주마


시집 《붉은 눈, 동백》(문학과지성사) 中

마음이 가난한 겨울에 가장 따듯한 목소리는 어머니의 목소리 같아요. 시인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빌려 우리에게 사랑의 세계를 들려주는 것 같네요. 식탁과 접시, 아버지의 모자와 구름, 닳고 닳은 구두를 짜고, 아가 너에게는 커다란 몸을 짜주겠다고 하면서 차가운 이 겨울의 아침에 온기와 품을 나누어 주는 것 같네요. 아주 먼 옛날 우린 모두 아가였을 텐데, 시간이 오늘 이토록 커다란 몸을 짜놓았으니 신비한 우주군요. 어른이 된 우린 갖고 싶은 어떤 좋은 것을 커다란 몸에 담고 살고 싶었을까요.

김민율 시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83 시인의 문학관 2015-02-19 0 4083
82 김수영 론, 박치원 론 2015-02-19 0 4439
81 구조주의 리론 2015-02-19 0 4716
80 포스트 구조주의 리론 2015-02-19 0 4309
79 현대시의 리해 2015-02-19 1 4191
78 하이퍼시에 관한 고견 2015-02-19 0 4381
77 하이퍼시의 리해 2015-02-19 0 4044
76 의식, 무의식의 징검다리 2015-02-19 0 4248
75 김기림 시론 ( - 한국 현대시의 최초 시론) 2015-02-19 0 4039
74 조향 시론 2015-02-19 0 4181
73 김춘수 시론 2015-02-19 0 4292
72 시와 아이러니 2015-02-19 0 4190
71 디지털시대 시 전망 2015-02-19 0 4098
70 하이퍼와 잡종(?) 2015-02-19 0 3949
69 하이퍼시에서 내면세계 미학 2015-02-19 0 4158
68 하이퍼시에서 사물적, 상상적 가능성 2015-02-19 0 4499
67 하이퍼시의 구조 2015-02-19 0 4322
66 시에서 인식의 혁명 2015-02-19 0 4395
65 언어와 사물, 그리고 시 2015-02-19 0 4511
64 시와 독자와 난해성 문제 2015-02-19 0 4363
63 3.0 2015-02-19 0 3763
62 퍼포먼스 시집 평설 2015-02-18 0 4446
61 하이퍼시와 퍼포먼스시 2015-02-18 0 3996
60 하이퍼시 도무미 4 2015-02-18 0 4474
59 하이퍼모더니즘의 시대는 오는가 2015-02-18 0 4643
58 하이퍼시 도우미 3 2015-02-18 0 4266
57 하이퍼시의 도우미 2 2015-02-18 0 4054
56 탈관념의 꿈꾸기 2015-02-18 0 4252
55 현대시의 길 열기 2015-02-18 0 4608
54 하이퍼시의 도우미 2015-02-18 0 4175
53 하이퍼시의 전환기법 관찰 2015-02-18 0 4460
52 하이퍼시의 리해와 창작 2015-02-18 0 4349
51 하이퍼시와 디카시 2015-02-18 0 4217
50 ...계속 6 2015-02-18 0 3807
49 ...계속 5 2015-02-18 0 4350
48 ...계속 4 2015-02-18 0 4226
47 ...계속 3 2015-02-18 0 4002
46 ...계속 2 2015-02-18 0 4101
45 李箱시의 디지털적 해석 2015-02-18 0 4262
44 탈관념 시의 리해 2015-02-18 0 4046
‹처음  이전 51 52 53 54 55 56 57 5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