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또 詩공부]- 詩는 많이 다듬어야...
2016년 04월 08일 23시 27분  조회:5233  추천:0  작성자: 죽림
적게 고치고 다듬는 세 가지 전략/김영남



화초를 키우다 보면 두 가지 경우에 부딪친다. 하나는 화초의 싹이 처음부터 싱싱하고 튼튼해서 자라는 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나중에 예쁜 꽃봉오리를 절로 맺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아무리 돌봐주고 신경을 써도 화초가 뜻대로 성장하지 않는 경우이다. 즉 화초의 장래가 처음부터 싹이 노란 것이다.
시 쓰기에도 화초의 이러한 감정법이 적용된다. 잘 가꾸면 보기 좋은 꽃이며 튼실한 열매를 가지가 휘도록 매달아줄 시가 있는가 하면, 가꾸어 보았자 애만 닳을 뿐 결코 좋은 열매를 볼 수 없는 시가 정해져 있다. 이때문에 나는 초고를 써 놓은 다음에는 반드시 될성부른 나무인가부터 감정을 한다. 구조가 탄탄하고 가슴에 울림이 오는 녀석은 본격적인 다듬기에 들어가지만, 처음부터 싹수가 노란 시, 싱싱하지 못한 시는 아예 버리고 만다.
따라서 나의 시 고치기에는 별다른 힘이 들지 않는다. 대개 부분적인 손질로 끝나거나 시행을 추가시키는 일이 전부이다. 연을 통째로 고쳐야 할 만큼 대작업이 필요한 시라면 아예 싹수가 노란 시로 분류해 미련없이 휴지통으로 날려 버린다.
그러면 적게 고치는 시, 성공도가 높은 시를 어떻게 하면 쓸 수 있을까?
시 쓰는 사람이면 누구나 나름의 비방을 갖고 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적게 고치기 위해 남보다 유별나게 강조하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그 첫번째 원칙은 오브제의 선택이다. 가능한한 변용이 쉬운, 즉 쉽게 이중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오브제를 선택하는 것이다. 변용이 쉽지 않는 것이라도 그 오브제 자체에 다의성을 함축하고 있는 것을 선별해서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안을 한번 살펴보자. 방에는 창, 벽, 책상, 책, 스탠드, 연필, 재떨이, 옷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변용이 가장 쉬운 오브제를 고르라면 누구라도 ‘창’과 ‘벽’을 택할 것이다. ‘창’과 ‘벽’이 다른 것들에 비해 가장 변용하기 쉽고, 메타포를 쉽게 구축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창’은 현실의 창, 인생의 창, 내면의 창, 지식의 창, 학문의 창, 유년의 창… 등으로 상상을 쉽게 변용해서 확대해 나갈 수 있고, 그에 따라 메타포가 잘 형성될 수 있다.
둘째로는 시의 첫줄에 강력한 긴장이 흐르도록 하는 것이다. 도입부가 긴장과 흥분을 자아내야만 시를 읽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시킬 수 있다는 작시법의 전략 때문이다. 나아가 도입부의 긴장은 전개부의 상상력을 증폭시키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촉매 역할을 갖는다. 도입부의 긴장은 또한 상상력의 빈약함이나 엉뚱한 진행을 막을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떤 문장이 긴장과 흥분을 갖게 하는가? 내용상으로는 동기부가 생략되었을 때 문장에 탄력이 생긴다. 물론 여기에는 대상을 남다르게 파악하는 표현, 즉 독특한 발상이 기본적인 바탕을 이루어야 한다.
셋째로 내가 신경쓰는 원칙은 구조상 마무리에 증폭이 가해질 수 있는가, 없는가를 따져보는 것이다. 마무리는 작품의 작품성, 작가의 철학성 등 깊이를 평가받을 수 있는 항목이다. 실제로 뚜렷한 마무리가 예상되는 시는 쉽게 써지고, 또한 전개나 전환 부분이 약간 미진하더라도 훌륭한 마무리 덕택에 별달리 결점이 노출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경우에는 시의 첫줄과 마무리가 훌륭하게 구상되면 나머지 부분은 거의 무수정 상태로 채워져 한 편의 시가 태어나게 된다. 쓰고 난 다음 퇴고를 행할 때에도 구절을 보완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폭적으로 고치는 경우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면 실제에 있어서 어떻게 시를 적게 고치고, 완성하는지 한 번 살펴보자.
언젠가 나는 소설책을 읽다가 눈길을 확 잡아끄는 다음과 같은 표현을 발견하였다. ‘그에게는 말뚝에 붙들어 맬 수 없는 고집이 있다.’ 이 표현이 너무 맘에 들어서 나는 얼른 노트에 채집해 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벤치에 앉아 있다가 문득 담을 타고 오르는 덩쿨을 발견하고서는 ‘그래, 바로 저거다’ 하고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메모를 하였다.

땅을 기어가는 것들에는①
기둥에 붙들어 맬 수 없는 고집이 있다.
황토밭을 달리다가 잠시 뒤돌아보는 고구마순,
벽을 기어오르며 허공에 내미는 담쟁이손,
이것들에게는 허리가 꺾이고 발목이 묶이더라도
오로지 가고야 말겠다는 강인한 근성이
무섭도록 꿈틀댄다.
그 구불구불한 줄기를 들치면②
어둔 싹들을 이 세상으로 업어낸③
아름다운 등이 있다.

이렇게 메모를 한 다음 몇 주일 후에 이것을 다시 꺼내놓고 검토했다. 시로 완성시키기에 충분한 오브제인지, 도입부의 긴장과 마무리의 증폭이 효과적인지 면밀하게 따져보았다. 다행하게도 시로 완성시키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을 하기에 이르렀다.
즉, ①을 시의 처음으로 삼고, ③을 결론으로 삼으면 좋은 시가 탄생할 것 같았다. 문제는 전개부와 전환부가 다소 허약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전개, 전환부란 마무리로 몰아나갈 수 있는 기능이면 족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이미 흡족한 마무리를 확보하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하자 의외로 쉽게 그 실마리가 풀려나갔다. ‘그래, ②에 살을 붙여 ③의 결론을 얻는 데 합당한 나의 이야기를 집어넣는 거야’. ①의 중심 모티브가 강인한 근성이라면 ②의 전개부에서는 그 근성을 형상화할 수 있는 어머니를 중심 모티브로 삼았다. 어머니야말로 실로 무한한 변용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말이 아닌가. 일단 중심 모티브를 잡아내고 나면 그 다음의 묘사는 순조롭게 마련이다. 그래서 거의 무수정 상태로 다음과 같은 한 편의 시를 얻을 수 있었다.

땅위를 기어가는 것들에는

땅을 기어가는 것들에는
기둥에 붙들어 맬 수 없는 고집이 있다.
황토밭을 달리다가 잠시 뒤돌아보는 고구마순,
벽을 기어오르며 허공에 내미는 담쟁이손,
이것들에게는 허리가 꺾이고 발목이 묶이더라도
오로지 가고야 말겠다는 강인한 근성이
무섭도록 꿈틀댄다.

그 구불구불한 줄기를 들치면
대나무 뿌리같은 손이 있고
그 손 속에
들녘으로 나가는 어머니
호미자루가 쥐어져 있다.
꺾인 자리를 지우며 푸른 하늘을 향해
날개 펴는 새순 속에는 또
얘야, 손발이 부르트도록 땅을 뒤져 네게 올려주마 하시던
고무신발 같은 말씀이 달리고 있고
주렁주렁 열매 달린 묵은 순 속에는
딱딱한 매듭으로 남거나 삭정이로 부러지는
줄기의 마지막 모습이
아프게 숨어 있다.

땅을 기어가는 것들,
절벽을 기어오르는 줄기들에는
어둔 싹들을 이 세상으로 업어낸
아름다운 등이 있다. (김영남)


◇9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중앙대 경제학과 및 국제경영대학원 졸

==========================================================================

318.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김현승 시집 <김현승 시초> 중에서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83 <오체투지> 시모음 2015-05-10 0 4191
482 <봄날> 시모음 2015-05-10 0 3688
481 <<家庭의 月>> 特輯 시모음 2015-05-07 0 4452
480 尹東柱論 2015-05-06 0 4221
479 詩를 論하다 / 李奎報 2015-05-05 0 4383
478 詩法을 爲하여... 2015-05-05 0 3783
477 詩作 語錄 2015-05-05 0 3691
476 詩作 16法 2015-05-05 0 4087
475 독자와 시인 그리고... 2015-05-05 0 4200
474 詩는 다만 詩다워야 한다... 2015-05-05 0 4188
473 詩人 - 언어를 버려 詩를 얻는 者 2015-05-05 0 4538
472 재미나는 시 몇수 2015-05-03 0 4075
471 식칼론 / 竹兄 2015-05-03 0 3974
470 민중시인 竹兄 - 조태일 2015-05-02 1 5482
469 현대 과학 시 - 실험 시 2015-05-02 0 3877
468 <폭포> 시모음 2015-04-27 0 4324
467 가사의 대가 - 송강 정철 2015-04-26 0 4459
466 <발바닥> 시모음 2015-04-26 0 3830
465 시와 술, 술과 시... 2015-04-26 0 4110
464 <신발> 시모음 2015-04-26 0 4213
463 현대 그리스문학 대표 시인 - 니코스 카잔차키스 2015-04-26 0 4628
462 <<삼류 트로트 통속 야매 련애시인>> 2015-04-26 0 4644
461 詩여, 침을 뱉어라! 2015-04-25 0 4251
460 공자 시 어록 2015-04-23 0 5066
459 詩란 惡魔의 酒... 2015-04-23 0 4634
458 詩란 삶의 파편쪼가리... 2015-04-23 0 3957
457 <소리> 시모음 2015-04-23 0 4124
456 천지꽃과 백두산 2015-04-23 0 4477
455 영국 시인 - 드라이든 2015-04-20 0 5198
454 詩論하면 論字만 봐도 머리가 지끈지끈... 하지만... 2015-04-20 0 3613
453 영국 시인 - 알렉산더 포프 2015-04-20 1 4979
452 프랑스 초현실주의 대표시인 - 앙드레 브르통 2015-04-20 0 8407
451 프랑스 시인 - 자크 프레베르 2015-04-20 0 4583
450 詩歌란?... 2015-04-20 0 3860
449 프랑스 시인 - 앙리 미쇼 2015-04-20 0 4758
448 시문학의 미래를 생각하며 2015-04-20 0 3861
447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시를 써보기 2015-04-20 0 4498
446 해체시에 관하여 2015-04-20 0 4963
445 브레히트 시의 리해 2015-04-20 0 3873
444 詩的 變容에 對하여 2015-04-20 0 3927
‹처음  이전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