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7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시인 지구촌

[한밤중 詩 한쪼박 드리매]- 보리가 팰 때쯤
2016년 04월 05일 22시 57분  조회:3863  추천:0  작성자: 죽림


보리가 팰 때쯤

                               변희수

내가 태어난 날을 물어보면

인디언족처럼 엄마는 보리가 팰 때쯤이라고 한다

보리가 팰 때쯤이란 말은 참 애매하다

보리의 배가 점점 불러올 때나

보리의 수염이 까끌하게 자랄 때로 들린다

그때 그 보리밭에서 …….

이런 우스운 생각을 하다보면

보리가 떨군 씨앗이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철없이 들뜰까봐

언 땅에 떨어진 보리를

자근자근 밟아주던 소리

엄동에 어린뿌리 자장자장 재우던 소리

내 유년에 푸른 젖을 물리던

먼먼 전설 같은 춘궁의 족보

젖니처럼 간질거리는 봄날

스르르 눈꺼풀이 풀린다

 

시인소개

 

 

변희수는 1963년 경남밀양에서 태어나 영남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시 ‘아주 흔한 꽃’으로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등단했다.

2016년 ‘의자가 있는 골목’으로 경향신문신춘문예에도 당선했다. 한국시인협회 정회원으로 대구에서 시작 활동 중이다.

///해설

제왕국 시인.

수십 년 전만 해도 시골은 저랬다. 저 전설 같은 춘궁의 족보를 기억의 허니문처럼 가지고 산다.

보리가 필동 말동 무렵, 달빛 보늬처럼 아슴푸레 떨어지는 늦은 밤에 푸르른 청춘들이 다녀갔다. 보리밭에 독 오른 푸른 청춘들이 다녀가면 거짓말처럼 보리침대 하나 생긴다. 보리밭 주인 싱긋 웃으며 눈감아 주던 그 봄날의 까시랭이 같았던 우리들의 이야기 한 소절로 가가대소했던 시골전경 눈에 밟힌다.

입안에서 까끌까끌 맴돌기만 했던 꽁보리밥, 입맛이 아니라 배고픔에 먹어야 했던 아찔한 춘궁의 봄.

하필 보리였을까? 달착지근한 나락 같은 것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그 보리가 있었기에 우리의 봄은 아프지만은 않았다.

한데 지금은 그 보리가 시골에서 퇴출된 지 오래다. 호사가들에게 무척 귀여움 받는 귀하신 몸이다.
지독한 아이러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16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642 굴레가 되고 싶지 않다... 2016-10-10 0 3684
1641 김수영 시인을 다시 떠올리면서... 2016-10-10 0 4050
1640 풀의 시인 김수영 非발표작 詩 공개되다... 2016-10-10 0 3705
1639 저항시인 이육사 미발표 詩 발굴되다... 2016-10-10 0 4236
1638 윤동주 미발표작 詩 발굴되다... 2016-10-10 0 2909
1637 "윤동주 미발표 詩 더 있다" 2016-10-10 0 3645
1636 詩란 사모곡(思母曲)이다... 2016-10-10 0 3213
1635 詩는 리태백과 두보와 같다...처..ㄹ... 썩... 2016-10-09 0 3486
1634 詩는 무지개의 빛갈과 같다... 아니 같다... 2016-10-09 0 3341
1633 현대시사상 가장 다양한 시형의 개척자 - 김수영 2016-10-06 0 4117
1632 詩란 무구(無垢)한 존재이며 무구한 국가이다... 2016-10-06 0 3818
1631 詩는 추상의 반죽 덩어리... 2016-10-06 0 3397
1630 詩는 시골이다... 2016-10-03 0 3206
1629 詩란 주사위 던지기와 같다... 2016-10-02 0 3371
1628 詩란 100년의 앞을 보는 망원경이다... 2016-10-01 0 3308
1627 詩는 가장 거대한 백일몽 2016-10-01 0 3473
1626 詩人은 존재하지 않는 詩의 마을의 촌장 2016-10-01 0 3572
1625 詩人은 오늘도 詩作을 위해 뻐꾹새처럼 울고지고... 2016-10-01 0 3751
1624 詩作에서 구어체 편지형식을 리용할수도 있다... 2016-10-01 0 3515
1623 詩人은 약초 캐는 감약초군이다... 2016-10-01 0 3748
1622 詩人는 언어란 감옥의 감옥장이다... 2016-10-01 0 3616
1621 詩人은 추상화와 결혼해야... 2016-10-01 0 3708
1620 詩란 섬과 섬을 잇어놓는 섶징검다리이다... 2016-10-01 0 3131
1619 詩란 돌과 물과 바람들의 침묵을 읽는것... 2016-10-01 0 3398
1618 詩란 사라진 시간을 찾아 떠나는 려행객이다... 2016-10-01 0 3715
1617 詩作란 황새의 외다리서기이다... 2016-10-01 0 4313
1616 詩란 한잔 2루피 찻집의 호롱불이다... 2016-10-01 0 3355
1615 詩란 사라진 길을 찾는 광란이다.... 2016-10-01 0 3791
1614 詩는 한해살이풀씨를 퍼뜨리듯 질퍽해야... 2016-10-01 0 3564
1613 나는 다른 시인이 될수 없다... 2016-10-01 0 4575
1612 詩는 국밥집 할매의 맛있는 롱담짓거리이다... 2016-10-01 0 3343
1611 詩란 심야를 지키는 민간인이다... 2016-10-01 0 3566
1610 詩는 한매의 아름다운 수묵화 2016-10-01 0 3836
1609 詩는 신비한 혼혈아이다... 2016-10-01 0 3867
1608 詩作에는 그 어떠한 격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2016-10-01 0 3393
1607 詩는 길위에서 길찾기... 2016-10-01 0 3638
1606 詩에는 정착역이란 없다... 2016-10-01 0 3425
1605 詩와 윤동주 <<서시>> 2016-10-01 0 3355
1604 詩는 리별의 노래 2016-10-01 0 3084
1603 詩人은 풀잎같은 존재이다... 2016-10-01 0 3909
‹처음  이전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