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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우주 1
새벽 풀밭에서 방울방울
맺힌,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동그란 언어의 우주와 마주한다
찰나의 풀잎과 교감(交感)
해 뜨기 전 적막 속으로
동그란 우주는 소멸하고
다시 피안으로 이르는 둥근 우주
―유지희(1959~ )
새벽 풀밭에 이슬이 방울방울 맺혀 있다. 영롱한 구슬이 파란 풀잎 위에 내려앉아 있다. 시인은 환한 광채를 뽐내는 그 동그란 우주와 마주한다. 그 동그란 우주는 매끈하고 깨끗하다 . 그 동그란 우주는 원만하고 신성하다.
이슬은 방울방울 맺혀 있다 사라진다. 우리는 구슬을 잃어버린다. 우리가 사는 백자 항아리와도 같은 이 세계는 순간 적막 속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그 동그란 우주를 만났던 환희와 순수의 시간을 잊을 수 없다. 그 동그란 우주의 희고 말쑥한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우리도 모두 그처럼 동그란 우주로서 이곳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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